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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펴 본 교육경쟁구조 하에서 청소년의 삶과 청소년들이 형성한 저 항문화에 관한 분석을 토대로, 청소년의 저항문화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교육은 ‘대학입시’라는 산을 넘기 위해 초・중・고등학교 모두가 ‘연합적 경쟁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사회 전반에도 학력주의 이데올로기를 팽배하게하여 청소년들에게 많은 좌절과 스트 레스를 주고 있다.

이에 터하여 학교교육도 도구적 효율성에 목적을 두어 교육 본연의 본질적 가치를 등한시하여, 교육주체의 소외와 교육의 내재적 목적성을 상실케 하고 있다. 아울러 학력주의 이데올로기는 민중의 소외와 공동체의 해체도 초래한다.

우리의 교육에서는 ‘내’가 존재할 뿐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교육경쟁구조 하에서 청소년들은 그들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 교생활의 영향과 지배는 클 수밖에 없으며, 그들의 일상생활도 대부분 그와 관 련된 일을 하면서 보내게 된다. 그들의 여가시간은 초・중・고로 학년이 올라 갈수록 줄어든다. 그리고 그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TV나 라디오 등의 대중매체 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문화가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청소년의 문화를 육성하는 노력도 없는 실정에서 교육 경쟁구조의 지배를 받는 청소년들은 쉽게 대중문화에 빠져들고 만다.

셋째, 교육경쟁구조 하에서 청소년들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존재 가 아니라, 그 나름대로의 자율성을 갖고 반항・저항을 한다. 그 형태는 다양하 게 나타나며, 교사나 학교의 규범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해도 그들 나름 의 저항인식은 갖고 있다. 또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교사나 학교에 순종하고 그렇지 못한 학생만 저항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도 저항은 하나, 좋은 성적에 의해 교사나 학교당국이 일탈・비행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뿐이다.

넷째, 교육경쟁구조 하에서 청소년들은 공부나 성적이 아닌 ‘해방의 공간’을 갈구・추구하게 마련인데, 우리나라의 실정상 대중문화에서 그 ‘해방구’를 찾는 다. 오늘날 사회전반에 걸쳐 매스미디어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것은 순기능적 측면뿐만 아니라 역기능적인 측면에서도 문제로 부각되고 있 다. 특히 아직은 자아정체감이 성숙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는 그 영향력이 더 욱 클 수밖에 없다. 또한 대중매체를 통하여 청소년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실 정이므로, 청소년들에게 대중문화를 선별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하 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입시위주의 경쟁구조 속에서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를 보내야 한다. 따라서 그들은 현실의 위치에서 벗어나 상상적 세계에 자기정체 성을 세우고 자유로움을 만끽하려 한다. 언제나 ‘하라’는 것보다 ‘하지 말라’는 것이 많은 그들에게 ‘해방의 공간’이 필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대중매체나 그에 따른 대중문화의 유해성으로부터 청소년들을 격리시키려고만 하지 말고, 진정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냉철하게 생각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 다.

청소년은 성인도 아동도 아닌 또하나의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집단이며 그들 특유의 삶의 방식과 욕구를 가지고 있다. 흔히 그 욕구는 성인 위주의 질서 속 에서 억압받게 되는데, 청소년들은 대중문화의 세계 속으로 빠져듦으로써 그러 한 억압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한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대중문화를 열광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수용을 막는 것은 억압으 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마저 막아버리는 행위와 다름이 없으며 사실 그것은 인 위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청소년문화의 문제는 단순히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전반을 지 배하는 지배적 가치관, 문화산업의 구조 등과 같은 보다 넓은 맥락에서 파악되 어야 할 문제이다. 그렇다고 제반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청소년들을 방치해 둘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문화적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제반 조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즉, 바람직한 청소년문화의 방향은 이들을 문화의 객체, 혹은 구매 대상이 아닌 문화의 주체로 설 수 있게 하는 것이며, 이는 청 소년들이 주체적으로 문화의 의미를 이해하고 선택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끔 하 는 훈련과 교육-대중매체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건과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입시와 입시 위주교육에의 개혁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 나라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들 이 그 때문에 병들고, 나라와 미래의 전망마저 그 때문에 어두워지는”(정범모 외, 1993:32) 우리의 교육에 혁명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그것없이는 그 어떤 청소년의 삶도 개선되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수평적 사고’가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러기 위 해 팀웨이나 네트웨 등을 강조하는 시대에 살면서, 아직도 우리는 해마다 연말 이면 입시전쟁을 치른다. 그리고 결과를 신문이나 매스컴에서는 점수화하여, 대 학을 서열화하고 학생개개인을 서열화한다. 전국 몇백등에서 몇만등까지 서열 화된 청소년들이 대학가서는 수평적 사고를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이끌어 갈 우리의 미래는 어떠할까?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으며, 교육개혁만으로도 우리 교육의 현 실을 개혁하기는 부족하다. 교육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변하고 바뀌어야 한다. 청소년에 대한 창조적 인식의 파괴,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청소년, 그들을 따뜻한 가슴과 온정어린 시선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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