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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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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방언에서 실현되는 고유형 담화 표지는 ‘와’, ‘웨’, ‘잉’, ‘야’가 있다. 이기갑 (2003)에서는 이들 담화 표지를 상대높임법 등급이나 서법에 따라 문장의 종결어미 뒤 에 제한적으로 호응하는 일종의 특수 조사로 보았다. 한편 강희숙(2006, 2011)에서는

‘와’, ‘웨’, ‘잉’, ‘야’를 발화의 끝 부분에 실현되는 종결 담화 표지로 파악하였다. 특히

‘잉’은 전남 방언에서 대부분 ‘이’로 실현되기도 하는데42), 이와 관련하여 ‘와’, ‘웨’, ‘잉’,

‘야’의 지역별 변이형을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표 9> 고유형 담화 표지 ‘와’, ‘웨’, ‘잉’, ‘야’의 지역별 변이형

42) 강희숙(2011: 56)에 따르면 ‘잉’은 ‘잉∼인∼이’의 변이형을 지니는데, 각 변이형의 음절 말음의 교 체는 음운론적 강도의 약화 현상에서 기인하였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조음 위치에 따른 국어 자음 의 상대적 강도는 ‘연구개음>양순음>경구개음>치경음>후음’의 순으로(강희숙, 2011: 56), 이에 따 르면 이러한 양상은 ‘[ŋ]∼[n]∼[ø]’, 즉 ‘연구개음>치경음>영 음소(zero phoneme)’로 약화된다. 그 러나 ‘이’의 경우 음절말 비자음이 탈락된 것으로 보이나, 이기갑(2003: 174)에서는 ‘이’가 실현될 경우 콧소리가 얹어져 나타난다고 하였으며, 김태인(2015)에서는 ‘이’가 [+비음성] 자질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전사 자료에서도 ‘이’의 경우 비모음을 뜻하는 기호 ‘∼’가 덧붙어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는 ‘이’가 음절말 비자음의 흔적이 잔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웨 - - - - 웨 -

-잉 잉

이 이 이 이 이 이 이

야 야 - 야 야 야 - 야

<표 9>에 따르면 전남 방언에서 ‘잉’과 ‘야’가 지역적으로 널리 사용됨을 대략적으 로 알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와’는 단 한번도 실현되지 않았으며, ‘웨’는 영암 지 역어에서 한 차례만 실현되었다. 이러한 양상은 전사 자료의 특성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조사자와 제보자의 관계에서 작용하는 상대높임의 변수43) 가운데 상 대적 변수에 해당하는 ‘위계’와 ‘친밀도’에 따른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위계상으로는 제보자가 조사자보다 나이가 많으나, 조사자의 사회적 지위가 교수라는 점에서 서로를 함부로 낮추어 말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친밀도의 측면에서 조사자와 제보자는 서로 낯선 관계이거나, 지속적인 조사 및 면담을 통하여 그보다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 였다고 하여도 허물없이 말을 할 만큼 친한 관계는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양상이 나타 났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러한 특징과 관련하여 전사 자료에서 제보자의 발화는 대부분 두루높임과 두루낮춤으로 나타나는데44), 이는 ‘와’와 ‘웨’가 지닌 통사적 제약과도 연결 된다.

‘와’, ‘웨’, ‘잉’, ‘야’는 선행 연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상대높임법 등급이나 서법에 따라 각기 다른 통사적 제약을 지닌다. 이러한 사실은 강희숙(2011)에서도 논의된바, 그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45).

43) 이기갑(2003)에서는 상대높임법 변수르 ‘발화 참여자’ 와 ‘발화 상황’에 따른 것으로 분류하였다.

전자는 세대, 계층, 성으로 나뉘는 ‘절대적 변수’와 위계, 친밀도, 대우에 따른 ‘상대적 변수’로 세 분된다. 한편 후자의 경우 격식성에 따른 것으로, [+격식]의 자질을 지닌 상대높임법 등급으로는

‘아주높임’, ‘예사높임’, ‘예사낮춤’, ‘아주낮춤’이 있으며, 그 역으로는 ‘두루높임’, ‘두루낮춤’이 있다.

이들 등급은 일반적으로 담화 상황에 따른 분류이기는 하지만, 담화 참여자 간의 친밀도에 따라 서도 달리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44) 이기갑(2003: 199)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담화 참여자 간의 관계가 친밀해지기 시작하면 [-친 밀]에 비해 한 등급 이상 낮은 말투로 변한다고 언급하였는데, 서로의 친밀도에 따라 ‘두루높임>

예사낮춤>아주낮춤’으로 이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고 하였다는 점에서 전사 자료에 나타나는 제 보자의 발화는 아직 조사자와 크게 친밀한 관계로 나아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45) <표 10>의 ‘관련 통사적 특성’ 가운데 ‘상대높임법 등급(서남 방언)’은 이기갑(2003: 254)에서 제 시한 서남 방언의 상대높임법 등급을 참고하였다.

관련 통사적 특성 고유형 담화 표지

대분류 소분류 와 웨 잉 야

상대높임법 등급 (서남 방언)

아주높임

(허씨요체) 〇 〇 〇

예사낮춤

(허소체) 〇 〇 〇

아주낮춤

(해라체) 〇 〇 〇

두루높임

(하라우체) 〇

두루낮춤

(해체) 〇 〇

서법

서술문 〇 〇 〇 〇

의문문 〇 〇

△ (아주높임,

두루낮춤)

명령문 〇 〇 〇 〇

청유문 〇 △

(아주높임) 〇

△ (아주높임,

아주낮춤)

<표 10> 강희숙(2011)에서 논의된 담화 표지 ‘와’, ‘웨’, ‘잉’, ‘야’의 통사적 제약

<표 10>에 따르면, ‘와’는 아주낮춤의 종결어미에만 결합하며, ‘웨’는 아주높임과 예 사낮춤의 종결어미와 호응한다. 이러한 특징에 미루어 보면 전사 자료에서 ‘와’와 ‘웨’

가 단 한 차례도 실현되지 않거나 극히 드물게 실현되는 양상에 대한 원인을 추정할 수 있다. 앞선 상대높임의 변수에 따른 설명에 기대어 보면 ‘와’와 ‘웨’는 두루높임과 두루낮춤의 종결어미와 결합하지 못한다는 제약을 지니기 때문에 실현되지 못한다. 특 히 ‘와’의 경 손윗사람이 나이가 한참 어린 손아랫사람을 대할 때 쓰이는 담화 표지라 할 수 있어 전사 자료에서는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46). 이와는 달리 ‘잉’과

대분류 소분류 세부 기능 비고

발화 책략 기능

발언권 유지 시간 벌기 발화 중간에서 ‘잉’, ‘야’만 실현됨 발화 내용 강조

-발화의 끝 부분에서만 실현됨

화제 관련 기능 화제 종결

-태도 관련 기능 긍정적 태도 친밀감 표시

‘야’는 상대높임법 등급에서 자유로운 분포를 보이는데47), 이러한 특징은 ‘잉’과 ‘야’가 수행하는 담화 기능과도 연관된다. 본 연구의 기능 분석틀에 따라 담화 표지 ‘와’, ‘웨’,

‘잉’, ‘야’의 담화 기능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표 11> 담화 표지 ‘와’, ‘웨’, ‘잉’, ‘야’의 기능

<표 11>에 제시된 기능 가운데 ‘발화 내용 강조’와 ‘화제 종결’, ‘친밀감 표시’의 경 우 하나의 형태가 이들 기능을 모두 담당하기 때문에 실현 위치에 따라 살펴보고자 한 다. 이 가운데 발화의 끝 부분에 실현되는 기능은 ‘와’, ‘웨’, ‘잉’, ‘야’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는바, 이에 대한 것부터 먼저 살펴보겠다.

발화의 끝 부분에 나타나는 기능은 ‘발화 내용 강조’, ‘화제 종결’, ‘친밀감 표현’이 있다. 이들 기능은 강희숙(2011)에서 ‘와’, ‘웨’, ‘잉’, ‘야’를 분포상의 공통점에 비추어 종결 담화 표지로 정의한 바와 부합한다. 또한 이 연구에서 ‘와’, ‘웨’, ‘잉’, ‘야’의 공통 기능으로 ‘진술 내용 강조’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즉 선행 화제와 관 련된 발화의 끝 부분에 실현되어 화제를 종결하고, 다음 화제에 대한 발화가 이어질

46) 이러한 견해는 이기갑(2003, 2018)에서도 나타나는데, 이기갑(2003: 176)에서는 ‘와’가 주로 어른 들이 나이 어린 상대에게 당부하는 말로 쓰인다고 하였다. 또한 이기갑(2018: 113)에서는 ‘와’가 흔히 여자들이 자식이나 손자 또는 조카 등에 대한 사랑스러움을 표현할 때 많이 사용하며, 평교 간에는 화자가 상대방을 아랫사람처럼 대하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어색하다고 하였다. 이러한 47) 이와 관련하여 이기갑(2018: 81)에서는 담화 표지 ‘잉’의 분포에 대한 방언 간 비교를 시도하였는

데, 동남 방언과 제주 방언과의 비교를 통하여 서남 방언의 ‘잉’이 가장 넓은 분포를 보인다는 사 실을 밝혀내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동남 방언에서의 실현 제약은 상대높임법 등급 가운데 두루 높임과 두루낮춤, 서법 가운데 편향의문문, 실현 위치에서는 문장 중간에 나타나며, 제주 방언에 서는 상대 높임법 등급에서 두루높임 등급의 발화에 실현되지 못한다. 또한 오선화(2008: 103)에 서는 동북 방언의 ‘응’이 아주높임과 두루높임의 등급에서 실현될 수 없다고 언급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연구 결과는 서남 방언의 ‘잉’은 실현 환경이 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넓다는 사실을 증명 한다. 한편 ‘야’의 경우 오선화(2008)에서는 아주높임, 두루높임, 아주낮춤의 등급의 종결어미와 호 응하지 못한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서남 방언의 ‘야’ 또한 ‘잉’과 마찬가지로 타 지역어에 비하여 넓은 분포를 보인다고 하겠다.

수 있도록 함으로써 화제와 화제를 연결하는 담화 연결자로서의 기능을 나타내는 것이 라 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한 예는 다음에 제시하였다.

(10) ㄱ. 우리 저, 큰따를, 큰딸 임:신헤:가꼬 저금나와서 나:쏘웨48). (우리 저, 큰딸을, 큰딸 임신해 가지고 분가 나와서 낳았소.) 《영암: 114∼115》

ㄴ. 그렁게 넘더리 어츠게 헤서 이:를 그르코 얼릉 허냐고 모다 그레쩨이〜49). (그 러니까 남들이 어떻게 해서 일을 그렇게 얼른 하느냐고 모두 그랬지.)

《영광: 78〜79》

ㄷ. 아따 절문 사람드리 밤낟 나이도 덜:무근 사람드리 주긍께 성가시네야 우덜 가튼 사라미 먼춤 가야덴디 (아따, 젊은 사람들이 밤낮 나이도 덜 먹은 사람 들이 죽으니까 성가시네. 우리들 같은 사람이 먼저 가야 되는데.)

《2012보고서-신안: 40》

ㄹ. 거 세무서제이〜? (거 세무서지?) 《곡성 158〜159》

ㅁ. 요:요 대대봄부중대 봄부 칠씨보미리 무반동총 인는디 너 사격 잘해고 그래씅 깨 너 그:리 보내줄꺼잉깨 거가 쪼끔만 기다려바:라이〜 그래. (이이 “대대 본 부중대 본부 칠십오 미리 무반동총 있는 곳, 너 사격 잘 하고 그랬으니까 너 그리 보내 줄 테니까 거기에 조금만 기다려 봐라.” 그래.) 《보성: 460〜461》

ㅂ. 그렁께 오메오메 암:트 마레야. (그러니까 워메 워메 아무 말도 마라.)

《2013보고서-신안: 269》

ㅅ. 예:러서 마라자 올올 드들빵애를 좀 가자이〜. (예를 들어서 오늘 디딜방아를

좀 가자.) 《2012보고서-곡성: 141》

(10ㄱ∼ㄷ)은 발화의 끝 부분에 각각 ‘웨’, ‘이(잉)’, ‘야’가 실현된 서술문의 예로, 선 행하는 발화의 내용을 강조하며 화제를 끝맺고 있다. (10ㄹ)은 의문문50), (10ㅁ, ㅂ)은

48) 이기갑(2003, 2018)에서는 ‘웨’가 오직 예사낮춤의 종결어미와 호응한다고 주장한바, 이 예는 사실 상 예사높임의 위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웨’가 아닌 ‘예’가 종결어미의 모음 /ㅗ/에 동화되어 결합 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하지만 강희숙(2011: 54∼55)에서 제시된 예문 가운데 “아이고, 쪼깐썩만 들어갑시다웨.”를 보면, 아주높임의 청유형 종결어미 ‘-읍시다’에 ‘웨’가 함께 실현되었다. 여기에서 는 해당 종결어미의 어말 모음이 평순모음인 /ㅏ/이기 때문에 음운론적으로 ‘예’가 ‘웨’로 바뀔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이 아니다. 이는 자료의 제약으로 확실하게 단정지을 수는 없으나, ‘웨’가 아주높 임의 종결어미와 결합할 수 있는 증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49) ‘∼’은 전사 자료에서 비모음화를 나타내는 부호이다.

50) 김태인(2015)에 의하면 ‘잉’은 부가의문문 표지로서 설명의문문과 중립적(unbiased) 판정의문문에 서는 실현되지 못하며, 가운데 청자의 동의를 요구하는 편향적(biased) 판정의문문에만 제한적으 로 실현된다고 언급하였다. 이러한 특징은 ‘야’에도 적용되는바, 이기갑(2018: 116)에서도 의문문에 결합하는 ‘야’는 확인물음을 나타내기 때문에 중립적인 의문문에는 결합할 수 없다고 언급한 데에

명령문, (10ㅅ)은 청유문인데, 서술문과는 달리 상대방으로 하여금 특정한 행위를 수행 할 것을 촉구하는 데에 사용되었다. 이상의 예문은 강희숙(2011)에서 언급한 ‘확인’ 및

‘간곡한 요청’ 및 ‘하소연’의 기능과 연관되는데, 이는 발화에 내재한 화행이나 맥락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담화 효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발화 내용의 강조를 통하여 부차적으로 발현된 것이라 하겠다. 다만 앞선 ‘간곡한 요청’ 및 ‘하소연’

의 경우 친밀감을 표시하는 기능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상대방에 대한 우 호적인 감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발화의 끝 부분에 실현된 ‘와’, ‘웨’, ‘잉’,

‘야’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발화 내용을 명확하게 인식시킴과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반 응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친밀감을 표현함으로써 ‘와’, ‘웨’, ‘잉’, ‘야’가 사용 되지 않았을 때보다 더욱 부드러운 어감을 느끼게 하는 기능을 지닌다고 정의할 수 있 겠다.

다음으로 발화 중간에 나타나는 기능에는 ‘시간 벌기’와 ‘친밀감 표시’가 있다. 이 가 운데 ‘시간 벌기’는 ‘잉’과 ‘야’가 지닌 독특한 담화 기능에 해당한다. 이에 관한 예는 아래에 제시하였다.

(11) ㄱ. 토굴 쏘게다이〜, 토굴 쏘게다 여:서 인자, (토굴 속에다 토굴 속에다 넣어서

이제) 《2012보고서-곡성: 130》

ㄴ. 음: 〇〇51) 아짐네가 농사를 안징께 이자 여로고 가시레먼이∼ 수루메 장사를 헤. (음 〇〇 아주머니네가 농사를 안 지니까 이제 이렇게 가을이면 마른 오

징어 장사를 해.) 《2013보고서-영암: 224》

ㄷ. 이뿌기도 하고야 어:따 네:노트이 머시메네에서는 암 빠저야 그르드라고. (예쁘 기도 하고 어디에 내놓더라도 사내아이 중에서는 안 빠져 그러더라고.)

《2012보고서-신안: 24》

ㄹ. 나 노레도야 이데꿈 함번도 모:뿔러바쏘. (나 노래도 여지껏 한 번도 못 불러

봤소.) 《2012보고서-신안: 112》

(11ㄱ)과 (11ㄴ)은 ‘이(잉)’과 관련된 예로, (11ㄱ)에서는 조사 ‘-에다’ 뒤에, (11ㄴ)에 서는 연결어미 ‘-먼(면)’ 뒤에 실현되었다. 한편 (11ㄷ)에서는 연결어미 ‘-고’ 뒤에, (11

서도 알 수 있다.

51) 예문의 출처인 《2013년도 전남 지역어 전사 보고서》에서는 인명이 명시되어 있으나, 본 연구에 서는 ‘〇〇’로 대체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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