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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역조정지원제도의 효과에 대한 경험적 증거

문서에서 무역조정지원제도의 근거와 한계 (페이지 35-40)

제3장

2. 미국 무역조정지원제도의 효과에 대한 경험적 증거

본 보고서의 제2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효율성, 형평성 및 정치적 효과 등을 근 거로 무역조정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크게 설득력이 없다. 특히 형평성의 측면에서 경제적 변화에 따른 피해보상과 변화에의 적응을 위한 지원이 무역자유화에 만 차별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논리적 근거는 희박하다. 반면 효율성의 근거는 논리 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험적 측면에서도 검증이 필요하다. 즉, 무역자유화로 인한 조 정 과정이 높은 비용을 유발하는 것은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시장의 경직성에 기인하 며 무역조정지원이 이러한 요소시장의 경직성을 근본적으로 완화시키는 조치가 아 니라는 점에서 논리적 타당성은 결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62년 이후 무역조정지원제도가 50년 가까이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 경험적 증거를 통해 이를 증명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무역조정지원이 개방에 대한 정치적 반대를 효과적으로 감소시켜 무역자유화에 기여했는지도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무역조정지원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업과 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원도 포함하고 있으나 무역자유화로 인해 실직된 근로자들에 대한 피해의 보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의 무역조정지원제도를 효율성 측면에서 평가하기 위해서는 무역자유화에 따른 산업 혹은 부문 간 요소의 이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 는 데 무역조정지원이 기여하였는가를 검증해 보아야 한다. 또한 같은 맥락에서 무 역조정지원이 무역자유화에 따른 원활한 구조조정에 기여했는가도 평가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미국의 무역조정지원이 무역자유화에 따른 실직 근로자의 전직을 용이 하게 하여 효율적인 자원배분에 기여하였는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13) 먼저 근로자들에 대한 무역조정지원의 혜택은 평균적 으로 실직한 근로자들의 실업기간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Decker and Corson(1995)에 따르면 TRA(Trade Readjustment Allowances)의 수혜자는 실업보험(UI) 수혜자에 비해 평균적으로 실업기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조정지원의 13) McCarthy(1975)는 1962년부터 실시된 TAA가 실직에 대한 보상의 역할은 하였으나 향후 재

취업의 가능성을 개선시키는 데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제3장 미국의 무역조정지원제도 35

혜택을 받는 실직자들은 일반적인 실직자들과 달리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공인된 직업 훈련(training)에 참여해야 한다. 이와 같은 의무는 실직자들에게 비용으로 작용함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연구 결과14)에 따르면 <표 3-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원의 규모 및 범위의 확대에 따라 수혜자의 수와 더불어 실업기간도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무역조정지원의 자격 확대 등에 따라 혜택을 받는 근로자의 규모 증대와 더불어 실업 기간의 연장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무역조정지원의 비용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무역조정지원은 이렇게 실업기간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연장된 실업기 간이 적절한 일자리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는 증거도 찾아보기 어렵다. 실업기간의 증대가 재취업 임금을 감소시킨다는 증거도 나타났고, 이에 더해 실업기간의 장기화 로 인한 실업자라는 낙인과 기술의 쇠퇴가 근로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 일반적인 인식이다.15) Marcal(2001)은 무역조정지원 프로그램으로 직업훈련을 받 은 근로자들이 직업훈련을 받지 않은 근로자들과 실업보험의 혜택을 받은 근로자들 에 비해 재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보였다. 이 결과를 놓고 보면 무역조정지 원 프로그램은 직업훈련을 통해 재취업률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도 가져온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Marcal(2001)은 직업훈련이 재취업 임금 수준을 높인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또한 무역조정지원의 혜택을 받는 근로자들은 재취업을 하는 경우에도 이전 직장 혹은 산업으로 가는 경향이 높고 다른 부문이나 산업으로 전환하여 재취업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16) 이는 무역조정지원이 원활 한 구조조정 혹은 생산요소의 부문 간 이전에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무역조정지원 프로그램은 효율성 측면에서 대체적으로 부정적

14) Card and Levine(2000)에 따르면 TAA 혜택의 기간을 13주 연장한 것은 평균적으로 실업기 간을 1주 연장시킨다. 또한 Meyer(1996)는 TAA 혜택의 규모를 늘리는 것도 실업을 연장시킴 을 보이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혜택을 10%p 증가시키는 것은 적어도 1주일 이상의 실업기간 연장 효과가 있음을 추정하였다.

15) Blanchard and Diamond(1994), Pissarides(1992), 그리고 Baicker and Rehavi(2004)에서 이와 같은 논의를 찾아볼 수 있다.

16) Magee(2001) 참조.

영향이 컸다는 경험적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무역조정지원 프로그램이 수입 증대로 실직을 한 근로자들에게 보상을 해주고 직업훈련을 통해 재취업률을 높이는 효과가 발견되었다. 그러나 무역조정지원 범위와 규모의 확대에 따라 오히려 실업기 간이 증대하였고, 실업기간의 증대가 근로자의 향후 재취업 및 임금 수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기존의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결과로부터 미국의 무역 조정지원 프로그램이 근로자들의 원활한 부문 간 이전이라는 관점에서 무역자유화에 따른 자원의 효율적 재배분에 기여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반면 Magee(2001)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역자유화로 인한 관세 하락이 큰 산업 일수록, 즉 기존의 관세보호가 높았던 사양산업일수록 근로자들이 무역조정지원 프로 그램의 혜택을 받는 확률이 높다. 이는 무역조정지원 프로그램이 근로자들의 정치적 반대를 약화시켜 무역자유화를 용이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Baicker and Rehavi(2004)도 무역조정지원 프로그램의 규모가 작았던 점, 예를 들면 2000년의 TAA가 실직자의 1% 미만, 그리고 실업보상 프로그램의 2%

미만의 예산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구조조정에 주안점을 두었던 제도라는 측면보다는 무역자유화를 위한 정치적 기제의 역할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조정지원제도와 관련된 또 다른 특징은 무역자유화의 확대, 즉 새로운 무역협정의 체결 혹은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 연장 등을 위해 TAA의 지원 범위 및 규모가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특징은 무역조정지원 프로그램이 무역자 유화를 위한 정치적 기제의 역할을 하였다는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예를 들면 1990년대 TAA의 확대는 NAFTA 체결을 위한 목적이 컸고, 2002년의 무역조정지원 대상 및 규모의 대폭적인 확대는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을 연장하기 위한 목적이 크게 작용 했다. 무역조정지원에 소요되는 비용이 2002년 이후 크게 증대되었음을 <표 3-3>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역조정지원의 역할이 무역자유화에 대한 정치적 반대를 감소시키는 것이라면 이와 같은 현상은 점차적으로 무역자유화의 정치적 비용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무역자유화의 정치적 비용이 증대하고 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섬유, 철강, 자동차 등 미국의 사양산업을 대표하는 노조 등 이익집단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대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무역조정지원이라는 제도가 노조와 같은 이익집

제3장 미국의 무역조정지원제도 37

단의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무역조정지원이 오히려 보호무역적인 정치적 압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무역 자유화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표 3-3> 미국 무역조정지원 비용의 연도별 변화

(단위: 달러)

구 분 예산 책정 지출

1994 98,900,000 96,248,480

1995 97,800,000 96,742,968

1996 96,600,000 90,455,959

1997 85,100,000 84,753,975

1998 96,700,000 96,700,000

1999 94,300,000 94,300,000

2000 94,000,000 92,665,343

2001 94,400,000 94,345,730

2002 94,500,000 94,494,164

2003 222,050,000 222,050,000

2004 258,200,000 258,200,000

2005 259,300,000 259,300,000

2006 259,400,000 259,399,997

2007 259,600,000 259,600,000

2008 259,700,000 259,700,000

자료: US Department of Labor

앞의 <표 3-1>에 나타난 바와 같이 2002년 무역법(The Trade Act of 2002) 에서 무역 조정지원의 규모와 범위가 큰 폭으로 확대된 이유는 행정부에 부여된 ‘무역촉진권한 (Trade Promotion Authority)’의 기간을 연장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2002년에 ‘무역촉진권 한’의 기간 연장이 의회에서 의결되었으나 2007년 7월 갱신에 실패하여 폐기되었다.

행정부에 ‘무역촉진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무역협정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함이다.

즉, 양자 간 혹은 다자간 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 협상을 할 때 행정 부에 전권을 위임하고 의회는 체결된 무역협정에 대해 표결을 통해 비준 여부만 결 정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무역촉진권한’의 폐기는 무역자유화를 위한 무역협정의 체결에 있어서 행정부의 운신의 폭이 좁아져 무역자유화의 추진이 제약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구체적으로 2007년 ‘무역촉진권한’의 폐기 이후 미국이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은 없다.17) 오히려 기존에 국가 간 협상이 타결되어 협정을 체결하고 협정문에 서명한 FTA에 대해서도 비준 과정에 들어가지 않고 재검토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18)또한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개발아젠다(DDA)협상의 타결을 위해 미국이 지도적 역할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무역조정지원이 무역자유화를 위한 정치적 기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무역조정지원제도는 무역자유화에 따른 자원의 효율적 재배분을 통한 경제 효율성 제고에 기여했다고 볼 수도 없고, 또한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를 고려해 볼 때 무역자유화 추진에 기여하는 정치적인 기제 역할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미국에서의 무역조정지원의 역할은 무역자유화의 추진과 더불어 이로 인한 수입 증대, 생산기지 이전 등에 의해 실직한 근로자들에 대한 보상에 있었다고 할 수 있는 반면 부문 간 요소이동의 원활화를 통해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노조 등 이익집단의 정치적 반대를 약화시켜 무역자유화를 용이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17) 미국은 2009년부터 환태평양 지역의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전에 미국이 추구하던 자유무역협정과 달리 무역자유화보다는 지역 통합, 규제 일관성, 투명성, 노동 및 환경 기준 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적할 수 있다.

18) 미국은 콜롬비아(2006년 11월), 파나마(2007년 6월), 한국(2007년 6월)과 자유무역협정을 체 결하여 협정문에 서명까지 하였으나 비준 과정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은 한국과의 FTA는 추가협상을 진행하여 자동차시장의 개방 유보(연기)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합의에 도 달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출 증대를 통한 고용회복을 위해 한국과의 FTA를 다시 추진하였다고 볼 수 있으나 전미자동차노조(UAW) 등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양국 정부가 합의, 서명했던 협정문의 수정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자유무역의 원칙에 기반을 둔 FTA를 본격적으로 다시 추진하기 시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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