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도손의 동화가 탄생하게 된 시대적 배경과 함께 도손 동화의 성립과정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시마자키 도손에 대한 연구는 시와 소설에서는 활발하게 이루 어지고 있지만 동화라는 장르는 미개척 영역이라는 점과 함께 도손은 자신의 동 화에 대해 시와 소설 보다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 고찰했다.

도손에게는『어린이에게(幼きものに)』(1917)『고향(ふるさと)』(1920)『어린 시절 이야기(をさなものがたり)』(1924)『힘내기 떡(力餅)』(1940)이라는 네 권 의 동화집이 있다. 도손이 창작한 네 권의 동화집이 나오기까지는 오랜 습작기가 있었으며 시대정신도 중요했음을 알 수 있었다.

도손의 동화작품과 소년물은 청소년층까지 아우르는 연령대를 포함하고 있어 흔히 생각하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아니라는 독특한 성격을 지녔다.

도손은 루소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이기에 도손의 동화에는 루소의 자연주 의 교육관도 많이 투영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낭만주의 시인에서 자연주 의 소설가의 행보를 걸은 도손은 자연에 대한 관찰이 남다른 작가이다. 우주 삼 라만상에서 심오한 메시지를 발견하고 자연이 지닌 위대한 힘을 전달하고자 애 쓰고 있음을 보게 된다. 도손은 자신의 동화 작품들이 유소년기 아이들뿐만 아니 라 더 성장한 청소년층과도 교감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썼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리고 이 작품들이 기나긴 인생을 살아가는데 나침반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희구 한 것으로 생각된다.

도손은 프랑스로 가기 이전부터 소년 독자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었는데 동화를 본격적으로 쓰기 이전에 발표된 소년물(少年物)이 다수 있다. 소설『어린 시절(幼き日)』(1912)과 수필기행문『지쿠마강의 스케치(千曲川のスケッチ)』(1911), 중편 동화『안경(眼鏡)』(1913)이 그것이다. 성장소설『버찌가 익을 무렵(桜の実の熟 する時)』(1918)을 포함하여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은 도손 동화의 맹아(萌芽)로 보았다.

『안경』은 도손이 청년시절에 경험했던 여행을 동화풍으로 구성한 것이다. 동

화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동식물을 의인화하는 방법과 무생물인 안경이 말을 하는 형식을 시도한 것은 참신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방법은 이후 네 권의 동화집에도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도손 동화의 효시로 보았다.

한편 다이쇼기의 동심주의 문학운동은 아동잡지『아카이토리(赤い鳥)』(1918) 를 탄생시켰는데 도손은 이 잡지에 11편의 동화작품을 게재한다.『아카이토리』는 종래의 사자나미류(小波流)의 ‘오토기바나시(お伽話)’ 와는 차별화를 선언한 획기적 인 아동잡지이다.『고가네마루』는 극적인 플롯과 재미를 유발하는 기발한 발상 이 많다는 점에서 새로운 아동문학의 장을 열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메이지시 대의 제국주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아동문학이 지향해야할 근대 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아카이토리 운동’은 기성작가들에게 공명하 게 되었으며 많은 작가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쿠마강의 스케치』는 도손이 고모로의숙(小諸義塾) 교사로 재직할 당시 고 모로의 자연과 풍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려낸 작품이다. 그 당시 중 학생이었던 요시무라댁 외아들 시게루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시게루를 부르며 말을 건네듯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은 이후의 도손동화에 보이는 형식이라는 점에 주목했다.『어린 시절』 또한 아내 없이 아이들을 키우 는 화자가 ‘어느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자녀들의 생활상과 함께 작가의 유년시절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아동문학의 개척을 예고한 작품이라고 보았다.

『버찌가 익을 무렵』에는 아련한 유년시절에 대한 향수가 나오는데 한 편의 동화를 방불케 한다. 상경한 어머니 얼굴의 사마귀에서 고향 마고메의 원시림을 떠올리는 것에서 ‘의식의 흐름’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도손의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향수는 항상 동화의 세계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제1동화집『어린이에게』는 도손이 지구 한 바퀴를 돌며 세계의 여러 곳을 여행 하면서 느낀 인상적인 일들이 상세히 그려져 있다. 근세 일본이 쇄국정책을 취함 으로써 정체되고 낙후된 동안 서양은 세계로 뻗는 무역항로를 개척해 괄목할 만 한 발전을 이룬 것이다. 도손이 13세 때 도쿄에서 처음 학습한 영어교재 중에는 팔레이(パーレー)의『만국사(万国史)』가 있다. 이 책은 세계의 지리와 역사를 영 어로 기술한 초보적인 영어교재이다. 어린 시절 책으로 배운 세계지리와 역사를

어른이 되어 직접 체험한 도손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그 감동을 전하는 한편 세 계를 무대로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촉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린 자 녀들을 독자대상으로 한 만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고자 의인법·돈호법·익숙한 설화 등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는 세심함을 보이고 있었다.

제2동화집『고향』은 제1동화집『어린이에게』를 의식한 반대급부의 작품이라고 보았다. 세계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견고한 정체성이 요구된다. 그래서 아이 들에게 자신과 아이들의 뿌리인 고향 마고메(馬籠)에 대해 들려준다.『고향』은 도손의 유소년기의 기억을 기록하여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작가 자신과 자녀 들의 뿌리인 고향을 기억하고 후세까지 전승하고자 하는 사명의식에서 나온 작 품이라고 고찰했다.『고향』에서는 루소의 자연주의 교육관과 문명비판적 시선이 들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루소는 제도권에서 이루어지는 학교교육에 대해 비판 적이었으며 자연 상태에서 행해지는 교육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 사상가 인데 제2동화집『고향』에서도 루소의 교육관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날 환경파 괴를 둘러싼 전 지구적 위기와 생태주의가 강조되는 시점에서 제2동화집『고 향』은 시사하는 바가 큰 예언적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제3동화집『어린 시절 이야기』는 청소년기에 접어든 자녀들이 직면하게 될 인생에서의 선택의 기로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보았다. 청소년 시절 도손은 정치 가를 꿈꾸었으며 주변의 어른들은 실업가가 되기를 기대했지만 결국 문학의 길 을 선택하게 되었음을 전한다. 메이지학원 도서관에서의 방대한 양의 독서체험은 청소년 도손의 정신세계를 지배하여 결국 시인으로 탄생시켰다. 이 작품은 인간 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찾기 위해서는 고뇌가 따르고 주위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게도 되지만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흔들림 없이 가야한다는 메시지를 발 견할 수 있었다.

제4동화집『힘내기 떡』은 제3동화집『어린 시절 이야기』이후 17년 만에 내놓 은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힘내기 떡』은 구성과 형식 그리고 제목의 상징 성 또한 이전의 작품들과 차별화된다. 작가의 자녀들은 이미 장성하였고 결혼하 여 부모가 되었다. 그래서 세상의 어린이들과 어른들을 독자 대상으로 한 점이 이전의 동화집들과는 다르다 하겠다. 도손은 긴 전쟁으로 지쳐있는 일본국민들에 게 전시상황이라는 난국은 함께 넘어야할 고갯길이라는 것을 말하며 위로의 메

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보았다. 도손은 유년시절 몇 개씩이나 되는 고갯길을 넘어 야 도쿄로 나올 수 있었다. 이때 힘이 되어주던 것이 ‘힘내기 떡’이다. 이를 상기 한 작가는 이 동화집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일본국민들에게 ‘힘내기 떡’이 되어주 기를 기대했다는 메시지를 도출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도손의 동화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동화와는 내용과 형 식면에서 상당부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인으로 작가적 출발을 한 도손의 동화는 산문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리듬감이 있으며 문체도 정제되어 있다. 도손은 일본의 전래동화『모모타로』및 사자나미의『고가네마루』『신팔견전』등의 동화 형식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그리고 샤를 페로의 동화와 그림 형제가 수집한 메르헨적인 동화형식에서도 의식적으로 탈피하려고 했음을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도손은「백설공주」「신데렐라」「빨간 모자」등과 같이 현실에 맞지 않는 허황되고 잔인한 묘사 등은 어린이들의 정서발달에 유익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으로 생각된다.

도손은 자녀들이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를 간직하기를 바라면서 동화를 썼으나 황당무계한 소재는 다루지 않았다. 자녀들의 성장 단계에 따른 교육적인 측면을 고려 하여 전체적으로 볼 때 기·승·전·결(起承轉結)의 플롯을 취하는 등 아버지로서 아이 들을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도손 동화의 특성은 작가 자신의 인생 체험에 기 반하고 있지만 자녀들과 공유하고 싶은 아버지의 삶이며 혈연과 지연으로 이어진 공동체 인식이 저변에 흐르고 있다. 도손 동화의 시작은 아버지가 자녀들에게 들 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출발했지만 책으로 출판되었을 때는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 을 향하고 있다. 넓은 세상을 향해 꿈을 키우며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견 고한 뿌리의식 다시 말해서 정체성이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고 도출했다.

참고문헌

【일본문헌】

1. 텍스트

井上達三(1976)『藤村全集』全17巻 筑摩書房.

鈴木三重吉 (1918.7)「二人の兄弟」연작(2)『赤い鳥』赤い鳥社.

(1919.4)「小さな土産品」연작(3)『赤い鳥』赤い鳥社.

(1920.10)「翫具は野にも畠にも」『赤い鳥』赤い鳥社.

(1923.8)「虫の話」연작(3)『赤い鳥』赤い鳥社.

2. 단행본

浅井清 外6(2000)『新研究資料 現代日本文学 第1巻 小説Ⅰ』明治書院  アナトール·フランス·三好達二訳(2020)『少年少女』岩波書店.

市川健夫(2000)『信州学入門 ―山国の風土と暮らし―』信濃教育会出版部.

伊東一夫(1979)『島崎藤村 ―課題と展望―』明治書房. 

伊東一夫·青木正美(1998『写真と書簡による島崎藤村伝』国書刊行会.

伊藤整·伊藤信吉編(1967)『日本詩人全集1島崎藤村』 新潮社.

岩谷小波(1998)『おとぎばなしをつくった岩谷小波 ―我がご十年―』ゆまに書房.

小沢俊夫(2016)『日本の昔話5 ねずみのもちつき』富音館書店.

小林明子(2012)『島崎藤村 抵抗と容認の構造』雙文社出版.

角川春樹(1982)『鑑賞日本現代文学<第35巻>児童文学』角川書店.

上笙一郎(2004)『日本児童文学研究史』港の人.

川端俊英(2006)『島崎藤村の人間観』新日本出版社.

河原和枝(2007)『子ども観の近代』中央公論新社.

熊澤敏之(2013)『北村透谷集 明治文学全集29』筑摩書房.

桑原三郎·千葉俊二編(2017)『日本児童文学名作集(上)』岩波文庫.

紅野敏郎(1998)『大正期の文芸叢書』雄松堂出版.

문서에서 시마자키 도손(島崎藤村) 동화 연구 (페이지 185-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