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고급 단계의 고전문학 학습 목표
국립국어원(2010)에서 발간한 한국어교육 표준 교육과정의 등급별 총괄목표 를 기준으로 하여 고급 단계의 고전문학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자 한다. 총괄목 표 기술은 각 등급의 학습이 완료되었을 때 학습자가 도달해야 하는 목표이다.
(31) 한국어교육 표준 교육과정 고급 단계 총괄목표(국립국어원, 2010)
• 5급 : 정치, 경제, 사회 등 사회적 소재를 중심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며, 자 신의 전문 분야에서 연구나 업무 수행에 필요한 언어 기능을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다. 사자성어, 속담, 시사용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자주 쓰이는 어휘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으며, 문법의 미묘한 의미 차이를 이해하고 비교적 유창하 게 사용할 수 있다. 억양에 나타난 의미 차이를 파악하여 발화 상황에 맞게 어조 를 바꾸어 말할 수 있다. 한국문화 속에 반영된 한국인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으며 한국문화와 자국의 문화를 비교하여 문화의 다양성과 특수성 을 이해할 수 있다.
• 6급 : 사회적, 추상적 주제를 다루는 의사소통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으며, 자신의 전문 분야나 친숙하지 않은 사회적 소재들로 이루어진 글이나 발표, 토론, 대담 등을 이해할 수 있다. 예시, 비유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여 폭넓고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으며, 어려운 사자성어, 속담, 사회적 주제와 관련된 대부분의 어휘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방언 을 듣고 이해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문법을 맥락과 상황에 따라 적절히 구분하 여 사용할 수 있다. 성취문화, 제도문화, 사회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
․ 문화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
(32) 고급의 고전문학 학습 목표
• 고전문학 작품에 대해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다.
• 사회 ․ 문화적인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한국 고전문학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 점을 가질 수 있다.
• 고전문학에 대한 비판과 분석을 할 수 있으며 한국인들의 고유한 정서를 이해하 고 문학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다.
• 한국 고전문학 작품 속의 한국문화와 학습자 모국의 문화를 비교하여 문화의 다 양성과 특수성을 이해할 수 있다.
• 상호문화적인 이해를 통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별할 수 있다.
나. 고급 단계의 고전문학 교수요목 및 활용 방안
한국어 학습자들은 문학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며 특히 학문 목적 한국
어 학습자인 유학생과 어학연수생들은 깊이 있는 한국문화를 알기 위하여 혹은 깊이 있는 소통45)을 위하여 더더욱 한국 고전문학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급 단계에서는 한국과 학습자 모국의 문화를 비교 대조함으로써 보다 깊이 있게 문화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따라서 고급 단계에서는 주 로 한국문화와 학습자 모국의 문화와의 비교와 대조의 활동이 중심이 될 수 있 다.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은 중급 단계에서 어느 정도 갖 추어진다고 보고 또한 한국의 사회 ․ 문화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 기 때문에 고급 단계에서는 보다 전문적인 업무 수행에 필요한 언어 능력을 갖 추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중심임을 알 수 있다. 아주 세밀한 부분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기본적인 언어기능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는 원어민 화 자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에 이르게 하는 것이 목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단계에서는 제대로 된 문학교육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문학교육 의 일환으로서 본질적인 고전문학교육을 수행하는 것을 이 단계의 학습 목표로 설정하였다.
문학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과 인간의 삶, 그리고 인간 사회에 대한 이 해의 폭을 넓히는 데 있다. 따라서 본질적인 측면에서 문학교육에서 문제 삼는 것은 시대를 초월하여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문학 교육에서 문제 삼는 것은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치의 중심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현재의 사 회가 어떤 형태를 띠고 있고 어떤 성격의 사회로 규정될 수 있는지에 따라 문 학교육의 구체적인 내용은 거기에 맞게 설정될 필요가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 하여 본고에서 설계한 고급 단계의 고전문학 교수요목은 다음 <표 Ⅴ-3>와 같 다.
45) 일차적인 의사소통을 벗어나 대화가 깊어지면 비유와 상징 등을 더 많이 활용하게 되는데 이런 상징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성숙된 고전문학 작품을 통하여 학습할 수 있다.
<표 Ⅴ-3> 고급 단계 고전문학 교수요목
순서 장르 작 품 작 가 주제 및 내용
1 신화 수로왕신화 - 다문화주의
2 설화(전기) 조신 - 인생무상
3 고시조 도산십이곡 이황 학문
4 고시조 오우가 윤선도 덕
5 고시조 십년을 경영하여 송순 안빈낙도 추구
6 고시조 사설시조 - 욕망과 금기
7 가사 노처녀가 - 성, 사회적 약자
8 가사 일동장유가 김인겸 문화교류
9 가사 연행가 홍순학 문화교류
10 고소설 이생규장전 김시습 사랑, 비현실 또는
초현실의 의미
11 고소설 홍길동전 허균 욕구와 좌절,
이상향
12 고소설 최척전 조위한 인간애, 국제적 연대
13 고소설 구운몽 김만중 삶의 지향
14 고소설 허생전 박지원 경제관념
15 고소설 춘향전 - 사랑, 인간 해방
16 고소설 심청전 - 효, 윤리와 양심
고급 단계에서는 초급과 중급에 비해 보다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여 짧은 작 품은 작품 전문을 인용하고 긴 작품도 많은 분량을 인용하여 학습자에게 문학 작품 설명이나 저자의 생각을 말하게 하는 것을 통하여 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이 단계의 학습자들에게는 정치, 경제, 사회 문제 등의 주제를 심 도 있게 다루게 함으로써 한국 사회를 보다 깊이 이해하게 한다. 또한 한국인과 제2언어 학습자의 가치관과 세계관의 차이를 통해 그 현상의 의미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한국 사회를 이해하도록 한다.
지금의 한국 사회는 자본주의 경제와 기계 문명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인 간성 상실의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사회 변화의 속도가 개인이 정 상적으로 쫓아갈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남에 따라 생존 경쟁에서 낙오되는 사람 들이 속출하고 있다. 또한 힘겹게 그 속도를 겨우 쫓아가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그 내부에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편 가르기와 상대에 대한 폄하 가 횡행하고 있다. 나아가 심지어는 생존을 위해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상황에 까지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한병철, 2012).46)
한편 외국인의 한국 사회 유입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이제 한국은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로 진입하였다. 그런데 다문화사회 진입에 대한 준비는 상대적으로 소홀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단일민족이고 한국이 단일민족국가라는 인식이 강한 상 태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이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낯설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에서 살아가는 외국인들의 경우 강 한 민족주의적 속성을 띠는 한국인들의 숲에서 생활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한국사회의 병리현상과 다문화사회에 따른 혼란 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문학적 고민과 모색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 겠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고전 중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발견 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고전 중에는 개인의 욕 망보다는 공동체적 가치를 우선시하고, 민족의 차원에 국한되기보다는 인류애 적 관점에서 연대를 도모하는 것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런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여 문학교육의 자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중급에서 소개한 한국의 대표적 신화인 <단군신화>를 고급 단계에서 사용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한국인들은 <단군신화>를 한국의 민족 기원신화로만 이해해왔다. 환인의 아들 환웅이 태백산 신단수 아래 내려와 신시를 열고 그 후 웅녀와 결혼하여 단군을 낳았는데, 이 단군이 고조선을
46) 한병철은 이런 현대사회의 특징을 피로사회라는 용어로 규정화하고 있다.
세웠으며 이 고조선이 한국민족이 세운 최초의 나라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군신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믿음으로 <단군신화>는 한국 사회를 하나로 결집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본격적인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지금 <단군신화>를 지나치게 민족기원신화로서의 성격만 부각하여 이해할 경우 사회통합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지금 이 시대에 맞는 <단군신화>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단 군신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상 <단군신화>에는 민족주의적 속성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단군신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되어야 할 것은 오히려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하고자 하였다는 홍익인간의 이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단군신화>에는 이주족인 환웅과 토착부족인 웅녀가 혼인의 형태 로 화합하는 양상이 그려지고 있다. 비단 <단군신화>뿐만 아니라 한국의 신 화에는 이런 양상들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수로신화>에 서 수로왕은 아유타국의 공주인 허황옥을 부인으로 맞이하고 있다. 이런 한 국의 신화를 통해 우리는 다문화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반이 충분히 마 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47)
한국을 대표하는 고전으로 알려진 <춘향전>의 경우도 한국인들이 좋아하 는 전통적인 가치에 국한하여 그리고 있지는 않다. 겉으로는 이도령을 향한 춘향의 정절을 강조한 듯 보이지만 실상 <춘향전>에서 본질적으로 문제 삼 고 있는 것은 신분을 초월하여 한 인간으로서 정당한 사람을 나누며 인간답 게 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춘향전>은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춘 향의 욕망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춘향의 인간적 소망을 그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이도령이 서서히 변모해가는 모습을 그린 점이라 할 수 있다. 초반의 이도령은 그저 철없는 양반 자제에 불과하였지만 사건이 전 개되어 갈수록 이도령은 춘향에 대한 사랑에 점점 진정성을 더하게 되는 인 물로, 또 당대 민중들이 바라던 바람직한 관리의 모습으로 성장해 가게 된
47) 김수중(2013)은 한국의 신화에 내포된 여러 가지 속성을 분석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로 다문화 포용주의(Multiculturalism)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