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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 구조변화와 스크린쿼터의 유효성

만 헌재는 재산권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1997년 헌 재는 한약사제도가 신설되면서 과거 약사에게 인정된 한약조 제권을 제한하는 것이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에 대해 ‘재산권은 사적유용성 및 그에 대한 원칙적 처분권을 내포하는 재산가치 있는 구체적 권리이므로 구제적인 권리가 아닌 단순한 이익이 나 재화의 획득에 관한 기회 등은 재산권 보장의 대상이 아니 므로’42) 약사의 한약조제권은 재산권이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이와 같은 헌재의 논리에 따르면 스크린쿼터는 ‘재산가치 있는 구체적인 권리’에 대한 제한이 아니며 스크린쿼터 폐지로 인해 얻게 되는 이익은 장래의 불확실한 기대이익에 불과한 것이므 로 보상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은 재산권과 관련된 판 례로 인해 스크린쿼터 관련 청구인도 위헌 사유로 재산권 침 해를 들지 않은 듯 하다.

영화의 제작은 많은 자본과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것이지만 그 흥행 여부는 사전에 예측할 수 없고, 가사 예측이 가능하다 하더라 도 그 예측이 반드시 실제와 부합하는 것은 아니므로 개봉관의 확 보 여부는 영화제작의 사활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국산 영화의무상영제는 질과 양에 있어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외국영화 의 홍수 속에서 국산영화로 하여금 상영의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 여 주는 것으로서 국산영화의 제작과 상영의 기회를 보장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적정한 방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43)

이와 같은 헌재의 주장처럼 스크린쿼터제가 방법적 정당성 을 얻기 위해서는 스크린쿼터의 핵심적 역할인 ‘상영기회의 보 장’이 유효성을 가져야 한다. 또한 스크린쿼터가 유효성을 가 지기 위해서는 국산영화가 외화에 밀려 상영기회를 가지지 어 렵다는 사실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문제는 헌재의 판결이 나 던 1995년 당시에는 국산영화가 상영의 기회를 가지기 힘들었 을 수도 있지만 그 이후 영화산업구조 변화로 인해 그와 같은 전제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즉 영화산업구조 변화로 스크린쿼터의 유효성이 사라지고 있으며 이는 스크린 쿼터가 우리나라 영화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므로 그 방법적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스크린쿼터의 유효성을 논할 때 핵심적인 사항은 한국영화 산업 구조변화가 국산영화의 상영기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 는가이다. 최근의 한국영화산업은 수직적으로 결합한 대형 영 화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며 전체 국산영화들 중 수직적 으로 결합한 CJ, 시네마서비스, 쇼박스, 롯데시네마의 4개사가

43) 헌재 1995. 7. 21. 94헌마125, 판례집 7-2, p.163.

제작

투자 및 배급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높아져 가 고 있다.44) 아래 <표 9>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체 한국영화 중 에서 이들 대형 영화사가 배급하는 영화의 비중은 계속 커지 는 추세에 있으며 2004년에는 수직통합을 이룬 4개의 영화사 가 배급한 영화가 전체 개봉 한국영화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05년에 들어서도 이들 영화사들의 영향력은 계속 유 지되고 있으며 보도에 따르면 한국영화의 절반 이상을 CJ, 시 네마서비스, 쇼박스 3대 영화사가 투자

배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45)

<표 9> 대형 영화사의 한국영화 배급실적

연도

배급사 2000 2001 2002 2003 2004

CJ 엔터테인먼트 8 8 17 9 18

시네마서비스 13 16 13 17 17

쇼박스 0 0 2 6 13

롯데시네마 0 0 0 0 2

소계(A) 21 24 30 32 50

한국영화 총 배급편수(B) 61 57 105 70 78 비율(A/B) 0.344 0.421 0.286 0.457 0.641 자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연감󰡕에 근거하여 저자 작성.

이들 대형 영화사들이 제작 및 투자한 영화들은 스크린쿼 터와 상관없이 당연히 자체 배급 및 상영체인을 통해 관객의

44) 롯데시네마는 최근 제작투자 및 배급사업에 진입하여 배급실적이 그 다지 많지 않다.

45) 한국경제신문 2005년 3월 15일자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제작되는 국 산영화의 절반 이상이 극장체인을 가진 대형 영화사들에 의 해 배급되어 안정적인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으며 중형 배급 사들의 활발한 배급실적까지 고려한다면 국산영화가 외화에 밀려 상영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경우는 이제 극히 드물 것이다.

<표 1 0 > 최근 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와 평균 상영일수

구분 연도 조사된 극장 수 평균 의무일수 평균 상영일수 비교

서울

2000 194 103.0 103.9 +0.9

2001 201 128.4 145.3 +16.9

2002 236 101.8 151.6 +49.8

2003 276 98.4 147.7 +49.3

2004 311 93.5 149.1 +55.6

지방

2000 309 99.5 109.3 +9.8

2001 375 117.7 142.1 +24.4

2002 475 90.6 145.1 +54.5

2003 741 90.7 151.5 +60.8

2004 890 100.9 177.3 +76.4

전국

2000 503 100.8 107.2 +6.4

2001 576 121.4 143.2 +21.8

2002 711 94.3 147.2 +52.9

2003 1,017 92.8 150.5 +57.7

2004 1,201 99.2 170.0 +70.8

자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연감󰡕

<표 10>에서 보듯이 최근 몇 년간 극장에서 국산영화 상영

일수는 의무상영일수를 훨씬 초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스크린쿼터의 유효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고 설사 상영의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국산영화가 있다고 하더 라도 현재의 스크린쿼터가 상영의 기회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개봉되지 못한 영화들은 배급사나 극장의 입장에서 볼 때 흥 행의 가능성이 매우 낮은 영화들일 것인데 이들 영화는 기본 적으로 영화의 질이 매우 낮거나 대중성이 없는 예술영화이 다. 질이 낮은 영화라면 도태되는 것이 마땅하며 예술영화의 경우에도 스크린쿼터가 그 영화를 보호해 주지는 못한다. 스 크린쿼터는 국산영화의 의무상영일을 규제하는 제도이지 다 양한 영화의 상영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다. 그리고 극장의 입장에서는 흥행성 있는 국산영화의 장기상영을 통해 의무상 영일을 채우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한편 영화 제작비의 상승도 한국영화가 이들 대형 영화사 에 의지하는 추세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림 2>에 나타난 바와 같이 최근 몇 년간 한국영화의 제작 비는 급상승하고 있는 추세이다. 제작비 상승요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는데 이에 대한 분석은 본 연구의 범위 밖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급증하는 제작비를 감당하 기 위해서는 대형 영화사의 자본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또 한 높은 제작비로 인한 흥행실패의 위험은 더욱 커지므로 이 들 대형 영화사들이 가진 배급 및 상영체인 활용 여부가 투자 자본의 회수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결국 제작비 조달과 위험헤지를 위해서는 대형 영화사들의 자본력과 배 급

상영체인이 필요하며 따라서 이들 영화사들이 한국영화산 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림 2> 한국영화 제작비 추이

650 767 645

931

3,411 3 ,328 2,902

1,658 1,269 10

1 3 15

19 22

26 37

42 42

0 500 1000 1500 2000 2500 3000 3500 4000

1 996 19 97 199 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연도

(억원)

0 5 10 15 20 25 30 35 40 45 연간 총제작비( 우축) 평균 제 작비(좌축) (억원)

자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연감󰡕

미국 배급사들의 독점적 지위로 인해 스크린쿼터를 통해 보다 경쟁적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 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현재 영화시장에서의 미국 배급사들 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3

4년간 시장점유율 1, 2위를 독점하다시피 한 배급사는 수 직적 결합을 한 국내 배급사들이다. 따라서 미국 배급사들이 시장지배력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스크린쿼터를 통한 사전 적 규제는 정당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블록부킹, 거래거 절 등의 일반적 경쟁제한행위에 대해서 현재의 공정거래법을 통해 사후적 규제가 가능하다. 윤미경 외(2004)에 따르면 영화 산업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경쟁제한행위는 현재의 공정 거래법을 통해 규제할 수 있으며 필요하다면 분쟁해소를 위 한 추가적 장치를 도입하여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 정책의 측면에서 본다면 스크린쿼터와 같은 인위적이며 사전

적인 규제는 시장친화적인 방식의 사후적 규제를 통해 해결 할 수 없을 만큼 폐해가 심각한 경우에만 사용하여야 할 것 이다.

한편 이와 같은 미국 배급사들의 시장지배적 지위 상실과 국내 배급사들의 시장점유율 상승이 스크린쿼터의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영화산업구조하에서 는 미국 배급사들이 과거와 같은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가지 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내 대형 영화사들이 상당수의 한국영 화에 투자 및 제작을 하고 있고 자체 배급망과 극장체인을 통해 상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극장체인을 가지지 못한 미국 배급사들의 시장에서 과거와 같은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한 다. 스크린쿼터가 폐지된다 하더라도 국내 배급사들이 국산 영화를 도외시하고 미국영화 위주로 배급할 수도 없다. 현재 의 직배체제에서 할리우드 대작들은 당연히 미국 배급사들이 배급할 것이며 국내 배급사들은 배급력을 가지지 위해서라도 흥행성 높은 국산영화를 배급할 수밖에 없다. 과거 간접배급 체제하에서는 스크린쿼터가 없었더라면 국내 배급사들이 할 리우드 영화 위주로 라인업(Line-up)을 구성하여 배급력을 행 사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직배체제하에서는 흥행성 높은 국산영화를 라인업에 포함시키지 않고서 배급력을 행사 할 수 없다.

<표 1 1 > 배급사별 점유율 순위

배 급 사 200 4년

배 급 사 20 03년

편수 점유율 편수 점유율

CJ 엔터 테인먼트 36 24.42 % CJ 엔 터테인먼트 24 21.90 % 쇼박스(주)미 디어플렉 스 19 18.02 % 시네 마서비스 26 18.60 % 시네마 서비스 22 17.23 % 워너 브러더스 13 8.10 % 워너브 러더스 11 7.98 % 청 어람 11 7.50 % 20세기 폭스코리 아 18 6.65 % 월트 디즈니/브에나 17 6.80 % U IP 코리 아 13 4.15 % 콜 럼비아 20 5.10 % 브에나비스 타인턴셔 널 22 3.96 % 코리 아픽쳐스 10 4.90 %

코리아 픽쳐스 6 3.46 % 쇼 박스 8 4.80 %

콜럼비이 트라이스 타 20 3.46 % UIP 17 4.80 % 튜브엔터 테인먼트 10 2.62 % 20세기 폭스코리 아 17 4.30 % 기 타 102 8.05 % 기 타 88 13.30 %

279 100 % 2 51 100 %

배 급 사 200 2년

배 급 사 20 01년

편수 점유율 편수 점유율

시네마 서비스 28 22.70 % 시네 마서비스 26 17 .6 % CJ 엔터 테인먼트 28 17.00 % CJ 엔 터테인먼트 22 14 .6 % 콜럼 비아 21 9.70 % 코리 아픽처스 7 13 .4 % 월트디 즈니/브에나 19 8.80 % 워너 브라더스 17 9 .0 % 20세기 폭스코리 아 22 8.60 % UIP 15 7 .8 % 워너브 러더스 16 8.20 % 브에 나비스타 19 7 .1 % A 라인 13 5.60 % 콜 롬비아 21 6 .0 % 코리아 픽쳐스 8 4.50 % 튜브 E n t 12 4 .7 % 청 어람 9 3.20 % 20 세기폭스 11 3 .7 % UIP 14 3.10 % 시나브로 엔터테인 먼트 11 1 .3 %

- - - 한 맥영화 6 0 .9 %

- - -영화사백 두대간 11 0 .5 %

- - - 필 름뱅크 17 0 .4 %

- - - A F DF 4 0 .2 %

- - - 베어엔 터테인먼 트 5 0 .1 %

기 타 112 8.60 % 기타 97 12 .8 %

290 100 % 3 01 100 %

주: 관객 점유율 기준.

자료: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연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