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Ⅳ. 우리나라의 재정준칙 도입

1. 양입제출의 원칙

가. 양입제출 원칙의 등장64)

1980년대 초, 정부는 경제안정화에 필요한 재정건전화를 추진하기 위해 ‘양입제출’의 예산편성 원칙을 도입하게 된다. 1970년대 한국경제 는 중화학공업 개발 등 급속한 팽창정책으로 높은 성장을 하였지만 방 만한 경제운영의 결과로 1970년대 말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경험하 게 되었다. 후진국의 개발과정에서 일반적으로 먼저 맞게 되는 것이 개발 인플레이션이지만 당시 한국경제에 나타난 인플레이션은 경제구 조상의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가져오는 원인이 되었다. 1970년대 후반 한국정부 일각에서 구조적 인플레이션의 제거로 성장잠재력을 개선시 켜야 한다는 논의가 일기 시작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과거 정부 주도 의 경제운영의 한계의 대한 종합적인 재검토와 새로운 경제운영 방식 의 모색이 시도되었다. 이의 1차적 초점이 경제안정화 노력이라는 의 견에 집약되기 시작하고, 이러한 인식하에 1979년 4월 ‘경제안정화 종 합시책’을 추진하게 되었다.

경제안정화시책과 관련하여 재정구조의 건실화는 매우 중요한 의미 를 갖는다. 무엇보다도 통화관리와 관련하여 재정적자구조의 개선이 초 미의 과제였다. 1970년대 산업의 균형발전이라는 정책목적에 따라 시행 된 이중곡가제도와 영농지원을 위한 비료가격지원제도에 따라 정부의 양곡관리기금과 비료계정의 적자는 날로 늘어만 갔다. 재정구조의 개선 은 양곡관리기금과 비료계정 운영의 개선에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64) 이하는 이형구․전승훈 편(2003)의 내용중 일부를 발췌하여 재구성하 였다.

당시 정부는 종합안정화시책의 추진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둔다는 것을 선언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재정개혁을 선언하였다.

이에 1980년대 들어 우리 재정은 재정 본연의 면모와 틀을 갖추게 되었는데, 이 시기에 재정운영과 관련된 원칙 및 각종 제도적 장치들 이 마련된 것이다. 특히 변양균(2002)은 1980년대 초를 “1970년대의 만성적인 재정적자에서 벗어나 건전한 재정기조 정착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재정 운영의 근간이 되는 예산회계법에 재정적 자를 보전하기 위한 국채의 발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세입범위 내 에서 세출을 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

65)

를 마련”한 시기로 주장하고 있 다. 물론 이후 적자보전을 위한 국채발행이 엄격히 금지되어 ‘양입제 출’의 원칙을 탄생시킨 역할은 한 것으로 볼 수 있겠으나, 동 조항이 예산회계법에 그대로 존속하고 있음에도 단서조항에 의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최근까지 매년 일반회계 적자보전용 국채가 발행 되고 있어 양입제출의 원칙이 깨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재정 개혁 노력으로 재정구조의 건실성을 확보하게 하였고, 이것이 발판이 되어 1990년대 말 IMF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당시의 재정제도 개선 내용을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면, 우선 영 점기준 예산편성방식(zero base budgeting)의 도입을 들 수 있다. 예산 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예산편성방식을 전년도 예산을 감안하지 않고 공공투자사업의 필요성과 우선순위를 영의 수준에서 재점검하는 영점

65) 당시 예산회계법 제5조(국가의 세출재원의 근거)에는 “국가의 세출은 국채 또는 차입금(외국정부, 국제협력기구 및 외국법인으로부터 도입되 는 차관자금을 포함한다) 이외의 세입(歲入)으로써 그 재원으로 하여야 한다. 다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국회의 의결을 얻은 금액의 범위 안에서 국채 또는 차입금으로써 충당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일본의 경우 에도 건설국채, 차환국채, 재정융자특별자금회계국채(FLIP국채) 이외의 적자보전을 위한 국채발행은 법률에 의해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일본 도 ‘특례국채’라 하여 매년 국채발행특별법을 제정하여 국회가 승인한 한도 내에서 일반회계 적자보전을 위한 국채가 발행되고 있다.

기준방식을 도입함으로써 통제 중심의 기능을 중요시하던 종래의 전 통적인 전년도 답습주의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과학적이고 정교한 예 산편성방식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1982년 예산작업에서는 그 목표를 예산의 낭비요인 제거를 통한 재정의 효율화와 사업 간 투자우선순위 조정에 두고 영점기준방식을 적용하여 기확정된 세출예산을 추가 삭 감함과 동시에 집행관리를 대폭 강화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그 결과 당초예산 대비 세수결함 예산액이 7,800억원에 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3,500억원의 국채발행만으로 적자를 수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한국의 예산편성방식이 전년도 답습주의 완전히 탈피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둘째, 1979년부터 통합재정 또는 통합예산제도(unified budget)가 도입되어 재정과 국민계정과의 연결을 통하여 재정의 국민경제적 효 과를 분석하고 재정정책 수립의 효율화를 도모한 정책을 들 수 있다.

이 통합재정제도는 국가재정의 전체 순계규모와 수지를 파악하기 위 해서는 특별회계․기금 등 재정에 포괄되는 모든 예산을 묶어서 이해 하여야만 한다는 데서 출발한 것이다. 이 개념을 이용하면, 종래의 일 반회계 중심의 중앙정부의 예산에서 탈피하여 국가재정의 순계규모와 재원조달 내용, 그리고 재정의 국민경제적 효과를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방정부부문이 통 합재정수지에 포함되지 않고 있는 등 통계체계상의 많은 개선과제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셋째로는, 1982년부터 중기재정계획이 도입되었는데, 중기재정계획 이란 통제목적을 위주로 하는 전통적인 단년도 예산제도의 제약성을 보완하여, 먼저 중기(3~5년)에 걸친 재정운용정책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재원동원 및 배분방향을 계획함으로써 종국적으로는 단년도 예 산편성의 합리성을 제고하려는 제도이다. 그러나 아래에서 살펴보겠지 만 2004년 9월, ‘’04~’08 국가재정운용계획’이 확정되어 ’05년 예산 (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되는 일대 전환점을 맞기 이전까지는 우리나

라의 중기재정계획은 실효성 있게 운용되지 못하였었다.

마지막으로는, 1984년의 예산동결 조치를 들 수 있다. 정부는 1984 년도 일반회계 예산규모를 1983년도에 비해서 5.3%가 늘어난 10조 9,667억원 규모로 편성하였다. 전년 대비 5.3% 증액되었음에도 불구하 고 1984년 예산을 동결예산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1984년 예산이 내부 적인 구성에 있어서 종래 개념의 세출부문은 10조 4,167억원으로서 1983년 세출예산규모 수준을 유지하였다는 데에 근거한다. 5.3% 증가 분에 해당하는 5,500억원은 종래의 재정운용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재 정수지의 개선 목적에 충당되었기 때문에 과거 개념하의 세출소요는 아니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초긴축 의지하에 편성된 예산의 국회심의과정에서 일반세출 부문에서 다시 304억원이 삭감되 어 흑자재원으로 추가됨으로써 일반세출부문은 오히려 전년 대비 0.3%가 감소된 축소예산의 형태가 되었고, 재정수지 개선을 위한 흑자 재원규모는 5,804억원이 되었다. 이 흑자재원은 양곡관리기금 적자지 원에 3,304억원, 비료계정 적자지원에 600억원, 자금관리특별회계에 1,900억원을 지원하는 형태로 배분되었다. 이 같은 긴축 의지는 일반회 계뿐만이 아니라 특별회계 예산편성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17개 특별 회계 예산이 총규모는 총계 기준으로 1983년에 비해 2.8%가 축소된 4 조 2,812억원으로 편성되었다.

나. 양입제출 원칙의 성과 및 평가

이상과 같은 양입제출의 원칙은 예산회계법에 법적 근거를 두고 거 시경제 안정화를 위한 재정수지 균형을 목표로 하는 일종의 재정준칙 이라 볼 수 있는데, 제도 그 자체로는 구속력이 매우 약한 형태였음에 도 불구하고 정치권 및 재정정책당국의 의지가 매우 강해 실제 집행과 정에서는 상당기간 동안 일반회계 적자보전용 국채 발행이 금지되어 균형예산만 편성되는 등 매우 강력한 예산편성 원칙이 되었다.

기간평균 기간중 최대 기간중 최소

-10 -5 0 5 10 15 20 25 30

1970 1972 1974 1976 1978 1980 1982 1984 1986 1988 1990 1992 1994 1996 1998 2000 2002 2004

통합재정수지 관리대상수지 통합재정수입 통합재정지출

(GDP대비, %)

[그림 Ⅳ-1] 우리나라의 재정통계 추이

-10 -5 0 5 10 15 20 25 30

1971 1973 1975 1977 1979 1981 1983 1985 1987 1989 1991 1993 1995 1997 1999 2001 2003 2005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그림 Ⅳ-2] 우리나라의 성장률 및 물가 추이

그러나 이러한 보수적인 재정운영은 재정적자의 심화와 이에 따른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졌지만, 동시에 경기조절, 소득재분배 등 재정 고유의 정책적 기능을 불가피하게 제한하게 되고

재정규모 자체가 지나치게 작아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우선 예기치 못한 외부충격이나 경기순환적 이유로 지출수요가 발생 할 때 일시적인 재정적자를 허용하면 경제성과와 사회후생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경기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적자요인, 즉 재정의 자동안정화 장치에 해당되는 부분은 재정적자로 수용해주는 것이 적절한 경기대응적 재정정책이다. 이처럼 총수요의 급 격한 변동을 완화해줄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이 발휘되어야 함에도 불

우선 예기치 못한 외부충격이나 경기순환적 이유로 지출수요가 발생 할 때 일시적인 재정적자를 허용하면 경제성과와 사회후생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경기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적자요인, 즉 재정의 자동안정화 장치에 해당되는 부분은 재정적자로 수용해주는 것이 적절한 경기대응적 재정정책이다. 이처럼 총수요의 급 격한 변동을 완화해줄 재정의 경기조절 기능이 발휘되어야 함에도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