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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자서전의 서술적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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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글쓰기 환경의 변화로 주의할 점도 있다. 디지털 글쓰기에서 사용 및 수정의 용이함이 오히려 취약점이 될 수도 있다73). 디지털 내러티브가 가진 상호작용성은 독자를 수용자에 그치지 않고 제공자가 되어 그 내용 자체를 조작, 변경할 수 있게 한다. 즉, 저자가 만든 디지털 내러티브를 독자들이 자유롭게 옮 기고, 배치, 쓰기, 덧붙이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74). 실제로 유튜브와 같은 공유 플랫폼에서는 저자도 모르게 내용이 무단 사용되거나 삭제 또는 복제되는 경우 가 있다.

다음은 ‘화자의 이중 시점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가 경험을 이야기할 때, 체험하던 순간과 다른 인식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

이야기를 하는 상황에서 화자는 이야기가 어떻게 종료되는지를 알고 있는 데, 그것 은 행위자로서 사건의 진행되는 순간에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사건 이 진행되는 동안 그 순간에 그가 무엇을 생각했고 모든 것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그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즉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를 회상하기도 한다.”77)

정리하면, 자전적 이야기는 본래 체험했던 사건과는 근본적인 거리가 존재하 는 기대와 경험, 욕구를 바탕으로 세상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모방적으로 표현하 는 행위이다. 이는 우리가 경험을 이야기할 때, 체험하던 순간의 과거 자아와 다 른 현재의 자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두 자아가 만나 내면화되고 진화하는 개인의 삶의 이야기와 함께 서술적 자아가 형성된다78). 이런 서술적 자아는 재 구성된 과거와 상상하는 미래를 통합하여 자신의 삶에 어느 정도의 일관성과 목 적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과 웰빙, 성숙을 제공하여 보다 높은 수 준의 삶을 향유케한다.

디지털 내러티브의 서술적 자아(narrative identity)79)가 가진 특성에 대한 논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와도 관련이 있다. 슈단첼 (Stanzel, 1990)은 1인칭 서술자가 이야기 중심을 이루는 준 자서전적 일인칭 소설의 경우를 예를 들어 서술적 자아가 ‘체험적 자아’와 일치하는 경우를 설명 했다. 이 경우 ‘나’라는 자아가 후회, 개심 또는 통찰을 통하여 일종의 변화를 거 친 후 자신의 경험과 인생을 이야기하게 된다.

‘체험적 자아’는 주인공 여부와 상관없이 소설 안에서 일어나는 시간 중에 있는 즉, 사건에 관련된 존재이고, ‘서술적 자아’는 사건이 다 끝난 뒤에 자신이 경험한 사건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이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건을 이야기하는 존재 이다. 글쓰기 순간에 경험적 자아와 서술적 자아는 분리될 수 있으므로 대상화시

77) 박용익(2006), 동일 논문 149쪽 인용

78) Dan P. McAdams and Kate C. McLean(2013),「Narrative Identity」,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vol.22, pp.233-238, 서술적 자아, 또는 서술적 정체성이라고 한다.

79) 프란츠 슈단첼(Franz K. Stanzel), 안삼환역(1990), 「소설형식의 기본유형」, 61-63쪽

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페이스북 타임라인(Timeline)의 서술적 자아는 본인인

‘체험적 자아’와 일치하지 않으므로80) 본고에서 논하는 디지털 자서전의 특성과 일치하지 않는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자아에 관한 연구 중 자기 과시의 욕망을 위해 형성되 었다는 논의도 있다. 이호규(2011)는 페이스북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양식은 자신 들이 같이 있고 싶은 사람들과 각자의 일상생활, 나아가 믿음, 가치관 등을 공유 하고자 하는 특징과 함께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더욱 잘 보이고, 많은 사람들 과 관계를 형성하고 싶은 욕망을 실현하는 특성이 있다고 관찰했다81).

김유정(2015)도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자기과시를 위해 자신을 드러내는 표 현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82). 자서전은 서술적 자아가 체험적 자아의 삶에 고 차원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자기 욕망과 과시 를 위해 형성된 서사로는 자서전을 구성할 수가 없다.

이상으로 디지털 내러티브를 통해 일어난 글쓰기 환경의 변화로 자서전 쓰 기의 의미가 어떻게 확장 변화되는 지 살펴보았다. 단, 플롯을 위한 글쓰기 전략 은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으며 특히 내면 자아의 소통으로 자아통합을 이뤄야한 다는 점에서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자서전 쓰기로는 뉴실버세대를 위한 디지털 자서전으로 적합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80) How Facebook Can Amplify Low Self-Esteem, Narcissism And Anxiety(2014), https://raywilliams.ca/how-facebook-can-amplify-low-self-esteem-narcissism-and-anxie ty/

81) 이호규(2011), 「페이스북의 정체성에 대한 탐색적 시론」, 사이버 커뮤니케이션학보, 제28권, 제4 호, 144쪽

82) 김유정(2015), 「페이스북에서의 자기과시적인 자기표현」,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 논문지, 제16권, 제4호, 5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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