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 변화

멕시코의 농업정책은 1980년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초기 멕시코의 농정은 농 지의 공정 분배를 목표로 하고 있었고, 여기에 농민이 농지를 소유하되 매매나 임대를 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농민 중심의 농업을 실현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농정은 에히도 (ejido)라는 독특한 농지제도로 구체화되었다. 에히도 제도는 1934년 농지개혁과 더불 어 도입되었는데, 농민이 특정 농지를 이용하겠다고 정부에 요청을 하면, 정부는 자문 등을 거쳐 청원을 한 농민에게 농지 이용권을 주었다. 농지 소유권은 원래의 지주가 가지고 있지만, 농지 이용권은 농민이 가지는 제도였다. 특히, 2년 이상 농지를 활용하 지 않는 한 농민은 영원히 농지를 이용할 수 있었고, 자녀에게 물려주는 세습도 인정 되었다.

2.1. 농지제도의 개혁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에히도 제도는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다양한 문제점을 일으켰 다. 먼저 멕시코의 농가가 급증하였고 농지를 요청하는 농민도 급증함에 따라, 농민에 게 나누어줄 수 있는 농지 규모도 줄어들었다.

농지 규모가 작아지면서 가족 단위로 재배할 수 있는 농지도 작아져 농가의 소득을 개선하는 데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 농지를 바탕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농가의 상황은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악화되었다. 또한 시간 이 지남에 따라 생산성이 높은 농지가 우선적으로 분배됨에 따라 점차 생산성이 나쁘 거나 위치가 좋지 않는 농지가 분배되면서 농민들의 불만이 고조되었다. 더욱이 에히 도 제도 아래에서 농민은 농지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기관에 담보 로 제공할 수 없었고 신용을 대출 받을 수도 없었다. 더욱 큰 문제는, 농민은 농지 소 유권은 없고 이용권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농지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지 않았다.

관개시설을 설치하는 데도 소극적이었으며, 농지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농지 개량 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에 따라 멕시코 농업의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하락하였고, 1960년대 후반에는 식 량을 자급하지도 못할 만큼 생산성이 악화되었다. 그에 따라, 멕시코 농정의 초점은 에히도 제도의 개혁과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맞춰졌다.

이후 멕시코에서의 농정 개혁은 이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 2000년대까지 지속되

었다고 할 수 있다. 에히도 제도는 1991년에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는데, 당시 멕시코 농촌지역 농경지의 55%가 에히도 제도에 따라 운영되고 있었다. 이후 1990년대 들어 서면서 본격적으로 에히도 제도에 대한 개혁이 도입되었다. 농민의 청원에 따라 재분 배되던 농지 정책은 폐지되었고, 에히도 농지에 대한 개인권리도 인정되었다. 그에 따 라, 에히도 농지의 매매와 임대가 허용되었고, 금융기관에 담보물로 제공되는 것도 허 용되었다. 또한 에히도 농지를 대상으로 한 협동조합 설립도 허용되었다. 이런 일련의 농지 개혁은 1994년 NAFTA가 체결되기 이전 상당부분 완료되었다.

표 4 농지의 소유권 변화

단위: ha, %

구분 소유권 유형

에히도(개인) 공동체 민간 공공 합계

1991년 총 조사 30,031,644 4,338,099 70,493,493 1,315,198 106,179,434 2007년 총 조사 37,009,850 3,783,889 69,672,269 492,580 110,958,557

증가율 23.2 -12.8 -1.2 -62.5 4.5

자료: 배찬권 외 (p. 68)에서 재인용.

이러한 농지개혁 과정에서 에히도 농지의 개인 소유가 크게 늘어났다. 1991년과 2007 년에 이루어진 농업총조사에 따르면, 공동체 소유의 농지와 공공기관 소유의 농지가 각각 12.8%와 62.5%로 크게 줄어들었고, 대신 개인에게 소유권이 주어진 에히도 농지 의 비중이 23.2%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에히도 제도의 개혁 이후, 민간 소 유의 농지 소유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2. 대내외 농정의 변화

농업부문에서의 멕시코 개혁은 대부분 1990년대에 이루어졌다. 멕시코 농정의 변화 는 내부적인 부분과 외부적인 부분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내부적인 요인은 에히도 농지제도의 한계와 그로 인한 각종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개혁의 필요성이 크게 제기되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멕시코 정부는 1980년대 후반부 터 시작하여 1990년에 초가 되면 본격적인 농업 내부개혁에 착수하여 1992년에 거의 마무리된다.

표 5 멕시코의 농업부문 주요 개혁 및 자유화 내용

정책 주요 내용 시행연도

농산물 수입규제 완화 1990～91년 농산물 수입허가제 폐지

1991～94년 농산물 관세화 (0～20%) 1986～1994

농업 관련 국영기업 민영화 국영 종자, 비료산업, 창고설비 민영화

담배, 설탕, 커피 관련 국영판매기업 청산 1988～1989

농지 재산권 개혁

토지 재분배 정책 종결 에히도 토지 개인권리 인정

에히도 토지 매매, 임대, 담보 제공 허용 에히도 토지 관련 조합 설립 가능

1992

생산자가격 지원 폐지 1989～2001 농산물 생산자가격 지원 폐지

CONASUPO 청산(1999년) 1989～2001

NAFTA

수출 및 수입 허가제 폐지 농산물 관세화

15년 이내 모든 관세 폐지 및 민감품목 할당관세 국내보조금, SPS, 원산지, 포장 등 개입 인정 WTO/UR과의 일치성

1994년

자료: 배찬권 외 (p. 59)에서 재인용.

내부 개혁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자, 멕시코 정부는 외부적인 요인도 적극 농업부문 에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바로 미국 및 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하는 것 이었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농업부문의 희생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멕시코 정부는 NAFTA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그와 동시에 농업 내부의 개혁도 함께 추 진하였다. NAFTA 체결 이전부터 멕시코 정부는 농산물의 수입자유화를 적극 추진하 였고, 1991년에는 허가제로 운영되던 농산물 수입을 전면 폐지하였다.

먼저 멕시코는 NAFTA 협상과정에서 농업부문의 개방을 큰 폭으로 수용하였다. 모 든 품목을 관세화하였고, 관세화율도 0～24% 정도로 낮은 수준으로 결정하였다. 가장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되었던 옥수수에 대해서도 쿼터 초과 수입량에 대해서 24%의 관세가 적용되었으며, 관세 폐지도 NAFTA 발효 15년 후인 2008년에 완료되는 것으로 타결이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품목들이 발효 즉시 관세가 폐지되었으며, 민감품목으로 분류되었던 완두콩, 가금육, 감자, 밀, 보리, 쌀, 낙농제품, 계란, 토마토, 과일류 등의 관세는 NAFTA 발효 후 10년 뒤인 2003년에 관세가 모두 철폐되었다. 또한 이들 품목 보다 민감성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되었던 밀크파우더, 완두콩(건조), 설탕 등의 관세 도 15년 후 2008년에 모두 철폐하는 것으로 협상이 이루어졌다. 따라서 2008년 이후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농축산물 가운데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은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다.

NAFTA 체결을 기점으로 멕시코 농업 내부의 개혁도 빠르게 진행되었다. 가장 먼저 국내 농업보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CONASUPO를 1999년에 해체하였다.

CONASUPO는 생산자로부터 농산물을 비싼 가격에 구매한 이후, 소비자에게는 저렴하 게 판매하는, 일종의 생산자와 소비자 보호기관이었다. 이와 유사한 기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사업량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이들 기관들의 재정 부담 또한 기하급수적으 로 커지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하기는 어려운 정책이다.

CONASUPO가 헤체되는 것에 대비해, 수입가격과 국내가격 차이를 보전해주는 ASERCA가 1991년에 새롭게 도입되었다. CONASUPO가 국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 접 보호하는 정책이었다면, ASERCA는 수입 농산물에 일정한 보조를 함으로써 국내 농산물시장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책이었다. 이러한 정책 변화에 따라, 멕시코 내 농 산물 생산자가격은 하락했음에도 소비자가격은 이전보다 크게 오르는 일이 발생하 였다. 따라서 CONASUPO의 폐지 이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었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의 직접지불제에 해당되는 PROCAMPO도 NAFTA 체결 직전인 1993년 10월에 도입되었다. PROCAMPO는 주요 작물(주로 흰 옥수수) 재배 농가에게 직접 현금을 지불하는 정책으로, 당초에는 2008/09년 가울 및 겨울 작물까지만 지원하는 것 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펠리페 칼데론 행정부(2006～2012년) 시절, 약간의 수정을 거쳐 2012년까지 연장하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이후에도 이 제도는 지속되고 있다. 지원금 액은 1～5ha 사이의 농지를 경작하는 농민에게 ha당 최대 1,300페소(100.77달러/ha) 수준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