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제5절 북유럽과 남유럽 국가의 정치적 환경과 복지국가 재편

정치제도가 정부에 부여한 권력집중과 분산의 정도와 그에 비례한 책 임성의 집중과 분산 정도, 그리고 이러한 권력과 책임성 중 어느 것이 부각되는가를 결정하는 정당 간 경쟁지형이 복지국가의 형성과 재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은민수, 2008). 민주주의는 다양한 시민사회의 선 호와 이익을 정당체계가 제대로 대표하는지 여부가 중요하며, 이는 곧 시민의 대리자로서 정부가 얼마나 시민의 다양한 요구에 책임을 지고 대응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대의제 민주주의에 있어서 대

표성과 책임성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볼 때에도 합의제 모델은 다수제 모델보다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일례로 다수제 모델의 소선거구 일 위대표제에 비해 합의제 모델은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점유율 간의 비례 성이 매우 높은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곧 사회경제적 약자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이해관계와 가치관을 반영하는데 있어서 합 의제 모델의 선거제도가 보다 우수함을 보여주는 것이며, 수직적 책임성 역시 높은 것이다. 합의제 모델의 행정부는 주로 연립정부의 형태를 띠 고 있으며,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관계의 경우 행정부의 압도적 우위가 아닌 힘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수평적 책임성의 확보에도 뛰어나 다(이주하, 2010).

1. 북유럽 국가의 정치적 특징이 복지국가 재편에 미치는 영향

승자독식이 제도적으로 매우 어려운 합의제 민주주의 하에서는 CMEs 가 발전하기 좋은 정치적 토양을 제공하고 있다. 즉 CMEs의 근간인 사 회협약과 정치적 조정의 성공적 운영을 위해서는 정치권력이 분산되어 있고 정치과정이 양보와 타협으로 진행되는, 그리고 시민사회의 다양한 세력들을 대변하는 구조화된 다정당체계가 발전한 합의제 민주주의가 보 다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최태욱, 2009). 이러한 합의제 민주주의는 사 회 코포라티즘(social corporatism), 사회협약정치(social pact politics), 사회적 파트너십(social partnership), 정책협의제(policy concertation), 국가 중심 거버넌스(state-centered governance) 등과 같이 서로 유사한 원리를 공유하고 있는 다양한 개념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북유럽의 CMEs는 20세기 이후 오랫동안 국가와 다양한 사회세력 사 이의 정치적 타협과 합의를 통해 정책을 형성하였고, 비시장적 조정기제 를 발전시켜 왔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고유한 정치적 전통이 되어온

정책협의제는 거의 1세기 동안 유지되어 왔는데, 그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윤홍근, 2006). 첫째, 노동조합과 사용자 단체의 정상 조직(peak organization)이 중앙 수준에서 협상을 통해 다양한 공공정책의 주요 내 용을 결정하며, 정부 관료와 의원들은 이러한 협상과정에서 주로 조정자 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둘째, 정상조직 산하 각 이익단체들은 산업별 및 부문별로 위계적으로 조직화되어 있으며, 중앙에서의 협상과정에서 부문 간 이해관계 조정을 위한 협의가 동시에 진행된다. 셋째, 정책협의 의 대상이 되는 주요 정책은 고용, 가격, 성장, 무역, 복지 등 경제정책 과 사회정책 전반에 관한 것이며, 노동정책에 관한 한 중앙협상의 결과 는 산업별 협상 혹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노사협상을 제약하는 구속력 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책협의제 하에서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는 강력한 친복지국 가동맹(pro-welfare state coalition)이 형성될 수 있었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면, 높은 노조 가입률과 중앙집권화 때문에 강한 응집력과 통제 력을 지닌 노조는 정치적으로 강력한 사민주의 정당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들로 구성된 공공부문 노조도 숫자나 응집력 등에서 정치적으로 견고하였고, 위기 시 에도 복지국가의 유지에 긍정적인 방향의 이해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주 요 정책결정은 포괄적인 이익을 고려하는 노조와 사용자 단체 사이의 대화와 타협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광범위한 복지국가 지지세력의 입장이 잘 대변될 수 있었다(김태성·류진석·안상훈, 2005).

1950년대부터 중앙 차원의 단체협상제도와 노사정의 3자 합의제도를 통해 발전해온 북유럽의 사민주의적 조합주의 체제는 전후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과 복지발전을 가져왔다(김인춘, 2002). 사민주의적 조합주의 체제의 대표적인 국가인 스웨덴은 오랜 계급타협 위에서 주요 사회․경 제정책을 사민당이라는 지배정당의 리더십과 노동자 대표인 노총(LO),

사용자 단체인 경총(SAF) 간의 합의에 의해 결정하였다. 1938년 ‘살트 쉐바덴 협정(Saltsjöbaden Agreement)’을 계기로 중앙교섭체제도 확립 되었는데, 이는 앞서 지적하였듯이 강하게 조직화되고 중앙집권화 된 이 익집단과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정부 사이의 정책협의제를 통해 가능하 게 된 것이다. 동시에 비례대표제와 다당제로 인해 단일정당이 의회의 과반수를 차지하기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연합정치 역시 발달하였다(이 도형, 2008; 신필균, 2011).

흔히 ‘덴마크 모델(Danish model)’이라 불리는 덴마크 노사관계 제도 의 특징은 노동조합, 사용자 단체, 그리고 정부 간 신뢰성 높은 3자 협 의제도라 할 수 있다. 사회적 파트너의 합의된 요청이 없이는 국가가 노 사관계 및 노동시장에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오랜 전통의 합의가 있으 며, 사회적 파트너들은 보통 단체협약을 통한 규제를 선호해 왔다(노동 연구원, 2005). 네덜란드 역시 ‘폴더 모델(Polder Model)’이라고도 지 칭되는 노사정 3자간 협의경제 모델에 기초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 네덜 란드와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도 양국의 조합주의적 전통과 사회적 파트너들의 합의구조 위에서 확립되었다. 즉 네덜란드의 ‘유연성과 안정 성법’은 노사 양자기구인 노동재단의 합의에 근거해 입법화된 것이며, 덴마크의 노동시장개혁 역시 노사정 3자기구의 합의에 의해 주도되었다.

한편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북유럽 3개국의 코포라티즘, 특히 임금협상제의 경우 일정부분 차이점 역시 존재하고 있다. 스웨덴은 노사 간 중앙화된 자율에 기초한 중앙임금협상제를 채택하였다면, 네덜란드는 국가개입을 허용하는 분권적 임금협상제라 할 수 있으며, 덴마크는 이 둘 사이의 절충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사실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경우 스웨덴과 비교하였을 때 의사결정체계가 분권화되어 있고 이익집단 의 조직도 분산되어 있다. 하지만 덴마크는 의회가, 네덜란드는 행정부 가 적절히 노사관계에 개입함으로써 1960년대까지 중앙임금협상제를 유

지시켜왔다. 일례로 덴마크의 경우 1934년 이후부터 임금협상제에 국가 개입을 허용하고 분권적 요소를 도입하였는데, 노사 간의 임금협상이 결 렬되었을 때에는 의회가 기존 협약을 연장하거나 새로운 협약을 노사에 게 강제할 수 있었다(안재홍, 2005, 2012).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기존의 사민주의적 조합주의가 약화되고 노사 양자 간의 제도화된 참여가 줄어들게 되었다. 동시에 비제도화된 의회로 비 등 이익집단 중심의 다원주의적 정치 비중이 높아지고, 독자적 이익 집단화 양상이 나타났으며, 중앙임금협상에 관한 한 코포라티즘이 제대 로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경우 생산직 노동자단체 인 LO가 노동운동의 대표성을 잃게 되었고, 사무직 노동자단체인 TCO 와 전문직 노총인 SACO는 LO가 주도하였던 연대임금제를 거부하고 독자적 임금협상을 시도하였다. 아울러 사용자대표인 SAF도 기업의 경 쟁력 제고와 기업소유권 보호를 주장하며, 기존의 합의구조를 거부하게 됨으로써 분권화된 교섭체제가 촉발되었다. 더욱이 신자유주의의 영향 아래 사민당과 LO의 관계도 갈등을 빚기 시작하였다(이도형, 2008). 그 결과 1980년대부터 중앙화된 임금협상제도는 쇠퇴하였고, 산업별 및 부 문별 3자 협의제도가 활발해졌다.

하지만 기존의 코포라티즘의 틀이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며, 사용자 단체들 조차도 특정맥락에선 산업별 및 지역 수준에서 3자 교섭을 중요 시하고 있다(주은선, 2006). 정병기(2004)가 지적하였듯이 이러한 변화 는 ‘유연화된 코포라티즘’으로 볼 수 있다. 즉 교섭은 덜 일상화, 덜 제 도화되었고, 산업별․부문별․기업별로 협상수준이 유연화 되고 있으며, 국가는 협상과정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교섭당사자에게 제재를 가 하는 역할을 하되 시장의 개입은 축소하고 있다. 결국 세계화 시대를 맞 아 코포라티즘에 기반한 노사 관계와 단체협상은 집중화와 분권화가 동 시에 추진되고 있으며,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노사협력을 구축하는 방

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김인춘, 2002). 결국 사민주의적 조합주의 체제에 기초한 조정기제가 가지는 유용성에 여전히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2. 남유럽 국가의 정치적 특징이 복지국가 재편에 미치는 영향

이탈리아를 제외한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나머지 3개국은 1970년 대에 들어와서 민주주의 체제로 정착되었으나, 이전 권위주의 시대의 잔 재가 아직까지 청산되지 않고 있다. 남유럽의 복지정치의 중요한 특징은 바로 후견주의(clientalism)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다시 위로부터 의 후견주의(clientalism at the top)와 아래로부터의 후견주의 (clientalism at the bottom)의 2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경

이탈리아를 제외한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나머지 3개국은 1970년 대에 들어와서 민주주의 체제로 정착되었으나, 이전 권위주의 시대의 잔 재가 아직까지 청산되지 않고 있다. 남유럽의 복지정치의 중요한 특징은 바로 후견주의(clientalism)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다시 위로부터 의 후견주의(clientalism at the top)와 아래로부터의 후견주의 (clientalism at the bottom)의 2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