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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털기의 실태와 원인

Ⅱ. 선행연구의 검토

2) 신상털기의 실태와 원인

(1) 신상털기와 익명성

보통 익명성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행위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는 특성을 말한다. 익명성의 보장은 긍정적인 측면과 역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익명의 사용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고, 익명을 사용 하여 신분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익명이 보 장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황보다 좀 더 솔직하고 공평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존재하지만, 그것에 못지않게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컴퓨터 상황에서 나 눠지는 메시지들은 간혹 왜곡되고 과장된 표현과 상스러운 표현을 담고 있는 경 우가 종종 발생한다(백신정, 2011). 실제로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신분이 노출되 지 않는 점을 이용하여 상스럽고, 입에 담기 힘든 표현으로 일관된 메시지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몇몇 연구들은 사람들이 익명을 사용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모 욕을 주는 언사 등과 같은 상스러운 표현들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고 보고하 고 있다(김경원, 2000; 윤영철, 2000; 백신정, 2011).

익명성에 숨어 허위 정보를 남발하는 부작용을 잘 보여 주는 사례로 2018년 10월 15일 발생한 ‘김포 맘 카페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사건의 개요는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인천 서구 드림파크에서 열린 가을 나들이 행사 때 어린이집 원생을 학대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당시 한 시민이 “보육교사가 자신에게 안기려는 원생 이 넘어졌지만 일으켜주지 않고 돗자리만 터는 것을 봤다”고 경찰에 학대 의심 신고를 한 것이 단초가 되어 이후 인천과 김포지역 맘 카페에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학대를 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고 어린이집 교사의 실명과 사진도 공개 됐다. 학대받은 원생의 가족이라고 주장한 한 여성은 어린이집을 찾아와 원장과 어린이집 교사에게 거세게 항의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 려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된 30대 어린이집 교사가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해 숨졌다. 어린이집 교사는 맘카페를 통한 과도한 신상털기에 부담이 돼 극 단적 선택을 하게 되었고, 경찰 수사 등을 통해 학대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기 전 에 ‘신상털기’의 피해를 입은 것이다.

「스크린 위의 삶(Life on the screen)」, (1997)의 저자 셰리 터클(Sherry Turkle, 1948~)은 네트의 익명성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네트의‘나’는 현실 세계의 나와 달리 외부 검열과 통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그래서‘통제되지 않은 자아’들이 모니터에 반영된다. 수면에 비친 자기 모습에 도취되어 물에 빠져 죽은 나르시스처럼 네티즌들은 컴 퓨터 모니터에 비친 자기의 이미지를 사랑한다. 모니터 안의 자신은 현 실의 나를 뛰어넘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형된다. 육체를 동반하지 않 는 모니터 속의‘나’는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다. 그래서 제약받 지 않는 자아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기도 하고 과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현실의 제약 때문에 못하던 행동이나 생각도 과감하게 드러낼 수 있다.

이것이 네트가 열어주는 새로운 검열 받지 않는 정체성의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러한 열린 정체성은 반드시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검열받지 않은 정체성은 쉽게 익명성으로 전환된다. 익명성은 나를 드러 내지 않으면서 남을 괴롭히는 사디즘(sadism)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나 르시시즘이 과도하게 발달하면 자신과 다른 상대에 대해 근거 없는 비판 과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나를 가리면, 혹은 내가 익명의 다수 가운데

하나로 자리바꿈을 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남을 공격하기도 하고 비방하기도 한다. 그래서 네트에서 상대에 대한 포용력과 배려, 사물에 대한 성찰과 자신에 대한 반성,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맺는 연대와 사랑을 만들어 나가기가 어렵다”(네트워크 사회문 화, 백욱인, 2013. 2. 25).

익명성은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누구인지 모 르는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이와 같은 익명성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가능하게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평소에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해체시키는 탈억제 현 상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몰개성화 논의에 의하면, 익명성은 자신이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또한 자신의 욕구와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여 더 과격한 행동을 하게 하고 반규범적 행동을 일으키게 된다고 본다(Kiesler et al. 1984; Postmes and Spears, 1998). 실제로 국내연구에서도 이성식(2005b)은 평소 익명으로 인터 넷을 사용하는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주위 사람들을 덜 신경 쓰고 그리고 내적 통제가 약하게 되어 사이버범죄를 더 저지르게 된다는 것을 밝힌 바 있고, 유상미와 김미량(2011)은 익명으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청소년이 규범의 식이 약하고 또한 왜곡된 정체성으로 인해 사이버폭력을 더 저지른다는 연구결 과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최근 SNS상의 범죄연구에서도 익명성이 주요 설명요인의 하나가 된다(이성식, 2013)고 하듯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신상털기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익명 상황은 자유 로운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게시물을 올리거나 댓글을 게시하는 행 위가 활발해지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일탈적 행위를 발생시킬 수 있다(최재영, 2016)고 하였다.

술러(Suler, 2003)는 사이버 공간 내 익명성의 효과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익명성으로 인하여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도덕적 구속력이 적어져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는 ‘양성적 탈억제성 효과’

(benign disinhibition effect)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와 아울러, 다른 한편으로 볼

때, 개인의 정체가 뚜렷이 드러나는 현실 세계에 비해서 개인의 행동에 대한 책 임을 묻거나 강제력을 동원할 수 없어서 발생하는 각종의 ‘악성적 탈억제성 효 과’(toxic disinhibition effect)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익명성의 탈억제성 효과는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고 여러 자아들의 정체성을 확인해 보며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케 해 주지만 역기능적 측면으로 인해 사이버공간이 윤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과 ‘무법천지’가 아닌 ‘익명천지’라 는 냉소를 받게 되었다(류승하, 2005). 익명성의 그늘에 숨어 개인의 프라이버시 를 침해하고 신상정보의 공개는 물론 확인되지 않은 개인의 사생활을 폭로하고 그로 인한 개개인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는 물론 엉뚱한 제3의 피해자를 양산하 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익명성은 인터넷상의 신상털기를 설명할 수 있는 주요 원인이 되며, 신상털기 억제 혹은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익명이지 않은 상황 보다 익명의 조건에서 더 신상털기에 가담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2) 신상털기와 공분의 정도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공분’이라 하면 ‘공적(公的)인 일로 느끼는 분노’로 인용 된다. 주로 인터넷상에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한 사람에 대한 신상 정보를 자신 의 SNS 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노출시키는 행위로 보통은 비난받을 만한 행동 을 한 사람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언급된다. 하지만 공분의 정도에 따라 어떤 사건들은 본래의 의미가 퇴색됨은 물론 잘못된 정보들로 인해 반사회적 행위를 응징하려는 본래의 의도대로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우 리나라 사람들이 공적인 분노와 불의를 참지 못하는 기질이 왜곡된 형태로 인터 넷상에서 표출되고 있다.

2011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인터넷윤리문화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이용자의 67%가 신상털기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신상 털기 참여 경험자 중 95% 이상은 인터넷을 통해 신상정보를 찾아본 경험이 있 다”고 했다.

「손영동의 Cyber 안전 빛과 그림자」 “윤일병 가해자 ‘신상털기’ 공분인가, 테 러인가”에서 공분의 정도에 따른 신상털기 폐해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SNS를 통해 쉽게 다른 사람들의 개인정보에 접 근할 수 있고 이렇게 접근 가능한 개인정보로 신상털기가 공공연하게 이 루어진다. 신상털기에서 상대의 프라이버시는 공분의 정도에 따라 사회 정의 실현과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거의 묵살되기 일쑤며, 그로 인 한 책임이나 사회적 파장 등은 익명성과 비대면성 속에서 실종되고, 결 과의 정당성만 강조하면서 과정과 절차의 정당성은 무시 된다. 신상털기 를 당한 사람은 자신의 비난 가능성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익명의 사람 들로부터 프라이버시의 침해는 물론 개인의 신상에 관한 정보가 털려 온 전한 사회생활이 불가능함은 물론‘인격 살인’수준의 수치스러움에 극 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한다. 죄책감을 수반하기에 앞서 압박감ㆍ불안 감ㆍ우울감 등 정서적 불안이 엄습해 개인의 능력으로 대처하거나 견디 기 곤란한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중략)- 여느 때 같으면 심하다는 이 야기도 나올 법한데 대다수 시민들의 공분(公憤)에 묻히는 분위기다. 폭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SNS를 통해 쉽게 다른 사람들의 개인정보에 접 근할 수 있고 이렇게 접근 가능한 개인정보로 신상털기가 공공연하게 이 루어진다. 신상털기에서 상대의 프라이버시는 공분의 정도에 따라 사회 정의 실현과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거의 묵살되기 일쑤며, 그로 인 한 책임이나 사회적 파장 등은 익명성과 비대면성 속에서 실종되고, 결 과의 정당성만 강조하면서 과정과 절차의 정당성은 무시 된다. 신상털기 를 당한 사람은 자신의 비난 가능성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익명의 사람 들로부터 프라이버시의 침해는 물론 개인의 신상에 관한 정보가 털려 온 전한 사회생활이 불가능함은 물론‘인격 살인’수준의 수치스러움에 극 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한다. 죄책감을 수반하기에 앞서 압박감ㆍ불안 감ㆍ우울감 등 정서적 불안이 엄습해 개인의 능력으로 대처하거나 견디 기 곤란한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중략)- 여느 때 같으면 심하다는 이 야기도 나올 법한데 대다수 시민들의 공분(公憤)에 묻히는 분위기다.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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