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결론

문서에서 저작자표시 (페이지 88-98)

지금까지 프로이트의 충동에 대한 후기 이원론을 이론적 기반으로 삼아 에로스와 타 나토스가 이성복 시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 변화 양상을 고찰하 기 위해 현재까지 발간된 일곱 권의 시집을 초기시, 중기시, 후기시로 분류하여 논의하 였다.

2장에서는 초기시를 다루었는데, 첫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는 과감한 시어의 사용과 낯설게 하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시기라 할 수 있다. 가족사라는 하나의 서사적 구도를 취하고 있으며, 고통과 치욕의 타나토스적인 성향이 짙게 투영되어 있 음을 알 수 있었다.

2장 1절에서는 ‘심리적 공간으로서의 유곽과 감옥’을 통해, 작품 전반에 거쳐 나타나 는 나약함으로 일관하는 누이의 유곽과 시적 자아의 감옥과의 관계에 대해 논의하였 다. 초기시의 유곽은, 희생의 상징인 누이의 공간으로 나타난다. 누이의 고통은 종교적 이며 시적 자아의 공간인 마음의 감옥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누이는 나약하고 병들어 있으며,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이라는 측면에서 유곽은 감옥과 같은 맥락으로 작용한다.

시적 화자는 시대적 아픔을 관망하는 자책감에 스스로 만든 마음의 감옥에서 살아간 다. 보이지 않는 감옥은 시적 자아를 묶어두는 자책의 공간으로 드러난다. 서로 벗어날 수 없는 천형이라는 맥락에서, 유곽과 감옥은 심리적 합일이 이루어진다. 가족해체와 사회가 주는 우울감으로 암전된 누이의 유곽과 시적 자아의 감옥 세상을 통해 유곽과 감옥과의 관계를 증명하였다. 2절에서는 ‘아버지로 상징되는 우상 파괴’에 대하여 살펴 보았으며, 시인의 의도에 따라 가부장의 권위를 박탈시킴으로써 아버지라는 전통적 우 상이 초기시에서 파괴되는 양상에 관하여 파악해 보았다. 이는 1980년대의 역사적 현 실과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족 비극의 원인인 아버지에 대항하는 폭력적 성향의 형과, 그와는 상반되는 유곽의 누이, 그리고 비관적인 시적 자아의 태도 에 의해 초기시의 분위기는 멜랑콜리로 나타난다. 이는 작품 전반을 이끌어가는 근간 으로 작용하는데, 3절에서 가족 모두는 멜랑콜리에 의해 비극적 성향의 인물들로 묘사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사적 현실에 의해 애도가 금지된 시대에서 시적 자아의 고 통은 존재에 대한 질문과 슬픔을 유발시키며 끊임없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3장에서는 중기시를 『남해 금산』과 『그 여름의 끝』, 『호랑가시나무의 기억』으

로 보고, ‘생의 충동’ 양상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중기는 초기와는 달리 사랑이라는 내 면의 감수성에 집중하고 있으며, 에로스가 강화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초기시에 나타 나던 자아 중심의 부정적인 세계관은 중기시에 와서 타자에 대한 사랑과 이해로 전환 된다.

1절에서는 구원의 표상인 모성에 의해 초기와는 다른 양상의 분위기를 띠게 됨을 알 수 있었다. 초기시의 고통으로 일관되던 파괴적인 분위기는, 어머니라는 적극적인 타자 를 통해서 생의 충동으로 변모하게 된다. 어머니는 무능한 아버지를 대신하여 초기시 와는 달리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그 모성애를 통한 구원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바로 중기시에 해당한다. 2절에서는 ‘연인을 타자로 한 성적 충동(리비도)’의 양 상을 살펴보았다. 초기의 멜랑콜리에서 사랑을 통해 구원에 이르게 하는 생의 충동으 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에 집중하였으며, 3절에서는 ‘자연을 매개로 한 상승 욕구’를 중심으로 생의 충동에 작용하는 에로스의 양상에 관해 논의하였다.

4장 후기시에서는 『아, 입이 없는 것들』,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래 여애반다라』를 중심으로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시’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적 화해를 모 색해 가는 지점에 관하여 논의해 보았다. 초기시의 시대적 우울감으로 괴로워하던 시 적 자아는 중기시에서 어머니와 연인과의 사랑을 통과하면서, 후기시에서는 삶을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1절 ‘부정 어법으로 긍정하기’에서는, 시적 화자가 ‘마라’라는 금지어를 사용하여 부 정적 상황을 끊임없이 진술하지만, 실상은 그것이 강한 긍정을 향한 확인의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한 부정이 아닌, 삶을 향한 강한 긍정의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절 ‘생사성식(生死性食)의 순환과 삶의 수용’에서는 죽음 충동과 생의 충동이 공존하고 있는 ‘구멍’을 통해 삶을 다각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시기이다. 시적 자아와 가족사로 일관되던 의식의 흐름이 삶의 근본을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통 속에서도 통과제의의 한 축으로 삶을 수용하는 시적 화자의 의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3절의 ‘글쓰기를 통한 구원의 가능성’에서는 자 연을 매개로 생을 보다 치열하게 체득해 가면서 에로스와 타나토스간의 시적 화해를 모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시인은 사라지는 유한한 존재인 인간의 삶을 통해서 영원함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영생의 지점에 ‘시창작’ 이라는 시인의 의도가 담겨 있 음을 알 수 있었다. 오랜 시간에 거쳐서 출간된 논저들이 향하고 있는 지점이 ‘글쓰기 를 통한 구원’이라는 것을 후기시의 논의를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참고문헌

1. 기본 자료

<기본 시집>

이성복,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문학과지성사, 1980.

, 『남해 금산』, 문학과지성사, 1986(개정판, 1994).

, 『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사, 1990(개정판, 1994).

, 『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문학과지성사, 1993.

, 『아, 입이 없는 것들』, 문학과지성사, 2003.

,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 열림원, 2003(문학과지성사, 개정판, 2012).

, 『래여애반다라』, 문학과지성사, 2013.

<기본 시집 외 논저>

이성복, 『꽃 핀 나무들의 괴로움』, 살림, 1990.

, 『네르발 시 연구 - 역학적 이해의 한 시도』, 문학과지성사, 1992.

, 『사랑으로 가는 먼 길』, 웅진출판, 1994.

, 『정든 유곽에서』, 문학과지성사, 1996.

,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문학동네, 2001.

, 『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했는가』, 문학동네, 2001.

, 『프루스트와 지드에서의 사랑이라는 환상』, 문학과지성사, 2004.

, 『오름 오르다』, 현대문학, 2004.

, 『타오르는 물』, 현대문학, 2009.

, 『끝나지 않는 대화 - 시는 가장 낮은 곳에 머문다』, 열화당, 2014.

, 『고백의 형식들 - 사람은 시 없이 살 수 있는가』, 열화당, 2014.

, 『어둠 속의 시 1976-1985』, 열화당, 2014.

, 『극지의 시 2014-2015』, 문학과지성사, 2015.

, 『무한화서 2002-2015』, 문학과지성사, 2015.

, 『불화하는 말들 2006-2007』, 문학과지성사, 2015.

2. 단행본

<국내 논저>

권혁웅, 『시론』, 문학동네, 2010.

김기택, 『시와 몸과 그림』, 뿔, 2008.

김상환, 『풍자와 해탈 혹은 사랑과 죽음』, 민음사, 2000.

김준오, 『시론』, 제4판, 삼지원, 2017.

김혜순, 『죽음의 자서전』, 문학실험실, 2016.

, 『피어라 돼지』, 문학과지성사, 2016.

월간미술, 『세계미술용어사전』, 월간미술, 1999.

유기환, 『조르주 바타유 : 저주의 몫·에로티즘』, 살림, 2006.

윤향기, 『에로티시즘 詩 심리학에 말 걸다』, 국학자료원, 2011.

이상빈, 『에로스와 타나토스』, 학지사, 2005.

이재복, 『한국문학과 몸의 시학』, 태학사, 2004.

, 『몸과 그늘의 미학』, 도서출판b, 2016.

장석주, 『나는 문학이다』, 나무이야기, 2009.

전미정, 『한국 현대시와 에로티시즘』, 새미, 2002.

, 『에코토피아의 몸』, 한국문학도서관(전자책), 2005.

조광제, 『몸의 세계 세계의 몸』, 이학사, 2004.

조용훈, 『에로스와 타나토스』, 살림, 2005.

<국외 논저>

조르주 바타유, 『에로티즘』, 조한경 옮김, 민음사, 1997.

, 『에로티즘의 역사』, 조한경 옮김, 민음사, 1998.

, 『에로스의 눈물』, 유기환 옮김, 문학과의식, 2002.

지그문트 프로이트, 『정신분석입문』, 이정식 옮김, 다문, 1994.

, 『문명 속의 불만』, 김석희 옮김, 열린책들, 1997.

,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 윤희기, 박찬부 옮김, 열린책들, 1997.

, 『정신분석학 개요』, 박성수, 한성수 옮김, 열린책들, 2004.

한병철, 『에로스의 종말』, 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5.

, 『아름다움의 구원』, 이재영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6.

헤르베르트 마르쿠제, 『에로스와 문명』, 김인환 옮김, 나남, 1989.

3. 평론 및 논문

<평론 및 소논문>

강정, 「오, ‘마라’가 없었으면 없었을……」, 『아, 입이 없는 것들』해설, 문학과지성 사, 2003.

김성숙, 「이성복 초기시에 나타난 공간의 상징성 -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의 1980년대적 좌표」, 『현대문학의 연구』36호, 한국문학연구학회, 2008.

김정신, 「이성복 시에 나타난 소외 극복 과정 고찰 -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 가』, 『남해 금산』을 중심으로」, 『현대문학이론연구』44호, 현대문학이 론학회, 2011.

김현, 「따뜻한 비관주의 - 이성복론」, 『현대문학』, 1981. 3.

, 「치욕의 시적 변용」, 『남해 금산』해설, 문학과지성사, 1986.

김혜순, 「정든 유곽에서 아버지 되기」, 『문학과사회』, 1993년 가을호.

김효은, 「이성복 시의 변화 양상 소고 - 『그 여름의 끝』에 나타난 연애시와 리듬을

중심으로」, 『비평문학』62호, 2016.

박철화, 「‘길’ 위에서의 사랑 노래 - ‘나의 그’를 이해하기 위하여」, 『그 여름의 끝』해설, 문학과지성사, 1990.

성민엽, 「몸의 언어와 삶의 진실 - 이성복 시집 『아, 입이 없는 것들』」,『문학과 사회』, 2003년 여름호.

송재학, 「정든 유곽에서 호랑가시나무까지」, 『이성복 문학앨범』, 웅진출판, 1994.

신진숙, 「우주를 앓는/ 기억하는 몸 - 이성복론」,『비교문화연구』9권 1호, 경희대학 교 비교문화연구소, 2005.

심재중, 「깊은 오후의 열망」, 『달의 이마에는 물결무늬 자국』해설, 열림원, 2003.

안지영, 「이성복의 초기시에 나타난 예술과 구원의 문제 - 1980년대 출간된 시집을 중심으로」, 『서강인문논총』47호, 2016. 12.

오생근, 「자아의 확대와 상상력의 심화」, 『호랑가시나무의 기억』해설, 문학과지성 사, 1993.

이승은, 「1980년대를 배경으로 이성복의 시를 읽는 방식과 의의 - 그의 연애시를 중 심으로」, 『한국시학연구』47호, 한국시학회, 2016.

정과리, 「이별의 ‘가’와 ‘속’ -『남해 금산』과 ‘연애시’ 사이」, 『문학과사회』, 1989 년 여름호.

한주희, 「이성복 시에 나타난 시선의 문제 -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를 중심 으로」, 『어문연구』86호, 어문연구학회, 2015.

홍경님, 「오다, 서럽더라 - 진실에 닿은 아름다움」, 『래여애반다라』발문, 문학과지 성사, 2013.

황동규, 「행복 없이 사는 훈련 - 이성복의 시세계」,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 가』해설, 문학과지성사, 1980.

<학위논문>

김나영, 「이성복 시 연구: 몸 - 감각을 중심으로」,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8.

, 「이성복 시의 타자 연구」, 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6.

김성민, 「이성복 시의 서사적 구조」, 동아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1997.

문서에서 저작자표시 (페이지 8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