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EU-MERCOSUR의 협력
EU는 멕시코, 칠레와의 제휴협정과는 별도로 중남미 지역과 연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MERCOSUR와 정치 및 경제 제휴협정 (Political and Economic Association Agreement)을 체결하였다. 이를 바탕 으로 EU와 MERCOSUR는 보다 광범위한 FTA 또는 이러한 성격을 포 함한 제휴협정을 체결하기 위하여 2000년 4월부터 협상을 시작하였다.
이밖에 EU 집행위원회는 2006년 12월에 중미국가110) 및 안데스 공 동체와 각각 FTA 성격을 포함한 제휴협정 수준의 지역무역협정을 체 결하자고 이사회에 제안하였다. EU가 이 두 지역에 대하여 제휴협정 을 선택하는 배경에는 EU와의 경제 및 무역관계뿐만 아니라, 인권, 민주주의, 세계적인 공통가치의 방위, 다국간 상호 자유무역의 발전을 기초로 하는 두 지역과의 정치적 파트너십의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CIS 국가들 중에서 러시아를 별도로 취급하여 새로운 FTA 체 결 후보대상으로 보고 있다. 1997년 EU와 러시아 사이에 체결된 파트 너쉽 협력협정은 10년의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양자가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기로 약속하였으나, 이에 이르지 못하자 본 협정의 기간을 별 도의 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 매년 갱신하기로 정하였다.111) EU와 러 시아의 FTA 체결과 협력은 러시아의 WTO 가입과 기타 문제들의 해 결이 전제되어야 한다.
(2) 서남아시아 GCC 국가들과의 협력
EU는 1990년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 에미레이트 등 6개국이 참여하는 걸프협력회의(GCC)112)와 양 지역간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였다. 이러한 목적으로 양자가 1989년 협력협정을 체결하면서 기본적인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고, 이어서 협
111) 2006년 11월의 EU-러시아 정상회의에서는 새로운 협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 로 약속하였다. 그러나 당시 러시아로부터 약 1년간에 식육류의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졌던 폴란드가 이 금지조치가 우선 해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집행위원회 에 대한 협상의 권한 부여를 거부하였다.
112) Gulf Cooperation Council(GCC)은 1981년 출범하여 회원국들의 경제, 정치, 사회 문제 등 다양한 분야를 논의하는
제 7 부 경제 협력 제51조-제76조 제 8 부 문화 협력 제77조
제 9 조 금융 협력 제78조-제81조
제10조 기구, 일반 및 최종조항 제82조-제106조
상이 시작된 것이다. EU 시장에서 GCC의 상품은 EU 일반특혜관세를 부여받고 있다.113)
원래 2006년 말까지 협상을 완료하고 FTA를 체결할 예정으로 있었 으나 EU와 GCC간 FTA 체결에 이처럼 오랜 시일이 소요되는 이유는, 양 지역간 시장접근, 원산지규정, 정부조달,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서 의견 차이가 존재하였을 뿐 아니라,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FTA 안에 인권, 정치개혁, 반테러협력 등 경제 범위를 벗어나는 다양한 정 치적 이슈가 포함됨으로써 양 지역간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제 3 절 EU 지역무역협정의 특징과 새로운 FTA 정책
1. EU 지역무역협정의 특징
(1) 다양한 형태의 지역무역협정
EU의 지역주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고, EU 자체도 오랜 기간동안 발전해온 지역주의의 한 형태이다. EU가 체결해온 지역무역협정은, 그 역사와 상황변화만큼이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EU 주변국들과 체결한 지역무역협정들은 주로 EU 회원국의 확대를 목표로 자유무역을 실현하거나 통합의 전제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성격이 많았다. 이러한 형태의 협정들은 FTA라는 형태보다는 FTA의 성격을 포함하고 그 이상의 목적을 추구하는 제휴협정(Association Agreement)으로 나타났다. 이후 상대방의 EU 가입준비과정에서 유럽 협정(Europe Agreement) 등이 체결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113) EU 시장에 수출되는 GCC 상품의 약 70% 정도가 석유와 관련된 것이다.
이를 종합하여 볼 때, EU가 체결한 지역무역협정은 그 대상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여 공통적인 성격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지역무역협정에 따른 일반적인 경제긴밀도를 기준으로 특징을 고려하여 보면, 기본협력협정(Cooperation Agreement)에서 제휴협정 (Association Agreement)으로, 다시 유럽협정(Europe Agreement) 수준의 형태로 발전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114)
그러나 EU의 확대와 큰 관련이 없는 상대방과의 지역무역협정은 경제적인 의미가 두드러진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도 제휴협정의 용어 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는 보다 FTA에 가까운 형태로서 양자간의 자유로운 무역을 보장하고자 하는 측면이 강하다. 최근 들 어 EU가 아시아 국가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들과 구상하는 지역무 역협정의 형태는 이전보다 뚜렷하게 좁은 의미의 FTA와 그 성격과 범위가 유사하다.
(2) 기본 대외정책의 변화에 따른 지역무역협정
EU는 역사적으로 본격적인 지역무역협정의 개념을 발전시켰음에도 불구하고, WTO 출범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지역무역협정보다 WTO 를 비롯한 다자주의 무역규범체계를 기본으로 하는 대외정책을 진행 하였다. 이에 따라 이미 존재하는 지역무역협정을 유지하거나 발전시 키는 수준을 넘지 않으면서 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 대 외무역정책의 중점을 두었다. 다만 EU가 WTO 도하개발아젠다 협상 에 주력하였던 기간에도 EU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지역무역협정의 협상은 여전히 진행하였다.
그러나 WTO 체제의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FTA 등 다양한 지역무역협정 체결의 분위기가 높아지면서, EU 역시
114) 강문성 권경덕 김양희 김흥종 이종화 정인교, 거대경제권과의 FTA 평가 및 정책과제 정책연구 04-11,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04, 166면.
세계의 주요 지역 및 교역대상국들과의 FTA를 체결하거나 FTA를 위 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EU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적극적인 지역무역협정의 정책을 수립하였고, 이전까지 진 행되어오던 지역무역협정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게 되었다. 대 상국도 아시아 지역 등으로 넓히는 등 변화가 이루어졌다. 실제로 EU 는 EU 자체의 확대와 함께 지중해연안국, ACP, 멕시코, 칠레, 남아공, 메르코수르, GCC(걸프협력회의) 등과의 FTA 또는 지역무역협정을 위 한 협상을 이미 완료하였거나 진행 중에 있으며, 이 외에도 한국을 포함하여 ASEAN, Andean공동체, 중미6개국 등과의 FTA 협상을 시작 하였거나 고려하고 있다.
또한 EU의 지역무역협정 정책에 있어서 변화는, 1990년대 이후 기 존의 특혜무역협정을 상호주의에 입각한 FTA 협정으로 대체하려는 경향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특혜무역을 부여하였던 ACP와의 로메협약 체계를 상호주의 원칙을 강화하는 코토누협정 체계로 대체 하는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ACP 국가들이 그동안 EU 시장에서 누 리던 편무적 특혜무역은 종료되면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ACP 회원 국도 EU에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지중해 연안 국가들 과 체결하였던 기존의 협정이 상호주의적 개방의 성격이 짙은 Euro-Mediterranean Agreements협정들로 전환되면서, 2010년까지 자유무 역지대 설치를 목표로 개별 국가들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것도 이러한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3) 경제적 목적을 넘어선 지역무역협정
EU가 지역무역협정을 추진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그 목적이 단순한 경제적 효과를 추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치외교, 안보, 사회 등 다양 한 정책 목표를 전략적 차원에서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역사
적으로 볼 때, EU 자체의 설립취지가 단순히 경제적인 통합과 발전을 추구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경제적 측면이 크게 강조된 다수의 FTA를 체결한 멕시코, 칠레, 싱가포르 등 과의 지역무역협정과는 다른 모습이다.
EU가 지중해 연안 국가들과 체결한 협정들은 북아프리카, 중동, 지 중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안보적 목적을 중요하게 고려하 며 추진되었다. 이와 동시에 FTA 성격의 경제적 협정을 통해 이 지역 의 경제성장과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만성적인 유럽지역으로의 불법 이민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책적 목적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협 정은 EU의 기술표준, 원산지규정, 유로화의 사용을 확대하는 등 이른 바 ‘유럽표준’을 실현시키기 위한 전략적 목적도 있다.115)
EU가 남아프리가공화국과 체결한 무역 개발 및 협력협정은 인종차 별 종식에 따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무역투자의 제한 조치를 완화하 고 유럽국가와의 경제적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데 기여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 현재까 지도 진행되고 있는 EU-GCC FTA 협상에서도 역시 경제적 목적 이외 의 다양한 정치사회적 목적까지 함께 추구하고자 하는 EU의 정책적 목적이 나타나고 있다.
멕시코와의 지역무역협정은 NAFTA 출범 이후 멕시코 시장에서 유 럽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점진적으로 감소하였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에서 적극 추진되었다.116) MERCOSUR와의 FTA 협상 역시 미국 이 주도하는 FTAA의 창설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된 것이 사 실이다. MERCOSUR가 남미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단일시장을 형
115) 이러한 전략적 목적은, 1980년대부터 차츰 시작된 미국의 지역무역협정이 ‘글로 벌 스탠다드=아메리칸 스탠다드’의 확대를 노리는 전략에 방어적인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116) 특히 자동차 등 유럽산 상품의 북미시장 진출을 강화하기 위한 발판으로 멕시 코와의 FTA를 추진한 측면이 강하다.
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들과의 FTA는 EU에 의해서도 전략 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져왔으나, 남미 농산물의 EU에 대한 시장접근 문제, 남미의 통신산업 개방 문제 등에 관한 이견으로 인하여 협상에 어려움이 있다.
(4) 상대방의 국내제도 변화를 수반하는 지역무역협정
EU가 체결한 지역무역협정은 단순히 관세인하 등 무역장벽을 제거 하는 평면적 FTA가 아닌, 비관세 장벽 철폐는 물론 무역에 영향을 미 치는 상대국의 국내제도의 상당한 개선을 요구하는 규정들이 다수 존 재한다. 이것은 그동안 EU가 체결해온 지역무역협정이 EU의 확대와 관련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EU의 확대와 관련이 적은 새로운 상대와 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EU는 FTA협상을 추진함에 있어 높은 수준의 통합(Deeper Integration) 의 정책목표를 추구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117)
EU는 지역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상대국이 전반적인 경제 제도, 원산지규정, 기술규격 및 표준, 지적재산권 제도 등을 개선할 경우에 경제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EU가 기대 하는 이러한 상대국 제도의 변화는, 정책적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개선될수록 유럽기업들이 더욱 활발히 투자와 무역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초한다. 그러나 상대국과의 FTA 등 지역무역협정 의 협상을 통해 WTO 등 다자주의 체제에서의 규범 및 제도에 관한 논의를 EU가 주도하는 발판을 마련하고, 미국 등과의 경쟁에서도 우 위를 점하려는 의도 역시 존재한다.
실제로 EU의 지역무역협정의 협상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큰 영향 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여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협상과
117) Pascal Lamy, supra, pp. 1399-1413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