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역사적 공간을 작품의 중심으로 등장시켜서 은거 지향의 장소로 활용하 는 경우 가장 많이 나타난 장소는 수양산이다.
은거 지향을 보여주는 역사적 공간으로 빈도수가 가장 높은 것은 수양산이다. 수 양산을 등장시켜 은거지향의 처신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15, 180, 183, …등이 있다.
이들 작품에 대해서는 이미 3절 역사적 인물에서 자세한 분석이 이루어진 바가 있 다.145) 따라서 여기서는 작품분석을 생략하기로 한다.
수양산 다음으로 은거 지향을 보여주는 장소는 오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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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삼겨나셔 皐陶 稷契 못 될 지면 千古 往牒에 눌을 부러리
五湖에 扁舟烟月이 明哲인가 노라146)
위의 시조는 광재 조관빈147)의 작품이다. 광재 조관빈은 조선 후기의 문신이다.
자는 국보, 호는 회헌인데 광재는 또 다른 호이다. 그 밖에 조관빈은 노론 4대신
145) 15번(63∼64쪽) 작품은 백이 · 숙제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작품분석이 이루어졌으므로 이를 참조하기 바람. 180번(36쪽) 작품은 요순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작품분석이 이루어졌으므로 이 를 참조하기 바람. 183번(79쪽), 228번(64∼65쪽), 285번(65쪽), 423번(64쪽), 456번(82∼83쪽)은 강태공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작품분석이 이루어졌으므로 이를 참조하기 바람.
146) 위의 책, 214쪽.
147) 조선후기 사대부의 사상인식과 관련해서 ‘정옥자, 조선후기 조선중화사상 연구 , 일지사, 1998, 1∼298쪽; 정흥모, 조선후기 사대부 시조의 세계인식 , 월인, 2001, 1∼332쪽; 허태용,
중 한명인 조태채의 아들이다. 숙종 때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이 판서에 이르렀다.
초장에서는 “사람이 삼겨나서 고요 직설 못 될 거면”라고 하였다. 이것은 사람으 로 태어나서 고요, 직설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없는 상황을 말한 것이다. 여기서 고 요, 직설은 모두 순임금의 신하이다. 그중 직설은 유명한 신하인 후직과 설을 합쳐 말한 것이다. 이어서 중장에서는 “천고 왕첩에 또 누를 부러하리”라고 하였는데 이 는 앞서 초장에 등장한 인물처럼 될 수 없다면 그 오랜 역사에서 또 누구를 부러 워할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 것이다. 종장에서는 “오호에 편주연월이 명철인가 하노 라”라고 하였다. 이것은 범려가 오호에서 뱃놀이 한 것이 현명한가라고 묻는 것이 다. 오호는 태호의 다른 이름이다. 오호를 역사적 공간으로 보게 된 것은 전국시대 월나라의 범려가 벼슬에서 물러난 뒤 서시와 함께 배를 띄우고 놀았다는 호수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전반적 내용을 살펴보아도 역사적 인물인 범려가 명시적으로 거론된 바가 없지만 역사적 공간인 오호가 등장하고 뱃놀이하는 내용 이 덧붙은 것을 보면 범려인 것을 확정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 조관빈은 고 요, 직설처럼 뛰어난 신하가 될 수 없을 거라면 범려처럼 정치를 멀리하고 풍류를 즐기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며 그가 추구하려는 삶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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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古 歷代 蕭蕭 즁에 明哲保身 누고누고
范蠡의 五湖舟와 張良의 謝病辟穀 疏廣의 散千金과 季鷹의 秋風江東 陶處士의 歸 去來辭ㅣ라
이밧긔 碌碌 貪官汚吏之輩를 혜여 무슴 리오148)
위의 시조는 만횡청류에 배열되어 있는 작품이다. 초장에서는 “만고 역대 소소한 중에 명철보신 누구누구”라고 하였다. 이것은 오랜 역사 쓸쓸함 속에 현명하게 몸 보존한 사람은 누구누구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이어서 중장에서는 “범려의 오호주와 장량의 사병벽곡 소광의 산천금과 계응의 추풍강동 도처사의 귀거래사이 라”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범려가 오호로 물러나 뱃놀이 한 것, 장량의 병을 핑계로 신선이 된 것, 소광의 재산을 흩어버린 것, 계응의 가을바람에 강동으로 돌아간 것, 도연명의 전원으로 돌아간 것 등 역사적 인물들 중 대표적으로 현명하게 몸을 보 존한 사람들을 보여준 것이다. 여기에 범려의 오호주란 월나라 재상인 범려가 벼슬 148) 권순회 · 이상원 ·신경숙, 앞의 책, 299쪽.
에서 물러난 뒤 절세미인 서시와 함께 배를 띄우고 놀았다는 그 호수를 말하는 것 인데, 범려로 인해 오호는 오랜 역사 속의 중요한 공간으로 전해지게 되었다. 종장 에서는 “이밖에 녹록한 탐관오리지배를 혜어 무엇 하리오”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이 밖에 변변찮은 탐관오리의 무리들을 헤아려 무엇하겠는가라고 말한 것이다. 이 작 품에서 작가는 역대로 몸 보존을 현명하게 한 대표적인 역사적 인물과 공간을 들 면서 자신도 이러한 삶을 추구하며 비리를 저지른 무리들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호 다음으로 은거 지향을 보여주는 장소는 조어대이다. 그런데 조어대의 경우 작품들이 거의 역사적 인물과 결합되어 왔기 때문에 앞의 3절에서 이미 작품 설명 이 이루어진 바가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작품분석을 생략하기로 한다.149)
마지막으로 은거 지향을 보여주는 장소는 한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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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劍을 혀 들고 다시 안자 혜아리니 胸中에 머근 이 邯鄲步ㅣ 되야괴야
두어라 이 한 命이여니 닐러 므슴 리오150)
위의 시조는 남파(이숙) 김천택의 작품이다. 초장에서는 “장검을 빼어 들고 다시 앉아 헤아리니”라고 하였다. 이것은 긴 칼을 빼어 들고 다시 앉아 생각하는 것을 말한 것이다. 중장에서는 “흉중에 먹은 뜻이 한단보가 되었구나”라고 하였는데 이 것은 가슴속에 품은 뜻이 한단의 걸음이 되었음을 말한 것이다. 종장에서는 “두어 라 이 또한 명이어니 일러 무엇 하리오”라고 하였다. 이것은 처지를 한탄하며 이 또한 운명이니 말해 무엇하겠는가라고 말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 김천택은 큰 포부를 품고 무언가를 시작하였으나 이를 이루지 못한 것을 운명으로 여겨 한탄하 며 받아들이고 있다. 초, 중장을 살펴보면 경륜의 포부를 들어낸 것으로 보이지만 종장에서 이런 운명으로 받아들인 것을 보면 은거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최종적으로 은거에 배치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이상에서 살폈듯이 작가가 역사적 공간을 작품의 중심으로 등장시켜서 은거 지 149) 180번(36쪽) 작품은 요순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작품분석이 이루어졌으므로 이를 참조하기 바람. 431번(79∼80쪽) 작품은 강태공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작품분석이 이루어졌으므로 이를 참조하기 바람.
향이 높은 장소로 전고를 활용하는 경우 그 역사적 공간은 주로 수양산, 오호, 조 어대 등으로 나타난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