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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 배경과 재일제주인의 언어 환경

‘이민’으로 인한 사회의 변화는 언어의 변화를 초래한다. 재일제주인 언어의 변 화를 고찰하기 위해 이민 사회의 이중언어 환경에서 발생하는 언어 변화 현상들 을 중심으로 언어 접촉 이론과 재일제주인의 언어 환경이 어떠한지 먼저 살펴보 도록 하겠다.

2.1.1. 사회언어학적 접근

사회언어학은 기존 언어학에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회와 언어와의 관계를 규명하려는 학문이다. 사회언어학은 언어의 참모습을 밝히기 위해 공략하는 여러 갈래의 길 중 하나로, 특히 언어를 그 사회적 문맥(social context)에서 관찰하는 분야다. 언어를 사회와 유리된 모습, 일종의 추상적인 체계로서가 아니라 바로 그 사회 속에서의 언어 사용을 관찰의 대상으로 삼는다(이익섭, 1994: 14). 따라 서 사회언어학자들에게 언어란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언어는 주고받는 데서 발달하고 변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사회언어학에서 언어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찾는 것은 그 변화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사회적으로 용인된 규칙에 대한 증거다. 그 증거들은 발화상의 변이일 수 있는데, 그 변이는 화자의 연령이나 교육의 정도, 출생지, 주거지 등에서 오는 변인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부분적으로는 대화 장소, 대화 주제, 대화자들 간의 사회적 역할 관계에서 오는 대화의 정황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사회언어학에서 는 이러한 변인들에 관심을 갖는다.

언어는 사회성을 가지고 기능하면서 시간과 공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다(진정

례, 2005: 8). 언어의 변화는 사회 변화의 한 결과라는 인식이 바탕이 되어 사회 언어학이 학문적으로 성립하고 발전해 왔다. 언어 변화 연구에서는 언어들이 접 촉할 때 언어구조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살핀다. 음운의 변화는 물론, 어휘 나 문법의 변화가 있는지, 다른 언어로부터는 규칙을 차용하는가 아니면 언어 접 촉을 통해 어떻게 새로운 언어들이 출현하는가 등에 관심을 갖는다.

언어학 자체로 살펴보면 언어 접촉과 언어 변화 연구는 전체적으로 사회언어 학의 이론적 체계 안에서 이루어진다. 즉 언어의 이동과 접촉, 변화의 연구는 사 회언어학의 이론과 방법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다.

학문 분야에서 사회언어학은 언어 사용의 다양성을 강조한다. 다양성의 연구는 다양성의 분명한 예가 되는 다언어 상용에 초점을 둔다((김남국 역, 2009:18). 단 일 언어 사회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연구에서의 모든 요인들은 다언어 사회의 언 어, 또한 그에 동반되는 언어 접촉과 언어 변화의 연구에서는 더욱 확대되어 나 타날 것이다.

2.1.2. 언어 접촉의 개념

언어 접촉에 대한 가장 간단한 정의를 내린 학자는 Thomason(2001)이다. 그는

‘언어 접촉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하나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Thomason, 2001: 1∼3). 지역 간, 국가 간의 이동이 자유로운 현 시점에서 이러한 정의가 적용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은 쉽게 접할 수 있다. 인 도나 스위스와 같은 나라에서 다언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이언어(異言語) 사용자 가 원래 지리적으로 인접한 경우도 있고, 여행이나 무역의 수단으로 언어 접촉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또한 국제결혼이나 이민 등 사람의 이동에 의하여 언어 접촉 이 발생하기도 한다. 언어 접촉은 다른 언어와의 접촉뿐만 아니라 같은 언어권 안에서 분화된 언어 형태인 방언간의 접촉 상황에서도 발생한다.

<그림 2> 언어 접촉의 유형

<그림 2>의 언어 접촉 유형에서 (가)는 서로 다른 두 언어가 만났을 때로, 국 경을 접하고 있는 인접 지역에서의 언어 접촉 상황이다. 이때는 A, B 두 언어 모두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별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화자들이 긴밀하게 접촉 하게 될 때, 두 언어가 상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한국사 회언어학회, 2012: 148). (나)는 국제결혼이나 이민 등에 의한 언어 접촉으로 이 러한 경우의 언어 변화는 B의 언어 변화는 거의 없고 A 집단의 언어만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본 연구에서 살펴보려는 언어 접촉은 (나)에 해당하는 것으로, 한 언어 집단이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에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실제 상황에서 일어나는 언 어 접촉의 경우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에 들어가는 A 집단은 원래 사용 하는 자신의 언어와 새로운 집단의 언어라는 이중언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것은 적어도 하나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다수 사람들의 언 어 접촉이지만 이중언어를 유창하게 사용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나) 의 상황에서 A 집단의 언어가 어떠한 변화 양상을 보이느냐 하는 것이다.

언어 접촉의 연구가 학문분야로 확립된 것은 Weinreich(1953)에 의해서다. 그 의 저서 Language in Contact는 언어 접촉의 선구적이고 포괄적인 연구로, 이 중언어 사용을 중심으로 한 간섭의 양상과 간섭의 예측 가능성, 연구 방법에 관 해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중언어 화자 개인의 심리언어학적인 문 제, 민족과 언어 접촉과의 관계, 언어 접촉에서의 사회문화적인 배경과 같은 학 술적인 관점에서 이언어 사용과 언어 접촉의 문제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

이 특징적이다. 이어 Haugen(1953)의 노르웨이의 이중언어 사용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저작에 의해 이 분야의 연구가 발전했다.

최근에는 언어의 변화나 언어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언어 접촉 이론이 재인 식되었다. 언어 접촉에 대한 연구에서 추구하는 것은 비교언어학에서는 이미 계 통 관계가 확립된 언어 간의 언어 변화의 설명, 이민 혹은 지리적인 상황에서의 제2언어 습득이나 이중언어 사회의 언어 접촉의 특수한 상황이나 현상의 해명, 혹은 피진이나 크레올 연구 등이다(宮下尙子, 2007: 50).

언어 접촉에서 다루는 내용은 주로 언어 변화에 관여하는 역사언어학, 사회언 어학의 분야이지만, 그 외에도 제2언어 습득, 외국어 교육 등의 분야에서 이를 다루고 있다. 더욱이 대조 연구나 오용 분석 등을 통해 개별 사례에 대하여도 밀 도 있게 접근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은 개별적이고 특수한 사례에 주목하 는 사례 연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차용(borrowing)’, ‘간섭(interference)’, ‘코 드 전환(code switching)’, ‘코드 혼용(code mixing)’ 등 언어 접촉에 부수되는 일 어나는 현상에 대한 통일된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 각각의 연구 영역, 혹은 연구자 개인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용어가 쓰이고 있다.(宮下尙子, 2007: 50). 주목할 것은 언어 접촉 결과의 유형들이 얼핏 별개의 것으로 보이지 만 기실 그 과정은 동일하며 또한 동일한 원리로 설명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언어학회, 2012: 148).

언어 접촉이 흥미로운 것은 언어 접촉의 결과로서 언어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언어 접촉은 필연적으로 이중언어 상용에 이르게 한다(김남국 역, 2009:

12). 언어 접촉이 언어 변화를 일으키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발생한 혹은 발생하 고 있는 변화로서 인정되기 위해서는 이중언어 사용이 궁극적으로는 개인적으로 일어나는 것이어도 개인 이중언어 사용자에 대한 관찰을 어느 정도 장기간에 걸 쳐 집단 차원에서 확인을 거듭할 필요가 있다. 즉 그런 관찰을 통해서 개인차에 의한 언어 ‘변이’가 아니라 공동체의 언어 ‘변화’인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언어 접촉에 의한 언어 변화를 논하는 데에 접촉하는 이중언어의 힘 관계나 실제로 접촉하는 상황, 접촉에 이르는 배경이나 접촉의 정도나 시간적 길 이, 이중언어 사용의 사회적인 기능이라는 언어 외적인 관점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언어 접촉의 조건인 이중언어 병용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통상의

언어 사용과는 다른 특수한 사회적 요인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언어 접촉이 발 생하는 사회적 조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宮下尙子, 2007: 51).

특히 이 연구에서 다루는 재일제주인의 언어 접촉 문제는 언어 자체의 변화보 다는 언어 외적인 조건에 의한 변화라는 데 초점이 놓여 있다.

2.1.3. 언어 접촉 현상

언어 접촉과 언어 변화의 연구에서는 언어 접촉 상황과 그 원인과 결과 등을 주요 주제로 다룬다. 언어 접촉의 상황에서 화자들은 서로간의 소통을 위해 서로 발화 양식을 조정해 타협점을 찾게 되고 그 결과 언어가 변화하는 결과를 가져 온다. 단순히 어휘를 빌려 쓰는 현상에서 새로운 언어의 생성에 이르기까지 제반 언어적・사회적 요인에 따라 변화 정도는 달리 나타난다(Winford, 2003: 2). 그런 데 언어 접촉 이론에서 다른 언어와의 접촉에 의해 생기는 언어 변화의 기술・

설명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은 연구자들마다 다르다. 언어 접촉으로 인한 언어들 사이의 상호 영향의 결과로 나타나는 언어 현상에 대한 용어는 엄격히 구별되어 야 하지만 대체로 상호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까닭에 그 경계선을 분명히 가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1) 이중언어 사용(bilingualism)

서로 다른 두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간의 접촉은 언어의 변화를 가져온다.

언어 접촉에서 이중언어 사용은 필연적 결과라 할 수 있다. Weinreich(1953)19)

‘두 언어를 번갈아 사용하는 것을 이중언어 사용(bilingualism)이라 하고 이에 해 당하는 사람들을 이중언어 화자(bilingual)’라고 하였다(神鳥武彦, 1976: 1). 이중

‘두 언어를 번갈아 사용하는 것을 이중언어 사용(bilingualism)이라 하고 이에 해 당하는 사람들을 이중언어 화자(bilingual)’라고 하였다(神鳥武彦, 1976: 1). 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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