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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회정책의 새로운 틀 속에서 전자바우처 자리매김

Ⅳ.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의 활성화 과제

1. 신사회정책의 새로운 틀 속에서 전자바우처 자리매김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가 사회복지서비스 전달 방식의 독특한 형식으로 자리매김된 다면 사회기반투자와 같은 복잡한 논의들을 결합시킬 필요가 없다. 하지만 사업 시작 초기에 전제하였던 이론적 가치들의 실천 수단으로서 전자바우처를 전제로 설정하면 논 의의 차원은 좀 더 깊게 전개될 필요가 있다.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사업의 활성화 논 의는 단순한 정책수단 차원이 아닌 새로운 사회정책의 형성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근대자본주의 경제체제가 형성·발전하면서 국가는 국민들의 일상생활 영역에 깊숙이 개입하였다. 생산과 재생산이 분리되었던 산업화 과정 속에서 노동의 사회적 재생산체 계가 붕괴되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정책 개입이 확대된 것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서구 주요 국가에서 추진하였던 사회정책들을 묶어서 “복지국가정책”이 형성되었 다. 정책의 내용은 소득 및 건강 보장을 중심으로 하는 구사회적 위기에 대한 대응이었 다. 따라서 서구 선진국가의 전통적인 사회정책은 ‘구사회적 위기-사회안전망 프로그램 정책-복지국가정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사회정책은 경제영역에서 창출한 막대한 잉여와 효율적인 관료제의 바탕 위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다. 경제적 잉여와 윤리적인 관료체제는 근대복 지국가가 지속가능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이었다. 그런데, 90년대 이후부터는 과거의 구사 회위기와 다른 형태의 신사회위기가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경제에서의 경제적 잉여와 합리적 관료체계 모두에서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위기의 내

용과 양태가 다르고 이를 처방하기 위한 전제조건들이 갖추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기존 의 구사회정책(복지국가정책)의 틀을 계속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구사회정책이 작동할 수 있었던 전제조건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관점에서 신사 회정책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신사회정책이 필요한 이유는 소비적 특성이 강한 사회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경제적 잉여 부족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기반의 주요 자본주의국가들은 성장 의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원인은 글로벌 경쟁에 따른 선진국만이 가능하였던 독점이윤 확보체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사회정책의 소비지출에 충당할 수 있을 정도 로 충분하게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또 다른 큰 원인이 있는데, 그것은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으로 창출되는

“양극화”이다. 모든 사회 경제 부문에서 양극화 현상이 급진전되고 있으며 국가재정 지 출이 필요한 사회적 의존계층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중산계층의 붕괴로 세수기반이 계속 침식되고 있어 복지지출 수요를 국가 재정이 감당하기 힘들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 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회복지가 정치화되어 사회 전체적으로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양극화의 한 쪽 극단인 부유계층이 납부하는 세금만으로 다른 한 쪽 극단인 중하위계층의 사회서비스 수요를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정부실패와 국가관료체계에 대한 불신 역시 신사회정책에서 주목해야할 병리현상이 다. 국민들은 일상생활 기반에서 위기를 겪으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보편적 사회서비스 를 요구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정부는 항상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작동한다는 신뢰가 있다. 하지만 국가정책 운용과정에서 확인되는 정부실패 요인들을 살펴보면 더 이상 합 리적인 관료제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수많은 정책실패에서 관료의 책임이 없기 때문이 다. 모든 요인을 외부에서 찾으며 관료는 항상 중립적이라는 책임 회피적인 태도 자체가 정부실패의 가장 큰 요인이다. 책임과 신뢰성이 약한 관료체계에서 신사회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할을 맡기면 오히려 위험을 더 확대할 수 있다. 관료제 자체가 스스로 이해관계를 추구하고 있는 이익집단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기의 당사자인 ‘개인’ 자체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근대사회의 도덕 적 시민 윤리라는 전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근대자본주의는 금욕적인

프로테스탄트 윤리에 기초하며 일상생활에서 가족과 공동체의 비공식적인 집합성과 윤 리가 전제되어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성숙하면서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은 이기적 경 제주체로 분절되면서 개인과 가족이 책임져야 할 사회 윤리 영역을 포기하고 있다.

2) 신사회정책의 네 가지 과제

사회정책의 소비지출을 감당하기에 충분하지 못한 국민국가의 경제적 잉여재원으로 도덕적 해이 현상을 겪고 있는 정책수단인 관료와 정책대상인 시민사회가 전제되어 있 는 상황에서 신사회위기 현상을 과거의 구사회정책으로 감당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 가 있다. 현실의 상황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면서 신사회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신사회 정책(New Social Policy) 체계를 모색해야 한다.

첫째,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이 결합되는 사회경제 정책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경제에 서 창출한 잉여로 사회의 소비 지출을 충당하는 전통적인 사회정책은 유효하지 못하거 나 양적으로 충분하지 못하다. 사회 문제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제영역에서의 사전 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즉,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를 경제 분야에서 해결하여 사회영역에 서 대응해야 할 과제를 최소화시켜야 한다. 신사회위기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소비지출 확대만으로는 대응하기 힘들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정책 자체가 효과적 인 사회정책 수단이 된다. 경제정책의 목적은 이윤축적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이윤을 지출하는 목적, 즉 ‘건강한 사회 혹은 공동체’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따라서 특정 경제정책이 창출 혹은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부작용이 우선적인 고려 요소로 설정되어 신사회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수단들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종 경제정책 수단에 대해 ‘사회위기 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둘째, 경제와 사회정책의 처방 수단의 조합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시장(자율과 선택), 사회-국가(규제와 지정)’의 정책조합이 있었다. 신사회정책은 반대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즉 경제 영역(특히 금융)에서 정의-공정-형평의 가치 속에서 국가의 규제와 개입을 강화하여 양극화 해소에 집중하고 사회분야에서는 시장의 자율과 선택 메커니즘을 도입하여 정부실패와 개인주의 병리를 극복하는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다.

정부실패와 개인실패의 문제는 이미 주어진 것으로 현실의 정책에서 당연한 전제로 설 정하면서 정책처방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시민사회가 스스로 책임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기반 투자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회재생산영역에서의 ‘탈제도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 영 역에서 국가개입이 확대되면 불가피하게 관료제의 병리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윤리 적 관료의 전제를 포기할 필요가 있다. 사회재생산영역이 필요 이상으로 제도화되면 국 가재정도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자율적인 개인과 공동체가 활성화되는 방향으로

‘탈제도화’ 정책들이 모색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대안으로 사회서비스에서 시설수용 복 지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재가자율서비스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 있다.

넷째, 사회정책에서 투명성, 신뢰성, 책임성 등 윤리기반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회정 책은 잔여적 특성이 있어 주류의 국가정책이 아니었으며 대부분 사회적 정의의 가치 속 에서 적정 수준으로 운영되었다. 이에 따라 그늘 속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않았던 정책담 론의 사각지대에 있었으며 필요이상으로 과대 포장된 명분 속에서 안주하였던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국가 정책이 일반적으로 갖추어야 할 투명성, 신뢰성, 책임성 등에 대한 가치들이 사회정책에 제도화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지출이 확대되고 국가재정에서 비중 이 급속이 증가되면서 원래 그러한 상징을 사용하던 영역과 갈등 혹은 소통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사회운동에서 주류 정책영역으로 사회부문이 전환되고 있는 상황을 고 려할 때 국가의 중심 정책들이 가지고 있는 윤리성, 책임성, 투명성에 대한 가치들을 사 회정책에서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실천수단을 갖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