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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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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아래와 같은 문제점을 짚어볼 수 있다고 본다.

▪ 현장실습생을 유입하여 현장교육을 할 수 있는 역량과 자원을 갖춘 기업이 많 지 않다는 점. 자격을 갖추지 못한 기업에 현장실습을 내보내고 있다는 현실.

▪ 기업 입장에서 현장실습생을 받는 게 큰 메리트가 없음. 정부 지원금 정도가 그나마 도움.

▪ 학교 역시 직업계고 학생=취업이라는 틀에 맞춰 모든 교육과정과 시스템을 운 영하고 있음. 한편에선 여기에 맞는 인적 역량, 재원, 시스템은 어려움을 토로.

▪ 취업(률)을 목표로 하면서 기업의 필요/입맛에 맞는 정책 방향으로 수립됨.

▪ 학교와 정부, 기업 사이에서 학생들은 이도저도 아닌 존재로 부유함.

결국 작은사업장이 갖는 안전보건 시스템의 문제와 한계가 교육, 실습의 목적을 행할 수 있는 현장으로서 발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 사건과 사고로 확인 하고 있다. 특히 ‘취업’을 목적으로 현장실습을 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의 입장에서 권려의 불균형이 만연한 일터의 현실을 돌아본다면 청소년노동자의 건강할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지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작은사업장 노동자, 어떻게 만날 것인가

이미숙 | 반월시화공단노동자권리찾기모임_월담

부유하는 노동자, 위험의 공유

"제가 다닌 회사는 인건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파견노동자를 뽑고, 각종 기계 안 전장치에 투자하지 않는 곳이었어요. 제 오른쪽 손가락이 날카로운 철에 베여 피 가 철철 났는데도, 관리자는 왼손으로 일하라고 했어요. 쉬겠다고 하니, '우리 회 사랑 안 맞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아저씨는 프레스에 오른팔이 잘렸어요.

두 아들이 대학생이라, 이 위험한 공장에서 계속 일해야 했어요. 산업재해가 늘자, 회사는 안전장치에 투자하기는커녕 무당을 불러 굿을 했어요.”

<[불법파견 위장취업 보고서⑧ 손 잘리면, 무당 불러 굿하는 공장] 16.06.14. 선대 식 기자>

반월·시화공단은 50인 미만 사업장밀집지역이다. 이들 사업장 대부분은 영세성을 핑계로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일에 거의 힘을 쏟지 않는다. 목소리를 낼 노동조합 가입률이 1%에 머무는 이곳에서 작업 환경을 바꿔달라거나 위험시 작업을 중지할 권리는 없다. 게다가 반월·시화공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파견업체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작업 환경을 숙지할 수 없는 단기 파견노동자들은 위험에 무방 비로 노출된 채 일하다가 아프면 사업장을 떠나면 그만이다. 그 자리는 다른 파견 노동자가 채우고, 그렇게 위험은 공유된다. 파견노동자가 아니더라도 하향 평준화 된 공단의 노동환경은 누구에게도 한 사업장에 오래 머물 이유를 찾기 어렵게 한

1부 토론1-4

다. 지불능력도 없어 보이는 작은 사업장에서 개별 기업차원의 의미 있는 작업장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유일한 노동조건 향상의 기회인 잔업이 많 은 사업장으로의 이동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과 만나기 위한 노력

그래서 월담은 노동자들이 머물지 않는 개별의 사업장을 넘어 원청에 대한 공동의 요구, 지자체 등 지역적·사회적인 요구를 만들어내는 투쟁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해왔다. 모두가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일에 사용자 단체와 지방정부 등 에 책임을 묻고, 이를 통해 작업장의 노동환경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그 힘 은 지역단위로 모인 노동자들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고, 결국 기업과 업종을 뛰어 넘는 방식의 조직화여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개별의 노동자를 지역으로 묶어 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업이 유지되는 동안 관계 맺었던 노동자들과의 연결망은 수시로 끊어졌고, 무엇보다 노동자들은 사업장도, 지역도 수시로 떠나갔 다. 그럼에도 월담은 노동자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 주체를 형성하고자 활동해왔다.

다양한 사업을 배치하면서 끊임없이 말 걸기 시도하고, 이를 통해 투쟁의 가능성 을 확인하고 현장과 지역의 변화를 끌어내고자했다.

2013년 임금인상요구안조사를 시작으로 노동환경조사, 인권침해, 최저임금위반여 부, 직장 내 괴롭힘 등 매년 조사사업을 진행했다. 이는 실태 파악을 넘어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앎으로써 투쟁의 의제를 찾기 위한 노력이었고, 동시에 노동자 들을 모아내려는 과정이었다. 조사를 통해 만난 노동자와 연락처를 받고, 조사 결 과를 공유하고, 이후 진행되는 사업을 함께 공유하는 등 월담과의 지속적인 연결 고리를 이어나갔다. 교육과 모임을 통한 시도도 진행했다. 2014년과 2015년에 진 행한 ‘담벼락교실’과 2016년 임금교실은 선전전 등을 통해 모임을 조직하고, 실제 모임을 진행하는 과정 등을 거치면서 현장노동자들의 요구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2019년 ‘최저임금위반감시단’ 활동은 노동자들 스스로가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대응을 하면서 현장 변화의 가능성을 경험한 사례다. 최저임금위반상담 과 제보를 통해 만난 노동자들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당사자들이 직접 현장에서

토론1-4 작은사업장 노동자, 어떻게 만날 것인가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꼼꼼히 체크하면서, 사안이 생길 때마다 월담과 함께 논의 하면서 대응해 나갔다. 그 결과 몇 년 동안 미지급된 임금을 받아냈고, 불이익 변 경된 취업규칙도 바꿔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상담과 선전전, 문화제 등으로도 노 동자를 만나기 위한 시도는 계속됐다.

공단의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가 함께하고, 여론화를 통해 사회적 문제로 확대하고 자하는 노력도 진행했다. 화학물질알권리조례제정운동의 경우 2017년 지역의 13개 단체와 함께 네트워크를 구성해 활동하고, 이를 통해 화학물질 알권리 조례를 만 들어 냈다. 그러나 월담의 애초 계획은 현장고발대회와 실태조사 등을 통해 지역 주민과 노동자들을 만나 화학물질의 위험성과 알권리의 중요성을 알려 내고, 여론 을 형성하고, 그 힘을 통해 구체적이고 활용 가능한 조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제정’만을 위한 활동이 되면서 바라던 대로 진행이 되지는 않았다. 2019년 8월에는 원경전자에서 염산누출 사고가 발생했고, 월담은 현장조사를 통해 사고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환경청 시흥합동방재센터와 시흥시 면담도 진행했다. 이후 보고서 작성하고, 시민들에게 알려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화학 사고에 대한 기존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대응을 하다 보니 노동자 피해 등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부 분을 놓치기도 했다. 그럼에도 소규모 화학 사고에 대한 정부기관의 대응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작은 사업장 화학물질 관리 체계에 빈 지점은 무엇인지, 노동자들에게 주어져야 할 권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 또한 지역의 문제로 확대시키는 것에는 다다르지는 못했다. 반월·시화공단은 노동 의 영역과 주거의 영역이 크게 분리되지 않은 지역이니 만큼, 지역 차원으로도 노 동자의 안전이 지켜질 때 시민의 안전도 함께 지켜진다는 것을 알려낼 필요성이 있다.

‘변화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조직해야

반월시화공단은 공해배출업체 집중단지임과 동시에 노후화된 기반시설로 인해 높 은 위험도를 가진 지역이다. 시흥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는 매해 10건 이상의 화학 사고에 출동하는데 대부분은 황산, 질산, 염산, 암모니아, 과망간산칼륨 등 누출

사고가 빈번하다. 여기에 영세사업장 밀집지역이라는 측면이 더해져 자체적 환경개 선은 물론이고,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일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의 관행이 당연하 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재해율도 높다. 2015년 고용노동부 산재현황분석보 고서에 따르면 전국 평균 산업재해율이 0.59%인데 반해 안산 지역은 0.89%로 파 악되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도, 제대로 된 안전시설, 장비, 교육도 없는 공단에서 노동자의 건강권은 거의 방치수준이다. 그래서 작은 사업장노동자를 만나고, 조직 하고, 함께 싸우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저임금과 장시간노동, 불안정한 고용은 반월시화공단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다.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하향평준화 된 조건과 불 안정노동은 조직화의 필요성이기도 하고, 동시에 한계로 작동하기도 했다. 2013년 전국 4개 공단과 함께 임금인상요구안조사에서 노동자들은 저임금노동자일수록 오 히려 더 낮은 최저임금을 희망했다. 그나마 노동조합이 있는 곳은 희망최저시급이 2천원 더 높았다. 저임금 노동자나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는 워낙 낮은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현실 가능한 요구 수준에 묶여있었다. 이러다보니 사업장 안에 서 노동조건을 바꾸기 보다는 ‘이직’이라는 수단을 통해 조금이라도 나은 곳을 찾 아 간다. 2014년 노동환경실태조사에서도 취업결정시 고용안정을 중요하게 고려한 다는 응답은 10.2%에 그쳤다. 또 하나 주목할 만 한 점은 직장만족도가 그리 낮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고용안정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지 않은 것과 연결된다. 즉 현재의 직장에서 고용 안정이나 노동조건의 개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별로 없기 때문에 불만 자체가 높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권리의 부재는 요구의 정도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고, 불만을 조직해 문제를 해 결하고자하는 노동자 스스로의 의지를 축소시켰다.

우리는 지금까지 공단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주목해왔다. 그리고 노동자들 의 불만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일터에 대한 기대수준이 낮기 때문에 일터에 대한 자신들의 평가를 ‘불만’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애초에 좋은 일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일을 시작했고, 영세업체의 조건 상 큰 변화가 가능하지 않을 거라는 판단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먹고 살만하기 때문에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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