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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중앙집권화와 新지방분권화 가. 에너지 정책의 新중앙집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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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를 차지하는 규모였다. 구체적으로는 산업부문이 67.8%, 건물부문이 6.2%, 수송부문 8.4%의 비중을 차지 하고 있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이들 에너지 다소비 사업 장을 대상으로 진단, 효율개선 및 규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사업 장도 역시나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정부가 전담하는 실정 이다(<그림 5> 참조).

라. 지역에너지 정책 및 계획의 현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내에서 에너지 공급 및 수 요 관리와 관련된 대부분의 업무는 중앙정부가 전담하고 있다. 다만 지방정부의 경우에는 지역내 주유소의 인허 가, 열사용 기자재의 검사, 에너지 사용의 신고·접수 등 과 관련된 소규모의 주변 업무만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이유진, 2008)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5년부터 지방자치 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광역 지자체마다 별도로 ‘지 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해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역에너 지계획은 「에너지법」을 근거로 5년 마다 수립되는 법정 계 획이며,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연구원이나 대학 또는 전문 연구기관에 의해 주로 수립되고 있다(지식경제부. 2011).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네 차례에 걸 쳐 지역에너지계획을 수립한 상태이다. 물론 지금의 지 역에너지계획은 법률로 규정된 계획일 뿐만 아니라 중앙 정부로 부터 비용의 일부를 지원받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수립되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중앙정부로 부터 권한 이 위임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예 산·조직·인력이라는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립과

동시에 사문화된 보고서로 전락하는 실정이다. 다만 지방 자치단체의 기관장이 에너지나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경우에 한해서 서울시처럼 지역에너지계획이 제한적으로 실행력을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오용석·진 상현, 2016).

3. 新중앙집권화와 新지방분권화

서 전력은 대단히 중요한 에너지원이었음에 반해 열에너 지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에너지였다. 즉, 수송 및 운반이 불편하고 사용처가 불명확한 열에너지는 해양이나 하천, 대기 중으로 버려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 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의 전환효율은 크게 보더라도 40%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 60%의 열에너지는 온배수 형태로 버려지고 있다. 대규모의 화력 및 원자력 발전소들 이 해안가에 자리 잡은 이유도 폐열을 손쉽게 버리기 위한 목적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이러한 정책기조를 ‘주전종열 (主電從熱)’ 방식이라고 한다(진상현·홍은정, 2013).

그렇지만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지속되었던 新고유 가로 인해 에너지정책의 패러다임을 전력에서 열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는 ‘주열종전(主熱從電)’ 방식으로 정책적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반론이 서울연구원에서 제 기되기 시작했다(진상현, 2009b). 이때 열에너지는 국가 적인 차원의 수급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역적인 특성 이 강한 재화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야 한다 는 의견도 함께 제시되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에너 지에 대한 관심과 정책 영역의 확대는 지방자치단체가 아 닌 중앙정부로부터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시도 는 2013년에 미활용 열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 중앙정부 가 25개 기관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부터였다.7)

이후 버려지던 열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한 후속 사업들 이 활발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대규모 정유공 장이 자리 잡은 울산광역시에서는 고온의 폐열을 활용하 는 열택배 네트워크 구축사업, 저온의 폐열을 활용하는

발전사업 연계형 네트워크 구축사업 등이 중앙정부 주도 하에 2014년부터 제안되었다.8) 덕분에 정유 공장의 증류 탑 배열을 활용하는 발전소가 착공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음 해에는 발전소의 폐열을 원예농가의 냉난방 에너지 로 공급하는 사업도 추진되었다.

게다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에너지신산업정책단’이 출범하면서, 열에너지의 사업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더 높아지기 시작했다.9) 이처럼 열에너지가 신산업으로 등장 하게 되자 중앙정부 차원에서 법적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 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법률의 개정 작업이 이루어졌 다.10) 한편으로는 열에너지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부 처간 협력 체계의 구축까지도 이루어질 수 있었다. 실제 로 해양수산부와 발전소의 폐열을 양식장에서 활용하기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되고 후속조치도 진행되었다.

중앙정부가 열에너지를 전담하려고 시도했던 보다 극 적인 사례는 ‘수도권 그린히트(Green Heat) 사업’이었다.

실제로 수도권 그린히트 사업도 新중앙집권화가 진행되 던 시기인 2013년 3월에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지역난방 공사에 타당성 분석을 요청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림 6]

의 1단계 계획에서 보이듯이, 이 사업은 수도권의 유일한 대규모 화력발전소가 위치한 인천 지역에서 버려지던 폐 열을 서울로 가져와서 활용한다는 구상이 출발점이었다.

그렇지만 수도권 그린히트는 이러한 단순 열공급 사업에 국한되지 않았으며, 장기적으로는 수도권 전역을 관할하 는 환상형의 열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최종 목표를 지니 고 있었다. 한마디로 전력거래망과 비슷한 수준의 열거래

7) “버려지는 폐열·잉여열 활용을 위한 첫발을 내딛다,”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2013.6.27 8) “산업단지 폐자원을 지역사회 에너지로 활용,”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2014.7.23 9) “뜨거운 폐수는 朴정부서 어떻게 「에너지 신산업」이 됐나,” 프레시안, 2017.2.10

10) 폐열이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되는 법률의 시행령은 2014년 11월 12일에 발의되어서 2015년 3월 30일에 최종적으로 개정되었다(“원천이 화석연료인데 산업부 발 전소 온배수 신재생에너지 추진 논란,” 뉴스1, 2014.11.16).

시스템을 수도권에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기 존 도시가스 사업지구와의 중복, 수요 추정의 오류, 열거 래 가격의 경제성 같은 문제들로 인해 사회적 혼란만 가 중시킨 채, 2016년 12월에 최종적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진상현, 2016).

2) 에너지 복지정책의 중앙집권화

앞에서 살펴본 열에너지가 기존에 관심 없던 영역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배력을 확장하려고 시도했던 사례라 면, 다른 한편으로는 새롭게 등장하는 에너지정책의 영역 을 중앙정부가 장악해나갔던 분야도 있다. 바로 ‘에너지 복지정책’이 그러한 경우이다. 사실 에너지 복지정책은 열 에너지에 비하면 조금 더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국 내에서 에너지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5년에 저소득 가구의 여중생이 전기요금 체납으로 인해 단전된 집에서 촛불을 켜놓고 생활하다가 화재가 발생하면서 사

망했던 사건이었다. 이후 정부는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현대 사회에서 필수적인 재화로 자리 잡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주체로서 국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한국에너 지재단’을 설립했다(진상현, 2011).

이로써 에너지 복지를 전담하는 공공기관이 설립되고 관련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는 했지만, 당시까지 만 해도 사회적인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은 채 시혜적인 성격의 사업으로만 유지되었을 뿐이었다. 반면에 에너지 복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은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촉발되었다. 2008년에 국제 석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 에 달할 정도로 고유가 상황으로 전환되면서 정부는 차량 2부제를 포함해서 강력한 고유가 대책을 발표했었다. 이 처럼 석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에너지의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 가구의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끌면서, 에너지복지 사업이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에 도입된 에너지 복지사업으로는 주택효율개 선사업, 단전·단가스 유예제, 취약계층에 대한 전기·가 [그림 6] 수도권 그린히트 사업의 개념도

자료: 한국지역난방공사·Deloitte, 2013.

스요금 인하, 각종 안전 점검 등의 시책들이 있었다(진상 현 외, 2010).

이후 서울시는 중앙정부 보다 한 발 앞서 저소득 가구 의 에너지 소비실태를 조사해서 발표한 바 있다(진상현, 2009a). 당시 연구 보고서를 통해서 서울시는 에너지빈곤 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사회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는 가난과 연계된 어려움의 한 가지 양태이기 때문에 총 체적인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함께 고려되어져야 한다고 지적했었다. 또한 에너지복지사업의 경우 저소득 가구의 어려움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지자체가 중앙정부 에 비해 보다 적절한 정책 시행의 주체임이 제안될 수 있 었다. 그렇지만 당시 서울 시장의 무관심과 정책적 의지 의 부족 덕분에 연구 보고서 이상의 실질적인 정책적 추 진력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으며, 여전히 중앙정부가 주도 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복지정책이 추진되고 말았다.

이처럼 2004년 이후의 고유가 상황을 통해서 중앙집권 적인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가던 에너지복지정책이 한 단 계 발전하게 된 시기는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였다. 당 시 중앙정부는 산발적으로 지원되던 사업들을 뛰어넘어 저소득 가구를 보다 포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하고 있었다. 즉, 에너지 바우처라는 이용권을 지급 함으로써 에너지복지 사업의 영역을 확대하려고 했었다.

이를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재원은 전기 및 가스요금에 서 징수하는 방향으로 법률의 초안까지 마련되었다. 그렇 지만 발의되었던 법률안인 「에너지복지법」이 국회를 통과 하지 못하면서 중단되고 말았다.11)

이렇게 유보되었던 에너지바우처 사업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 다시금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산업통상

자원부는 신규 법률을 마련하는 대신에 기존의 「에너지 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12) 덕분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되자 중앙정부는 2015년부터 에너지 바 우처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수 있었다. 다만 역설적이게도 이전까지 에너지복지사업을 주도하고 법률안의 작성까지 담당했었던 한국에너지재단은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이유 로 에너지바우처 사업의 담당기관이 되지 못했다. 덕분에 활동영역을 넓히고 싶었던 공공기관인 한국에너지공단이 에너지바우처 사업의 전담기관이 될 수 있었다. 흥미롭게 도 에너지바우처 사업을 빼앗긴 한국에너지재단은 2018 년에서야 뒤늦게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

3) 지역에너지계획의 중앙집권화

이상의 열에너지와 에너지복지정책은 이전 정권인 박 근혜 정부에서 주로 추진되었던 사업들이다. 그렇지만 탄 핵 이후에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新중앙집 권화의 경향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앙정부에 의한 지역에너지계획의 통제 강화이다.

문재인 정부 에너지정책의 기조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슬로건은 ‘에너지전환’이다. 정권 초창기에는 대선 공약집 에 포함되었던 탈핵·탈석탄이라는 용어들이 자주 사용 되었었다. 실제로 취임 한 달만인 2017년 6월에 방문했던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기념식에서는 ‘탈핵 시대’를 선언했 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보수언론과 찬핵진영의 반발에 부딪치자, 같은 해 10월 이후로는 조금 더 순화된 개념으로 에너지전환이 사용되고 있다.13)

11) “「에너지복지법」 제정(안) 입법예고,” 지식경제부공고 제2010-382호, 2010.10.22 12) “「에너지법」 일부 개정 법률안 입법예고,” 산업통상자원부 공고 제2014-237호, 2014.5.28

13) “정부,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방침과 에너지전환 로드맵 확정,”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 201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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