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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왜 사회자본이 중요한가?

1981년도에 말레이시아 수상에 취임한 마하티르(Mahathir bin Mohamad) 는 취임 6개월 후에 동방주시정책(Look East Policy)이라 는 다소 생소한 정책을 제시했다. 마하티르의 동방주시정책은 동아 시아에서 고도성장을 이룩한 일본과 한국 및 대만 국민의 성실한 노 동윤리, 사회 가치관, 경영체제 및 기술 등을 배워 말레이시아의 경 제⋅사회발전을 도모하자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었다. 말레이시 아가 일본이나 한국과 같이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하자면 과학기술 만을 배워 가지고는 안 되며 이들 국가의 국민이 지니고 있는 정신 적 가치를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하티르 수상의 동방주시정책 에 따라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학생과 노동자를 일본과 한국, 대만의

대학과 기업에 보내 이들 3국 국민의 노동윤리, 도덕관, 기업경영, 운영체제는 물론 생활 관습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사회 구성원 사이 에 내재되어 있는 정신적 가치를 배워 오도록 하였다.

마하티르 수상은 동방주시정책 이외에도 말레이시아의 발전을 위 해서는 말레이시아인의 정체성 확립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위해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 주는 노래를 작곡하여 텔레비전 에 방송하도록 하고, 국기에 대한 존경심을 키우도록 하며 출퇴근시 간 지키기 운동과 같은 기초적인 국민운동을 전개하였다. 동방주시 정책을 실시한 지 20년 후, 말레이시아는 한국에 버금가는 고도 경 제성장을 달성하고 아시아의 신흥공업국으로 부상했다. 2003년 11 월, 마하티르 수상은 말레이시아를 고도성장의 반석 위에 올려 놓 고 명예롭게 퇴임하였다.

공교롭게도 1960년대까지 한국보다 부유한 국가였던 아시아의 여 러 국가들은 경제성장을 위한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선진국가로 부터 자본과 기술을 이전받아 경제성장을 추구했지만 말레이시아와 태국을 제외하면 아직도 많은 국가들이 빈곤과 민족 간의 갈등, 부 패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수상이 동방 주시정책을 통하여 일본과 한국, 대만으로부터 배우고자 했던 정신 적 가치는 무엇인가? 말레이시아 국민이 지니고 있지 못했던 정신적 가치, 일본과 한국 및 대만의 국민이나 기업이 지니고 있다고 믿었 던 근로자의 근면성과 인내심, 협동심, 도덕심, 기업 경영기술은 무 엇을 의미하는가?

1960년대 초까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 중의 하나였 다. 1950년에 발생한 3년간의 남⋅북 전쟁으로 전 국토가 파괴되고 국가 재정이 고갈되어 해외 원조가 아니면 나라살림 꾸리기도 어려 운 형편이었다.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식량과 만성적인 실업, GDP 성장률을 훨씬 상회하는 물가 상승률, 높은 인구 증가율 등으로 국

가의 장래는 지극히 비관적이었다.1

그러나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지속적인 추진 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빠른 경제성장 을 이룩하였다. 1960-70년대의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8∼10%

를 유지하였고 1980년대에 들어와서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7∼8%

수준을 유지하였다. 1965년도에 100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 득은 2002년도에는 10,000달러를 상회하게 되었고, 1965년도에 1억 8천만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은 2002년도에 1,620억 달러를 달성하여 세계 12위의 교역국가로 등장하게 되었다. 1995년 한국은 OECD 회 원국이 됨으로써 경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 다.

세계 제2차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가 중에는 한국보다 자원과 자본 및 기술 면에서 월등하게 유리한 위치에 있었으면서도 한국보 다 사회발전과 경제성장 속도가 더디거나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 나지 못한 나라가 많다.2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한국은 세계 최 빈국 수준에서 불과 40년 만에 경제발전의 선발주자이면서 자원과 자본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국가들을 제치고 세계 경제 선진국들과

1 1953-58 기간 중 해외 원조는 GNP의 15%이었으며, 1954-61에 연평균 GNP 성장률은 4.4%, 도매물가 상승률은 22.1%, 인구 성장률은 2.9%로 나타나고 있다(경제기획원 1982).

2 세계 제2차대전 이후 신생독립국은 물론 많은 아시아 아프리카 개발도상 국가의 경제적 여건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최빈국의 하나였던 한 국보다 더 열악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한국은 신생 공업국가(NICS) 중에서도 아시아의 경제발전을 이끄는 4마리의 용중에 서 선두주자로 부각되었다. 1960년대까지 필리핀은 아시아의 민주주의를 이끄는 선두주자였으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 마, 인도, 파키스탄 등은 한국보다 월등한 경제력과 막대한 자원을 보유 한 국가였다.

경쟁할 수 있을 만큼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을까?

한국인을 비롯한 일본인, 중국인 등 동아시아인들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사회발전은 많은 서구 학자들에게 학문적 관심으로 부각되 었다. 이들은 동아시아 국가의 생활방식과 사회구조, 삶에 대한 가 치관 등을 연구하고 동아시아인들의 독특한 가족구조와 생활방식, 사회구조, 삶에 대한 가치관 속에는 성공을 촉진하는 남다른 요소가 작용한다고 보고 이를 사회자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해석하고자 했다.

콜만(Coleman 1988)은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계 이주민 가족의 아 이들이 높은 교육적 성과를 얻는 것은 가족 내에 형성된 사회자본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는 아시아계 이주민 가족의 대부분은 부모들 이 집에서 자녀들을 가르치기 위하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배 우는 교재를 두 권씩 사고 있는 현상에 유의하고 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이들의 교육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하 고 있음을 밝혔다.

퍼트남(Putnam 1993b)은 동아시아의 급속한 경제성장이 이들 사회 의 조밀한 사회적 연결망(social network)에 있음에 유의하고 이를 연 결망 자본주의로 설명하고자 한다. 즉, 연결망으로 형성된 혈연공동 체, 작은 사회조직 및 집단의 구성원은 상호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상업 활동에서 거래비용을 낮추고 정보와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고 주장하면서 이와 같은 사회자본이 경제성장을 위한 재정자본으 로 전환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자본이 지역사회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한다는 실증 연구는 동아시아의 사례에서뿐 아니라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나타나 고 있다. 나라얀과 프리쳇(Narayan and Pritchett 1996)은 작은 농촌 지역사회에 축적된 사회자본은 지역 주민의 협동을 촉진시킴으로써 더 높은 소득을 창출하게 한다고 주장한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한

사례 연구에서 이들은 농가의 소득은 마을이 지니고 있는 사회자본 의 축적 정도에 따라서 영향을 받고 있으며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 현대적 농업자재의 사용, 지역사회 활동의 증진, 농업 금융 자본의 사용 확대 등과 함께 사회자본이 농가 소득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울콕(Woolcock 1998)은 대부분의 남아시아나 아프리카 등지의 개 발도상국가의 국민이 빈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 구성 원 상호 간의 신뢰 부재를 들고 있다. 이들은 협동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나 이외의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협동을 이루 지 못하고 있으며 저축이 빈곤 탈피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사람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저축을 하지 않는 다고 주장한다. 사회자본의 결핍이 사회 발전과 빈곤 탈출의 걸림돌 이 된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일련의 학자들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정치와 사회체제, 문화, 법률, 관습 등이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게 된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은행(World Bank 1993) 은 동아시아 국가의 기적(The East Asian Miracle: Economic Growth and Public Policy)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통하여 동아시아 국가에서 는 중앙 정부의 적절한 시장 간섭과 조정이 정부 공공 부문과 사기 업간의 협동을 이끌어 내어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고 주 장한다.

후쿠야마(Fukuyama 1995)는 신뢰가 경제성장과 국가 번영에 중요 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회체제 속에서 신뢰 정도가 낮은 국가들은 경제활동의 기본이 가족 중심으로 짜여 있는 반면 사회체제 속의 신 뢰도가 높은 국가들은 경제활동 단위가 가족을 넘어서 있기 때문에 대규모 기업의 창출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상의 연구 성과들은 규범(norm), 신뢰(trust), 협동(cooperation),

연결망(network) 등으로 대변되는 사회자본이 경제자본과 같은 하나 의 자본으로서 생산성 향상과 국가의 경제성장 및 사회발전에 기여 하고 있는 반면 이와 같은 사회자본이 결핍되면 성장과 발전에 걸림 돌로 작용하게 된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수상이 동방주시정책을 통하여 추구하고 자 했던 동아시아 국가의 정신적 가치는 결국 이들 동아시아 국가 사회체제 속에 내재되어 있는 사회자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 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사회체제 속에 내재되어 있는 규범과 신뢰, 협동심, 사회적 연결망 등 사회자본을 말레이시아 사회체제 속에 도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수상이 동방주시정책을 통하여 추구하고 자 했던 동아시아 국가의 정신적 가치는 결국 이들 동아시아 국가 사회체제 속에 내재되어 있는 사회자본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 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사회체제 속에 내재되어 있는 규범과 신뢰, 협동심, 사회적 연결망 등 사회자본을 말레이시아 사회체제 속에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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