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약중독 재발의 개념
재발(relapse)이란 약물이나 행위중독에서 회복중인 사람이 다시 중독행동 을 재개하는 것을 말한다. 마약류 중독의 경우 Bailey 등(2013)의 연구에 의 하면 해독치료프로그램에 참여했던 163명의 마약사용자 중 27%가 퇴원 당일 에 다시 약물을 사용하였고 65%는 30일 이내 90%는 1년 안에 다시 마약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발(relapse)은 주로 회복 초기에 발생하고 초기에 발생할수록 예후가 좋다는 관측도 있지만(김성이, 2002) 재발을 치유로 가는 불가피한 과정으로 보기에는 재발률이 높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재발(relapse)은 상당기간 중독과 관계된 행동을 중단한 회복자들이 다시 중독행동을 하는 것을 말하지만 중독연구자들의 관점과 학제(學際)의 철학, 가치관 등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된다. 질병모델이나 의료적 관점에서는 단 한 번의 마약류 사용도 재발로 간주되지만 사회모델에서는 회복을 과정으로 간주하듯이 재발도 과정으로 간주하고 재발과정에서 어떠한 경험을 했고 어 떠한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동태적 과정을 중시한다(신행호, 2014; Bottlend
-er & Soyka, 2005).
재발(relapse)은 단일한 원인에서가 아니라 개인적 요인은 물론 가족, 사회, 문화, 제도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일종의 증후군 (syndrome)이라고 할 수 있다. 알코올과 마약류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재발 연구에서는 주요 우울증을 재발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하고 있다(이근무, 2012; Room, 2005). 알코올이나 마약류 중독자들은 회복과정에서 자신의 삶 을 다시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하지만(강선경 외, 2016) 한편 으로는 자신들의 불안감이나 긴장, 스트레스 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대체제 가 없다는 사실에 또 다시 좌절할 수 있다.
Takeda 등(2013)은 약물중독자들의 자기 통제감 형성을 재발을 예방할 수 있는 주요한 요인으로 지적했는데 마약류 중독자들의 경우 자신이 마약에 무 력하고 이를 통제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우울로 이어지고 이는 재발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Reshmi 등(2013)은 68명의 마 약류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추적조사 연구에서 재발은 마약에 대한 갈망과 함께 자신이 이를 통제할 수 없다는 자기 편견과 부정적 암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현상이라고 보고하기도 하였다.
이근무(2004)와 Arnold(1989)는 중독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인격적 특성에 주목하고 이것이 중독과 재발을 야기할 수 있음에 주목하였다. 중독자들의 인격적 특성은 중독성 인격(이근무, 2004), 중독적 신념체계(Arnold, 1989) 등 개념으로 제시되었는데 이를 정리하면 중독자들은 즉각적인 만족 추구, 통제 와 권력에 대한 강박적 신념, 고착된 심리상태 등을 지니고 있으며 이러한 신념체계가 지속되면 표면적으로는 마약을 중단하고 있지만 내적으로는 갈등 을 겪고 있고 이 같은 갈등이 지속되면 재발이라는 퇴행으로 진입할 수 있다 고 할 수 있다(이근무, 2012).
2) 재발의 현상
중독은 신체, 심리적인 의존 증세를 야기하고 이것은 당사자들의 갈망 (craving)으로 이어진다. 이근무(2012)는 알코올, 마약류 의존자들의 갈망을
“자신이 파멸할 것을 예견하면서도 알코올이나 마약을 찾는 저주받은 목마 름”으로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갈망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우울, 자 포자기, 부정적 정서로 이어진다고 하였다. Tayares 등(2005)은 약물중독자 10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약물중독자들의 갈망은 우울정서와 관계가 있 는 것으로 보고하기도 하였다.
중독자 개인의 부정적 정서와 스트레스 역시 재발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선행연구에 의하면 부정적 정서는 불안장애를 유도하고 세 상에 대한 비관적 정서, 자기 자신에 대한 낮은 평가와 과도한 죄책감과 수 치심을 유발하고 개인들은 이를 회피하기 위하여 다시 중독행위를 반복한다 고 보고하였다(김성재, 2006; 정선영 외, 2009; Witkiewitz & Marlatt, 2004).
마약류 중독자들은 심리, 정서적 불안 이외에도 사회적 낙인과 직업 활동의 곤란함 등으로 인해 불안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임해영 외 2018).
이와 같은 부정적 정서 또한 재발의 위험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 는 약물중독자뿐만 아니라 도박중독과 같은 행위중독자들의 재발을 예측하는 요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중독자들에게는 마약류를 다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스트레스라 할 수 있다. 알코올 중독이나 도박중독은 사회적 음주, 사교 적 도박이 힘들 수 있지만 시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약은 그것을 사용하 는 즉시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에 조절전략을 실천할 수 없다. 스트레스는 전 통적으로 중독행동의 개시는 물론 재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Sinha, 2009; Koob & Kreek, 2007). 회복을 유지하고 있는 개인들은 약물복 용 충동을 극복하기 위해 투쟁-도피와 같은 행동적 반응을 하게 된다. 이러 한 반응은 신체․생리에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되고 신체는 안정을 유지하기 위 해 약물을 더 갈망하는 상태로 접어든다. 이와 같은 이유와 원인으로 중독자들 은 쉽게 재발을 경험하기도 한다(강문실 외, 2016; Cleck & Blendy, 2008;
Douglas et al., 2008).
재발(relapse)은 개인적 상황과 함께 사회ㆍ구조적인 환경 그리고 문화도 영 향을 준다. 일반적으로 마약통제가 느슨하거나 마약을 사용하는 인구가 많은 국가, 사회가 재발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White, 2009). 마약이 쉽게 유통 되고 만연된 사회에서는 쉽게 마약에 노출되고 또한 쉽게 재발할 수 있다. 중
남미 국가는 마약통제가 느슨하고 미국은 강력한 통제정책과 함께 마약 법원 (drug court) 등을 설치하여 재활 인프라(infrastructure)를 구축하고 있지만 마 약사용 인구가 많기에 재발 또한 많다고 분석된다(김우준, 2017; White, 2009).
마약에 대한 문화적 인식이나 태도 역시 중독과 재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마약을 사회적 법익을 훼손하는 반사회적 범죄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마약류를 개인의 선택으로 보는 문화가 있 는 네덜란드와 같은 국가에서는 재발률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남선모, 2014; 박성수, 2013). 마약류 재발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논의되지 않은 것이 마 약시장의 구조라 할 수 있다. 마약유통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로서 끊 임없이 사용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신규 사용자가 생기기도 하지만 중독자들은 단약을 하고자 해도 그들을 마약소비자로 끌어들이려는 사람들의 유혹이나 폭력 등으로 다시 마약을 사용할 위험이 높다. 이러한 사용자는 자의 반 타의반 재발자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재발에 있어 개인, 환경적 요인 못 지않게 마약시장의 구조에서 기인한 재발 위험요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