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친화력 의미 및 필요성
남북 친화력 확대는 어느 면에서 북한 사회의 광범위한 부문에서 친남화 현상을 이끌어 내는 일이다. 이는 ‘이념적 차원’에서 자유민주 주의와 시장경제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줄이고, 선군정치에 의한 전 쟁 논리의 거부, 미국 등 서방세계에 대한 적대감 약화, 대남 적대감 해소,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남북한 통일을 지향하는 분위기를 확산시 키는 데 있다. ‘가치론적 차원’에서는 남한의 정통성, 남한의 세계적인 위상과 성공에 대한 긍정적 평가, 민족 미래에 대한 공유, 남한 문화 예술의 선망 등 남한 사회에 대한 이해를 내면화하면서 선택적 결정 을 내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정책적 차원’에서는 시장경제를 수용하면서 개혁·개방에 대한 의지와 함께 북한체제의 전환을 추구할 때 대남 친화력은 최고 조에 달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대남 친화력의 확대는 남한과 더불어 공존·공영하려는 가치의 내면화 또는 그 같은 태도의 형성을 의미한 다. 북한 고위 간부들이 북한 내부에 다원화·시장화의 필요성을 인정 하면서 남한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갖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일관되게 대남 적대의식을 완화시키는 한편 남북한이 함께 가는 미래 제시를 통해 그들의 태도를 바꾸는 것을 대 북정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나. 정권진화(regime evolution) 및 의식전환(mind change)
북한의 정권교체는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옵션이 아니며, 더욱이 북한 붕괴론도 비약적인 논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정권 (regime) 차원에서 적절한 변화가 불가피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유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정권진화(regime evolution)’ 문 제를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와 함께 수령독재와 사회주의체 제에 갇혀 오랫동안 순응적 존재가 된 북한 주민의 왜곡된 의식을 일 깨우는 ‘의식전환(mind change)’의 문제도 중요하다.
북한의 정권진화와 관련하여 첫째, 일인 중심의 수령독재체제가 적어도 사회주의체제의 기본 형태인 ‘당-국가’ 중심체제로 변화되어 야 한다. 북한의 정권진화는 선군정치에서 선민정치, 선경정치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먼저 북한 통치엘리트층의 생존 및 미래를 위한 출구(exit)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화합’을 위해 북한 통치엘리트층 대상의 ‘과거 불문 원칙’ 선언과 함께, ‘북한 주민, 통일 최우선 수혜 원칙’ 선언이 기대된다.
한편 대북정책 기조로 원칙과 유연의 조화 및 실용주의적 접근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장기적 포석과 탈정치화 기조 위에서 대북정 책 방향 설정의 일관성 확보가 중요하다. 그와 더불어 정책집행의 일관성을 위해 컨트롤 타워 보강, 관여집단의 전문화가 절실하다. 우 리의 대북정책은 이제 과거를 부정하는 형태를 지양하고 ‘정·반·합 (synthese)’으로 나아갈 때다. ‘단절과 청산’이 아닌 ‘계승과 발전’의 관점에서 대북정책을 냉정히 평가하여 공(功)은 이어받고 과(過)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우리는 북한 입장만을 고려한 일방적 시혜와 포 용, 남한 사회 내부를 지나치게 의식한 압박에서 탈피하여 진정한 의 미의 실용주의적 대북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다. 대북통일정책 추진 방안
(1) 정치 분야
남북대화 다변화로 대남 친화력 증대 계기를 조성해야 할 때이다.
따라서 남북대화를 통해 당면 현안을 해결하고 신뢰관계도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당장 현안 해법에 대해 접점 찾기가 어려울지라도 자주 만나 대화하는 자체에도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남북대화 의 내용면에서도 북한 간부나 주민들이 남한이나 서방세계에 자주 접 근할 수 있는 사업을 창출해 내면 대남 친화력 증대에 유리할 것이다.
한편 포스트 김정일 정권의 개혁·개방 노선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북한체제의 연명이나 강화가 아니라 체제 변화 를 통해서 경제난을 해결하고, 남한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를 증가시 킴으로써 남북협력 속에서 남한의 주도 아래 궁극적으로 남북통일로 이어지는 길이다. 즉, 북한의 개혁·개방은 하나의 프로세스로서 통일 을 지향하는 정상국가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특히 북한 간부들의 계층별 관심사를 고려하여 친화력 증대 방안을 모색 해야 한다.
(2) 안보 분야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는 연계 전략에서 투 트랙(two track)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엄격히 연계하는 전략을 지양하고, 북핵문제는 안보정책 차원에서 대응하고 남북관계 는 통일을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관리해 나가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 하는 것이 한반도의 전략적 현실에 부합한다. 이를 통해 대북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남북관계의 연속성이 보장되면 중장기적으로는 북한 정권과 주민들의 대남 신뢰감도 제고될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 로는 남북 친화력이 증대되는 길이기도 하다.
한반도 신(新)평화체제(new peace regime)의 가동이 기대된다.
향후 평화체제 구축 협상은 남북한이 주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평 화체제 구축의 속도에 있어서는 비핵화 협상과의 동시성을 견지할 필 요가 있다. 그와 함께 남북 군비통제 추진을 통한 북한의 선민, 선경 정책으로 전환을 유도해 나가야 한다.
(3) 경제 및 사회·문화 분야
새로운 대북 지원과 경제협력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대북지원의 경우 국제규범을 존중하면서 ‘기본에 충실한’ 인도적 지원의 지속 추진이 필요하며, 개발지원도 ‘기본에 충실한’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물론 대북지원과 경협 추진 시 국제규범의 원칙을 존중하면서 신축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경제협력과 함께 남북 주민 간 교류도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남북 친화력 확대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개성 공단 사업이 금강산 관광사업보다 효과적이다. 특히 2007년 남북정 상선언 중 가운데 경협 내용은 남북 간 친화력 확대 방향의 중요한 지침이 된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해 국제사회 편입을 지원해야 하며, 이를 통해 국제협력의 중요성과 필요성, 그리고 현실성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남북 친화력 확대 방안의 큰 그림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원 하는 것이다.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고 북한 정권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북한 경제의 ‘시장화’ 확대를 추구 해야 한다. 이는 ‘아래로부터’의 변화를 추동하여 북한 정권의 개혁·
개방이 불가피하도록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의 확대는 자 연히 남북 친화력 확대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사회·문화 분야에서 국제사회를 활용한 ‘지식공유(knowledge sharing)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환경, 수자원, 에너지, 교통, 통계, 지역통합 등의 영역에서 북한 관리들에 대한 지식공유 사 업을 실행하였다. 외국방문 프로그램이나 위탁교육 형태로 국제사회 의 지식공유사업에 자금과 물자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북한의 개혁·
개방과 국제사회에의 편입을 지원하는 방식이 기대된다.
(4) 국제관계 분야
중장기적 관점에서 동북아 다자안보, 협력안보의 증진은 한반도 통일이 임박했을 때 주변 강대국 간 합의를 촉진하는 유용한 협력틀 로 기능할 수 있다. 다자안보가 작동할 경우 중국은 통일한국이 미국 중심의 양자 동맹 구조에 일방적으로 편입되리라는 우려를 하지 않아 도 되며, 미국은 양자 동맹과 다자안보의 보완적 성격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 다자안보에 대한 논의는 6자회담 합의에 따라 2회 정도 개최된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워킹그룹(working group)을 다시 가동하는 데에서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