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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이후 중국의 정치체제 및 외교 전략의 변화

한광수 /인천대학교

본 장에서는 중국의 올림픽 개최의 의의를 살펴본다. 중국이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 역사와 당시 정치상황을 보면 중국정부는 경제발전을 위한 정치안정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 고, 사회주의 이념과는 모순되는 민족주의와 애국주의에 호소하여 정권안정을 위한 새로운 이데 올로기로서 올림픽 개최를 준비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 개최는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도전을 받았다. 2000년 올림픽 유 치를 위한 중국의 노력이 실패한 것도 서방세계의 중국 인권문제에 대한 시비 때문이었는데 2008 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도 여전히 인권문제 등에 대한 서방세계의 의혹이 여전하다.

자유진영의 입장에서 중국은 인권문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올림픽 보이콧 압력을 받고 있지만 체제전환과정에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이런 평가들은 중국의 국내문제에 대한 외부세계의 부당한 평가와 압력으로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것은 올림픽 이후에 이런 문제들에 있어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질 것이란 점이다.

이런 점에도 본다면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 개최는 중국에 대한 서방세계의 많은 우려를 완화 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중국입장에서도 베이징 도시환경의 개선, 각종 제도개선을 통한 사 회의 선진화를 가능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체제변화,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베이징 올림픽을 얼마 앞두고 중국이 보여준 두 가지 명암이 교차하는 정치 외교 적 사건이 있었다. 지난 3월 티베트 사태 발생과 4월 보아오(博鰲) 포럼 개최가 그 것이다. 티베트 사태가 폭동시위와 군 병력 출동으로 얼룩진 어두운 정치사건이었 던데 반해, 보아오(博鰲) 포럼은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해남도에서 스타벅스에서 제공하는 에스프레소 커피향이 진동하는 가운데 중국정부가 초청한 39개국 정상들 에게 새로워진 중국을 알리는 화려한 외교 축제였다. 이 두 사건은 베이징 올림픽 을 강대국 탄생의 잔치마당으로 삼으려는 중국정부와 이를 견제하고자 하는 서방세력 이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양 측면을 압축한 현장이었다.

우리나라 매체들도 이들 두 사건에 주목했지만 대체로 서방 언론들과 다를 바 없 었다. 티베트 사태에 대하여는 ‘꽃피는 중국공산당 독재의 희생물’이라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고, 보아오(博鰲) 포럼에 대해서는 중국의 외교적 위상이 급상승하는 데 주 목하였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티베트를 둘러싸고 서방언론이 뿜어내는 과장된 논란 에 휩싸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고,10 ) 보아오(博鰲) 포럼이 스위스 다보스 포 럼을 그대로 흉내 낸 것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거대한 중국체제의 혼란스런 변화의 몸짓을 시원하게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중국은 우리에게 연간 무역규 모가 2,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최대 경제파트너로 다가와 있는 상태이다. 길게 보면 한중 간 경협은 더욱 빨라질 것이고, 이러한 경협 추세와 맞물려 정치, 외교적으로 도 지금보다 더 가까이에서 영향을 주고받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이글은 이런 점에 유의하면서,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의 정치체제와 외교 전략의 변화 가능성 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라는 문제의식을 전제로 하여 접근하였다.

최근 한반도의 국제적 위상은 크게 변하고 있다. 그 배경에 중국과 한중일을 중심 으로 하는 동아시아의 경제적 부상과 이에 대한 미국의 전략 변화가 있음은 물론이 다. ‘신지정학적 전략지대’는 이러한 위상 변화를 개념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과거 냉전시대 군사적 대립 위주로 보던 ‘지정학적 완충지대’개념으로부터 경제 문화적 관점으로 옮겨가고 있는 조짐이 확연하다. 한걸음씩 냉전의 그늘을 벗어나는 이런 변화는 우리가 중국의 정치체제와 외교 전략의 변화에 주목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 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중국도 아시아 다른 나라들과 마 찬가지로 오랫동안 시달려온 서방의 핍박으로부터 벗어나 서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서방 주도의 세계질서에 합류하는 데 성공하였다. 중국보다 훨씬 앞서가는 서방을 따라잡는 데 서방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중국의 과제이자 딜레마다. 그러 나 오늘날 미중 양국의 정치체제에서 보듯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갈라진 체제의 이질성이 문제다. 그러나 중국과 서방은 체제의 이질성으로 인한 정치적인 갈등에 도 불구하고 1970년대 이래 지난 30여 년 동안 중국의 개혁개방과 경제발전을 매개

1 0) 한국일보 20 08 년 4 월 1 5일자 강병태 칼럼, 베이징 올림픽의 국제정치학, 참조

로 하여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이런 중국을 둘러싼 국제환경에서 우리나라는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 것인가?

1940년대 후반에 시작된 냉전시기에 우리는 서방과 함께 중국과 대치했었고, 1980 년대 이래 지금은 서방과 중국이 갈등하고 협력하는 국제환경의 이중구조 속에 끼 어있으면서도 중국을 최대 경협 파트너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서방과 중국 사이에서 이처럼 쉽지 않은 길을 달려오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치렀으며, 혼란스런 현실의 양면성이 우리를 힘들게 하기는 지금도 마찬가 지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분단과 함께 우리 내부에 사회적 괴리와 구조적 병리 현상을 고질화시켜 왔다. 최근 미중 양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 사회가 혼란스러워하 는 모습은 지식인이나 일반 대중 간에 구별이 없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친미와 반 미, 중국경계론(반중)과 중국활용론(친중)은 강대국에 대한 우리 시각의 혼란스런 단 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런 고통스런 양면 구조의 편린들 을 껴안은 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체제의 변화 가능성을 점검하는 일이 이런 우리 모습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가. 올림픽 이후 중국 정치체제의 향방

1) ‘날아오르는 용’무엇이 문제인가?

베이징 올림픽이 지난 다른 올림픽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왜 세계는 베이징 올 림픽을 주목하는가? 그 가장 큰 이유는 이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분기점으로 하 여 중국이 미국과 맞먹는 새로운 초강대국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데 있다. 오늘날 중국의 발전은 흔히‘용이 날아오르는 모습’으로 비유된다. 일부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중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순조롭지 않은 많은 변화 를 거듭하면서도 다양한 역량을 발휘하여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저력을 축 적해 온 것으로 인정하기 시작하였다.11) 이처럼 중국이 초강대국을 향하여 날아오 르는 힘은 역사상 나타났던 수많은 제국들, 로마제국이나 나폴레옹의 프랑스 제국, 징기스칸의 몽골제국, 그리고 1,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떠오른 미국 등과는 달리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의 확장에서 얻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12) 이처럼 중국은 경제발전을 통하여 대국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지난 30년동안 중국공산당이 지배하는 사회주의 일당독재체 제에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다. 놀라운 경제적, 사회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1 1) 1 97 0년대 미중화해를 주도한 헨리 키신저는 ‘중국의 발전은 운명이다’고 말하였다.

1 2) 헨리 키신저는 중국의 강대국화가 역사상 제국들과 달리 군사력이 아닌 경제발전을 통해 진행되 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은 GDP규모가 국제환율 기준으로 3 조2 천억 달러에 달해 미국, 일 본, 독일에 이어 세계 제4 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이러한 상승 추세가 이어져 앞으로 수년 내 일본과 독일을 제치는 것은 물론, 2 01 5년경에는 실질구매력 기준으로는 미국도 따라잡을 기세다.

할 정치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한 반응은 두 부류로 나뉜다.

우선,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주도해 온 중국공산당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동안 중국공산당은 시장경제와 사회주의를 양 축으로 경제발전과 정치안정을 동 전의 양면처럼 운용하면서 개혁개방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 판적인 시각도 있다. 중국의 경제발전 모델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일본, 한국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을 모방하여 수출주도의 경제발전을 답습한 것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경제발전과 함께 찾아든 부정부패의 만연과 빈부격차의 확산, 소외계층의 증가 등 시장경제가 가져온 폐해가 지나치게 심각하고 구조적인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공산당 관료들의 부정부패는 지금까지 공산당에 보여준 인민의 신뢰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정치체제의 개혁과 민주화가 늦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들 두 가지 시각은 모두 중국공산당체제에 대한 일면적인 평가다. 한편에서는 밝은 측면을 더 강조하 고, 다른 한편에서는 어두운 측면에 더 주목한다. 문제는 양 측면을 감안할 때 앞으 로 체제 변화가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떤 방향으로, 어떤 속도로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2) 중국체제를 보는 시각차 민주화; 중국식이냐, 서방식이냐

지금 중국이 채택하고 있는 정치제도는 중국공산당이 인민의 의사를 수렴하여 집 행하는 ‘민주집중제’와 당 중앙의 집단지도(集體領導)를 뿌리로 한 것이다. 이 점에 서 해마다 3월에 열리는 '양회(兩會)'는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다. 양회는 헌법상 최 고 의사결정 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代)와 국가 최고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 치협상회의(政協)를 말한다. 급속한 경제, 사회적 변화에 따라 양회에도 최근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올 3월 전인대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농촌출신 노동자 를 뜻하는 ‘농민공(農民工)’ 출신이 전국인민대표로 선출됐다. 과거 절대 다수를 차 지하던 당정 간부들의 비중은 현저히 줄어들었고 기업가 등 일반 사회 계층의 진출 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양회에서 민간 기업출신 대표와 위원은 약 200명에 이 른다. 국가 정책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역시 절반 이상이 교체됐다. 양회 의 구성뿐 아니라 회의의 공개 역시 눈에 띄게 변화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양회에 큰 관심과 기대를 갖지 않는 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농민공 대표 3명은 내외신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 농민공에 대한 처우 개선이나 호적 문제, 자녀들의 학교 문제 등 산적한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정부의 해결노력 과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 1월 중국 남부지방에 사상 최악의 폭설 피해가 발생했으 나 중국 기상국은 이에 대해 적절한 예보를 하지 못했다. 전력부족사태 역시 천재 지변으로만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못하다. 그러나 전인대에서 이런 문제가 쟁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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