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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대외 환경을 구성하는 주요 변수들을 중심으로 이들의 예기치 못 한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였다. 이 섹션에서는 이상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적 시사점이 큰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논점을 중심으로 얘기하고자 한다: 첫 째, 우리나라 단기자금 시장과 해외 채권자본 간의 관계, 둘째, 자원의 저주(the curse of resources) 현상, 이상 두 가지다.

1. 단기자금시장과 해외 채권자본의 흐름

지금까지의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단기자금 시장은 해외 채권자본의 움직임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보았다. 우리나라의 단기금리는 GDP 대비 채권자본의 국내 순유입 비율 이 줄 땐 오르고 늘 땐 내리면서 서로 미러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이는 물론 기초 경제이론으 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수량과 가격의 상반된 움직임은 가격 결정에 있어서 공급 요인(공급 곡선의 쉬프트)이 크게 작용함을 의미한다. 즉 자금시장에서 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될 때, 우리나라에선 대체로 해외로부터의 공급 요인이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현재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에 큰 시사점을 준다. 앞으로 미국이 금리를 인상 하기 시작하면 우리도 결국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에는 바로 해외 자본의 유출을 염려가 있다. 지금까지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논리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앞에서 보았듯이 세계 단기자금조달 비용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단기금리가 오르면 우리나라 단기자금시장에서도 일단 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문제 는 시장의 이 같은 상승 압력이 어떻게 작용하느냐다. 단기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해외 채권 자본의 유출을 막게 된다기 보다는 해외 채권자본의 유출압력이 단기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Ⅳ. 논의 41 더구나 미국 단기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자본의 유출 압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금리인상 충격에도 채권자본의 국내 순유입이 늘어나면서 초기에 오른 단기금리를 끌어 내리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충격 초기 채권자본유출 압력에 따른 단기자금시장에서의 금리상승압력을 한국은 행이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시장의 상승압력만큼만 잘 가늠해서 인상한다면 이후에는 채권 자본의 흐름을 보면서 금리인하를 고려해 볼 수 있는 넓은 선택 폭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 한다.

2. 자원의 저주(the curse of resources)

기존의 경제발전론 분야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엠피리컬 팩트 중의 하나는 자연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오히려 경제발전이 더디거나 아예 저발전의 늪에서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이를 “자원의 저주”라고 부르는데 이러한 장기적 경제발전상의 사실 이 단기적 경기변동 분석이라 할 수 있는 본 연구에서도 나타난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국제유가의 상승은 원유나 기타 대체적 원자재를 생산하는 국가들 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줘 이들 국가들의 주식가격과 GDP를 더 끌어 올릴 것으로 생각되 지만, 우리가 앞에서 보았듯이 국제유가의 상승 충격은 오히려 미국을 포함해서 호주, 캐나 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의 실질 GDP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터키 등 비산유국들은 실질적인 혜택을 보는 등 기존의 상식 과 상당히 다르게 나타났다.

본 분석방법론에서는 국제유가가 상승할 때와 하락할 때가 대칭적이어서 이상의 결과를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에 대해서도 적용해 중요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2014년 여름 국제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했을 때, 여러 연구기관에선 유가 하락이 세계경제에도 우리나라 경 제에도 모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을 많이 내놓았다. 그러나 본 연구에 따르면 이런 예측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세계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 국, 캐나다, 중국, 인도 등은 본 보고서의 분석에서도 국제유가가 하락할 때 실질적인 혜택 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적어도 주요 유럽 국가들과 우리나라는 국제유가의 하락으로 인해 오히려 경제성장은 더뎌질 것이란 걸 본 보고서는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한국의 경우

는, 독일 등 유럽국가들과 달리, 국제유가 하락으로 실질GDP 성장은 더뎌지지만 주식가격 은 더 가파르게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분석 결과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적어도 2015년 봄 현재, 곳곳에서 우리나라 경제성장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도 코스피 지수는 연일 갱신되는 상황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정책입안자나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의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시사점으로는, 미국 단기금리와 국제유가 충격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 당히 흡사하다는 사실이다. 향후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이 예기치 못한 시기에 예기치 못한 폭으로 나타난다면, 우리는 그 시점에서의 국제유가의 흐름도 동시에 살펴보아야 한 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예기치 못한 미국 기준금리의 인상과 예기치 못한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이 함께 이뤄진다면, 우리나라 입장에서 이들 대외 충격의 영향은 상당히 상쇄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국제유가의 예기치 못한 반등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함께 한다 면 우리가 느끼는 영향도 두 배가 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대외 충격들이 동시에 일어나 는 현실에서 정책입안자들과 우리나라 기업들은 우리경제와 대외 충격들 간의 같을 수도 있고 다르기도 한 영향 등을 총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세우고 사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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