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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절 북유럽과 남유럽의 복지국가 유형분류

주지하듯이 가장 대표적인 복지국가 유형화 모델인 Esping-Andersen(1990, 1999)의 이론은 소득보장제도의 탈상품화 (de-commodification) 정도와 계층화(stratification) 효과라는 기준으로 서구 선진 복지자본주의를 세 유형으로 나누었으며, 각각 유형은 계급동 원의 성격, 계급정치의 연합구조, 체제 제도화의 유산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며 역사적으로 발전해 왔다. 앞의 〈표 5-1〉에서 정리하였듯이, 자 유주의 복지체제(liberal welfare regimes)에서는 시장의 역할이 강조되 면서 급여의 대상으로 저소득층, 특히 노동력이 없는 빈곤층(deserving poor)에 초점을 둔 공공부조가 발달하였다. 전반적인 복지제도는 잔여주 의적(residual) 성격이 강하며, 탈상품화의 효과는 낮은 수준이다. 영국, 미국, 캐나다 등의 영미계통 국가들을 지칭하나, 국가복지 수준은 나라 별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보수주의 혹은 조합주의 복지체제(conservative or corporatist welfare regimes)는 자유주의 복지체제와 비교하였을 때 기업복지나 민 간보험의 역할이 크지 않으며, 사회보험 위주의 복지제도가 발달되었다.

복지의 제공이 사회적 지위의 차이를 유지시키는 경향이 크고 수급권이 남성가장(male breadwinner)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일, 프랑스, 오 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이 이 유형에 해당된다. 북구 유럽의 스칸디나비 아 국가들로 구성된 사민주의 복지체제(social democratic welfare

regimes)는 평등과 연대를 중심으로 한 보편주의적 원칙에 의해 탈상품 화 효과가 가장 큰 반면, 시장의 복지기능은 최소화하였다. 포괄적이고 관대한 급여 뿐 아니라 높은 수준의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국가가 직접 제공하고 있으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고 가족생활의 비용을 사 회화하였다(〈표 5-1〉참조).

1. 북유럽 국가(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의 복지체제 유형

일반적으로 스칸디나비아 국가를 북유럽 국가와 동일한 의미로 사용 하기도 하지만, 정확히 표현하자면 전자의 경우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 는 스웨덴과 노르웨이, 그리고 덴마크와 아이슬란드를 포함하며, 핀란드 를 제외시킬 때도 있다. 다른 표현으로 노르딕(Nordic) 국가는 북유럽의 다섯 국가인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를 일컫는 말 이다. 이 글에서는 지칭하는 북유럽 국가로는 스웨덴, 덴마크와 함께 (많은 경우 유럽대륙 국가로 분류되곤 하는) 네덜란드도 포함시켜 다루 고자 한다. 사실 네덜란드의 경우 주로 보수주의적/조합주의적 복지체제 로 간주되지만, Esping-Andersen(1990)의 저서에서도 나타났듯이 탈상 품화 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그룹에 속하며, 계층화 지수에 있어서도 노르딕 국가들과 함께 강한 사회(민주)주의적 특징을 보이고 있다.

〈표 5-2〉주요국의 복지지출(2007) 중이 상당히 크다(Pierson, 2001; Ebbinghaus and Manow, 2001; 남 궁근 외, 2006; 안병영·정무권·한상일, 2007).

〔그림 5-3〕소득정책-노동시장정책-사회정책 연계에 의한 복지체제 분류

노동시장정책-사회정책 연계

임금 억제 방식

소극적 노동시장정책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연대임금 덴마크 스웨덴

하 상향 평준화 네덜란드

자료: 안재홍(2005), p. 335.

복지레짐과 생산레짐의 제도적 상호보완성이라는 측면에서 스웨덴, 덴 마크, 네덜란드 3개국을 비교해볼 때, 〔그림 5-3〕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 국가들은 다소 상이한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북유럽 복지국가의 황금기를 가능케 하였던 소득정책(국가의 임금협상 개입)-노동시장정책-사회정책 연계는 임금억제의 제도화를 통한 국제경 쟁력의 제고로 경제성장과 완전고용을 성취하는 한편 임금억제를 사회정 책으로 보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대 인플레이션과 고실업이 발생 하자 이들 국가는 임금억제를 강화하는 한편 복지정책과 노동시장정책 간의 연계를 지속하면서 실업의 압박에 대처하였다. 여기서 소득정책-노 동시장정책-사회정책의 연계는 임금분산 정도를 결정하는 임금조정 방식 (연대임금, 하 상향 평준화, 하방 차별화)과 소극적 노동시장정책 (passive labor market policy: PLMP)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active labor market policy: ALMP) 사이의 관계로 구성된다. 스웨덴의 경우 GDP 대비 ALMP 지출 비율이 1970년에 1%를 초과하여 1977년 2.5%에 기록하였으나, PLMP의 비율은 1970년대에 0.4%를 넘지 않은 반면, 덴마크의 ALMP 비율은 1975년에 0.2%에 머물렀으며, PLMP의

비율은 1970년대에 3%에 근접하였다(안재홍, 2005).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오늘날 사회투자(social investment)전략, 근로 연계복지(workfare), 적극적 사회정책(active social policy), 활성화 (activation)정책 등 다양한 명칭으로 통용될 수도 있는데, 학자에 따라 그 개념과 범위가 크게 달라진다. 사회투자전략 혹은 활성화정책은 크게 다음 2가지 모델로 나누어질 수 있다. 먼저 일자리우선모델(labour force attachment approach)은 취업우선(work-first) 원칙을 바탕으로 수급자를 최단기간 안에 노동시장으로 (재)진입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이를 위해 복지급여의 수급기간을 제한하고 근로 회피자에 대해 급여를 중지하는 징벌을 강조하며, 취업을 촉진할 수 있는 단기간의 집중적인 고용지원정책을 중시한다. 이에 반해 인적자본개발모델(human capital development approach)은 근로취약계층의 고용가능성을 증대시키는 교 육 및 직업훈련에 역점을 두거나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다. 조기 취업 보다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확대를 통해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 자의 인적자본을 육성함으로써 적정임금의 안정된 일자리를 찾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Theodore & Peck, 2000; Peck, 2001; 이주하, 2011).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수동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었으므로 사회투자전 략의 여지가 많았으나, 스웨덴은 이미 오래전에 강력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복지급여와 노동시장 프로그램의 밀접한 연계를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것을 활성화라는 방법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입지가 제한되어 있었다(김종일, 2006).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일 찍 도입한 스웨덴에 비해 소극적 노동시장정책을 중시하였던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1970년대 중반부터 이미 고실업 사회로 진입하였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이전지출의 증가는 고용인구의 감소와 맞물려 재정적자를 악화시켰다. 특히 ‘하 상향 임금평준화’에 기반한 임금조정 방식은 임금

상승을 유발하면서 실업률을 더욱 증가시켰다(안재홍, 2005). 이러한 위 기를 극복하기 위해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 모델 을 채택하게 되는데, 이는 아래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2. 남유럽 국가(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의 복지체제 유형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로 대변되는 남유럽 국가들은 지리 적 근접성 뿐 아니라, 서로 유사한 역사적 전통을 공유하고 있다. 즉 이 들 국가들은 종교적․문화적으로 가톨릭의 영향이 크고, 다른 유럽국가 들 보다 상대적으로 최근까지 권위주의 체제를 경험하였으며, 미성숙한 복지제도를 가지고 있다(Leibfried, 1993; Castles, 1995; Gal, 2010).

또한 남부 유럽, 특히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의 경우 경제적 저발전과 미약한 산업의 발달, 그리고 정치적 다원주의의 뒤늦은 등장이라는 공통 점을 가지고 있다(진영재·노정호, 2003).

가톨릭과 결합된 가족주의를 강조하고 사회보험 중심의 복지제도를 갖춘 남유럽 국가들은 Esping-Andersen의 복지국가 유형론에 따르면 보수주의적/조합주의적 복지체제에 해당되며, Esping-Andersen(1990)도 이탈리아의 경우 유럽대륙 국가들에 포함시켜 함께 다루고 있다. 하지만 Leibfried(1993), Castles(1995), Ferrera(1996, 2005), Bonoli (1997), Abrahamson(1999), Gal (2010) 등은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 리스와 같은 남부유럽의 복지국가를 Esping-Andersen의 세 가지 복지 체제와 구별되는 제4의 레짐(The Latin Rim, the Southern European or the Mediterranean welfare regime)으로 분류하고 있다.

일례로 Ferrera(1996, 2005)에 따르면 남유럽 복지국가 모형은 아래 와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복지공급에 있어서 서비스 보다는 현금급 여, 특히 연금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사회보험을 통한 소득

보장은 직업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된다. 이는 일정부분 조합주의/보수 주의 복지체제의 특징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남유럽 복지국가들의 특징은 이중적 노동시장구조 속에서 정규직 근로자들에게만 관대한 보호 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의료복지의 경우 기존의 사회보험제도를 1970년 대 이후 조세 기반의 전 국민 의료서비스체제로 전환을 시도하였으나, 여전히 사회보험에 기초한 의료서비스가 주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또한 집권당이 개인 및 이익집단의 지지 확보를 통해 그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특정 복지제도를 도입하는 ‘후견인-피후견인 (patron-client)' 관계가 발달되어 왔다.

남유럽 국가들을 보수주의적/조합주의적 모델의 미성숙한 형태로만 간 주하던 Esping-Andersen 역시 이러한 연구들의 성과를 일부 받아들여 서 이후 저서(Esping-Andersen, 1999)에서는 남유럽 모형과 가족주의 (familialism)의 연관성에 주목하면서 이들 국가들을 따로 구분해서 논 의하고 있지만, 별도의 독자적인 제4의 유형으로까지 간주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유럽 복지체제는 다른 유형과 구별되는 특징을 지 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Ferrera가 제시한 남유럽 복지국가 모형의 특 징과 함께, 이들 국가들은 가족주의와 가톨릭 문화의 영향으로 복지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국가가 아닌 가족에게 전가시켜 왔다. 따라서 주로 남성가구주에게 높은 임금과 안정된 직장을 제공함으로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하였고, 복지수혜 역시 정규직 노동자에게 집중되었는데, 이는 다른 복지정책 분야에 비해 연금정책이 두드러지게 발전된 이유이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유럽 복지체제는 다른 유형과 구별되는 특징을 지 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Ferrera가 제시한 남유럽 복지국가 모형의 특 징과 함께, 이들 국가들은 가족주의와 가톨릭 문화의 영향으로 복지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국가가 아닌 가족에게 전가시켜 왔다. 따라서 주로 남성가구주에게 높은 임금과 안정된 직장을 제공함으로써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하였고, 복지수혜 역시 정규직 노동자에게 집중되었는데, 이는 다른 복지정책 분야에 비해 연금정책이 두드러지게 발전된 이유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