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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미래산업의 육성 57

Ⅰ. 서 론

우리 경제는 IMF외환위기를 다른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에 모 범이 될 정도로 성공적으로 극복하였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미래 는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우선 단기적으로 소비위축, 수출감 소에 따른 불황은 재정지출 확대, 금리인하 등 경기활성화 대책에 도 불구하고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도 우리 경 제의 미래 역시 밝지 않아 보인다. 주요 해외수출시장에서의 경쟁 력이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지속적으로 추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를 떠받치는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 역시 장래가 불 투명하다. 여기에다 향후에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릴 새로운 미래산 업의 발굴과 육성도 현재로는 제대로 준비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환위기 이후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투 입된 공적자금의 원리금을 차기정부 초기부터 매년 수조원이 넘 게 갚아야 하므로, 재정적자의 누적, 공기업 채무, 각종 연기금 부 족 등에 따라 정부재정은 매우 취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여 미래를 대비하는 데 있어서 정부 의 여력은 그 한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중요한 도전은 글로벌라이제 이션, 정보화, 중국경제의 발전과 같은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런 도 전에 대응하는 정부의 대책은 그 동안 고작 급격한 경기하락의 방지를 위한 단기정책 위주였다.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확실한 비전이나 전략구상도 없었다.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체계적, 조직적 노력이 없었으니 한 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한계에 이르고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 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요기반이 튼튼해야 하고, 경제의 총공급능력 또한 양호해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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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수요기반이 튼튼해야 한다는 것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내 수기반이 갖추어져 있으며, 동시에 지속적으로 수출을 할 수 있어 야 하고, 역시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 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갑작스런 수출감소나 투자감소, 소비 의 위축은 수요측면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 경제의 총공급 능력이 높아야 한다는 것은 풍부한 인적자원,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자본설비의 구축, 과학기술의 발 전 등 생산요소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요인 외에도 사유 재산재 의 보호, 합리적 경제질서를 보장하는 정책, 부정부패의 척결, 사 회간접자본의 확충, 규제혁파, 공공부문의 개혁, 국가혁신체계의 구축, 과학기술정책, 지식정보화, 신산업기술의 개발과 이를 보완 할 새로운 산업정책의 구축과 같은 경쟁력 기반이 제대로 구축되 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볼 때 그 동안 우리의 경제정책은 글로벌라이제이션, 정 보화 시대의 도래에도 불구하고 총수요관리가 중요한 정책과제로 간주되어 경제의 총공급 능력을 높이려는 노력은 대단히 취약한 상태에 있었고 체계적이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최근 우 리 경제의 이런 어려움은 총공급 능력의 취약에서 초래되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이런 취약성을 극복하여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총공급 능력을 높이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경제의 총공급 능력을 높이는 많은 요인들 가운데에서도 현재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야기시킨 가장 큰 요인은 기존 산업 구조가 진부화되고 새로운 성장산업이 대두되지 못함에서 비롯되 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산업구조의 고도화나 신기술산업 의 개발을 통한 새로운 성장산업의 발굴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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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을 높이기 위해 매우 중요하게 된 것이다.

이하에서는 우리 경제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 성장잠재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구조측면에서의 대책을 현황과 문제 점 및 정책대안의 순서로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우리 산업구조의 고도화와 신기술산업의 육성 측면에서 현황과 문제점은 산업구조 고도화 지연, 중국경제의 부상에 대한 대응미흡, 신기술투자 부족, 비젼과 전략의 부재 등의 측면에서 살펴보고, 정책대안은 전통산 업의 고부가가치화, 전통산업내 구조조정, 신기술 산업의 육성 측 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정책수단으로서 여력부족에 따른 선택과 집중의 전략에 대해서도 검토해보고자 한다.

Ⅱ. 현황 및 문제점

한국은 과거 고도성장과정에서 제조업의 수출을 통한 외국시장 의존형 발전전략을 구사해왔다. 전형적인 생산요소의 투입증대에 의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외국의 자본재와 관련기술을 이용하 여 가공조립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에 따라 중화학산업이 주 로 육성되었고 외국 자본재를 주로 활용하다 보니 장치산업적 성 격이 강한 철강,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화학섬유 등이 주로 대 기업에 의해 집중 육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산업의 이런 발전과 정은 기술혁신보다는 요소투입과 규모의 경제효과를 활용함으로 써 고도성장의 밑거름이 되었지만 높은 고정비용 때문에 해외시 장의 불경기로 인한 수출부진시에는 7∼8년 주기로 과잉설비, 과 잉투자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였으며 산업합리화, 빅딜이라는 이 름으로 대폭적인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1980년대 이후에도 우리 경제는 중화학산업의 수출에 의해 유지 될 정도로 그 역할이 지대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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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중국의 지속적인 고도성장과 수출증대로 인해 전 통적으로 한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던 분야가 추월당하는 사례 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이 최근 4년간 IMF외환위기의 와중에 어 려움을 겪고 있는 사이 중국은 제반분야에서 우리의 수출시장을 쉽게 점령해버린 것이다. 외국의 자본재와 관련기술을 이용하여 가공 조립하는 생산방식은 유사한 공업화 전략을 추진하는 중국 역시 쉽게 모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전통적으로 한국 이 강점을 가지고 있던 분야의 구조고도화를 통해 중국의 추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이런 우리 산업의 취약성을 산업구조고도화 부진, 기술력 기반의 취약, 쉽게 추월될 범용제품 위주의 생산체제, 에 너지 다소비형인 산업특성 등에서 검토해보고 바람직한 산업구조 의 구축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파악해보기로 한다.

1. 산업구조의 고도화 부진

(1) 가공․조립 생산체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취약성은 생산체제가 쉽게 다른 후발개도 국에 추월될 수밖에 없는 구조란 점에 있다. 한국경제에 있어서 외환위기의 근본원인 역시 한국경제의 고도성장 원인이 자본 및 노동 투입과 그로 인한 규모의 경제효과에 성장의 주요 원천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급격한 자본축적 과정은 상당부분 일 본과 미국 등 외국기술이 체화된 자본설비의 수입에 의존하였다.

동시에 상당수의 핵심기술 역시 기술도입의 형태를 통해 유입됨 으로써 한국의 생산구조가 가공조립 생산체제가 되었다. 따라서 유사한 공업화 전략을 구사하는 후발경쟁국의 추격에 취약할 수 밖에 없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1990년대 저급기술에서부터 순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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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고급기술분야까지 쉽게 추월당하여 불과 몇 개 산업의 수출 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산업구조가 고착되었다. 이로 인해 해외경 기의 위축 때 갑작스레 무역적자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생산구조 가 되었다.

한국 산업의 생산구조가 조립생산체제이었음은 해외자본재에 의존성이 높은 경제구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일본과 미국에 대한 수입의 상당부분이 자본재, 소재, 부품의 수입이며 이로 인해 만 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중국에 일반공산품, 잡제품 등에서 추월당하면서 보다 기술수준이 높은 자본재 분야로 생산 구조를 이전시키지 못하여 한․중간 수출시장에서의 경합관계가 심화되는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의 성장과정에서 이런 특징은 해외자본재의 수입과 외

<그림 1> 해외 자본재수입, 외국인 투자, R&D투자, 해외기술도입 추이

0 20000 40000 60000 80000

1970 1972 1974 1976 1978 1980 1982 1984 1986 1988 1990 1992 1994 1996 자본재 수입

외국인 직접투자 R&D투자 로열티 지급 (백만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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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인투자, 국내의 연구개발투자, 해외기술의 직접도입에 따른 로 열티 지급액수를 비교할 경우 보다 명백해진다. 경제성장과정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나 외국기술의 직접도입보다는 외국자본재의 도 입에 의한 비중이 훨씬 크다.

(2) 요소투입과 규모의 경제효과에의 지나친 의존성

한국의 성장과정에서 중요한 특징의 하나는 장치산업적 특성을 갖는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이다. 그 과정에서 중화학 산업이 제조 업의 성장을 주도하며 전반적 경제규모가 크게 확대되었다. 여기 에서 나타난 특징은 ①공업화 과정이 농촌에서 유출된 값싼 노동 력을 이용하여 공산품을 단순히 조립가공하여 수출하는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는 점과, ②공업화에 필요한 자금과 자본설비는 미 국, 일본 등 선진 자본주의국가에서 차관도입의 형태로 이루어졌 다는 점, ③대량생산체제로 확보된 대규모 생산능력은 수출을 통 해 소화했다는 점, 즉 한국의 공업화 과정은 중화학 산업의 “단순 조립형, 외자의존형, 수출주도형 공업화”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④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은 부족한 자원의 배분을 위해 동 산업 에 대한 진입장벽을 제공하고, 기존업체에 대해서는 각종 세제혜 택을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외국시장에서 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국내시장에서의 높은 마진 을 보전해주었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실패를 보정하기 위한 산업 정책으로 시장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 유치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의도에서 산업정책이 구사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한국경제는 대기업위주의 중화학공업화에 성공함으 로써 규모의 경제효과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게 되었다. 이것이 오 늘날 제조업이 국민경제상 중요한 위상을 구축하게 된 요인이라 고 할 수 있다.

공업화 과정에서의 이런 성장패턴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공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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