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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분석 결과

2. 국제유가의 상승

2014년 6월 최고점을 찍은 국제유가는 이후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해 2015년 봄 현재 대략 배럴당 50달러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의 하락을 두고 우리경제 에 좋은 것이다 나쁜 것이다, 세계경제에 좋은 것이다 나쁜 것이다 등 많은 얘기들이 있다.

이번 섹션은 그 같은 질문에 대해 답하기 위한 하나의 엠피리컬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다.

여기선 국제유가의 “상승”을 기준으로 얘기하겠지만, 본 분석방법에선 상승 충격과 하락 충격은 완전히 대칭적이므로 최근 9개월의 국제유가 경험에 대한 시사점도 직접적으로 찾 을 수 있다.

[그림 3]은 국제유가의 1 표준편차 상승 충격이 우리가 관심 갖는 변수들에 미치는 영향 을 보여주는 것으로,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논의의 편의상 몇 개의 패널로 나눠 진행한다.

국제유가는 변동성이 크고(1 표준편차가 12%에 해당), 그 자신의 충격에 대한 반응 또한 매우 지속적이다. 국제유가의 상승 충격에 대해 VIX는 처음엔 오히려 5% 가량 줄지만 이후 점차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중장기적으로는 원래 경로에 비해 2~3% 높아진다.

이에 대해 주식자본과 채권자본의 흐름은 초기에 심한 교란을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거의 완전히 초기의 유가 충격을 흡수하며 원래 경로에서 큰 벗어남이 없다. 미국의 주식가 격과 실질GDP 역시 충격 시점을 제외하고는 떨어지기 시작하다가 3년 가량 지나면서 점차 회복세로 돌아선다. 미국의 주식가격은 3분기에 거의 3% 가까이 하락해 10분기까지 그대 로 머물다가 11분기부터 반등 모멘텀을 얻고 점차 회복해 중장기적으로는 완전히 국제유가 충격 이전의 추세선에 따른 원래 경로로 되돌아간다.

미국의 GDP 역시 10분기까지 서서히 하락해 최대 0.58% 가량 원래 경로로부터 하회하고 이후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해 중장기적으로 0.15% 정도 낮은 선에서 안착하는 모습을 보인 다.

국제유가의 상승 충격에 따른 미국 주식가격과 GDP의 이와 같은 반응은, 흔히들 예상하 는 대로 국제유가 상승이 곧 전반적인 생산비용을 높여 자산시장과 실물부문을 모두 약화 시키는 결과를 가져 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럼 석유의 생산국이면서도 수입국인 미국 이 이렇다면, 순수입국인 우리경제는 어떨까?

순수입국인 우리 경제의 특징을 반영해서인지, 국제유가의 상승 충격에 대해 우리나라 GDP 대비 주식자본의 순유입 비율은 단 1분기 만에 원래 경로로부터 1%p 가까이 줄어드 는 모습을 보인다. 충격 초기의 이러한 해외주식자본의 순유출은 이후에 얼마간 약해지긴 하지만 경향성은 그대로 지속되어 중장기적으로도GDP 대비 대략 0.35%p 정도 낮은 순유 입 비율을 보게 된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 주식가격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떨어지는 데, 미국 주식시장과 우리의 차이는, 우리 주식가격은 반등세를 보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즉 앞서 본 VIX 충격 때와 마찬가지로 국제적인 충격에 대해 미국이나 우리나라 주식시장 이 보이는 초기 반응은 비슷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이 그러한 충격을 흡수하고 중장기적으 로 완연한 회복을 이루는 반면 한국 주식시장은 그렇지 못하다. 그 하락폭에서도 큰 차이 가 나는데, 미국의 주식가격이 3~10분기 사이에 최대 3% 정도 하회하게 되는데 비해 우리 나라 주식가격은 충격 후 1년 뒤엔 10%, 3년 뒤엔 원래 경로로부터 20% 가까이 떨어지고 이후에도 하락 추세가 계속 된다. 이는 충격 시점에서 12% 가량 상승했던 국제유가가 이후에도 조금씩 조금씩 지속적으로 올라 우리 분석의 마지막 기인 40분기(10년) 뒤엔 원래 경로로부터 18.5% 높은 수준까지 이르게 되는 것과 일맥 상통하지만, 달리 말하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미국에 비해 대외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상당히 약하다는 의미이 기도 하다.

llI. 분석결과 31

환율 단기금리

주식자본 순유입 채권자본 순유입

주식가격 인플레이션

GDP -0.02

0 0.02 0.04

0 4 8 12 16 20 24 28 32 36 40

-0.003 -0.002 -0.001 0 0.001

0 4 8 12 16 20 24 28 32 36 40

-0.015 -0.01 -0.005 0

0 4 8 12 16 20 24 28 32 36 40

-0.002 0 0.002 0.004 0.006

0 4 8 12 16 20 24 28 32 36 40

-0.4 -0.3 -0.2 -0.1 0 0.1

0 4 8 12 16 20 24 28 32 36 40

-0.002 -0.001 0 0.001 0.002

0 4 8 12 16 20 24 28 32 36 40

0 0.005 0.01 0.015

0 4 8 12 16 20 24 28 32 36 40

[그림 3b] 국제유가 상승 충격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매우 특이한 부분은 우리나라 실질GDP의 반응이다. 앞에서 미국의 단기금리 상승 충격 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때 보았던 주식가격과 실질GDP의 상반된 반응을 국제유가의 상승 충격 경우에도 유사하게 발견하게 된다. 즉, 두 충격 모두, 우리나라 실질 GDP는 늘이고 주식가격은 줄인다. 두 충격에 대한 다른 시장의 반응도 충격 초기 기간을 빼고 나면 대체로 비슷하다. [그림 2b]와 [그림 3b]를 비교해 보자.

미국의 단기금리 상승 충격에 대응해 우리나라의 단기금리도 처음엔 오르긴 하지만 2~3 년에 걸쳐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해서 중장기적으로 원래 경로보다 낮은 곳으로 가게 되는

데, 국제유가의 상승 충격에 대한 우리나라의 단기금리 반응도 충격 초기의 금리 상승 압력 이 없다는 것을 빼고 나면 중장기에서 하락 추세는 사실상 같다. GDP 대비 채권자본의 순유입 비율의 반응 역시 두 충격에 대해 비슷하고, 이미 본 GDP 대비 주식자본의 순유입 비율도 처음 2년까지의 반응은 상반되지만 그 후로는 매우 유사하다. 인플레이션의 반응 역시 두 충격에 대해 질적으로 거의 비슷하다. 두 충격에 대한 반응에 있어서 다소 차이를 보이는 변수는 환율의 움직임이다. 미국 단기금리 상승 충격 때 첫 1년 동안은 원화가치의 하락이, 1~4년 기간은 원화 가치의 상승이 이뤄졌다가 다시 4년을 지나면서 중장기적으로 는 절하된 것과 달리, 국제유가의 상승 충격에 대해선 최초의 절상을 빼면 이후 곧바로 계속적인 절하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종합해 보면, 초기 반응에는 다소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미국 단기금리 상승이나 국제유 가 상승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질적으로 매우 유사한 영향을 끼치는 대외 환경의 변화 에 해당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흥미롭다.

우리경제가 두 충격에 대해 보이는 공통된 반응들 중에서, 특히 주식가격은 떨어지는데 실질GDP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돌아가보자. 우리는 앞서 이러한 현상을 주식가격이 펀드멘 털로부터 멀어진다는 뜻에서 주식가격분리 퍼즐이라고 부른 바 있다. 이제 이러한 현상이 우리 경제 특유의 것인지 알아 보기 위해 다른 나라들의 반응도 함께 고려해 보자. 국제 유가 상승 충격 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실질GDP가 떨어지는 나라들은 호주, 캐나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폴, 태국 등이고, 반대로 올 라가는 국가들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터키 등 비산유국들이 다. 한편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등은 초기에는 약간 GDP가 줄어들지만 대략 3년 정도 경과하면서 올라가는 국가들이다. 즉 우리가 분석 대상으로 삼 은 국가들 중, 예상치 못한 국제유가상승 충격에 실물 부문에서 타격을 입는 국가들이 다수 를 차지하나, 우리나라처럼 혜택을 보는 국가들도 있고, 충격 초기의 타격이(정도는 다르지 만) 3~4년 가량 지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혜택을 보는 국가들도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처럼 국제유가의 상승 충격에 실질GDP가 늘어나는 국가들의 주식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자. [그림 3c]에서 보듯, 독일의 주식가격은 독일의 실질GDP 가 1% 가량 오를 때 10% 가량 오르는 방식으로 국제유가의 충격에 대한 반응이 일관되어 있고, 지면상 여기서는 생략했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일본 의 경우도, 주식가격이 초기 3~4분기 사이에 약간 하락하는 기간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llI. 분석결과 33

독일 GDP 독일 주식가격

일본 GDP 일본 주식가격

아르헨티나 GDP 아르헨티나 주식가격

-0.01 0 0.01 0.02 0.03 0.04

0 4 8 12 16 20 24 28 32 36 40

0 0.1 0.2 0.3 0.4

0 4 8 12 16 20 24 28 32 36 40

0 0.005 0.01 0.015

0 4 8 12 16 20 24 28 32 36 40

-0.02 0 0.02 0.04

0 4 8 12 16 20 24 28 32 36 40

-0.005 0 0.005 0.01 0.015

0 4 8 12 16 20 24 28 32 36 40

-0.1 -0.05 0 0.05 0.1 0.15

0 4 8 12 16 20 24 28 32 36 40

원래 경로보다 대략 2%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대체로 실질GDP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GDP의 반응은 충격 후 1년 이내, 1~3년 사이, 4년 이후 세 개의 기간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국제유가에 대한 주식가격의 반응 역시 매우 비슷한 패턴을 보이면서 주식시장과 실물부문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움직이고 있다.

[그림 3c] 국제유가 상승 충격이 여러 나라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

한마디로, 국제유가의 충격에 대해 나라별로 반응 방향이 다를 수는 있지만, 각 국가 내에서 주식시장의 반응과 실질GDP의 반응은 대체로 일관되게 같은 방향으로 이뤄졌다.

그렇지 않은 나라들, 즉 국제유가의 변동 충격에 대해 주식가격이 펀더멘털의 움직임으로 부터 분리되는 퍼즐링한 현상을 보여준 나라들은 단 두 곳뿐이다: 우리나라와 캐나다.

캐나다의 경우, 실질 GDP는 국제유가 상승 충격에 대한 미국의 GDP 반응과 마찬가지로 충격 시점부터 3년 가량 하락하다가 이후 회복세를 나타내는 반면, 주식가격은 충격 시점 부터 계속 오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국제유가 충격에 대해 주식가

캐나다 GDP 캐나다 주식가격 -0.01

-0.005 0 0.005

0 4 8 12 16 20 24 28 32 36 40

0 0.05 0.1 0.15

0 4 8 12 16 20 24 28 32 36 40

격분리 현상이 나타나지만, GDP와 주식가격 각각의 방향은 우리와 반대다. 두 나라의 다른 구조적 특징들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예상된다(예를 들어 산유국 여부나 미국 에 인접한 정도 등). 무엇보다도 본 보고서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주식가격분리 현상이 나타나는 나라들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림 3d] 국제유가 상승 충격이 캐나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

지금까지의 분석에서 보면 국제유가 상승 충격과 미국 단기금리 상승 충격은 한국경제에 매우 유사한 영향을 끼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들 대외 충격에 대해 주식가격과 GDP가 상반된 반응을 보여주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점도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차후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2015년 현시점에서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은 매우 명료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의 하락 충격이 간간이 계속 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뤄진다면, 이들 두 대외충격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전반적으 로 상쇄되리란 점이다. 앞으로 국제유가의 흐름과 미국 금리 인상 문제를 동시에 눈 여겨 보아야 할 이유이다.

관련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