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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론적 배경

3.1. 러시아 아방가르드

19세기 말 사회, 경제, 사상, 문화, 과학 전반에 걸쳐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지며 조형적인 측면에서도 자연을 모방하는 재현적 의미의 회화 보다 는 형태와 색채에서 자율성을 추구하는 비대상 회화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 러한 분위기 속에서 러시아 역시 변화하는 시대의 모습에 다양하게 적응하 러 노력하였는데 1860~90년에 레핀(Ilis Efimovitch Repine, 1844~1930), 플레노바(Yelena Polenova, 1850~98),브루벨(Mikhail Vrubel, 1856~1910) 등의 미술가들은 새로운 미술의 방향을 모색할 그룹을 결성하여 비잔틴 회 화의 장식적 양식을 부활시키는 운동을 통해 구태의연한 아카데미 양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하였다.53) 그러나 1917년 러시아 혁명은 전통적인 관습과 습관뿐만 아니라 러시아 예술계에도 커다란 변혁을 가져왔다. 이러 한 러시아 미술의 급진적 변모에는 서유럽 미술사조의 도입이 바탕이 되었 는데 1900년에서 20년에 이르는 시기는 큐비즘과 미래파의 활발한 소개도 있었고 국제적인 교류도 활발했다.

러시아의 예술작품 수집가인 모로소프(Ivan Morosov, 1871-1921)와 게르게이 슈추킨(Sergei Stchukine)에 의해 수집된 마티스와 피카소의 작품 들이 젊은 미술가들에게 공개되면서 러시아의 젊은 예술가들은 세계적인 예

52) 라깡은 예술가는 그림에서 ‘주체,응시자’로 자신을 보이며 응시는 욕망의 대상으로서 잃어버린 대 상인 ‘물자체’가 된다. 예술은 관람자에게 ‘응시의 덫’을 제공하여 그의 물자체에 대한 추구를 활성 화 하는 미끼르 던지는 것이다... 이것은 응시(물자체)라는 덧을 통해 의식하지 못햇던 새로운 세계 를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Jacques Lacan 자끄 라깡, 김상환 홍준기 엮음 『 라깡의 재탄생, (창비.2002), p 662-685 53) 김현화(1999), op.cit., p.114.

술의 흐름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는데 그들은 그것을 그대로 수용하기 보다는 러시아적 정체성에 몰두하여 서구와는 차별화된 예술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이 당시 러시아에서는 미술잡지의 발간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세르게 이 디아길레프(Sergei Pavlovich Diaghilev, 1872~1929)54)와 볼쇼이의 감 독인 사바 마몬토프과 마리아 테니쉬바 공주의 재정적인 지원으로 1898년 에서 1904년까지 발행된 잡지 예술의 세계(Mir isskoustva)가 창간되어 나 비파(Nabis), 보나르(Pierre Bonnard, 1967~1947), 세잔(Paul Cézanne, 1839-1906 ) 등이 이 잡지를 통해 소개되었다. 곧 이어 발간된 잡지 아폴 론(Apollon)과 조로토에(Zolotoe)등은 1908년에 야수파가 포함된 첫 번째 프랑스 작품 전시회를 기획했고, 그 다음 1909년에는 두 번째로 큐비즘적 구성을 보여주는 전시회를 기획했다. 이와 같은 교류를 통해 1910년경에는 세잔, 마티스, 피카소 등의 미술양식이 러시아 화가들에 의해 적극적으로 실험되었다.55)

세계적인 예술 흐름을 살펴보고 유명한 화가들의 미술양식으로 실험을 마친 러시아의 예술가들은 1900년대 이후의 러시아의 전위예술운동을 펼쳤 는데 이들은 대체로 큐비즘과 미래파에서 벗어나 독자적인미술양식을 구축 하려하였는데 이때 나타난 이념에는 광선주의(Rayonnisme)56)와 절대주의 그리고 구성주의를 들 수 있으며 화가 라리오로프(Michael Fedorovich Larionov, 1881~1964)와 그의 아내 곤차로바(Natalia Sergeevna Gontcharova, 1881~1962)는 입체주의와 미래주의의 선구적 개념들을 더 욱 강화 시키면서 최초의 전위운동을 전개하였다.57)

54) 세르게이 파블로치 디아길레프 (Sergei pavlovich Diaghilev, 1872-1929): 러시아 태생의 문예옹 호가이며 러시아 발레단의 창시자로서 음악, 미술, 무용 등 수많은 예술 활동을 관장하였다.

55) 김현화(1999), op.cit., p.115.

56) 광선주의(Rayonnisme): 1911년부터 미래주의의 영향 아래 러시아에서 M.라리오노프와 N.S. 곤차 로바가 중심이 되어 추진한 회화운동. 처음 라리오노프는 미래주의가 주장한 바에 따라 회화에 시 간적인 것을 도입하려 하였고, 기계공장 등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미래주의의 영향 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빛과 모양만의 세계, 즉 추상회화의 영역으로 빠져들어 갔다. 1910년대 초기 에 최초로 그려진 추상회화의 실례로 미술사상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된다.

57) Jean-Luc Daval(1990), op.cit., p.49

<도판 3> 말레비치,(흰바탕에 검정색 정사각형(Black Square), 1915)

그들은 1913년 모스크바에서 과녁이라는 전시로 광선주의를 선언하 게 되었는데 라리오로프는 프랑스의 큐비즘, 이태리의 미래주의와 매우 유 사한 작업방식을 택하였 다. 이러한 작업은 그들이 파리로 떠나기 전인 1914 년 까지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졌지만 러시아 아 방가르드와 서구의 입체 미래주의가 만나는 중간 지점이라는 점에서 중요 한 의미를 지닌다. 그들은 논리적 추론에 따라 야수 파, 입체파 그리고 자생했 던 러시아의 장식적이고 원시적인 운동으로 전개 해 나갔다. 이들은 곧 말 레비치를 만나 그가 절대 주의의 대가로 자리 잡을 수 있게 영감을 주었는데 이후 말레비치(Casimir Malevitch)의 절대주의 (Suprematism)58)를 순수 기하학적인 추상의 시도라고 볼 수 있으며, 타틀 린(Vladimir Evgrafovich Tatlin, 1885-1953)의 구성주의(Constructivism)59)도 추상예술의 전개에 큰 역할을 하였다.

58) 절대주의(Suprematism): 제1차 세계대전 직전인 1913년 말레비치(Malevitch)에 의해 러시아에서 일어난 추상예술 운동. 회화에서 재현적 요소, 문화적 주제를 배제하고 단순한 형태의 구성에 의한 순수한 지적인 화면구성을 시도하는 유파. 목경수(1994), 『미술교육론』, 서울:송정출판사, p. 30.

59) 구성주의(Constructivism): 제1차 세계대전 전후 러시아에서 일어난 추상주의 예술운동. 1913년 말레비치(Malevitch)에 의한 절대주의와 리니오노프(Larionov)에 의한 광신주의(Rayonnisme)의 바 탕에서 생겨난 일종의 큐비즘 미학에 기초를 두면서 기하학적 구성, 추상적 경향, 기계주의를 지향 한 운동이다. 목경수(1994), op.cit., p.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