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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구성주의 교육을 위한 <홍계월전> 성격 분석

[12문학03-04] 한국 문학 작품에 반영된 시대 상황을 이해하고 문학과 역사의 상호 영향 관

Ⅲ. 사회적 구성주의 교육을 위한 &lt;홍계월전&gt; 성격 분석

본 장에서는 <홍계월전>의 사회적 구성주의 교육을 위해 작품의 성격을 파악 함과 동시에 작품 선정의 근거를 밝히고자 한다. 그 방법으로 여화위남을 기준으 로 하여 계월의 남성성의 획득과 상실을 파악하고자 한다. 또한 영웅소설의 서사 적 구성 중 불운 및 고난을 기점으로 하여 계월의 양성적(兩性的) 모습을 살펴보 고, 등장인물의 모습을 통해 진보적 태도를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홍계월전>

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영웅소설에 대한 파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영웅소설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물로 등장하는 영웅이 적대자와 싸우는 내용인 군담(軍談) 이 주를 이루며, 판소리계 소설과 함께 큰 인기를 얻은 작품군이다.66) 이처럼 영 웅적 면모를 가진 주인공을 내세운 영웅소설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이유는 브 레히트(Brecht)의 갈릴레오(Galileo)가 “불행은 영웅을 필요로 하는 토양이다.”67) 라고 한 말로 정의할 수 있다.

영웅소설의 양식은 18세기 무렵 확립되었으며 19세기에 크게 유행하였다. 당시 조선 사회는 임병양란에서의 패배와 신분제 붕괴, 경제의 근대화로 인해 혼란스 러웠다. 연이은 전쟁의 패배와 피해는 조선 민중을 신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었으며, 경제의 근대화와 신분제의 붕괴는 정치적 기반 또한 흔들었다. 민중 은 정치적·사회적 환경의 불행에서 벗어나고자 자신들을 구원하여 줄 누군가를 갈망하였다. 이러한 바람은 작품에 반영되어 작품 속 영웅이 비현실적인 술법을 부려 전쟁에서 승리하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다.

한편 <홍계월전>의 이본은 1유형, 2유형, 3유형으로 나뉜다. 1유형은 결말 부 분에서 부모와의 상봉이 이루어진다. 2유형은 부모와의 이별을 야기하고 시련의

66) 출간된 양으로 보았을 때, 영웅소설이 인기 있는 소설 양식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필사본만 남 아 있는 작품의 경우에는 보급에 한계가 있어 많은 독자를 확보하였다는 데 무리가 있다. 반면 방각본이나 활자본은 필사본을 활자화한 것이다. 때문에 출판된 작품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흥 미 혹은 문예적 가치의 측면에서 우월했다 볼 수 있다. 영웅소설은 대부분의 작품이 방각본과 활자본으로 출간되었다. 때문에 영웅소설이 조선조의 대표적 소설 양식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충분하다. 서대석, 군담소설의 구조와 배경 , 제이앤씨, 2008, 15쪽 참고.

67) 이는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의 작품 갈릴레이의 생애 에서 갈릴레오의 대사이다. 곽정식, <정수정전>에 나타난 여성의 자아실현 양상 , 어문학 제72집, 한국어문학 회, 2001, 80쪽 재인용.

동기를 부여한 맹길을 죽임으로써 복수를 하는 단락까지 갖추었다. 3유형은 필사

러한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홍계월전>에서의 여화위남을 남성성의 부여 로 보고자 한다. 다시 말해 남장을 하고 사회적 활동을 하는 평국(계월)의 여화 위남을 남성성의 부여로, 남장에서 탈피하여 본래 여성의 모습으로 돌아가 계월 로서 생활하는 것을 남성성의 상실로 파악하고자 한다.

<홍계월전>의 주인공 계월은 곽도사의 말을 듣고 걱정이 된 부모에 의해 남복 (男服)을 입음으로써 여화위남하여 남자아이처럼 길러진다. 곽도사의 예언에 의 하면 계월은 일반적인 여성의 삶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부모와 헤어져 여러 고난 을 겪으며 살게 될 운명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계월의 첫 남장은 타의 에 의해 행해졌다. 하지만 계월이 부모와 이별하여 여공에게 구해질 때도 자신이 여성임을 밝히지 않았으며, 천자에게 들통이 나기 전까지도 그 사실을 함구하였 다. 또한 천자에게 상소를 올려 사실을 고백할 때, 부모가 죽었다 생각해 해골을 찾아 제를 지내기 위해 남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한 점에서 여공에 게 구원받은 이후의 여화위남은 자의적으로 행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계월의 타의적·자의적 남장은 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나 이념 등에 연 유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조선 시대는 유교 윤리에 의해 내외법(內外法), 여 필종부(女必從夫) 등의 여성에게 불리한 제도들이 만연한 사회였다. 생계와 직결 되지 않는 이상 여성은 규중에 머물며 외간 남성과 얼굴이 마주칠 일이 없어야 하고, 어려서는 아버지를 커서는 남편 혹은 아들을 섬기며 족보에도 이름이 올라 가지 않았다.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여성은 홀로 살아가 기 힘들었으며 남성이 되어야지만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사회적 배경으로 인해 계월의 부모는 계월이 여성의 몸으로는 시련을 쉬이 감당하지 못 할 것에 동의하였다. 또한 계월 스스로의 남장은 남성의 권리를 행하기 위한 것 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당시는 남성만이 사회적 구속과 편견 없이 자유롭게 생활하고 제사를 지낼 고유의 권리가 있었다. 따라서 여성의 몸으로 어린 나이에 헤어진 부모의 소식을 듣기란 어려운 일이었고 혹여 돌아가셨다 한들 제사를 지 낼 수도 없었기 때문에 남장을 하여 제사를 지내고자 하였다.

계월이 남장을 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로는 스스로 남성이 되고 싶어 하였다 는 점을 들 수 있다. 제사의 권리와 같이 사회로의 진출은 남성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었다. 본디 계월은 부모 만세 후 죽어서 다시 남성이 되어 공맹의 행실을

배우고 싶다고 하였다. 여성의 모습으로는 내훈(內訓) , 삼강행실도(三綱行實 圖) 등 여성의 행실에 관한 규범, 정절 등에 관련된 것을 배울 뿐이다. 반면 과 거시험을 보기 위해 배워야 하는 공자와 맹자의 언행을 익히겠다는 것은 사회적 진출을 하고 싶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즉 본래의 여성의 모습으로 산다면 사 회에 진출할 수 없어, 죽어 다시 태어나서라도 남성이 되어 입신양명(立身揚名)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계월의 마음은 보국과 결혼을 하기 전, 마지막 군례를 치른다는 핑계로 보국을 부리는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결혼하는 것은 계월이 여성으로서 삶을 살 아간다는 것이고, 이는 다시는 사회적 활동을 하지 못 한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결혼 전 계월은 보국을 욕보여서라도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확인하고 싶어 하였 으며 자신보다 능력이 부족함에도 남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보 국에게 심술을 부리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렇듯 계월은 타의적·자의적 남장을 하여 평국이란 이름으로 살면서 여성으로 서는 하지 못할 일들을 남성의 모습으로 이루어냈다. 사회적 시각에서는 계월을 남성 평국으로 인식하였기 때문으로 <홍계월전>에서의 여화위남은 계월에게 남 성성을 부여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결혼 후 계월은 남복하지 않고 본연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다 천자의 부름에 의해 전장으로 차출된다. 이때 계월은 전쟁에 나가기 위해 갑옷과 투구를 착용하 였다. 갑옷과 투구는 전쟁을 위한 복색을 갖춘 것일 뿐, 남장하였다고 보기 힘들 다.

또한 계월은 여성의 모습으로 전쟁 중 보국의 목숨을 구해주고 적장 구덕지의 목을 베는 등 적을 두려움 속에 몰아넣었으며, 천기를 읽어 천자의 위태함을 파 악해 구해냈다. 이처럼 계월이 업적을 세울 수 있었던 이유는 국가적 위기로 인 해 사회적 분위기 혹은 이념이란 장애물이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본래 계월은 전 쟁에서 큰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 고 규중에서만 생활하였다. 다시 말해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막는 장애물은 국가 적 위기를 해결할 인물의 부재로 허물어져 계월에게 사회활동을 허용하였다. 때 문에 계월은 여성의 모습으로 전쟁에 참여하여 본인의 능력만으로 전쟁을 승리 로 이끌어 영웅적 면모를 보여줄 수 있었다. 계월은 남장을 통해 부여되었던 남

성성이 상실된 상태로 전쟁에서 활약하고 승리함으로써 천자에게 인정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타의적·자의적 남장은 사회적 환경에 말미암은 것으로 계월에게 남 성성을 부여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본래 여성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은 외면적으로 남성의 모습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남성성의 상실이라 할 수 있 다. 따라서 <홍계월전>에는 남성성의 부여로 인한 남성 영웅의 모습과 남성성의 상실로 인한 여성 영웅의 모습이 모두 나타난다.

2. 남성 영웅과 여성 영웅

영웅소설 연구는 김열규와 조동일의 서사구조에 의한 분석으로 일반화되었다.

김열규는 각 작품에서 추출한 주요 서사 단락의 공통분모를 근거로 개별 작품이 서로 친족 관계임을 밝혀내어, 조선조 소설 일대기 양식의 세계적인 보편성을 확 보하였다. 조동일은 우리 고유의 특성을 밝혀내어 영웅소설의 원론을 확고히 하 는 데 기여하였다.70) 본 절에서는 이를 수용하여 영웅소설의 일반적 서사 순서와

<홍계월전>의 주인공 계월의 일대기를 비교·분석하여 불운 및 고난을 기준으로 남성 영웅과 여성 영웅으로 나누고자 한다.

영웅소설은 주인공의 출생배경에서부터 행복한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영웅소설은 주인공의 출생배경에서부터 행복한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