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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론적 배경

3.4. 예술로서 예술 -스텔라

<도판 9> <모로 성 Morro Castle>, 1958, Enamel on canvas, 215×274

㎝,Kunstmuseum, Basel

<도판 10> Arbeit macht Frei, 1958, Enamel on canvas, 214.9×309.2㎝, Donald Bren, Newport Beach, Calif.

와 같은 속성을 갖는 이 패턴은 줄무늬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 면서 전체 패턴을 3차원적으로 보이게 한다.87)

<모로 성>에서 나타나는 선들은 자로 잰 듯 명확하지도 일정하지도 않으 며 그림의 상, 하 2개의 모서리로만 뻗어나간다. 스텔라는 보통 줄무늬를 그릴 때 우선 밑칠을 하지 않은 캔버스에 연필로 줄무늬를 표시한 다음 그 사이로 집 페인트 붓으로 줄무늬를 그려나갔으며, 색을 거칠게 덧칠하는 과 도기 회화와는 달리 과도할 정도로 덧칠을 하지 않았다. 또한 줄무늬는 2.5 인치 폭 붓에 의해 거의 규격화 되었다.

이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빨간색 바탕칠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것으 로, 처음에 캔버스에 빨간색 띠로 그렸다가 나중에 흑색 띠로 수정해서 다 시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텔라는 이것에 대해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당시 자신은 빨간색과 흑색의 결합에 관심이 있었으며, 이 그림을 흑색과 빨간색 띠가 교차하는 모습으로 구상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88) 또한 그림 의 표면에 나타나는 일정치 않은 광택은 그림을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87) Richardson, Brenda(1976), op.cit., p.22.

88) Richardson, Brenda(1976), op.cit., p.12.

<도판11><아룬델 성 Arundel Castle>, 1959, Enamel on canvas,308.4×185.8㎝, 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Smithsonian Institution

보이게 하는데, 이 어둠 속에는 장엄함이 녹아있다.

<모로 성>에 나타나는 패턴과 줄무늬 를 그리는 방식, 색의 사용은 이후 스텔 라의 모든 그림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큰 의미를 갖는다. 프 란츠 페디에 Frantz Fedier는 “나는 이 그림이 스텔라 작품의 핵심이 되는 것이 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뒤에 나 오는 흑색회화 연작에서 가지는 중요성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평가 했다.89)

<아룬델 성><도판 20>은 <모로 성>의 패턴에 약간의 변형을 가해 탄생한 작품 이다. 즉 <모로 성>은 좌우의 굵은 띠가 뒤 배경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중앙 의 형상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아룬델 성>에서는 양쪽의 수직 띠가 제거되면서 형상과 배경이 완전히 하나로 통 합된 상하 대칭 구성을 갖게된 것이다.90)

<노동해방><도판 21>, <깃발을 드높이!><도판 22>는 스텔라가 독일의 제3제국과 관련시켜 제목을 붙인 그림들이다.91) 먼저 <노동해방>은 흑색회 화 연작 중 후기 작품의 기반을 다진 최초의 흑색 그림으로 이 작품의 원래

89) Harry Cooper and Megan R. Luke, Frank Stella (2006), op.cit., p.36.

90) Harry Cooper and Megan R. Luke, Frank Stella (2006), op.cit., p.36.

91) “Arbeit Macht Frei”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정문에 쓰여 있는 나치의 슬로건으로 ‘노동해방’을 의미한다. 그리고 “The Reichstag”은 1933년 2월 27일 밤에 일어난 화재로 불탄 독일의 국회 건 물로, 이것은 히틀러 통치기를 알리는 서곡으로 나치에 버금가는 상징이 되었다. “Die Fahne hoch!”는 나치의 공식 행진곡인 ‘Horst Wessel Lied’의 첫 줄 가사 “깃발을 높이 들어라!”에서 유 래한 것이다. Richardson, Brenda(1976), 『Frank Stella: Black Paintings』, Exh. cat, Baltimore: Baltimore Museum of Art, pp.24-36.

제목은 ‘신성한 마음 Sacred Heart’또는 ‘성심 The Sacred Heart’으로 계 획되어졌었으나 이것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의미하는 것으로, 특정한 종교적 상징과 암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정치적 제도나 암시보다 효력 이 덜 하다고 판단해 제목을 변경하게 되었다.92) 이 그림의 전체적인 색은 스텔라의 가장 초기 흑색회화들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다소 검은 갈색을 보이는데, 이것은 스텔라가 흑색 에나멜에 흰색을 섞어 ‘무색’이라고 부른 색을 만들어 사용했기 때문이다.93) 이 색은 초기 몇 작품에만 쓰였으며, 이 후에는 흑색 에나멜을 통에서 바로 꺼내 아무것도 희석하지 않고 사용했다.

스텔라 작품은 멀리서 보면 패턴에서 나타나는 시각적 환각효과 때문에 마치 줄무늬들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다이아몬드 패턴의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흑백의 줄무늬가 만들어내는 이 시각적 혼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성의 개념을 개입시키 기도 한다. 그림에서 패턴은 가로 ․ 세로 양축으로 대칭을 이루며, 네 개의 모서리에서 각각 직각을 이루는데, 이 줄무늬 띠들의 폭은 거의 동일하다.

그리고 중심에 있는 십자가 형태는 예수의 십자가 못 박힘과 나치를 상징하 는‘卍’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이 이론은 <깃발을 드높이!>에서 수직으 로 나타나는 십자가형 구성에서 뒷받침 된 것으로, 이 두 그림은 패턴의 교 차 형태와 제목 간에 연관성을 설명해준다.

스텔라는 작품 속 줄무늬의 연속적인 진행에서 나타나는 시각적인 잔 상94) 의 효과에 대해 1964년에 댄 플래빈 Dan Flavin과 도널드 저드와 함

92) Richardson, Brenda(1976), op.cit., p.26.

93) 추상표현주의자들은 흑색을 그들을 위한 성스럽고, 종교적인 신성한 색채로 여겼는데, 뉴먼은 “흑 색은 추상표현주의자들의 청금석과도 같았다. 즉 그들은 흑색이 지니는 엄숙함과, 또한 강건한 흑 색을 만들 수 있는 것에는 뛰어나게 남성적인 어떤 것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흑색을 하나의 숭 배의 대상물로 만들었다.”라고 했다. Rosenthal, Stephanie(2007), op.cit., p.13. 하지만 스텔라에 게 있어 흑색의 사용은 과거의 흑백논리의 상징적 접근법과는 전혀 다르다. 스텔라는 페인트 통에 서 바로 꺼낸 흑색 에나멜을 사용해 그려낸 균일한 농도의 화면을 통해 무표정한 평면의 흑색회화 를 만들어 냈는데, 그는 흑색을 중립적인 무색으로 생각했다. Richardson, Brenda(1976), op.cit., p.3.

94) 만약 스크린을 통해 몇 개의 줄무늬 그림들을 아래로 내리면서 응시하고 있다가 갑자기 반대방향 으로 눈동자를 움직여 정지된 사물을 보게 되면 위로 올라가는 듯이 보이게 되는데, 이것을 그레고 리 R.L. Gregory는 자신의 고전『눈과 뇌: 바라봄의 심리학 Eye and Brain: The Psychology of Seeing』에서 ‘폭포수 효과(Waterfall Effect)’라고 부른다. Harry Cooper and Megan R. Luke,

<도판12>

<깃발을 드높이! Die Fahne hoch!>, 1959, Enamel on canvas,308.

6×185.4㎝,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께 했던 브루스 글레이저와의 인터 뷰에서 처음으로 거론하였다. 스텔 라와 바자렐리의 작품 간에 유사성 과 그 시각적 효과에 대한 질문에 스텔라는 자신의 작품과는 어떤 외 견상의 유사성만이 존재하며 자신 의 그림이 ‘덜 환영주의적’이라고 대답했다. 뒤이어 저드는 바자렐리 는 언제나 “정사각형 내에서 시각 적 효과를 배치하며, 따라서 필요 한 것 이상으로 많은 구성과 눈속 임을 사용한다”고 설명하면서 스텔 라와 바자렐리를 구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