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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제기

언제부터인가 SNS에서 어떤 잘못을 한 특정인이나 특정 대상의 신원을 밝혀 내고, 모욕과 집단적인 언어폭력을 행사하고,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신상털기’를 자주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유명인이나 연예인들에 대한 ‘신상털기’가 문 제가 되었다면 요즘 SNS상에는 일반인들에 대해 신상을 파헤치는 각종 계정들 이 활개를 치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신상털기는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거나 상식선에서 처벌받을 만한 일을 한 경우에 당사자의 개인 신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그러 한 이유만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SNS를 통해 공유하고 더 나아가 가공․편 집하여 사실을 왜곡하여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고 정상적인 사회생활까지도 불가 능하게 하고 있어 그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논란이 된 ‘초등학교 교사 제자 성폭행 사건’,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 건’ 등은 이러한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초등학교 제자와 성관계를 한 초 등학교 교사의 신상털기를 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사람의 얼굴이 공개되어 당 사자가 큰 고통을 당하는가 하면, 섬마을 여교사 역시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 의 얼굴이 인터넷상에 공개되어 고소하는 일까지 생겼고 그 사람은 온갖 비난에 시달리며 고통을 겪기도 하였다. 또한, 2017년 9월에 일어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경우, 언론은 SNS에 먼저 퍼진 피해자의 피투성이 사진 기사에 얼굴만 모자이크한 채로 그대로 사용하고, 폭행 장면이 찍힌 CCTV 영상을 입수해 그대 로 보도하여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특정 신상털기 사건이 발생하면 언론은 흥미 위주의 선정적 보도를 하는 경향 이 있다. 실제 언론사 간 속보 경쟁, 혹은 자극적 기사 작성 경쟁이 보다 심화 되는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노성호․이기웅, 1996). 그리고 이 과정 에서 상업적 이유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새롭고 자극적인 내용을 추가하

게 되고 이러한 경쟁은 빠르게 퍼져나가게 된다(이근우, 2012). 이런 신상털기 보 도로 인한 피해자와 그 가족 또는 주변 사람, 전혀 새로운 제3자들에 대한 사생 활 침해와 명예훼손 등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길 수 있다.

김수나(2014)는 이러한 신상털기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심각성을 논의해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첫째, 신상털기를 자행한 일부 네티즌들은 본인의 행동이 향후 신상털기 피해자에게 어떤 정신 및 육체적 고통을 가할 수 있는지, 또한 법 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지 못한 채 행하고 있 다는 점이다. 더불어, 가해 네티즌 자신조차도 신상털기와 같은 사이버폭력의 잠 재적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개연성을 짐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그 심각 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둘째, 신상털기로 인한 피해가 가상공간에서만 끝나는 것 이 아니라 현실 공간에까지 이어짐으로써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당사자뿐만 아 니라 그 주변의 2차 대상자들에게까지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 서 김수나(2014)는 “신상털기는 피해자들에게 자칫하면 치유할 수 없는 심각한 육체 및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도 모른 채 범법 행위를 저지를 위험성도 농후하다”고 강 조했다.

최근 이런 사례는 비단 연예인 뿐만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 다. 가까운 중국에서도 ‘인육수색(人肉搜索)’이라 하여 유사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한국적인 사회현상으로서 신상털기 사건을 언론이 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보도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이 연구는 언론이 SNS상의 신상털 기 사건에 대해 어떤 내용에 보다 주목하고 있는지 그 양태를 파악해보고자 한다.

2. 연구목적

2005년 발생한 소위 ‘지하철 개똥녀 사건’은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사진이 화제가 되어 주요 언론사에서 기사화됐던 사건이다. 이 사건은 미국 블로거 돈 박에 의해 미국에까지 알려졌으며 미국의 주류미디어인 워싱턴포스트에서도

“Subway Fracas Escalates Into Test Of the Internet’s Power to Shame”라는

헤드라인으로 관련 소식을 전할 만큼 미디어의 관심을 받았다.

최근 SNS의 발달로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는 매체가 지면과 방송에서 PC와 휴 대폰으로 바뀌면서 이제는 누구나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자신의 SNS 계정이나 유튜브(Youtube) 같은 개방형 플랫폼에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양환(2012)은 “소셜미디어나 기타 인터넷 게시판 등에 처음 올라와 이슈가 되는 사건들은 이후 주로 인터넷 언론이나 포털 사이트 등에서 다뤄지는데, 인터넷 이 용자들의 특성은 기존 전통적 미디어 이용자들과 달리 미디어 이용에 있어서 능 동적인 성향을 가진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은 이슈들이 더욱 더 빠르게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고 하였다.

또한 이양환(2012)은 “긍정적 내용이든 부정적 내용이든 상관없이, 능동적 네티 즌들에 의한 뜨거운 관심은 결국 전통매체인 TV, 인쇄신문, 라디오 등에서 해당 이슈를 만들며, 대중매체의 막강한 메시지 전파로 인해 전국으로 파급되게 된다”

고 하였다. “신상털기는 분명 누군가의 개인 정보를 포함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 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현행 법령에서 ‘신상털기’를 명백한 범죄로 규정하여 강력 하게 처벌1)하고 있다”(이경주, 2016).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이런 신상털기 사건들을 보도하면서 정확한 확인이나 취재 절차 없이 SNS의 내용을 가공 또는 편집하여 보도함으로써 선정적 보도에 일조하는 형태를 보여 왔다.

여러 언론위원회와 언론사에서는 선정적 보도를 경계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 고,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윤리 규범을 마련하였다. 발행인·편집인·일선 기자들이 함께 설립한 언론 자율 감시기구인 신문윤리위원회는 신문윤리실천요강에 선정 보도 금지 조항을 두고 자율적 규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언론사인 KBS나 조선일보, 한겨레 등에서도 내부 가이드 라인에 선정적 보도 금지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다(임지원, 2019).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정적 범죄 보도는 매체와 채널의 급격한 증가로 언론사 간 경쟁이 심화된 현 상황에서 언론사의 생존전략으로서 기능 하 고 있는 실정이다(유홍식, 2003; 최영재, 2007; 박기묵·김광재, 2014; 김회승,

1)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 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2016). 언론이 특정 신상털기 사건에 대해서 선정적인 보도행태를 보이는 이유로 서배원(2018)은 “온라인 시대의 언론은 빠른 시간에 스쳐 가는 독자의 시선을 낚아채 야 하는 것은 물론 독자가 머무는 시간(DT, Duration Time)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선정정 유혹에 한층 더 내몰린다”고 하고, 이재진(2014)은 “언론의 본질은 여론 형성과 권력의 감시․비판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유명인들과 사회적 논란이 된 개인들의 비리 와 스캔들을 캐거나 사생활을 추적하는 것을 마치 언론의 본질적 역할인 것처럼 내세 운다. 이 과정에 예단과 추측 또는 루머나 SNS에 의존한 보도가 많다”고 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신상털기’ 사건에 초점을 두고 언론이 어떤 신상털기 사건 에 보다 더 주목하여 보도하는지, 어떤 신상털기 사건이 어떤 방식으로 선정적으 로 보도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분석대상 4개 언론 사의 기사 특성과 보도주제, 보도유형, 보도태도 등을 살펴보고, ‘신상털기’ 사건 의 내용이 신상털기 행위 원인의 한 요소로 기능한다는 관찰 하에 언론이 어떤 신상털기 행위를 주로 보도하고 있고, 보도 내용들의 선정성은 어떻게 드러나는 지 알아보고자 한다.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