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3. 1동물해방론

기존의 윤리학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보다는 개인 또는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어왔다.그런데 환경문제가 발생하면서 카슨의 지적처럼,자기중심적 이고,인간중심적인 윤리로는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인간이라는 존재 는 무엇인지,인간은 자연을 어떻게 봐야할지 등을 새로운 윤리학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오늘날 환경윤리학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확장된 기회는 드디어 동물의 입장에서도 인간의 행위를 점검하게 되었고,톰 레건(Tom Regan)과 피 터 싱어(PeterSinger)가 동물의 권리에 대한 두드러진 의견을 제시하였다.‘인간 을 위한 자연’에서 ‘자연 속의 인간’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사고 방향 전환도 있었 다.인간이 아닌 자연물에도 인간과 동일한 도덕적 지위가 부여되게 되었고,인 간중심을 넘어서는 다양한 논의가 개진되었다.

싱어는 윤리학의 대상을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까지 확장시켰다.싱어 이전에도 동물들에 관한 윤리적 의무에 대해 그 필요성을 요청하며,동물을 소중히 하자는 인식이 있었으나,싱어에 와서 비로소 동물의 도덕적 지위가 철학적인 고민을 통 해 재설정되었다.

그에 따르면 도덕적 지위를 가질 수 있는 모든 존재라면,‘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인 감지력(sentience)이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또 감지력은 고통을 당하지 않을 이익관심(interests)을 필연적으로 지니고 있으며,유정적 존재만이 도덕적 지위를 갖는다고 생각했다.예를 들어 쥐는 돌멩이와 달리 발에 차이면 고통을 느낀다.따라서 쥐는 고통을 느끼는 것에 이익관심을 지니기 때문에,도 덕적으로 고려할 책임이 있게 된다.다만,채찍으로 말의 등을 때릴 때,말이 느 끼는 고통과 아이의 얼굴을 채찍으로 때릴 때,아이가 경험하는 고통은 말에 비 하면 그 감수능력과 고통의 양에서,아이가 더 고통스럽다.그래서 인간과 동물

45)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이길상 옮김,탐구당,1990.참조.

은 서로 다른 이익관심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싱어는 똑같이 고통을 느끼 지만 그 여건에 따라 동물은 인간과 어느 정도 구분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보았 다.

싱어는 흑인이나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보는 것처럼,고통을 느끼 는 동물에게 인간과 차별된 도덕적 대우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46) 그는 존재의 본성이 어떠하든 간에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면,다른 존재의 동일한 고통과 똑같이 다뤄야 한다는 동물해방론을 주장한다.쾌락은 더 키워주고 고통 은 더 줄여주는 일을 목적적 선으로 이해하고 있으며,우리의 윤리적 의무는 전 체 고통의 양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것이다.그래서 그는 인간의 사소한 이익을 위하여 무심히 동물에게 심각한 고통을 주는 일은 그만둬야할 비윤리적인 행위 라고 지적하고 있다.그 예로서 싱어는 인간의 이익을 위해 비동물적 방법으로 행해지는 공장식 사육(factoryfarming)의 실상을 거론하고 있다.

날개 한 번 펴보지 못할 정도로 좁은 사육장에서 암탉들은 땅을 긁을 수도 둥지 를 지을 수도 없다.철망으로 된 닭장의 바닥은 암탉에게는 불편하지만 청소비용 이 절감된다.바닥은 달걀을 쉽게 모으기 위해 경사지어 지어져 있다.닭의 부리는 쪼아대는 본능으로 서로 상처를 입힐 가능성이 있으므로,어려서 잘려진다.자연 상태의 가금류의 본능이 공장식 사육에서는 이처럼 철저하게 억제되고 있다.어린 송아지들도 인간이 선호하는 부드러운 육질과 연한 색조를 띄게 하기위해 고통스 런 상태로 길러진다.부드러운 육질에 불필요한 근육을 만들지 못하도록 눕지 못 할 정도의 좁은 공간에서 갇혀 지낸다.우유 빛이 감도는 고기가 값이 더 나간다 는 이유로,혈색이 없도록 제한된 먹이만 공급받으며 사육되어서,송아지들은 빈혈 과 섬유질 부족 등으로 고통을 겪는다.47)

인간의 이러한 공장식 사육 행태는 도덕적 지위를 갖는 동물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인간의 목적을 위해서 동물들을 생명 없는 물건처럼,기계처 럼 다루는 것이다.48)우리가 싱어의 동물해방론을 받아들인다면 인간이든 동물이 든 누군가의 고통에 대해 최소화하기 위한 윤리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을

46)죠셉,R.데자르뎅,앞의 책,191~194쪽.

47)PeterSiger,"Allanimalareequal",EnvironmentalPhilosophy:from animalrights toradicalecology,PrenticeHall,2005,30~31쪽 참조.

48)위의 글,25~37쪽 참조.

요청받게 되는 것이다.

레건도 동물에 대한 인간의 여러 행태,말하자면,육식과 사냥,애완용 동물사 육,동물원과 동물서커스,그리고 과학적이고 상업적인 목적으로 시행되는 동물 실험 등등을 강하게 비난했다.레건은 이들 행위가 동물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으 로서,그들이 가진 고유의 가치(inherentvalue)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보았 다.공리주의에 입각해 고통보다 쾌락이 많으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는 싱어에 항의하며,아무리 괘락의 총량이 많아지더라도 동물을 자원(resources)로 보는 인간의 관행은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삶의 주체(subjects-of-a-life)인 모든 존재는 도덕적 지위를 부여해주는 본래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삶의 주체라는 것은 단순히 ‘살아있다 (live)’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신념,욕구,인지,기억,자신의 미래를 포함한 미래 의식,쾌락과 고통 등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선호와 복지에 대한 미래관심,자신의 욕구와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행위능력,지속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고,타인과는 별개로 자신의 삶이 좋을 수도 혹은 나쁠 수 도 있다는 의미에서 자신의 복지 등을 갖고 있는”49)것이라 보았다.그래서 레건 은 일부 포유류들은 이러한 삶의 주체가 될 수 있고,고유의 가치를 갖는다고 주 장한다.

특히 레건은 고유의 가치 혹은 도덕적 지위의 기준을 칸트처럼 자율적 행위를 할 능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비판한다.가령 도덕적 행위자(moralagent)를 자 신의 의무를 이해할 수 있고,그것에 따라 행위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이성 적 존재라고 한다면,도덕적 판단능력이 부족한 어린 아이나 정신지체아,혼수상 태의 인간 등은 도덕 행위자라고 말할 수 없게 된다.그러나 그에 따르면 우리가 그들을 도덕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본다.비록 그들이 도덕적 행위는 하지 못하나 도덕적 지위를 갖고 있는 도덕적 무능력자(moralpatients)이기 때문이다.50)

이렇게 도덕적 행위자는 아니지만 도덕적 지위를 가지는 대상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철학자들이 도덕적 지위의 기준을 도덕적 행위자들에게서만 찾

49)T.Regan,The Case forAnimalRights,University ofCaliforniaPress,1983,243 쪽.조용재 외, 환경철학의 이해 ,신광문화사,2003,200~201쪽에서 재인용.

50)죠셉,R.데자르뎅,앞의 책,198쪽.

는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만약 도덕적 무능력자들이 이 성적 판별력이 없다고 우리가 그들을 짐승이나 물건처럼,사냥감이나 오락물로, 혹은 노예처럼 함부로 대한다면,원리적으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레건에 따르면,그것은 ‘자기의 삶을 사는 데’요구되는 자격을 갖기 때문이라 고 본다.그러므로 우리가 이들 동물들을 본래적 가치를 지닌 존재에 상응할 만 큼 존중하는 것은 정의로운 마땅한 일이면서,명백한 의무인 것이다.싱어의 동 물해방론이나 레건의 동물권리론은 그동안 인간중심적인 입장에서만 행하였던 동물사육과 실험,동물대상 스포츠 등의 행위들에 대해,동물의 이익관심을 고려 한 행동조절을 어느 정도 요구하게 하였다.그러나 인간과 동물의 적절한 관계, 서로 다른 종들과의 관계,동물과 서식처의 관계,그리고 인간과 동물과 땅과의 관계 등에서 여전히 인간중심적인 입장에 머물러있다.때문에 환경철학은 전체론 적이고 탈인간중심적인 전환을 요구받는다.

드디어 환경철학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전통윤리를 확대하는 식의 윤리 적 확대주의(ethicalextensionism)에 대한 비판과 함께,포괄적이고 체계적인 환 경철학이 구축되기 시작했다.윤리적 확대주의는 그 원리와 개념들이 기본적으로 위계적이고,51)개체주의적이며,52)포괄적이지 못하다고 지적받았다.도덕적 지위 나 권리와 같은 좁은 범위의 논의에서는 지구온난화,오염 등 다른 환경문제들에 대해 적절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한 채,비판일변도에 머물렀다.53)그래서 환경문 제와 관련된 다양한 관심사를 설명할 수 있는 포괄적인 하나의 원리나 이론을 제시하기를 바라게 되었고,특히 내재적 가치에 대한 보다 일반적인 관심으로 논 의가 전환되었다.

내재적(intrinsic)가치는 그 자체로 가치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유용성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도구적(instrumental)가치와 구별된다.인간이 자연 대 상들에 부여하는 가치와는 별개의,자기 나름의 고유한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다.

사실 환경문제는 그동안 인간의 이익과 편리를 위해 자연의 도구적 가치를 십분

51)예를 들어,고등동물에게만 도덕적 지위를 부여하고,나머지 존재들은 제외된다.

52)윤리적 확대주의는 상호연관성을 중시하는 생태학의 특성과 맞지 않게,개별 동물에

52)윤리적 확대주의는 상호연관성을 중시하는 생태학의 특성과 맞지 않게,개별 동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