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주변국의 동북아 전략과 한반도 통일 관련 입장 재검토
1. 미국: 오바마의 재균형 전략과 한반도 통일
3. 일본: 아베의 정상국가론과 한반도 통일 4. 러시아: 푸틴의 유라시아 구상과 한반도 통일
1. 미국: 오바마의 재균형 전략과 한반도 통일
주지하다시피 한반도 분단은 국제적 세력각축의 결과에 기인한 측면이 크 고, 따라서 통일도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국들의 동의와 협력이 있어 야 가능하다. 최근 한반도 주변의 정세가 유동적으로 변하고 북한의 체제 불안 정 요소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결국 주요국들, 특히 미국과 중국 의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배경하에 최근 미국의 대아시아 및 한반도 정책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통일에 대한 입장, 그리고 이러한 분석 을 우리의 통일정책 수립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변화와 한반도 정책
미국의 아시아 정책은 2010년 후반부터 ‘return to Asia’, ‘pivot to Asia’,
‘rebalancing’ 등의 용어로 정식화되기 시작했다.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전략 은 전통적인 동맹의 중시, 중국과 미래지향적 전략관계 설정, 소·대 다자주의 의 적극적인 활용, 시장·민주주의·항행자유·인권 등 규범에 기반을 둔 아시아 질서의 수립 및 강화를 특징으로 한다. 이는 군사, 경제, 외교의 세 차원에서 살 펴봐야 한다.
첫째, 군사적 차원에서 미국은 아·태 지역에 대한 군사력 배치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해군력을 증진시키고 있다. 아·태 지역의 남부(호주, 싱가포르 등)에 대한 군사적 배치를 강화하고, counter-A2AD 전략(Air Sea Battle, Joint Access Operational Concept 등)을 새롭게 마련했다. 동시에 동맹국과 부 담을 분담하면서,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새로운 전략적 차원(말라카 해협 등) 을 마련하는 것이 군사적 차원의 내용이다.
둘째, 경제적 차원에서는 환율·지재권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은 중국과의 경제력 협력관계를 강화함과 동시에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추 진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 시장을 이용하여 패권부흥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 며, 한·미 FTA에 이어 TPP 성공을 지향하면서 이후 APT 등 새로운 발판을 마 련하고자 한다.
셋째, 외교적 차원에서는 기존의 입장에서 더 나아가 아시아 다자협력기구 에 참여하며, 공공재를 제공하는 규범제정자 역할을 유지하면서 신 공공외교를 강화하는 중이다.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적극적 접근 역시 가시화하고 있으며, 인도와의 전략적 관계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미·중 간 군사경쟁과 균형의 추이는 계속 지켜보 아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의 합동작전접근개념(JOAC), 공해전투(Air Sea Battle), 합동강제진입작전(Joint Forcible Entry Operation) 전개 방향 에 대해 면밀한 주시가 필요하다. 미군은 EP-3 신호정찰기와 Firescout 무인 항공기 등 전자감시기를 중부사령부(CENTCOM)에서 태평양사령부(PACOM) 로 이전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동에서 해양정찰을 담당한 해군 P-3기들도 PACOM으로 재배치했으며, 일본 가데나 공군기지에 최초로 F-35가 영구배치 되었고 F-22 편대가 추가로 배치되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베이더우(北斗)’ 위 성 기반의 전 지구 위치파악시스템을 이용한 군사정보 및 타격 체계를 구축했 고, 항모를 추가로 건조했다.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여 실전배치했고, 위성파괴무기 및 DF-21D와 같은 비대칭전력도 증강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 다. 또한 J-15함재기의 이착륙·비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미 두 번째 항모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보도되고, 독자적 위성항법체계의 개발 등을 추진 중이며, 향후 수년 내 항모단을 갖출 전망이다.
중국의 부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에는 미국 의 아시아 접근성을 보장해줄 든든한 앵커(anchor)가 필요한바, 한국과 일본 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대표적인 동맹국들이다. 최근 동북아의 정세는 마치
‘신냉전’이라 불러도 무방할 만큼 긴장의 파고가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은 근간 영토와 주권, 경제적 이익과 관련된 ‘핵심국가이익’을 포괄적으로 규정, 주변지 역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를 넘어 최근에는 ‘적극작위(積極作爲)’라는 표현 이 나올 정도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최근 크림공화국 사태에서 보듯이 푸틴의 러시아도 강한 러시아의 부활을 시도하며 국제 문제에서 매우 공세적이다. 일본은 주변국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노담화 검증 및 내각 결 의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이러한 긴장 속에서 향후 동아시아의 정세는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과 중국의 부상이 두 가지 큰 흐름을 형성할 전망이다. 미국의 재균형 대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요구, 미국의 공해전투(Air-Sea Battle) 교리 대 중국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 미 국의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 대 중국의 포괄적지역경제협력(RCEP) 및 아 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강행 등이 이러한 대립구도의 좋은 예들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오바마 행정부 등장 이후 지속적으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약화 우려가 제기되는 중이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와 씨퀘스터 이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약화 징후는 뚜렷하다. 그런 이유로 최근 들어 미국은
‘Federated Defense’ 개념에 입각해 동맹과 우방의 역할 증대를 매우 중요시 한다. 결국 한반도 통일도 이러한 미국의 구상과 기대 속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나. 미국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입장
미국은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는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이미 분명히 나와 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 주도의 통일이 아닌 한국 주도의 흡수통일을 지 지한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 인권존중과 법치, 한·미 동맹관계의 지 속 등을 전제로 통일을 지지하는 것이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한국 주도의 통일 을 지지하는 공식선언이나 입장 표명이 없더라도 이러한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주도의 통일에 대한 지지 입장은 그동안 한·미간에 개 최된 다양한 회합을 통해 여러모로 확인된 바 있다.
2013년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문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를 분명히 밝혔다. “우리는 한반도 구성원 모두에게 더 나은 그 리고 더 안전한 미래를 만들고, 「공동비전」에 기초하여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 화와 안정을 구축하는 한편, 비핵화,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 통일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을 다짐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미 양국은 동맹을 강화하여, 박 대통령이 제시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등을 통하 여 북한이 국제사회의 의무를 준수하도록 하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증진시 키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다.”9 또한 2014년 봄 한국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 은 한·미정상회담 설명서에서 “미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서 구 체화된 바 있는, 핵무기와 전쟁의 공포로부터 벗어나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기반으로 평화적으로 통일된 한반도에 대한 박 대통령의 비전을 지지한 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10
미국의 세계전략, 아·태 재균형 정책에서 한국 통일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현재 미국의 아·태 정책 핵심은 중국의 부상에 대처하는 한편, 아·태 범지역적 으로 미국에 유리한 지역질서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은 2011년 하반기 이후 아·태 재균형 정책을 적극 추진 중이다. 미국은 아·태 재균형 정책을 중국 봉쇄 의 차원이라기보다는 역동적인 시장을 겨냥하여 포괄적인 아·태 지역 관여정 책으로서 접근하며, 또한 군사·외교·경제적 차원 등 다차원적(multifaceted) 접근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재균형 정책을 일시적인 정책 변화가 아니라 여러 행정부에 걸쳐 추진될 장기적인 전략적 방향 수정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 국이 아·태 재균형 정책을 채택하게 된 근본적 원인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 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이고, 그 이면에는 미·중 간 세력관계
9_ 「한·미 동맹 60주년 공동선언문」(2013).
10_ 「한·미 관계 현황 공동 설명서」(2014).
의 변화가 심화될 경우 미국의 아·태 지역에 대한 접근성이 제약될지도 모른다 는 우려가 존재한다. 즉 중국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 성장하는 반면, 미국 은 점점 쇠퇴의 길을 걷는다면 결국은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대신하게 되리라 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최근 미국의 움직임에는 이러한 전망이 가시화되기 전에 어떤 정책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반영된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국의 통일은 미국에 안보비용은 줄여주는 반면, 통일한국 과의 전략동맹관계를 통해 지역안보질서 유지를 위한 든든한 우군을 얻는 효과 를 가져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