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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 장 대중영합주의의 정치경제학

1. 서 론

재분배를 목표로 하는 경제정책의 채택 혹은 확산에 있어서 사회 주의적 이념의 정치적 영향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미 국과 유럽의 경우를 비교해 보면 잘 알 수 있다.또한 앞장에서 분석 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명제가 대체적으로 현 실과 합치함을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정책 결정은 다수결 선거(majority voting)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따라서 이와 같은 선거에서 결정적 역 할을 하는 중심 유권자(pivotalvoter)의 소득 수준과 더불어 선호도, 이념 등이 정책방향의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위투표자정리(median-votertheorem)’에 따르면 선거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유권자는 중위투표자이고 중위투표자가 가장 선호하는 정책이 채택된다. 중위소득(median income)은 평균소득(average income)에 못 미치므로 ‘중위투표자정리’의 이론체계에서 대중영합적 재분배정책의 채택 및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요인의 하나는 국 가의 소득불평등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소득불평등도가 높다는 것 은 평균소득에 비해 낮은 소득 수준의 유권자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따라서 소득분포가 불평등할수록 재분배에 대한 강한 요 구로 인해 대중영합적 재분배정책의 채택 및 확산이 나타난다는 것 이다.이와 같은 논의에 대한 반론은 앞서 제2장에서 소개한 바 있 다.즉,소득불평등이 클수록 재분배에 대한 정치적 요구가 높아져 정책으로 채택된다는 정치적 메커니즘이 실증연구 혹은 사실과 부합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특히 민주적 정치체제를 갖춘 국가들 혹은 선

진국을 대상으로 한 실증연구에서도 소득불평등과 재분배정책 간의 유의미한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따라서 ‘중위투표자정리’의 이론체계에서 소득불평등 외에 재분배정책의 채택 및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요인으로는 중위투표자가 선호하는 이념이 있다.

중위투표자가 선호하는 이념은 그 국가의 지배적인 이념이라고 할 수 있고,이러한 이념이 재분배정책의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 가 성립할 수 있다.

중위투표자가 선호하는 이념은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선거결과 에 의해 집권하게 되는 정당의 정책에 반영되어 나타날 것으로 추론 할 수 있다.제2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과 유럽의 재분배정책 범위 및 규모의 차이는 사회주의 혹은 사민주의 정당이 집권당 혹은 주요 정당으로 자리매김하였는가 여부에 있었다.즉,시장경제 체제 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소위 ‘복지국가’가 성립되는 필요조건은 좌파 정당이 집권당 혹은 주요 정당이 되어 이념의 정책화가 가능한 정치 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제도 및 환경의 존재이다.앞의 제3 장에서는 이와 같은 명제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대체적으로 적용될 수 있음을 보였다.본장에서는 각종 이익집단의 로비 경쟁에 의해 정 부정책 결정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이익집단의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ofinterestgroups)의 이론적 틀 안에서 이념의 역할을 알아 보도록 한다.이익집단의 정치경제학 모형은 민주주의 정치체제 하 에서의 경제정책 결정의 또 다른 메커니즘을 보여준다.‘중위투표자 정리’가 경제정책 결정 메커니즘의 대중영합적 성격을 보여주는 반 면 이익집단의 정치경제학은 경제정책 결정에 있어서 이익집단의 상 대적인 정치적 영향력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앞서 제2장과 제3장에서의 분석 결과는 대중영합적 경제정책,즉 재분배정책의 채택에 있어서 이념의 중요성을 나타내 주는 것과 동

시에 소득불평등 수준과는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음을 보여주 고 있다.그러나 경제정책 결정의 또 다른 메커니즘인 이익집단의 상 대적 영향력과 재분배정책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제2장과 제3장의 분 석 결과에 나타나 있지 않다.따라서 이념이 재분배정책에 미치는 영 향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익집단들의 상대적 영향력이 통제된 분석이 행해져야 한다.본장에서는 사회주의적 이 념의 재분배정책에의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익집단의 정 치경제학 모형을 기반으로 이론적·실증적 분석을 하고자 한다.

이익집단의 로비 경쟁에 의해 정부의 정책이 영향을 받게 된다는

‘이익집단의 정치경제학’23)에서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정책 결정과 이념은 무관하다.Becker(1983,1985)의 논의에서 정부의 정책은 이익 집단의 로비 경쟁과 정부의 전체 사회후생에 대한 고려를 통해 결정 된다.따라서 조직화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이익집단에게 유리한 정 책이 수립될 가능성이 높고,경제적 왜곡이 크지 않아 사회후생을 해 치지 않는 정책수단이 더 용이하게 채택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Dixit,GrossmanandHelpman(1997)에서는 Becker의 논의를 기반으로 공동대리인 모형(commonagencymodel)을 이용하여 정책 결정에 있 어서 정부와 이익집단 간의 상호작용을 설명하고 있다.분석 결과 완 전정보(completeinformation)가정 하에서 이익집단 간의 정부에 대한 로비 경쟁은 비협조적 게임(noncooperativegame)의 성격으로 인해 lump-sum transfer와 같은 경제적 왜곡이 없는 효율적인 정책수단을 통해 재분배가 이루어지도록 하여 균형에서 경제적 효율성이 달성됨 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이익집단의 로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균형

23)여기서 이익집단의 정치경제학이란 정책 결정에 있어 이익집단의 역할을 강조한 시카고학파의 정치경제학을 의미한다.Olson(1965)의 선구적인 저 작에서 비롯된 Stigler(1971),Peltzman(1976),Becker(1983,1985)등의 논의 가 이에 해당된다.

(politicalequilibrium)이 효율적(Paretoefficient)이라는 결론은 완전정보 의 가정에 기인한다.CoateandMorris(1995)에 따르면 불완전 정보 하에서는 경제적 왜곡을 가져오는 비효율적인 정책수단들이 이용된 다.Dixit,GrossmanandHelpman(1997)도 조직화된 이익집단들의 이 해관계에 기인한 합의에 의해 비효율적인 재분배정책이 강제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Campanteand Ferreira(2007)는 DGH(1997)의 가정을 완화할 경 우24)이익집단의 정부에 대한 로비 경쟁게임에서의 정치적 균형이 비효율적임을 이론적으로 도출하였다.이 결론의 중요한 시사점은 이익집단 간의 로비 경쟁에 의해 결정된 정책은 생산에 비교우위가 있는 이익집단에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이다.이와 같은 시사점 은 선진국의 사양산업 혹은 개발도상국의 유치산업이 정부 로비에 적극적이고 정책적 보조 및 보호를 받는 현실과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CampanteandFerreira(2007)의 특징은 부(wealth)의 수준에 따른 부유층(therich)과 빈곤층(thepoor)간의 로비 게임을 분석하고 있는 점이다.CampanteandFerreira(2007)에서는 부유층과 빈곤층 간의 조 직화 능력에 차이가 없다는 가정 하에 정치적 균형에서의 정책은 항 상 대중영합적(pro-poor)임을 보이고 있다.부유층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어 생산에 비교우위가 있다고 한다면 두 집 단 간의 조직화 능력에 차이가 없다는 가정은 빈곤층이 정치적 생산 성에 있어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4)CampanteandFerreira(2007)는 생산경제(productioneconomy)에서의 이익집 단과 정부 간의 불완전한 약속이행(imperfectcommitment)을 가정하고 있 다.정태적인 교환경제(staticexchangeeconomy)모형에서는 완전한 약속이 행(perfectcommitment)가정이 자연스러우나 생산경제에서는 생산행위의 존재로 로비에서의 정치헌금 약속과 이행의 시점이 다를 수 있고,각각의 시점에서의 부존자원이 다르다는 점이 불완전한 약속이행을 가정한 이유 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부유층의 조직화 능력이 빈곤층에 비해 월등해 정치적 생산성에 있어서의 절대우위가 충분히 클 경우25)를 제외하면 대중영 합적 경제정책이 언제나 정치적으로 우위를 점하게 된다는 것이다.

25)Benabou(2000)에 따르면 부유층의 정치적 참여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증거가 많은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다.그러나 Olson(1965)이 지적하였듯이 상대적으로 작고 동질적인 집단이 로비에 있어서 더 효율적이고 정치적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따라서 빈곤층이 부(wealth)의 제약으로 인해 부유층에 비해 정치 참여 수준이 낮더라도 정치적 생산성에 있어서는 비 교우위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고,이에 따라 대중영합적 균형(populist equilibrium)이 도출되는 것은 현실과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다만 부유층 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작고 동질적인 경우 정치적 생산성에 있어서 빈곤 층에 비해 절대우위를 가질 경우 부유층에 유리한 정책 결정이 나타날 수 도 있음을 CampanteandFerreira(2007)에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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