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辛亥(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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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에서 오장암을 만나 소산에서 밤에 이야기를 나눔 長洞逢吳莊菴 夜話小山 1851년 2월 辛亥二月

머리에 부는 댓바람에 적막하게 앉았노라니 竹風吹髮坐蕭然

바다처럼 봄이 깊어 밤이 일 년 같네293) 如海春深夜似年

묵향은 저절로 거문고와 술 밖에 피어나고 墨味自生琴酒外

마음의 향기가 담소 앞에서 떠다니네 心香浮動笑談前

꽃들이 만발했는데 다시 청명절 비가 내리려하고 花闌更欲淸明雨

버들이 짙푸른데 항상 해질녘 연기 속에서 근심하네 柳暗常愁薄暮煙

세상일의 기이한 인연은 오래 합하기 어려우니 人世奇緣難久合

백운의 산 빛으로 재촉하여 돌아가는 꿈을 꾸네 白雲山色夢歸鞭

재첩시 再疊

작은 산의 산 빛은 우뚝우뚝 솟아있고 小山山色直叢叢

자리 깊은 곳에서 세 사람이 시문을 짓네294) 硯北筵深坐鼎東

입 속으로 웅얼거리나 詩料를 구하기 어렵고 詩料難求沈吟裏

취하나 깨어 있으나 鄕愁를 달랠 길 없네 鄕愁無賴醉醒中

가랑비 내리는 등불 앞에 시인들 밤을 지새는데 一燈細雨騷人夜

이월 붉은 복사꽃에 서풍295)이 불어오네 二月紅桃少女風

애석하여라 우리의 차츰 늙어가는 마음 可惜吾儕遲暮意

293) 일 년 같네 : 하루를 마치 일 년의 긴 세월처럼 느긋하고 한가롭게 보낸 것을 말한다. 蘇軾의 過廣愛寺 에, “세상에 우거한 몸은 꿈속 같은데, 안한한 마음은 하루가 일 년 같구나. 寓世身如 夢, 安閒日似年.” 하였다.

294) 시문을 짓네 : 원문의 ‘硯北’은 벼루 북쪽에 앉아 있다는 말로, 시문을 저작하는 것을 뜻한다.

295) 서풍 : 원문의 ‘少女風’은 서풍을 뜻한다. 『周易』에서 兌의 방위는 서쪽이고, 소녀를 상징한 데 서 이르는 말이다. 청나라 黃生이 지은 『義府』 卷下「少女風」에 “태는 소녀이고 방위는 서쪽 이므로, 이는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오는 것을 말한다. 兌爲少女, 位西方, 此謂風從西來耳.”라 하였 다.

靈犀296)만이 다만 비춰 서로 통해주네 靈犀只許照相通

장동에서 또 장암과 시를 지음 長洞又與莊菴拈韻

객지의 야윈 모습 염불승과 같고 旅榻癯容念念僧

푸른 등잔 아래 시혼을 불사르네 詩魂相守耿靑燈

기이한 인연은 삼천의 모임을 충분히 이었고 奇緣剩續三川會

일찍이 약속하여 서석산에 머물렀네 宿約曾留瑞石層

밤에 부는 맑고 차가운 바람은 귀를 놀라게 하고 警耳淸冷生夜籟

여러 근심 봄 얼음에297) 기탁하네 攪愁多少付春氷

불러 손잡고 다시 꽃다운 곳을 찾아 가고 싶으니 招携更欲尋芳去

이길 수 없는 향수를 어찌 하리오 無奈鄕心自不勝

재첩시 再疊

객창에서 소갈병에 막걸리가 생각나는데 病渴羈窓夢濁醪

동풍이 나그네에게 불어오네 東風有意送征袍

눈두덩은 졸려 볼수록 무거워지고298) 眉稜引睡看看重

시구를 맞이할수록 어깨쭉지는 높아지네299) 肩胛迎詩得得高

흥건한 화묵에 벼루300)를 갈고 花墨淋漓開鳳咮

296) 靈犀 : 靈妙한 무소뿔을 말한다. 무소뿔은 한가운데에 구멍이 뚫려 있어 양방이 서로 관통하는 것에서, 두 사람의 의사가 서로 투합 됨을 비유할 때 쓴다.

297) 여러 근심 봄 얼음에 : 書經 君牙 에 “마음에 걱정하고 조심하는 것이 마치 범 꼬리를 밟은 듯하고 봄 얼음을 밟는 듯하다.心之憂危, 若蹈虎尾, 涉于春氷.” 하였다. 매우 조심하는 것을 비유하 는 말로 쓰였다.

298) 눈두덩은 ··· 무거워지고 : 吳나라 僧 有規의 詩에 “글을 읽자 하니 眉骨이 무겁고, 잠자리에 드니 뼈마디가 편안하구나. 자느라고 해의 조만도 몰랐어라, 서쪽 창에 남은 햇빛 벌써 얼마 없구 려. 謮書已覺眉稜重, 就枕方欣骨節和. 睡去不知天早晩, 西窓殘日已無多.“라는 내용이 있다.

299) 어깨죽지 높아지네 : 蘇軾의 贈寫眞何秀才 에 나귀를 타고 灞橋를 지나가는 孟浩然을 읊어 “또 보지 못했는가, 눈 속에 나귀를 탄 孟浩然이 눈썹을 찌푸리고 시를 읊으매 쭝긋한 어깨가 산처럼 높네. 又不見雪中騎驢孟浩然, 皺眉吟詩肩聳山.” 하였다. 즉 사람들은 나귀 탄 길손이 어깨 움츠리 고 있는 모습만 볼 뿐이고 그 길손이 길을 가며 보는 경치마다 모두 새로운 시로 읊는다는 사실 은 모를 것이라는 뜻이다.

짙푸른 채전에 닭 털붓을 시험하네 彩箋深碧試鷄毛

아끼는 그대 시사의 풍류가 있으니 憐君詩社風流在

도처에서 함께 하여도 피곤한 줄 모르네 隨處招携不覺勞

한식날 송산의 고씨 종형을 곡하고 돌아오는 길에 지음 寒食往哭松山高從兄歸路作

고달프게 산골짜기 찾아가 사립문을 두드리니 峽裡辛勤叩竹扉

정원에 주인은 없고 살구꽃만 흩날리네 庭園無主杏花飛

가련하여라 한식날 송산으로 가는 길이여 可憐寒食松山路

두견새 소리에 구슬피 홀로 발길 돌리네 杜宇聲中悵獨歸

장동에서 춘파·나사·장암 등 여러 벗들과 시를 지음 長洞與春坡懶史莊菴諸益拈韻

시혼들이 자리를 둘러 한 등불을 밝히고 詩魂圍坐一燈明

웃으며 蠻牋301)을 펼치니 눈 표면처럼 평평하네 笑展蠻牋雪面平

시냇가 늙은이 청옥장을 짚고 오는 소리 남기고 川老跫音靑玉杖

雲樵302)는 돌아가 영지를 꿈꾸네 雲樵歸夢紫芝莖

살구나무에 낀 연기는 꽃의 마음을 두루 덮어주고 杏煙冪歷紅情惱 대나무에 걸린 달은 푸른 그림자에 비껴서 배회하네 竹月徘徊翠影橫

다시 추풍을 맞으며 다음 약속을 남겨두니 更待秋風留後約

梁園303)과 瑞石山304)에서 함께 시를 쓰세나 梁園瑞石共題名

300) 벼루 : 원문의 ‘鳳咮’는 벼루의 이름이다. 宋 때 龍焙山은 마치 나는 봉황이 고개를 숙여 물은 마시는 형상과 같았는데, 그 봉황의 부리에 해당하는 곳에 결이 玉같이 고운 蒼黑色의 돌이 있어, 그 돌로 만든 벼루를 蘇軾이 鳳咮라고 이름 한 데서 온 말이다.

301) 蠻牋 : 시를 쓰는 종이. 고려의 만전이 유명하여 중국에까지 알려졌다.

302) 雲樵 : 李時憲이 성인이 되어 스승으로 모셨던 霞石 成近默의 삼종숙부 成山柱를 말한다.

303) 梁園 : 西漢 梁孝王의 동산 이름이다. 숲이 매우 넓고 궁실이 많았으며, 梁孝王이 이곳에서 신하 들과 잔치를 열거나 사냥을 즐겼다. 이 시에서는 전라남도 담양에 梁山甫(1503∼1557)가 조성한 瀟灑園을 가리킨다.

304) 瑞石山 : 광주광역시에 있는 무등산 국립공원을 가리킨다. 이 산의 정상에 瑞石臺가 있다.

재첩시 再疊

바야흐로 병든 아이와 고향으로 돌아오니, 첫 구에서 이를 언급했다. 方與病兒還故第一句及之耳

강남으로 돌아가려는 제비인양 바빠 歸意江南鷰與忙

새끼를 거느리고 길에 드니 고향 산천이 아득하네 將雛路入故山長

이별에 임해 더욱 저물어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臨分更惜春垂暮

가련한 늙은이들 희끗희끗해진 머리를 바라보네 憫老相看髩化蒼

골짜기 새는 맑게 지저귀며 객을 만류하고 谷鳥吟晴能挽客

들판 나비는 어지러이 날며 게을리 꽃향기 찾네 野蝴夢亂懶尋香

한 바탕의 시사 풍류가 넉넉하니 一牀詩社風流足

이별 후 남은 정은 鳳陽305)에 남아있네 別後餘情在鳳陽

장암과 인봉 그리고 고씨 조카사위가 산재를 찾아와 운을 들어 수창함 莊菴與寅峯高甥來訪山齋拈韻唱酬

취몽 중에 봄 시름 가눌 길 없었는데 無賴春愁醉夢間

동풍이 불어오니 벗들이 찾아왔네 東風吹送故人還

지난 밤 함께 청명절을 맞았고306) 前宵共作淸明雨

오늘 다시 월출산을 맞이하네 此日重逢月出山

여흥이 더욱 시상에 드러나니 餘興更於詩上見

기쁜 정 도리어 꿈인가 의심하네 歡情却訝夢中攀

늙어가며 특별한 인연 다시 만나 이루니 老去奇緣成再會

우는 새와 날리는 꽃잎에 뜻이 절로 한가롭네 啼鳥飛花意自閑

재첩시 再疊

동산에 봄이 다하고 꽃이 질 때 山園春盡落花時

305) 鳳陽 : 전라남도 담양군 봉산면이다.

306) 原註에 원문의 ‘雨’는 ‘節’로 해야 한다고 하였다.

주렴 밖에 장마는 빗줄기를 드리우네 簾外(雨+兼)(雨+韱)雨脚垂

흥취는 벗이 찾아온 후에 넉넉해짐을 興味客來然後足

평소 자나 깨나 이전부터 알았네 平生夢覺以前知

승경을 기꺼이 삼공과 바꾸겠는가307) 名區肯與三公換

시사에서 오직 네 벗을 따르리라 詩社惟將四友隨

이 산을 벗어나면 도로 속세니 一出此山還世路

어망에 기러기 걸릴까 두려워라308) 魚網猶恐見鴻罹

장암과 월출산에 오름 與莊菴登月出山

선경을 다시 밟으니 이미 반은 신선이 된 듯 重踏靈區已半仙

곧장 九井峰에 올라 天皇峰을 향하네 直登九井上峰前

하늘 땅 안에 도도히 흐르는 물이여 乾坤以內滔滔水

인간사 그 사이에 둥둥 떠 있는 배와 같네 人世其間泛泛船

조화의 신공은 動石309)을 뜨게 하는 것이요 造化工夫浮動石

煉丹의 소식은 연기를 없게 만드는 것이라네 煉丹消息有無煙

무슨 이유로 백발은 나날이 늘어나는가 頻來白髮緣何事

참된 세상과 참된 인연의 뜻 정성스러워라 眞界眞緣意惓然

307) 삼공과 바꾸겠는가 : 宋代 戴復古가 後漢의 隱士 嚴子陵의 고사를 소재로 읊은 시 釣臺 에 “어 떤 일에도 욕심 없이 오직 하나의 낚싯대뿐, 삼공의 자리도 이 강산과 바꿀 수 없고말고. 평소 광 무제를 잘못 알고 지낸 탓에, 세상 가득 허명을 야기했을 뿐이라오. 萬事無心一釣竿, 三公不換此 江山, 平生誤識劉文叔, 惹起虛名滿世間.”라는 내용이 나온다. 石屛詩集 卷6.

308) 어망에 ··· 두려워라 : “물고기 그물 쳤더니 기러기가 걸렸네. 魚網之設, 鴻則離之.”라는 말이 있는데, 뜻밖의 재앙을 만날까 두렵다는 뜻이다. 詩經 邶風 新臺 .

309) 動石 : 월출산 구정봉 아래에 動石이 있다. 참고로 古代 전설상의 仙人 皇初平이 15세 때 양치 기로 있다가, 어느 날 한 도사를 따라 金華山에 들어가 신선술을 연마하였다. 40여 년이 흘러 그 의 형 初起가 동생을 찾아 金華山에 이르렀다. 두 형제가 그 동안에 쌓인 회포를 풀고 나서 初起 가 양들의 행방을 묻자, 初平이 金華山 동편 푸른 초원에 흩어져 있는 흰 돌들을 가리키며 “양들 아, 일어나라.”라 하자 돌들이 순식간에 수만 마리의 양으로 변했다고 한다. 神仙傳 卷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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