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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출산 사례대상과의 인터뷰는 2005년 7월 21일(서울, 36세), 11월 11일(제 주, 40), 11월 17일(제주, 40), 11월 29일(서귀포, 43)에 이루어졌으며, 본고의 주제와 관련된 부분을 발췌하였다.

사례 (라) - 유치원 교사 (2005년 7월 21일, 서울, 36세)

결혼은 어려서부터 안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 아직 사람을 못 만 난 거죠. … 그래요, 사람이야 굳이 결혼을 하겠다고 나서면 전혀 없는 건 아니 겠지만, 그래도 결혼이라는 게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아직 … 사랑을 못해봤다는 거죠. 사랑할 만한 남자가 없더라구요. 에이 결혼이 나 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없는 건 아니예요. … 유치원 선생이니까 당연 히 아이들을 좋아해서 애를 낳고 싶진 않느냐고 물으셨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

요. 유치원 교사라는 건 일종의 안정된, 여자로서 택할 수 있는 그런 직업일 뿐 이죠. 사실 별로 애를 낳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 물론 소개해준다는 사람 등쌀에 선을 본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만나보면 만나는 남자들마다 관심이라는 게 영 아니더라구요. … 만나서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고 사랑은 아니라고 해도 사랑할 수 있겠다 싶은 뭐 그런게 있어야하는데, 그저 결혼하면 직장은 계속 다 닐 거냐는 둥, 자기는 유치원 선생님이 애들 잘 키울 것 같아서 믿음이 간다는 둥, 늘 유아교육을 한 사람하고 결혼하고 싶었다는 둥, 이건 순전히 결혼이 무슨 장사도 아니고 …

사례 (마) - 호텔 직원 (2005년 11월 11일, 제주, 40)

누구 남자 하나 소개시켜 주려고? … 결혼, 그거 안하고 싶은 사람도 이시카?

나도 결혼 하고 싶어. … 결혼에 대한 환상 같은 그런 건 처음부터 없었어. … 만나던 남자가 없었던 것도 아니고 … 그런데, 결혼이란게 그게 나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거였는지, 결혼까지 가게 되질 않더라고. … 애기? 낳고 싶지. 아니 키우 고는 싶어. 낳지는 못하더라도. 솔직히 이젠 너무 늦은 거 아닌가? … 가족에 대 한 느낌은 … 나 같은 경우엔, 가족이란 게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사실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쳐 놓고 생각하면, 가족이라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고 … 차라리 가족이라는 게 없이 그냥 살면 안되나 싶은 생각도 들 때가 … 내가 결혼하면? … 내가 결혼하면 물론 그것도 가족은 가족이겠지. 근데 좀 달랐으면 좋겠어. 서로 힘들게 하지 않는 그런 가족이었으면 …

사례 (바) - 대학 강사 (2005년, 11월 17일, 제주, 40)

남들은 공부하다 보니 결혼시기를 놓쳤느냐고 묻기도 하지만, 그건 아니고 … 그냥 … 어쩌면 자신이 없었는지도 몰라. 어머니를 봐도 그렇고 … 아직까지는 내가 버는 거 없으면 어머니도 그렇고 우리 가족 모두가 어려울 거라. 지금 내 가족 때문에 미래의 내 가족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고 … 아무튼 가족해체에 대 한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은데, 나 같은 경우엔 지금의 내 가족을 해체하지 못해

서 미래의 내 가족을 가지지 못하는 게 현재의 내 상황인 것 같아. 결혼하면 아 이를 가지게 되겠지만, 아직 결혼도 안한 상태에서 아이문제를 생각해본 적은 없 고 …

사례 (사) - 개인교습 (2005, 11월 29일, 서귀포, 43)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아주 어릴 때였는데, 어려봤자 스무살이지만 그때 살 았던 시간보다 그 후에 살아온 시간이 더 기니까 … 서로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었었는데, 이런 애기해도 되나? 사귀기 시작한지 한 반년쯤 지나서 같 이 자고 싶어 하더라고. 물론 나도 같이 잘 수는 있다 싶었어. 헤어져 있기가 싫 었고 같이 있으면 좋았으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고 실제로 그거 그러니까 … 그 래, 그냥 같이 자는 게 아니고 … 그래서 내가 거부했는데, 그렇게 밤을 새고 나 더니 또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게 되니까. 아마 그것 때문이었던 것 같아. … 대 학원 공부한다고 서울 가더니 거기서 여자 만나 결혼하더라고. 그 후로 나 좋다 고 따라다니던 의사도 있었고, 나 좋다고 덮치던 어떤 예술가도 있었는데 … 아 무튼 결혼한다는 생각을 하면 자꾸 20년 전 생각이 나서 그런가? 너무 오래 혼 자 살아서 그런지 혼자 사는 게 좋더라고. 옆에 누가 있다 싶으면 잠을 못자니 까. 여자든 남자든 누가 옆에서 같이 잔다 싶으면, 편안하지가 않아. 그러니까 결 론은 그냥 혼자 사는 게 편해서 결혼안한거야. … 애기? 그래, 애기는 낳고 싶더 라. 내 애기를. 근데 어떻게 낳을 수 있겠니? 결혼도 안한 여자가 애 낳고 키울 수는 없잖아.

이상의 사례는 모두 적극적으로 결혼을 기피한 경우라기보다는 결혼을 주 저하다가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못 만나서 혼인이 지연되고 그로 인해 출산 이 연기된 사례들이다. 그러한 면에서 이들의 선택은 좀 더 개인주의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혼자 사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 영구적으로 혼자 살기를 희망하는 의지적인 독신은 아니었다. 조금씩 기존의 가족관계에서 나 타나는 역할에 대한 부담이나 결혼이 사랑이 아닌 어떠한 조건에 기반한다는

데 대한 반감(좋은 어머니나 아내로서의 기대)이 결혼을 주저하게 했음을 볼 수 있다. 사례(라)와 (사)의 경우는 결혼을 사랑의 실현으로 보고 있는 경우 이다. 사례(라)는 결혼에 있어서 자신이 도구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혼인을 지 연시켜온 이유로 보이고, 사례(사)는 사랑의 실연으로 결혼이 지연된 것으로 보이지만 결혼에 상관없이 출산이나 양육의 요구를 갖고 있으면서도 사회적 낙인을 염려하여 미출산 상태에 머무르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사례 (마)와 (바)의 경우 현재 가족에 대한 책임부담이 본인의 결혼을 통해 새 가 족을 꾸리는데 장애요인이 되고 있으며, 사례(마)의 경우는 사례(사)와 마찬 가지로 혼인과 상관없이 출산이나 육아에 대한 욕구를 여전히 갖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자신의 꾸릴 가족은 좀 더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현재 혼인이나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기존의 것과는 다른 어떤 것에 대한 욕구들을 가지고 있었다. 즉 사랑의 실현으로서 의 가족이라든가 혼인과 상관없는 출산이나 육아에 대한 욕구들이 그것이다.

즉 여성들의 혼인지연은 대체로 현재의 가부장제적 가족에의 편입을 주저하 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가부장제적 가족에 대한 거부감 으로 인해 한편으로 자신의 미래가족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으면서도 적극적 으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5장 요약 및 결론

본 논문은 자본주의 발전이 가부장제적 가족의 위기를 낳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하여 저출산을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저출산은 가족해체의 원인으로 인식됨으로써 저출산이 가족을 해체시키며, 그리고 그 원인이 되는 결혼기피가 문제이고 그로 인해 여성의 문제로 개인화된다고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본고는 이러한 결혼기피 -> 저 출산 -> 가족 위기로 인식되는 측면들은 동일한 원인에서 기인하는 대등한 문제로 재인식할 것을 제기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들은 ‘원인’이 아닌 ‘결과’로서 이러한 현상들을 발생시키고 있는 사회경제적 구조와 관련지 어 설명하고자 하였다.

저출산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것은 주로 노동공급의 측면에서 부 정적인 영향에 초점이 맞춰지면서이다. 그러나 이것을 가족의 위기적 측면에 서 살펴보면, 그것은 근대 가족이 원래 기대했던 대로 기능하지 않는데 대한, 즉 여성이 취업하기 시작함에 따라 여자가 재생산노동을 담당하려 하지 않는 데 대한 공격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가족해체의 문제로 사회문제화 된다.

특히 이러한 현상들은 한국사회에서 IMF라는 경제위기를 계기로 급격한 변화를 보이면서 더욱 쟁점화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 위기로부 터 자유롭지 못하기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러 한 시기가 여성들에게 있어 더욱 불리하고 억압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 며, 이는 그러한 것들이 여성들의 문제로 읽혀지고 있음에서도 알 수 있다.

본고에서는 근대가족에서 여성은 가부장제의 억압과 자본주의의 억압을 동 시에 받고 있다고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가 어떻게 타협 하면서 여성을 지배하여왔는가를 살펴보았다.

근대에 와서 자본주의는 가부장제와 공고히 결탁하면서 여성노동을 활용해

왔다. 초기에 저임금의 유순한 노동력에서 전업주부로, 그리고 다시 주부노동 자로, 이처럼 자본의 필요에 따라 여성노동은 배제되거나 이용되어져 왔다.

그러나 여성노동의 활용은 가족 내 성별분업과 가부장제적 관계에 혼란을 일 으키지 않고 변화를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조정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 세계적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여성의 부분 재생산자, 부분 생산자라는 위치가 더욱 공고화되고 있다. 결혼기피, 출산기피, 가족의 위기라는 문제는 그러한 여성들의 회답이었다.

한편, 이러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상호관련 속에서 가족은 변화하여왔 고, 그것은 가족의 위기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가족해체’의 언술이 등장하였지만, 결과적으로 가족은 ‘해체’된 것이 아니라 ‘재편’된 것이었다. 그 러면 ‘해체’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가족'이 아니라 ‘가부장적 가족’이다.

가부장적 가족이 해체의 변화를 겪고 있다. 부계혈연의식은 약화되고 있으며,

가부장적 가족이 해체의 변화를 겪고 있다. 부계혈연의식은 약화되고 있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