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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현상은 저출산일 것이다.

한국의 저출산 현상은 한 사람의 가임기(15~49세) 여성이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예측되는 평균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는 점,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서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83년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에서 지속적으로 조금씩 감소하다가 1990년대 말부 터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하였고 2005년에는 1.08명이라는 최저치를 기록하였으며 현재까지 주목할 만한 상승 없이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2001년에는 초저출산의 기준인 합계출산율 1.3명 수준에 도달하면서 2015년 1.24명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약 15년 이상 초 저출산 국가로 유지될 것으로 국내외에 잘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출산은 이제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의 책임이며 저출산 문제는 국가 가 개입할 당위성이 있는 사회 문제로 인식됨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자 치단체는 다양한 임신·출산 지원 사업을 운영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 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이 제정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본격적으로 국가 개입이 시작되 었다. 이를 토대로 저출산 문제에 개입하기 위한 국가의 중장기 계획인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5년마다 수립되고 있다. 2006년 제1차 저 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6~2010년)이, 2010년에 제2차 저출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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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사회 기본계획(2011~2015년)이, 2015년에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이 수립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저출산·고 령사회 기본계획하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출산 지원 사 업을 운영하고 있다. 출산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 의 임신·출산 보건의료 지원 정책은 분만취약지 지원 정책,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지원센터 지원 정책 등을 포함하는 인프라 확충 정책, 국민행 복카드를 통한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 정책,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 정책,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정책으로 대표되는 임신과 출산에 소요되는 직접적인 비용 지원 정책, 마더세이프 프로그램,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정책 같은 사회서비스 지원 정책으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이 있 었음에도 불구하고, 초저출산 문제는 지속되고 있으며 정책은 명확한 근 거 없이 계속 통폐합하면서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는 실정이다. 이 는 한편으로 시행되고 있는 정부의 지원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분 석이 부족한 실정을 반영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그동안 정부의 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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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보건의료 지원 정책의 평가는 정부의 5개년 계획인 ‘저출산 고령사회 기 본법’ 내에서 연도별 성과 평가로, 연도별 시행계획 성과의 실적 평가로 이루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 평가는 정책 대상자 수와 투입된 예산을 중심으로 정책의 확대라는 측면이 강조되어 지원 인프라나 정책 대상자의 양적 증가를 목표로 하여 일정량에 도달한 것을 효과성이라 보 는 것으로 평가를 시행한 측면이 컸다.

출산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의 임신·출산 보건 의료 지원 정책 중에서도 정책의 성숙도, 정책의 예산 투입 수준, 정책의 보편성 관점에서 볼 때 모든 임산부를 대상으로 2008년 12월에 시작되 어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지원금을 확대해 온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 정

책은 임신·출산 보건의료 지원 정책의 대표적인 정책으로서 평가할 가치 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또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 정책은 제1차 저출 산·고령사회 기본계획안에서 저출산 대응책으로 시작되었을 뿐만 아니 라, 다른 한편으로는 2005년부터 시작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맥락 에서 지지되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오랜 기간 시행된 정책이며 이에 따라 정책의 성숙도 측면에서 평가가 가능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해당 정책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미흡하다. 선행 연구된 정부의 임신·출산 지원 정책 평가는 전반적인 저출산 정책의 평가, 다양 한 임신·출산 지원 정책 중 몇 가지 정책의 평가로 이루어졌고, 이에 따 라 정책 하나를 대상으로 한 심층적인 평가로는 미흡한 점이 많다.

특히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 정책의 경우는 정책 인지도, 만족도, 출산 여부 또는 추가 출산 의사, 임신·출산 진료비의 변화, 산전 이용 의료기관 의 변화를 평가지표로 하여 정책의 효과성을 평가하였다. 선행연구는 임 신·출산 진료비 지원 정책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각 목표에 입각 하여 임신·출산 관련 의료 이용과 이러한 이용의 적합도(산전 관리 적합 도), 그리고 이를 통한 건강 결과(health outcome)에 미치는 영향 분석 을 포함하여 분석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제한점이 있다. 또 임신·출산 진 료비 지원 금액의 변화에 따른 효과를 평가한 연구는 없다.

이러한 배경하에 본 연구는 저출산 정책 내에서도 임신·출산 보건의 료 정책만을 선정하여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그중 가장 보편적으로 시 행되며 꾸준히 확대되어 온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 정책(국민행복카드) 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비록 임신ㆍ출산 진료비 지원 정책이 저출산 정책으로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정책이 지만, 직접적인 저출산 대응 측면보다는 출산과 관련된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지원하는 측면이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정책의 목표를 세부

적으로 분석하여 이에 따른 성과 또는 정책 결과(policy outcomes)를 중심으로 양적, 질적 분석을 통해 심층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선행연구들은 출산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개념적 모형(conceptual model)을 제시하였다. 특히 Philipov 등(2011)은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 는 요인을 설명하는 개념적 모형을 계획된 행동이론(the Theory of Planned Behavior)과 합리적 행위이론(the Theory of Reasoned Action)을 토대로 발전시켰다. 또 Namboodiri(1972)의 연구에서는 출 산율을 설명하기 위한 1960년대 Becker의 이론을 도식화하여 제시하였 다. 본 연구에서는 이 두 가지 선행연구에서 제시한 모형을 바탕으로 저 출산에 대응하는 출산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포함하여 개 념적인 모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저출산 대응 정책이 양적인 출산율의 증 가뿐만 아니라 질적인 출산(또는 인구 자질)의 향상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효과적인 정책일 수 있다는 가정하에 양적·질적 관점에서 본 연구의 개념적 모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 번째 모형은 거시적 차원의 사회적 배경(정치, 경제, 문화, 정책 등) 의 영향을 받는 미시적 차원에서 개인의 출산 의사 결정 과정을 통해 출 산의 의도(의향)를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출산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도 식화한 모형이다. 본 연구에서는 임신·출산 보건의료(진료비) 지원 정책 이 개인의 향후 추가 출산 의욕을 어떻게 고취할 수 있는지 의사 결정 과 정에서의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임신·출산 보건의료(진료비) 지원 정책의 효과성을 평가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해당 모형을 자세히 살펴 보면 임신·출산 보건의료 지원 정책이라는 거시적 수준의 보건의료적인 조건이 개인의 의사 결정 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한편 출산율에는 비교적 약하게 직접 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임신·출산 보건의료(진료비) 지원

정책은 출산율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림 1-1〕 개념적 모형 I: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

참조: Philipov 등(2011); Namboodiri(1972).

두 번째 모형은 인구자질 향상이라는 측면에서의 저출산 대응을 위한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효과적인 저출산 대응은 단순한 인구의 양적 증가 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인구의 질적 향상이라는 측면을 포함해야 한 다. 이러한 관점에서 임신·출산 보건의료 지원 정책은 의료 접근성을 향상 시킴으로써 올바른 의료를 이용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출산 결과를 향상 시킬 때 모성의 건강과 영유아 건강의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 다. 즉, 모성을 보호함으로써 향후 추가로 건강한 출산이 가능하게 되고

모성과 영유아의 건강을 통해 인구의 질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측 면에서 본 보고서에서는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 정책이 의료 이용과 건강 결과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효과적인 정책이었는지를 평가하 고자 한다.

〔그림 1-2〕 개념적 모형 II: 인구자질 향상을 통한 저출산 대응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