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에서 1910년 탄생한 미래주의는 다 가올 미래를 낙관적으로 옹호하며 새로운 기술과 기계를 찬양하였다. 그 들은 전쟁이 세계를 순수하게 만들 것이라 생각하여 전쟁과 미술관 파괴 를 선동하였다. 당시 이탈리아는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주변국들보 다 산업적으로 발달이 뒤져 있었고 국민들의 불만이 증가하는 상황이었 다. 그러한 이탈리아 화가들에게 ‘미래주의’는 전환의 계기가 되었다. 1차 대전을 전후한 그들의 활동은 선동적이며 민족주의적이고 파시즘적이었으 며 정치적인 의도를 예술과 결합시켰다. 그러나 1차 대전에서 보치오니를 비롯한 미래주의 화가들이 전사한 이후 전쟁에 환멸을 느끼며 점차 쇠퇴 하게 된다. 베르너 호프만(Werner Hoffmann)은 미래주의 미술가들의 거 침없는 자기전달은 결국 미학적 이론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들 은 자신의 전시에 미술에 관해 문외한, 그들의 표현에 의하면 야만인, 어 린이, 미치광이, 범죄자 그리고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을 초청했다.
미래주의와 마리네티
이탈리아 미래주의 시인 마리네티는 파리에서 피카소의 큐비즘 작품을 보 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오늘날 미래주의 그룹이 되는 보치오니, 발라, 세베리니를 파리로 초대했다. 그곳에서 미래주의 작가들은 피카소와 브라 크의 입체주의에서 나타나는 사물의 파편화에 충격을 받았으며 그들 미술 의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마리네티(Filippo Tomasso Marinetti)를 주축으 로 움베르토 보치오니(Umberto Boccioni), 자코모 발라(Giacomo B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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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카라(Carlo Carrà)를 비롯한 미래주의자들은 1909년 2월 20일 르 피가로 (Le Figaro)에 ‘미래주의 창설과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공식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선언문에서 그들은 무엇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사물 의 역동적인 운동성을 추구하였다. 그들은 달리는 경주용 자동차가 니케 의 여신상보다 아름답다고 말했는데 그리스시대의 미의 기준은 속도에 의 해 살아가는 20세기에는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주의 화가들은 입체 주의와 같은 형태의 파편화보다는 시각과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짧게 끊 어지는 스타카토 기법을 사용하게 된다. 그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 하는 사물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잔상 효과를 한 화면에 표현하 였는데 동물의 연속적 잔상을 시각화시킨 발라의 <끈에 묶인 개의 역동 성>이 좋은 예이다.
보치오니
보치오니(Umberto Boccioni, 1882-1916)는 기계문명에 대한 예찬으로 역동적 서정성이나 속도감을 표현하였으며 사상적 성격을 강하게 보여주 었다. 그는 다른 미술가들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가치관에 대하여 부정하 였다. 보치오니의 <일어나는 도시>와 <대회랑의 폭동>은 속도감과 움직 임에 따라 발생하는 거친 공기의 소용돌이를 강렬한 색과 색점들로 나타 냈다. 그는 집단적인 움직임과 격앙된 감정을 강조하기 위하여 휘몰아치 는 듯한 붓질과 사선의 화면을 구성했으며 선동을 시각화하였다. 그가 즐 겨 사용하였던 사선은 격한 감정을 유발시키며 역동성이나 리듬을 전달하 기 위해 반복하였기 때문에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운동감을 나타내는 선이 었다. 그에게는 아름다운 여인이나 자연 풍경,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동 경과 같은 예술의 고전적인 주제보다 인간과 사물이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역동성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보치오니는 역동성을 ‘선의 힘’으로 구체 화하였는데, 선명한 원색, 빠르게 움직이는 사선과 나선형을 이용해 그림 이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나타내었다. 보치오니 작품에서의 사선의 역동 성은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지속성을 말한다. 미술에서 역동성이나 운동성
보치오니 <대회랑의 폭동> 1911
같이 살아있는 속도감이 중요한 이 유는 회화가 완성되는 곳이 정지된 평면의 종이이기 때문이다. 미술가들 은 그 안에서 사건을 보여주어야 하 는데 그 장면을 보는 순간 그림이 아니라 실제의 사건이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일체감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치오니는 사선으로 서로 교차하는 파편들과 운동감을 동시에 표현하여 관람자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시각뿐 아니라 청각과 감각까지도 포함시키 려는 노력으로, 힘과 형태를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이 사람들을 덮치고 있 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를 예술과 결합시킨 것이다.
발라와 그 외의 미래주의 미술가들
보치오니의 스승이었던 자코모 발라(Giacomo Balla, 1871-1958)의 작품 은 격렬한 운동성의 표현에 의해 추상의 형태가 나타난다. 예컨대 <가로 등>에서는 다양한 색채로 반사되는 빛을 역동적인 사선으로 표현해주어 제목이 아니면 알아보기 힘든 사선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발라는 연속적 인 동작의 역동성과 움직임에 대한 관심을 사진과 영화 부분에서 차용했 는데 사진을 통해 질주하고 있는 말의 다리는 4개가 아니라 20개라는 잔 상을 연구하였다. 그는 보는 것과 인지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그려주어 관람자들에게 생생한 그림을 연출하고자 하였다. <가죽 끈에 목이 매인 개>는 여러 시점에서 파악한 이미지를 같은 화면에 중복시키는 과정에서 역동적인 사선을 사용하여 보여주고 있다. 발라는 피카소가 <아비뇽의 여 인들>에서 다시점을 표현해 주었듯이 시점을 고정시키지 않고 여러 시점 에서 움직임을 파악하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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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카라(Carlo Carra, 1881-1965)는 피카소의 종합적 입체주의를 선호하였으며 전쟁기간에 완성된 <애국적 선언>에서는 콜라주 화면의 시 각적 연상을 통해 오브제 미술의 새로운 출발을 실행하고 있다. 지노 세 베리니(Gino Severini, 1883-1965)는 입체주의의 파편화된 면과 색채를 결합시켜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제목을 통해 설명이 되는 피카소 의 분석적 입체주의 경향의 작품들을 완성했다. 루이지 루솔로(Luigi Russolo, 1885-1947)는 역동성을 기계로 보여주고자 하여 소음을 내는 기계들을 발명하여 기계적 동력의 시대에 맞는 음악을 창조하여 미술에 청각을 도입한 미래주의 미술가였다. 1차 대전에서 전사한 안토니아 산텔 리아(Antonia Sant'Elia, 1888~1916)는 「미래주의 건축선언」을 통해 미래주의 건축을 설계하였다. 그는 건축에서 새로운 재료의 변화를 요구 하였다.
김 호 정 서울시립대학교
1. 추상주의 미술
2.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
◆ 목 차 ◆
추상주의 미술과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 : 초기 추상회화와 구축주의를 중심으로
20세기 현대미술의 가장 커다란 성과는 추상미술운동이다. 본격적인 추상 미술은 기학적인 추상회화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고대 미술에서부터 기하학적인 형태는 장식적인 문양으로 널리 사용되어 왔으 나, 기하학적 형태를 순수미술의 조형요소로서 사용하는 경향은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20세기 초에 등장한 기하학적 추 상회화는 새로운 시대의 산물인 합리주의와 과학기술에 대한 이상향의 상 징이기도 하다. 기하학적 추상에 담긴 이 같은 정신과 조형성은 바우하우 스(Bauhaus)와 데 스틸(De Stijl) 그리고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인 절대 주의(Suprematism)와 구축주의(Constructivism)를 통해 확산되었다.
누가, 언제, 가장 먼저 추상회화를 창조하였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는 없 으나 추상회화는 1910-1913년 사이에 유럽 여러 지역의 미술가들에 의 해 탄생되었다. 이 기간 동안 프랑스 파리에서는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 네덜란드에서는 몬드리안, 독일에서는 칸딘스키가 추상회화를 제작했다. 러시아에서는 말레비치와 타틀린을 비롯한 아방가르드 미술가 들이 추상회화와 조각을 시도하였다. 이 모든 미술가들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저마다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을 제작하였으나 그 중에서도 칸딘스키는 표현적 추상 회화의 선구자로, 몬드리안과 말레비치 등은 기 하학적 추상 미술의 등장과 확산에 기여한 대표적 인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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