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壬子(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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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시 偶吟

산 아래 대나무 숲속 집에 외로운 안개 피어나고 山下孤煙竹裡家

가벼운 바람과 가랑비가 많기도 하여라 輕風微雨近何多

이는 청명절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니 知是淸明無幾日

두견화 소식이 곧 찾아올 줄 알겠네 打探消息杜鵑花

323) 유재 신관호가 철종 즉위년(1849)에 금위대장을 지냈는데 부정한 경로로 의원을 궁중에 들였다 는 이유로 전라도 녹도로 위리안치 되었을 때 보낸 詩이다.

324) 봄날을···꾸다가 : “東坡老人이 昌化에 있으면서 등에 큰 바가지를 지고 田野에 行吟하고 다 닐 때, 70세나 되는 한 노파가 동파에게 ‘한림학사로 있었던 옛날의 부귀는 일장춘몽이라오.’ 라 하자, 동파가 그 말을 옳게 여겼는데, 이때부터 그 마을 사람들이 이 노파를 춘몽파라고 불렀다.”

라 하였다. 侯鯖錄 .

운곡잡영 325)에 빗대어 백운 14경을 지음 擬雲谷雜詠賦得白雲十四景

1

청산 어느 곳인들 구름이 날지 않으리오 靑山何處不雲飛

오직 한가한 옹이 함께 돌아올 분 只是閑翁與共歸

구름은 절로 무심하고 옹은 절로 즐거워하니 雲自無心翁自樂

평생 옳음도 잊고 또 그름도 잊어버리네 百年忘是復忘非

위는 백운동이다. 右白雲洞

2

‘자이’는 다만 내 마음의 한가로움일 뿐 自怡只是我心閑

고개 너머 돌아가는 구름도 모두 상관하지 않네 嶺上歸雲摠不關

천년토록 華陽居士326) 시어이거늘 千載華陽詩上語

아득한 정은 오히려 청산을 저버릴까 두렵네 遐情猶恐負靑山

위는 자이당이다. 右自怡堂

3

단정히 홀을 띠에 꽂고 서로 따르니327) 端然神笏揷相從

洙泗328)의 강단에서 예를 강론하는 모습 흡족히 보네 洽覩洙壇講禮容

325) 운곡잡영 : 朱子詩集 卷6에 실려 있는 雲谷雜詩十二首 를 말하는데, 12수는 登山·値風·翫月·謝 客·勞農·講道·懷人·倦游·修書·宴坐·下山·還家이다.

326) 華陽居士 : 陶弘景으로 남북조시대 宋나라와 梁나라 사이의 이름 난 의약학자이자 道家이다. 자 는 通明이고 華陽隱居라 自號하였다. 詔問山中何所有賦詩以答 에, “산중에는 무엇이 있느뇨. 산 위에는 흰 구름이 많아라. 그저 나 혼자 즐길 뿐, 그대에게 줄 수는 없도다. 山中何所有, 嶺上多白 雲. 只可自怡悅, 不堪持贈君.”라 하였다.

327) 원문의 ‘神’은 ‘紳’의 誤記로 보인다.

328) 洙泗 : 洙水와 泗水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이 두 강의 사이에서 孔子가 제자를 데리고 학문 을 강론했기 때문에 후세에 洙泗를 儒家의 對稱으로 삼았다. 禮記 檀弓 上 에 “내가 그대들과 수사의 사이에서 선생님을 섬겼다.”라 하였다.

애석하게도 삼한시대에 석가의 가르침을 거쳐 可惜三韓經釋敎

함부로 천불로 千佛峰이라 이름하였네 漫將千佛號千峰

위는 천불봉이다. 右千佛峯

4

停仙臺 우뚝 서서 맑고 그윽한 지경이니 仙臺兀兀境淸幽

신선이 세상에 머무른다면 바로 이곳이리 世若留仙此淹留

蓬海에서 난새 타고 생황을 부는329) 신선 부를 수 없어 蓬海鸞笙招不得

백운에 밝은 달만 공연히 아득하도다 白雲明月空悠悠

위는 정선대이다. 右停仙臺

5

거칠고 춥고 외롭고 야윔은 모두 마땅함을 따르니 荒寒孤瘦摠隨宜

들 물 빈산에 한 줄기 가지만을 허락하였네 野水空山許一枝

어찌 백운동 동산에 백 그루를 심는 것과 같으리오 何似雲園園百樹

번화하지도 속되지도 않고 더욱 맑고 빼어나도다 非繁非俗更淸奇

위는 백매원이다. 右百梅園

6

꿈틀거린 듯 백 척 늙은 용의 비늘330) 蜿然百尺老龍鱗

329) 난새를 타고 생황을 부는 : 원문의 ‘鸞笙’은 仙人이 부는 笙簫의 美稱으로, 난생을 분다는 것은 곧 仙境에서 노니는 것을 의미한다. 李白의 古風 에 “학의 등에 올라탄 한 선객이, 날고 날아 하 늘을 올라가서, 구름 속에서 소리 높이 외치어, 내가 바로 안기생이라고 하네. 좌우에는 백옥 같 은 동자가 있어, 나란히 자란생을 불어 대누나. 客有鶴上仙, 飛飛凌太淸. 揚言碧雲裏, 自道安期名.

兩兩白玉童, 雙吹紫鸞笙.”라 하였다. 李太白集 卷1.

330) 용의 비늘 : 원문의 ‘龍鱗’은 원래 임금의 비위를 말하는데 이 시에서는 소나무의 껍질의 뜻으 로 쓰였다.

푸른 구름 모여 사방의 이웃을 보호하네 蒼翠雲屯護四隣

고요 속에 삼뢰의 음향이 절로 생겨나니 靜裡自生三籟韻

귀 뿌리에 늘 八音331)의 화기가 맴도네 耳根常作八音春

위는 만송강이다. 右萬松岡

7

구름 안개가 천 그루 대나무에 걸쳐있고 雲幢烟節束千竿

오슬오슬한 바람소리에 달그림자 차도다 風韻颼颼月影寒

세모에 산속에서 봉새의 약속 남겨두니 歲暮山間留鳳約

푸른 대나무 열매가 비로소 붉게 익어가네332) 紫瓊初熟碧琅玕 위는 운당곡이다. 右篔簹谷

8

동백나무 길 끼고 산골 물가를 거슬러 가니 挾路油茶溯澗濱

녹음이 드리워져 사철이 봄이로다 綠陰留作四時春

가장 좋은 것은 원림의 쓸쓸한 해질녘에 最愛園林荒落日

눈 속에 불처럼 붉게 막 꽃이 필 무렵이어라 雪中如火爛紅新

위는 산다경이다. 右山茶徑

9

취한 볼에 향기를 드러내어 색의 품격이 고상하니 醉臉露香色品高

331) 八音 : 악기를 만드는 여덟 가지의 재료, 金·石·絲·竹·匏·土·革·木을 말한다.

332) 푸른 대나무 열매 : 원문의 ‘琅玕’은 硬玉의 하나로 짙은 녹색 또는 청백색을 띠는데 여기서는 대나무의 푸른 빛깔을 가리킨다. 杜甫의 鄭駙馬宅宴洞中 에 “그늘진 골 주인집에 옅은 연무 끼 었는데, 객이 머문 여름 대자리는 푸른 낭간이로다. 主家陰洞細煙霧, 留客夏簟靑琅玕.”라 하였다.

杜少陵詩集 卷1.

산인은 세상의 호걸에게 양보하려 하질 않네 山人不肯讓時豪

가을은 분주하기에 적절하니 西風剩得分株法

세모에 약초 캐는 노고가 없으리 歲暮仍無採藥勞

위는 모란포이다. 右牧丹圃

10

봄날의 공을 모두 옮겨 이곳에 기탁하니 輸盡春功寄此中

온통 푸른 숲에 한 산만이 붉네 千林共碧一山紅

산인의 탁상에 차솥과 차통이 있으니 茶鐺竹榼山人榻

백발옹에게 남은 인생 여유롭네 太侈殘年白髮翁

위는 영홍체이다. 右暎紅砌

11

맑은 시내 한 구비 돌아 푸른 병풍 열리니 淸谿一曲翠屛開

우뚝 솟은 바위 모퉁이 물을 등지고 흘러가네 斗起巖稜背水廻

그 사이 停仙臺에 있던 신선이 이미 떠나가니 中有停仙仙已去

달 밝을 때에 홀로 백운이 낀 누대에 오르네 月明獨上白雲臺

위는 창하벽이다. 右蒼霞壁

12

단풍 숲 푸른 산에 물살이 빠르게 흐르니 紅樹靑山水急流

작은 누각에 숨어있던 우레가 울며 지나가네 隱雷鳴過小樓頭

유리 수면에 나는 구슬 흩어져 들어오니 飛珠散入琉璃面

평온히 백 길의 그윽한 못을 이루도다 穩作平潭百丈幽

위는 홍옥담이다. 右紅玉潭

13

한 구비 맑은 계곡에 백 척의 단이 있으니 一曲淸谿百尺壇

한가로이 돌난간으로 걸음을 옮기네 閑來移步石欄干

단풍나무 숲 깊숙한 곳에 그늘 짙으니 楓林深處繁陰重

물 기운 속은 오월에도 차가워라 水氣中間五月寒

위는 풍단이다. 右楓壇

14

가림벽을 뚫고 맑은 시냇물 끌어 오니 引出淸谿穿響牆

섬돌 따라 졸졸 띠처럼 길게 흘러들어오네 循除㶁㶁施紳長

蘭亭의 옛 修稧333) 풍류와는 달리 蘭亭舊稧風流遠

시 한 수에 술 한 잔 함께 할 이 없구나 一詠無人共一觴

위는 곡수이다. 右曲水

총영 摠詠

소나무와 계수나무 깊은 골목에 담쟁이덩굴 문 松桂巷深薛荔門

한 구역을 단장하여 작은 동산을 얻었네 一區粧得小邱園

천 봉우리는 고요히 서서 마음의 고요함을 지켜보고 千峰靜立觀心靜 만 폭포는 시끄러이 돌아 흘러 세속의 소란함을 씻어내네 萬瀑喧廻洗俗喧

동주는 華陽居士가 보내준 시에서 이름 지었고 峒號華陽持贈物

집은 王麻詰의 輞川圖334)속 마을에 있네 家在摩詰畵圖村

333) 蘭亭의 옛 修稧 : 중국 會稽 山陰에 있던 蘭亭에서 東晉 때 會稽內史로 있던 王羲之를 비롯하 여 孫綽 謝安 등 당시의 명사 42인이 그곳에 모여 禊祭祀를 행한 뒤에 술을 마시고 시를 지으며 놀았던 고사가 있다. 蘭亭考 卷1.

334) 王麻詰의 輞川圖 : 王麻詰은 唐代 시인 王維를 가리키고, 輞川圖는 王維의 별장인 輞川의 스무 가지 勝景을 그린 산수도이다. 宋 秦觀이 병으로 몸져누워 있을 때 그의 벗 高符仲이 輞川圖를 빌려 주면서 이것을 보면 병이 금방 나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감상한 지 며칠 만에 병이 나았다고 한다. 淮海集 卷34 書輞川圖後 .

琴書의 유업으로 생애가 만족스러우니 琴書遺業生涯足

무릉도원에서 자손을 기르는 것이 부럽지 않네 不羨桃源長子孫

회사의 ‘泮居’ 운을 들어 우연히 읊음 拈晦沙泮居韻偶吟

세월이 흘러 어느덧 오십의 나이 洽到光陰半百齡

백발에도 성인이 남긴 경서만을 끼고 있네335) 白頭猶復抱遺經

시혼은 한매의 그림자와 함께 지키고 詩魂共守寒梅影

병든 몸은 노학의 모습과 다투어 보네 病骨爭看老鶴形

일신의 계책에 어찌 반드시 득실을 논하리오 身計何須論得喪

마음공부로 오히려 스스로 허령함을 지켜야 하리 心工猶自保虛靈

산에서 고요히 지내니 항상 일이 없어서 山居靜寂常無事

집을 푸르게 두른 천봉우리를 마주할 뿐 일세 只對千峯繞屋靑

치천으로 가는 길에 治川途中

흐르는 세월은 사람과 더불어 늙어간 적이 없으나 流年曾不與人衰

아직도 산골에 더디 오는 춘광을 아끼네 尙愛春光峽裡遲

술을 마시면 약간 취기가 돌 때 만족스럽고 飮酒頗宜微醉後

꽃을 보면 막 피어나기 전이 좋아라 看花須趂未開時

허명한 들 물은 마음을 깨끗하게 해주고 虛明野水澄心在

연약한 버들 바람은 얼굴에 불어와 스치네 嫩弱楊風拂面吹

진종일 청산에서 왔다 갔다 하니 去來盡日靑山裏

아침 서쪽의 산 그림자가 저물녘 동쪽으로 옮겨가 있네 朝西峯影暮東移

335) 성인이 ··· 끼고 있네 : 唐 韓愈의 寄盧仝 에 “ 春秋 의 삼전은 높은 다락에 묶어 놓고, 성인 이 남긴 경만 안고 시종 연구하였네.春秋三傳束高閣 獨抱遺經究終始”라는 내용이 있다. 韓昌黎集

卷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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