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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일기(上京日記) - 부산광역시 부산시립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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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일기 (上京日記)

유 현 (부산근대역사관 학예연구사)

『상경일기(上京日記)』는 대한제국 시기 부산 출신의 박기종(朴琪淙)이라는 인물이 외부참서관(外部參書官)이라는 벼슬을 얻어 서울에 상경하는 때를 즈음하여(1898년 3월 22일부터 1899년 3월 25일까지) 그가 겪게 되는 정치·사회·문화적 체험을 일기로 쓴 것으로, 한 개인의 일기를 넘어서 국운이 풍전등화처럼 흔들리는 대한제국기 시대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이다.

『상경일기』를 설명하기에 앞서 우선‘박기종’이라는 인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기종은 그 출신성분을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부산 왜관을 근 거지로 활동하면서 나름대로 재산을 축적하여 자신의 위치를 다져나갔으며, 관리로서는 동래부에서 통역을 담당한 하급 소통사에서 출발하여 중추 원의관까지 오른 입지적 인물이다. 여기까지의 개인적 입신의 과정만을 보아서는 그를 자수성가한 사람, 거부 등으로 평가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박기종의 참된 가치는‘근대’를 일구어가는 정신에 있었다. 그는 이 땅의 근대화를 위해서 자본주의 체제의 도입과 국가의 외교력 함양을 중 시하였다. 즉 자본주의의 실천을 위해 기간산업인 철도와 기선사업을 도입하고자 하였으며, 산업 실무자 배양을 위한 교육사업을 직접 벌여나가고, 국제외교에 있어서도 중립적 자세를 견지하고자 했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야말로 박기종이 근대의 선각자로 불릴 수 있는 까닭이며 그러한 그의 꿈과 의지는 그가 쓴『상경일기』속에 차곡차곡 배어있다. 우리는 하루하루 날짜를 넘겨 읽으면서 근대를 향한 박기종의 꿈과 희망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좌절되어 가는지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상경일기』에는 외교 사항 뿐 아니라 국내 정세 및 부산에 관한 내용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외교 사항과 관련하여서는 경부철도부설권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과정, 일본 수비병을 도성 밖 용산으로 철수시키는 문제, 기타 한일 양국의 각종 외교 현안을 중재 및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 정세에 대한 기록으로는 고종의 독차암살미수사건, 독립협회와 황국협회, 주요 경제계 인사들과의 교류 등이 있다. 부산과 관련하여서는 부산상고의 전신인 개성학교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내용, 부산포와 하단포를 연결하는 부하철도 건설, 기타 동래부와 범어사 등에 관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아울러 그의 가족관계, 금전관계, 정계인맥 등 박기종의 개인사와 관련한 사항 뿐 아니라 당시 물가 시세에 대한 정황도 잘 알 수 있다.

한편 박기종은『상경일기』를 적으면서 중요한 사건을 보다 상세히 기록하려는 의도에서 다시『도총(都總)』을 작성하였는데『도총』에는 안건의 처리 결과, 자신의 의견, 정부의 지시 등이 소상히 적혀있다. 부산근대역사관에서는 연구사료총서로서 2004년『상경일기』, 2005년『도총』의 국역 본을 완간하여 해당 연구를 위한 기본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상경일기(上京日記)』

1898년 3월 22일부터 1899년 3월 25일까지 대한제국기 외부참서관 박기종 (朴琪淙)이 쓴 일기로 외교 현안 등이 주요 내용으로 기술되어있다. 원래 총 2권이었던 것으로 여겨지며 현재 는 제1권만 소장하고 있고 제2권의 소재는 알 수 없다. 가로 13cm, 세로 19cm 크기로 10칸짜리 청색 미농지에 한문으 로 쓴 일기.

◀ 박기종(朴琪淙 1839~1907)

현 부산광역시 동구 좌천동 출생으로 자는 형진(亨珍), 본관은 밀양이다. 왜관의 소통사를 시작으로 1880년 용양위부호군에 오른 후 주로 출생지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1886년 부산항 경찰관에 임명되고, 1893년 다대포진첨사 겸 동래감목관 및 부산항 사검관을, 1894년 절영도진수군첨절제사 및 부산항 경무관을 지낸 후 1898년 외부참서관으로 임명되면서 중앙 정계로 진출한다. 이후 1900년 중추원의관, 1905년 판리공사를 역임.

소장유물소개

The Busan Museum News No.8 2005 겨울

Review

APEC 정상회의 개최기념 특별전시회

부산박물관 2005년 특별전시회조선여인의 美 복천박물관 2005년 특별전시회선사·고대의 요리 부산근대역사관 2005년 특별전시회근대외교의 발자취(1876~1905)

동물 그리고 문명

고고학이야기

박물관 자원봉사와 APEC

자원봉사자 활동기

안골 마을의 당산 할배가 맞이한 부산 신항만

봉수대 박물관 교육 / 문화체험행사

상경일기(上京日記)

소장유물소개

부산박물관소식

(2)

REVIEW |부산박물관 APEC정상회의 개최기념 2005년 특별전시『조선 여인의 美』 개최

조선시대 왕비·공주의 의례복, 장신구 및 출토복식 등 280여점 전시

우리관에서는 2005년 APEC정상회의 개최 및 10월 문화의 달을 기념하여 10월 26일∼12월 4일까지‘조선 여인의 美’란 주제로 특별전시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전시회는 조선시대 여인의 복식과 장신구를 계층과 용도별로 나누어 복식유물이 갖는 의미와 상징성을 살펴봄으로써 복식에 표현된 조선여인의 미적요소를 조명, 우리의 전통문화 유산을 새롭게

인식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특별전시회의 전시구성은 <의례복(적의, 원삼, 당의, 활옷 등)>, <일상복(저고리와 치마, 장옷, 조바위 등)〉, <수식(머리장식품-비녀, 뒤꽃이, 떨잠 등)>,〈패식(노리개, 장도, 가락지 등)〉, <화장구>, <회화속의 여인복식(미인도, 회혼례첩 등) >, <조각보〉등 7가지 전시 주제로 나누어 전시하였다. 특히 전시유물 가운데 영왕비의 적의(翟衣)와 홍원삼(紅圓衫, 국립 고궁박물관소장), 250여년 된 영조의 둘째딸 화순옹주의 직금 녹원삼(織金綠圓衫, 고려대학교 박물관 소장), 의친왕비(義親王妃)의 금박문양 당의(唐衣, 경운박물관 소장), 170여년 된 순조(純祖)의 2녀 복온공주(福溫公主)의 활옷(김귀년씨 소장) 등 진품이 전시되었으며, 복녕군(福寧君: 안평대군의 장남)의 차남인 의원군(義原君)의 부인 안동권씨의 270년 전의 묘에서 출토된 출토복식(경기도박물관 소장), 350년전의 여흥 민씨 묘에서 출토된 솜저고리도 전시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조선 여인의 복식에 표현된 문양과 화려함에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다.

전시된 각종 자료는 국립고궁박물관, 고려대박물관, 이화여대 담인복식미술관, 코리아나화장박물관, 경운박물관, 경기도박물관 등 전국의 22개 기관 및 개인 소장가 들로부터 대여 받은 것으로 궁중의 화려한 복식과 출토 복식, 장신구, 회화 등 전통미의 진수를 보여주는 자료들이 고루 선정되었고 김순향여사의 조각보 작품도 소개되었다.

특히 2005년 11월 19일(토)에는 권양숙 영부인과 미국의 로라부시 영부인 등 APEC정상 배우자들의 역사적인 부산박물관 특별전시회관람이 있었는데 예정된 관람시간 보다 1시간 정도를 훨씬 넘겨 우리전통문화에 대한 영부인들의 높은 관심도를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전시실 출구에서는 APEC정상회의 개최와 더불어 우리의 전통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자 부산을 방문한 내·외국인 관람객들이 황실 (왕과 왕비, 공주와 왕자)의 복식을 착용해 볼 수 있는 체험코너와 일월오악도를 배경으로 어좌에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죤을 함께 운영하였다.

박물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진행되었는데, 체험코너를 방문한 외국인들의 설레이는 듯한 즐거운 표정과 함께 연실 터지는 프렛쉬의 조명은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평일은 물론 주말이면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이 왕과 왕비, 공주와 왕자가 되어보는 특별한 추억의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APEC정상 영부인들의 부산박물관 방문

2005년 11월. 부산은 여느 때와 달리 도시전체가 술렁였다. 부산에서 개최되는 APEC정상회의의 성공 개최 준비에 도시의 모든 역량이 쏟고 있었던 것이다. 박물관도 마찬가지여서 부산박물관을 비롯한 복천박물관, 근대역사관의 모든 특별전이 APEC정상회의 개최기념으로 기획되고, 삼엄한 경비 속에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특히 부산박물관은 APEC정상회의 기간 중인 11월 19일에 정상부인들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어 혹시나 모를 테러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APEC안전요원들이 박물관 곳곳에 포진되어 철벽같은 보안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커다란 경찰견과 검은 제복의 경찰들이 박물관을 겹겹이 에워싸는 바람에 박물관사람들도 덩달아 긴장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정상부인들이 관람하게 될“조선여인의 美”와“조선왕조 궁중채화전”은 우리문화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세계에 선보이게 될 최고의 순간을 기다 리며 최선의 준비를 마친 상태. 11월 19일 토요일 드디어 고급 세단차 일군이 박물관으로 들어오고, 박물관 사람들은 개관이래 가장 큰 손님을 맞게 되었다. 권양숙 여사, 로라 부시 미국 대통령부인 등 8명의 정상 부인들은 먼저 기획전시실의“조선여인의 美”을 관람하였다. 화려한 자수문양의 복온공주 활옷과 영친왕비의 장잠과 영락비녀, 가란비녀 앞에서는 한참동안 발길을 멈추고, 여흥민씨 솜저고리와 안동권씨 장옷이 전시된 진열장 앞에 서는 출토 복식의 고색창연함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어“조선 왕조 궁중채화전”으로 자리를 옮긴 이들은 화려하고 장엄한 우리 꽃 문화의 매력에 흠뿍 빠진 듯 연신 감탄을 자아냈다. 관람에 이은 짧은 환담 후, 빠듯한 일정 속에 2시간여의 긴 시간을 보낸 검은 세단차들이 물밀 듯 박물관을 빠져나가고 일순 박물관은 숙연해졌다.

민감한 복식유물과 장신구의 대여를 기피하는 기관과 개인소장가를 설득하는 것에서

부터 007작전을 방불케 한 운송작업, 유물 하나하나의 컨디션을 체크하며 전시를 마무리하기까지 이번 전시는 무척이나 힘들고 긴 준비를 필요로 했다. 그러나 부산박물관의 위상이 세계에 알려진다는 기대를 가지고 그 어느 때 보다 최선을 다한 전시였기에 우리들의 기억에 오래 도록 남을 것이다.

박물관 정원에는 역사적인 APEC정상 영부인들의 부산박물관 방문을 길이 기억하기 위해 60년생 배롱나무 한그루가 심어졌다.

특별초청강연회

2005년 APEC정상회의 기념 특별기획전 [조선여인의 미]개최와 관련하여 총2회에 걸쳐 특별초청강연회를 실시하였다.

특별기획전의 의미를 살려 실시된 이번 초청강연회는 전통 복식의 특징을 미학적으로 접근하였을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여인 복식의 아름다움을 재음미하는 기회가 되었다.

- 제1회 : 10. 26(수), <조선시대 여인의 예복>, 문광희 교수 (동의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 제2회 : 12. 1(목), <복식을 통해 본 조선여인의 멋>, 금기숙 교수(홍익대학교 섬유미술·패션디자인학과)

<조선여인의 미>관람 모습

부산박물관 APEC정상회의 개최기념 2005년 특별전시『조선 여인의 美』개최|

REVIEW

전시장 입구에 마련된 포토죤 APEC정상 영부인들의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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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복천박물관 APEC정상회의 개최기념 2005년 특별전시 『선사·고대의 요리』

「내가 조리해 보는 옛날사람들의 요리」 체험학습

복천박물관은 2005년 10월 29일 ∼ 11월 26일 (기간 중 5회)에 걸쳐 초등 학생을 대상으로 특별전《선사·고대의 요리》와 연계해서 직접 불을 피워 신석기토기에 조밥과 조개탕도 해보고 갈돌에 도토리를 빻아 갈아보는 체험 행사를 하였다. 이러한 행사를 통하여 고대인의 음식문화 뿐만아니라 역사에 대한 관심과 유물에 대한 흥미를 증가시키고, 선사·고대의 요리와 관련된 유물을 비교하여 관찰함으로써 특별전《선사·고대의 요리》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자 하였다. 참가한 초등학생들은 불을 피우는 어려움 및 재미를 서로 이야기하며 즐거워하였다.

복천박물관학술세미나

복천박물관은 선사·고대의 생업경제이란 주제로 2005년10월 21일(금) 10:00∼17:40 까지 동래문화회관 소강당에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발표 및 토론자 : 김장석 외 3명, 토론자 이상길 외 3명, 종합토론사회 안승모가 하였는데, 부산시민 및 전국 각지의 고고학관련 연구자 등 180여명이 참석하였다.

특별전「선사·고대의 요리」와 연계하여 근간 주거지 조사연구가 축적됨에 따라 이러한 고고자료를 통해 고대의 농경 및 취사도구의 발달을 종합분석하고, 또한 조리용토기를 분석 하여 식량자원의 가공과 관련한 정보를 추출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였으며, 이러한 독특한 접근방법으로 학계의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켜 많은 연구자와 학생들이 참석하였다.

복천박물관 APEC정상회의 개최기념 2005년 특별전시 『선사·고대의 요리』 | REVIEW

복천박물관은 2005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하기 위한 특별전시인「선사 · 고대의 요리」를 10월 17일부터 12월 18일까지 63일간 개최하였다. 이번 선사 · 고대의 요리전은 우리가 평소 옛날 사람들은 무엇을 먹었을까라는 아주 단순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보고자하는 취지에서 출발하였고,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전역에서 출토된 중요한 유물의 전시를 통하여 밝혀보고자 하였다.

전시내용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삼한시대,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그리고 선사 · 고대의 취사방법 등 모두 7개의 부문으로 구성하였다. 신석 기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에 이르기까지 각 해당 시대의 유적과 유구에서 나온 먹거리 재료와 이 먹거리를 가공하고 조리에 사용된 조리도구, 요리를 담아 먹는 그릇 등 250여건의 유물을 30여개 기관으로부터 대여받아 시대별로 전시하였다.

제 1장은 신석기시대의 먹거리와 조리로 신석기시대는 계절에 따라 채집과 사냥을 통해 먹거리를 마련하였으므로 계절성 요리란 주제를 달았다. 도토리 · 호도 등의 견과류, 조 · 기장 등의 곡물과 조개무지에서 나온 각종 생선뼈, 조개껍질 등의 해상 식물, 사슴 · 멧돼지 등의 유상동물의 뼈와 이들을 가공하고 조리한 조리도구를 전시하였는데, 신석기시대에는 이들 먹거리를 야외 화덕에서 굽거나 토기를 이용하여 조밥과 조개탕을 끓여 먹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제 2장은 청동기시대의 벼농사와 쌀 조리로 청동기시대가 되면 우리가 매일 먹는 쌀이 재배되고 여러 가지 곡물도 재배되어 재배경제 사회가 시작 되었다. 쌀 · 콩 · 보리· 밀 등의 먹거리 재료와 이들을 조리하고, 음식을 담은 그릇을 전시하였다. 청동기시대의 벼는 논벼와 밭벼가 있으며, 수확된 쌀을 요리하여 먹게 되었다. 현재 우리의 주식인 쌀은 청동기시대부터 먹게되었는데, 청동기시대에는 쌀로 죽을 만들어서 먹었으며, 삼한 시대에 오면서 밥 또는 죽을 만들어 먹었다. 쌀이 주식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삼국시대에 들어온 이후부터이다.

제 3장과 4장은 삼한 · 삼국시대의 취사시설과 도구로 철기문화가 시작되는 삼한시대에 집 내부에 부뚜막이 설치되면서 음식문화에 많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음식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쪄서 익혀 먹는 찜조리가 시작되는 것이고, 이 찜 조리에 사용된 도구, 그리고 당시의 유적에서 나온 조밥과 쌀밥을 전시하였다. 삼국시대가 되면 삼국의 문화에 공통성이 있으면서도 각각 특색이 있는데, 음식문화에도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고구려 · 백제 · 신라의 취사도구와 식기를 비교 전시하였으며, 특히 무녕왕릉에서 나온 청동 수저도 전시하였다.

제 5장은 신라인들의 육식인데 삼국유사 태종 김춘추전에 의하면 무열왕은 한꺼번에 아홉 마리의 꿩을 먹었다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신라, 아니 삼국시대의 왕과 귀족들은 사냥을 하여 여러 종류의 고기를 먹었다. 그러한 모습은 경주의 큰 무덤에서 나온 여러 가지 동물 토우, 예를 들면 멧돼지

· 소 · 말 · 원앙 등의 뭍짐승, 가재 · 게 · 미꾸라지 · 자라 등의 바다짐승 등을 통하여 당시 신라 귀족들의 육식성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동물 모양의 토우를 전시하였다.

제 6장은 통일신라의 조리도구와 식기인데, 통일신라시대는 우리의 전통적인 음식문화가 정립이 되는 시기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놋쇠로 만든 그릇과 수저이다. 경주 안압지와 익산 미륵사지에서 나온 놋그릇, 경주의 유물은 우물에서 나온 두레박을 전시하였다. 특히 놋쇠 그릇과 수저는 고려 · 조선시대는 물론 1960~1970년대까지 사용된 우리의 전통적인 그릇이다.

제 8장은 선사 · 고대의 취사방식인데, 특별전시의 마지막 부분은 선사시대와 고대의 취사방법을 모형과 실재 유물을 통하여 선사와 고대의 취사방법을 전시하였다. 신석기시대의 화덕 조리, 삼한 · 삼국시대의 부뚜막과 솥을 이용한 조리, 통일신라시대의 이동식 부뚜막에서의 조리 등을 복원 전시하여 보았다.

「선사·고대의요리」특별전시장면

종합토론 모습

시모노세키시립고고박물관 특별전시회

一衣帶水の世界 -古の日韓交流- 고고유물대여 출품

부산과 자매도시인 일본의 시모노세키시(下關市)의 고고박물관이 개관 10주년 을 맞아 <一衣帶水の世界 -古の日韓交流->를 기획하면서 국내출품유물에 대해 대여허가 및 관련제반업무에 대해 복천박물관에 협력을 요청해옴에 따라 국내 대여기관을 대표하여 출품유물을 호송하고 감독하였다. 전시기간은 10월 23일 부터 11월 27일까지였는데, 한국에서 대여해 간 유물 수는 총 63건 71점이었다.

이현주 학예연구사는 유물의 반출과 반입시 호송을 위해 10. 19(수)~10.24(월)과 11.26(토)~12.1(목)두차례의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또한 11월 28일(월)요일에는 일본의 시모노세키시(下關市)의 고고박물관에서‘복천동고분군과 고대무기’란 주제로 강연회를 하기도 하였다.

조선왕조궁중채화전

한국 꽃문화학회(이사장 황수로 동국대 석좌교수)가 APEC정상회의를 기념해 마련한 <조선왕조 궁중 채화전>이 11월 4일 부산박물관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고종 39년(1902년)에 즉위 40주년을 경축하고 제국의 위용을 만방에 선포하기 위해 열렸던 궁중연회에서 사용된 각종 꽃 장식을“진연의궤 (進宴儀軌)”에 나온 대로 재현하여 제작된 것이다.

허남식 부산시장의 <조선왕조 궁중채화전>관람 쇠솥과 시루

쇠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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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그리고 문명| 고고학이야기 REVIEW | 부산근대역사관 APEC정상회의 개최기념 2005년 특별전시『근대외교의 발자취(1876~1905)』

動 物 文明

동물 그리고 문명

이현주(복천박물관 학예연구사)

인간과 동물은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왔으며, 인간이 동물을 자신의 사회로 끌어들인 것을 가축화라고 한다. 고고학자들은 유적에서 나온 뼈들을 분석하여 동물들의 형질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혹은 그들이 도살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관찰하여 가축화의 과정을 설명한다. 고고학 자들의 결론에 따르면 이러한 이 가축화의 과정은 특정 식물이 재배작물로 되는 것과 함께 시작되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갓 농부로 전업한 인류가 처음으로 길들인 동물의 종류는 무엇이었을까? 인류 최초의 재배작물이 저장하기 쉬운 곡물의 종류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인간에게 있어서 가축화 의 시도란 저장법의 모색이었을 것이다. 말하자면 저장할 수 없는 고기를 원할 때 먹으려면 그 유일한 방법은 붙들어 두고 기르는 방법밖에 없다.

이것은 춥고 얼어붙는 겨울이 돌아오는 환경에서는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식량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농부로 전업하면서도 과거 사냥꾼 때의 그 고기 맛을 잊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농부들이 처음 길들인 동물도 그 시절의 사냥감이었던 초식동물일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으며 가축의 대명사인 소, 돼지, 염소, 양 그리고 개가 바로 그것인 셈이다. 이는 인구증가를 수반한 인류 진보에 있어서 거대한 물결이 되었다.

이제 대부분의 인간사회는 먹이를 얻기 위한 사냥꾼 사회가 아니다. 단지 <스포츠>로 동물을 죽이는 것으로 야생에 대한 자세가 변했으며 이들 야생의 짐승이 난폭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얼마 전 서울 도심 한복판에 멧돼지가 출몰하였다. 한번도 아닌 무려 대여섯 차례. 농촌에서 농작물피해만을 운운하던 것을 뒷짐 지고 쳐다보던 도시인들에게도 이제 남의 일만이 아니게 되었다. 사람들은 난폭한 그들을 포획하고는 의기양양하다. 더 나아가 조물주라도 된 양 그들에 대한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사냥금지를 풀어야 한다고 난리다. 자신들이 그들의 먹이사슬을 끊어놓았고, 서식지와 이동경로를 침범했다는 사실은 모르면서. 어느 동물학자는 외친다. 정작 고발되어야 할 존재는 멧돼지가 아닌 인간이며 멧돼지사회를 더 이상 침입하지 말라고.

또 한편에서는 애완동물이 사람의 행위를 놀라울 정도로 꼭 같게 모방해내는 것을 발견했을 때 신기해하며 각종 TV 오락프로그램에서 앞을 다투어 이를 방영한다.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들은 자신이 인간인줄 안다. 동물들이 그럴 수 있는 것은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며, 인간 역시 동물을 인간처럼 키우기 때문이다. 현대문명에 잡혀오고 길들여진 동물 즉 文化化된 동물들의 모방을 보고 즐거워하며, 그것이 동물애호행위 인양 떠드는 인간을 보면 거세된 동물본능을 즐기는 혐오감마저 든다. 위의 멧돼지와 애완견의 예는 서로 상반되어 보이지만 그에 대처하는 인간 행위는 같다.

나는 더 이상 사람들이 잡아오거나, 길들이거나, 그런 식으로 같이 살자고 하거나, 우리가 만든 생활을 동물들에게 강요하거나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또한 더 이상 그들의 야생에 개입하지 말자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이제 인간문명 안으로 동물들을 끌어들이지 말자는 것이다.

사천늑도유적 개뼈 출토상태 부산근대역사관에서는2005 APEC 정상회의개최를기념하여특별기획전『근대외

교의 발자취(1876~1905)』를 열었다(2005.11.8~2006.1.8). 이번 전시는 APEC의 교류와 개방이라는 의미에 발맞추어 근대의 외교라는 주제로 유길준의『서유견문』등 100여 점의 유물을 전시하여 개항, 대한제국, 을사조약에 이르는 과정을 우리 내부 뿐 아니라 외국의 객관적 시각을 빌어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한반도가 열강의 전략적 이해관계 속에서 제국주의 패권다툼의 장으로 휩쓸리게 되는 과정을 국제외교 관계의 측면에서 살펴보았고 아울러 독립의 보전을 위한 구한말 우리 내부의 치열한 정세도 되돌아보았다. 을사조약이 체결된 지 100주기가 되는 오늘날, 한 나라의 분열과 혼란은 주변국들의 개입 여지를 초래하며 자국의 정치상은 다양한 국제관계 속에서 이루어 진다는 역사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근대외교의 발자취 (1876~1905) 포스터

좌측에서부터 독일황제 빌헬름 2세, 청의 광서제, 러시아황제 니꼴라이 2세, 고종황제, 일본 메이지천황, 빅토리아 영국여왕, 루스벨트 미국대통령의 모습. 한반도를 둘러싼 러시아와 일본의 최종대결을 기본 구도로

하여 복잡하게 얽혀있는 국제관계를 묘사하고 있다.

제3회 근현대사강좌 개최

부산근대역사관에서는 지난 7월《근대와 여성》이라는 주제로 강좌를 개최하였다. 이번 강좌에서는

‘근대소설에 나타난 신여성 모티브’, ‘패션으로 본 근대여성’, ‘근대여성과 교육’, ‘소설 속에 드러난 여성 주체’라는 소주제를 통해 근대라는 시간적 공간 속에서 변화하는 여성의 역할과 모습을 살펴보았다.

제 3회 근현대사강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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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물관 2005년 초등교사 역사교실

부산박물관에서는 2005년 8월 1일(월)부터 8월 5일(금)까지 2005년 초등교사 역사교실을 개최하였다. 이 강좌는 부산시교육청의 2005년 특수분야 연수로 지정되었으며, 목적은 일선 현장에서 초등교육을 담당 하는 초등교사의 역사 · 문화에 대한 소양을 높이고 학교 교육과 박물관 교육을연계시켜부산지역향토사교육의수준을향상시키기위한것이다.

부산지역 초등교사 80명을 대상으로「역사수업을 위한 박물관 전시실 활용」등 13개 강좌가 개설되었고, 함안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 대성동 전시관 등을 현장 답사하기도 하였다.

부산박물관 제21기 성인박물관강좌

올해의 성인박물관강좌는 <조선시대 회화사>

를 주제로 하루 2강좌씩 나흘에 걸쳐 총 8강좌 로진행되었다. 이번강좌는우리옛그림에대한 전반적인 개론은 물론 산수화, 풍속화, 화조 영모화, 사군자화, 고사인물화, 계회도 등 세부 분야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와 최근의 다양한 연구 성과까지 아우르는 자리가 되었다.

부산박물관 제5기 박물관대학

2005년 제5기 박물관대학은 "한국의 식생활과 주거문화"를 주제로 24강좌를 9월 8일부터 11월 30일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하였다.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소양을 높이기 위해, 특히 식생 활과 주거문화에 관심을 가진 108명의 시민들의 대상으로 성황리에 진행 되었다. 강의 프로그램과 연계를 위한 현장학습으로 안동, 경주지역의 전통마을과 서원도 2회에 걸쳐 답사하였다.

부산근대역사관‘영화로 떠나는 역사 여행’

부산근대역사관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즈음하여(2005.10) 영화와 역사가 서로 어우러지는 전문 강좌를 구성하였다. 영화와 역사는 각각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공통점을 가지므로 영상자료를 바탕으로 근현대사를 새롭게 재조명해볼 수 있다는 취지에서 진행된 이 행사에서는 임권택 감독의「태백산맥」을 동아대 사학과 홍순권 교수가 강의하는 등 다채로운 영화 상영과 강좌가 이루어졌다.

재일교포 최양일 감독의「피와 뼈」를 관람한 후 해양대학교 동아시아 학과의 김정하 교수 로부터 영화에 대한 강의를진지하게듣고 있는 모습. 행사 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재일 한인의 삶을 다룬「피와뼈」가가장 재미있는 영화로 선정되었다.

복천박물관「손으로 보는 박물관」 열린 박물관을 위한 교육

복천박물관이 시민과 공감하는 열린박물관 운영을 지향하고자 함에 따라 박물관 비수 혜 계층인 시각장애우 (부산 맹학교 학생) 대상으로 2005년 7월 2일(토)과 12월에 박물관 전시체험을실시하였다.

삼한·삼국시대의 토기와 철기 유물의 종류와 형태, 용도, 그리고 여러 가지 문양에 대해 설명을 하고 직접 만져 보게 함으로써 우리의 역사 의식을 고취시키고 학습능력을 배양시키고자 하였다.

복천박물관 문화 비디오 상영

복천박물관 2005년 특별전『선사·고대의 요리』의 전시내용에 대한 이해 증진과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 위해 한반도의 첫사람들 등 14편의 문화비디오를 2005. 10. 19 ~12. 18.(기간 중 매일 2회)상영하였다.

동삼동패총전시관 중학교 특별활동교실

동삼동패총전시관 에서는 지난 하반기 동안 총 2차례의 중학교 특별활동교실 을 운영하였다. 9월 10일(토)에는 대신여 중학교(부산사랑 탐사반) 학생 40명, 10월 8일(토)에는 동평중학교(부산지역 탐사반) 학생 20명이 참가를 하였다 본 강좌는 부산 소재 중학교의 역사문화 관련 특별활동반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강좌는 동삼동 패총 동삼동 패총에 대한 강의와 조개가면 만들기 등의 체험 학습으로운영된다.

2005년 하반기

박물관 교육과 문화체험행사

동삼동패총전시관 절영도 문화유적 탐방교실

동삼동패총전시관에서는 영도구청(문화공보과)과 함께 하반기 동안 총 3차례의 절영도 문화유적 탐방교실을 운영하였다. 절영도 문화유적 탐방교실은 영도구 초등학생 4학년을 대상으로 우리지역 의 향토사를 바로 알리기 위해서 진행된다. 9월 9일에는 상리초등학교(4-1반, 4-2반) 학생 60명, 10월 14일에는 상리초등학교(4-3반, 4-4반) 학생 60명, 11월 11일에는 신선초등학교 학생 47명이 참가를 하였다. 탐방코스는 송덕 비군, 한국근대조선발상유적지, 전차종점, 태종대 등으로서 영도의 문화 유적을 직접 탐방하여 영도의 역사와 문화에 관하여 교육을 받는다.

부산박물관 제6회 허수아비만들기대회

부산박물관은 지난 10월 16일 맑게 개인 가을 하늘 아래 허수아비 잔치가 열었다.

소원을 담은 조롱박을 조롱조롱 매단

<혹부리영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APEC허수아비> 등 다양한 허수아비로 부산박물관 앞뜰은 어느새 풍성해졌다.

이날 참석한 어린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허수아비를만들며즐거운시간을보냈다.

동삼동패총전시관 신석기시대 체험학습

동삼동패총전시관에서는 지난 8월 21일(일)과 10월 2일(일) 두 차례에 걸쳐, 신석기시대 체험학습 행사를 개최하였다. 8월 21일에는‘신석기 시대 장신구 만들기’를 하였으며, 10월 2일에는‘신석기 시대 토기 만들기’행사를 하였다.

이 체험학습은 신석기인의 생활양식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신석기 문화에 대한이해를높이고자운영한것이다. 장신구만들기와토기만들기 에는 부산지역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65명이 참가하였는데, 가족들도 함께 참석하여 신석기 체험학습을 하였다.

동삼동패총전시관 한 여름밤의 오카리나 연주회

동삼동패총전시관에서는 지난 8월 21일(일) 저녁에

‘신석기 시대 장신구 만들 기’의 부대행사로서 오카 리나 연주회를 개최하였다.

이 공연은 부산경남지역 오카리나 동호회‘흙피리’

를 초청하여 이루어졌다.

이 연주회에는“너에게 난 나에게 넌”과 같은 대중가요를 비롯해서“루브라냐의 푸른하늘”과 같은 클래식까지 아름다운 선율의 곡들을 연주해주었다. 이 날은 부산 시민 350여명이 참석하여 높은 호응을 보여주었고, 동삼동 바닷가 한 여름밤의 정취를 만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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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물관 제1회 전통문화체험교실

시민들의 여가와 교육을 위한 제1회 전통문화체험교실이 개최되었다.

총 2주에 걸쳐 실시된 이번 프로그램은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박물관 체험위주의 교육으로서, 성인 대상 <닥종이 인형교실>과, 어린이 대상<우리옷의 전통문양체험>이 각각 실시되었다. 전통 한지의 멋을 살려낸 한지 인형 만들기는 최옥자 강사(한지 공예가)의 진행으로 실시되었으며, 조희진 강사(의생활 강사)의 진행으로 실시된 대천초등학교 학생 대상교육은 조선시대 어린이들의 복식 관련 영상과 활동지 자료뿐만 아니라 타래 버선과 흉배의 문양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활동을 겸하여 학생들의 호응을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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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골마을 당산할배

맞이한 부산신항만

유승훈 (동삼동패총전시관 학예연구사)

지난 11월 초, 황금같은 휴무일을 맞이하여 나는 늘상 하는 식으로 여장을 챙겼다. 검은 륙색에 1/25000 지도, 나침반, 카메라, 보이스펜을 넣은 다음 군것질용으로 빵과 귤 몇 개도 챙겼다. “ 진해시 안골동의 당산을 본 다음에 재빠르게 김해 시내로 들어가 무척산 미륵 김보살까지 만나 볼 것”마음

으로 오늘의 일정을 되새긴 다음, ‘부르릉’차의 시동을 걸었다.

부산시 강서구와 인접한 진해의 용원동에 도착하자 흙모래를 실은 덤프트럭들이 빠른 속도로 내 차를 밀고 지나갔다. 지난 봄에 왔을 때보다도 아파트와 상가들도 상당히 많이 늘었다. 부산 신항만 의 건설과 함께 용원동과 안골동 일대에 배후도시들이 쏜살같이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나의 이마에는 주름살 몇 개가 지어졌다. 안골마을의 당산이 파죽지세로 마주칠 토목공사와 도시개발을 떠올리며 다시 가속페달을 밟았다.

안골마을에 도착한 나는 할머니 몇 명과 면접조사를 끝내고 제당을 찾았다. 마을의 뒤쪽 언덕에 있다는 당산나무는 쉽게 보이지 않았다. 산밑에서 내려 오는 할아버지가 있어 당산을 물었더니 글쎄 할아버지가 바로 욕망산 당산할배의 당산지기가 아닌가. 땀이 등줄기에 젖을 무렵 당산나무에 거의 도착했는데 욕망산의 정상이 눈에 보이는 곳이었다. 할아버지는“이 길은 마을사람들도 찾기 어려운 산길이거니와 허락없이 함부로 제당의 울타리를 넘을 수 없다”고 하였다. 은유적인 표현인데 오늘 내가 재수가 좋다는 말이다.

마을 제당은 프레이져(J.G.Frazer)의《황금가지》를 떠올릴 만한 매우 신령스러운 숲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하늘로 길게 뻗은 당산나무의 가지들이 태양을 가리고, 어디선가 산짐승의 울음소리도 들렸다. 나는 단군신화의 신단수를 떠올리면서 태고적 숲의 영험함에 함뿍 빠져 있었다. “ 태풍 매미 때 벼락에 맞아 가지가 부려졌지만 그래도 손을 못댑니다. 잘못하면 급살을 맞지요”당산지기 할아버지의 눈에도 신기가 돋아나 있었다. 그저 평범한 목공회사 노동자였던 그는 5년전부터 홀로 당산을 모시면서 이 숲 가운데 살아야하는 운명을 맞게 되었다.

그러나 당산에 대한 감탄도 금새 접어야 했다. 나는 마을제당 앞의 마당으로 내려오다가 절벽에서 멈추어 섰다. 안골동과 가덕도의 사이에 펼쳐진 부산 신항만의 거대하고 육중한 몸매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안골마을의 어느 할머니는 바로 그 자리가‘자연이

준 돈바다’였다고 말한다. 각종 어류와 해조류가 넘쳐나는 목좋았던 바다, 어느새 풍요로운 어장은 사라지고 동북아의 허브가 될 거대한 신항만이 들어서 있는 것이다.

나는 환경생태주의자도 더구나 전통을 강조하는 복고주의자도 아니다.

그저 어장을 잃어버린 주민들의 심정과 비슷하게 민속현장이 또 사라졌 다는 상실감에 빠져 있을 뿐이다. 우리는 너무도 무형의 유산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유형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지표조사와 구제 발굴조사를 하는 것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미 시작된 안골 주민들의 이주(移住)와 함께 그들이 수백년간 이어온 민간신앙, 세시풍속과 통과의례, 각종 민담도 역시 마을을 떠나고 있다.

한번 마을을 떠난 무형의 유산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저 허공속으로 사라질 뿐이다. 적어도 유물이 나오면 박물관에 보관할 수 있는 것과는 극히 비교가 되지 않는가. 동북아 물류의 최고 항구로 우뚝 설 부산신항만을 보면서도 안타까워 하는 내 심정, 안골마을의 당산할배는 알고 있을까.

자원봉사자 활동기 |박물관 자원봉사와 APEC

봉수대

부산박물관 전시실안내 자원봉사자로 입문한지 벌써 1년의 세월이 지나가고 있다.

정년퇴직 후 남아도는 시간을 보낼 적정한 일을 찾던 중 공직선배의 조언으로

‘부산광역시명예통역봉사회’회원이 되었다. 자주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일, 한·중(대만)민간외교차원의 일들이 가끔 있었고, 2004년 가을에는 개인적

으로 ITU국제행사에 자원봉사자로 10여 일간 일했다. 매우 보람을 느꼈던 봉사였었다. 그 후 또 할일이 없어졌다. 그때 누군 가가 박물관에 가면 외국인들이 종종 방문하니까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즉시 박물관을 찾았다.

그런데 외국인안내는 커녕 내국인안내도 어려웠다.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부산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전시실의 방대한 자료를 익히는 데는 상당한 공부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봉사라는 것이 일주일에 하루만 나오는 것이라 조금 알만하다가도 며칠 지나면 잊어버리기 십상이었다.

그렇게 차일피일 세월만 흘러가고 있었던 중 맞이하게 된 APEC은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에게 많은 공부를 하게 만들었다. 사실 원래 맡기로 했던 APEC자원봉사지원분야는 공항 등에서 안내를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학예연구실 박 선생께서 나를 박물관봉사로 요청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나는 비상 사태에 돌입해야 했었다. 영문안내 자료를 얻어 읽고 또 읽고, 설명하기 쉽도록 몇 번의 수정·보완을 거치면서 연습을 했다. 영어를 좋아하는 2층 데스크 의 장 선생과 같이 전시실 순회도 여러 번, 심지어는 전에 다니던 영어회화학원 같은 반친구들이 방문했을 때도 영어로 설명하는 등 연습에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였다.

드디어 첫 번째 손님인 미국인 등 일행 3명에게 설명을 했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분들이라 천천히 안내했고 그들은 기대보다는 좋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예상했던 것보다는 외국인 방문객이 적어서 영어에 능통한 젊은 통역원들이 주로 맡았지만 3일째인가 멕시코인과 베트남인 등 11여명이 방문했을 때는 나의 안내차례였다. 그런데 선사실의 인류의 진화과정을 설명하는데 용어가 갑자기 기억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주춤하니까 옆에서 같이 안내하던 최정원 통역원의 표정에 당황한 빛이 감돌고...

방문을 마치고 떠나가는 그들을 전송하는데 버스에 오르면서 그중 몇몇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 “Thank you, Sir.”라고. 다음날 페루 국회의원 3명이 스페인어 통역자원봉사자와 함께 방문했다. 영어를 모르는 분들이라 우리말로 설명하면 통역원이 스페인어로 통역을 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설명을 하면서 이번 APEC을 계기로 많은 공부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외국인들에게는 2층의 전시실보다는 특별전시실의‘조선여인의 미’와‘조선왕조궁중채화전’이 더 관심의 대상이었다. 특히 조선여인의 복식과 장신구에 많은 흥미를 가지는 것 같았다. 왕비의 옷을 입고 수줍은 듯 미소를 띠며 다소곳이 사진촬영에 포즈를 취하던 베트남에서 온 한 젊은 여성의 아름다운 자태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21개국 정상들의 영부인 방문계획으로 유사 이래의 큰 행사를 맞아 특별전시실 설치, 시설정비 및 환경정비 등 귀빈맞이 준비에 여념이 없는 직원들과 대통령경호실 직원들의 분주한 모습을 보면서 15여 년 전 시청 의전계장으로 있을 때 대통령순방맞이 준비를 하느라 몸무게가 무려 4kg이나 줄었던 그때의 내 모습이 생각났었다.

이번 APEC기간 중 봉사는 평소 우리 박물관의 자원봉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물관은 은퇴한 나에게 적정한 일을 시켜주는 곳이다. 무엇보다도 공부를 하도록 만든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심층적 공부가 요구된다. ‘박물관대학’과정도 있다. 또한 의미 있는 답사여행을 하도록 해준다. 일년에 한두 번 국내 유명박물관 여행은 물론 한달에 한번씩 시 주변의 역사유적지 탐방도 한다. 개인별 연구발표회도 있고

‘도슨트’(docent-박물관 전문안내원)가 되려면 소정의 테스트과정을 거쳐야한다.

50여명에 가까운 봉사자들은 30~50대가 대부분이지만 70대 봉사자도 몇 분 계신다. 모두 연령에 관계없이 열정과 봉사정신이 대단한 분들이다. 대학 에서 역사를 전공한 봉사자들도 계시고 학교선생님을 하신 분들도 많이 계신다. 훌륭한 분들 속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얼마 전 이 인숙관장님께서‘우리 박물관은 자원봉사자들이 안계시면 운영이 안될 것 같아요’라고 하셨는데 우리 봉사자들에게 무척 자긍심을 느끼게 하시는 말씀이었다.

11월 8일부터 20일까지 13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근무했던 하루하루가 때론 힘들 때도 있었지만 박물관을 찾아준 APEC 손님들에게 조금이라도 우리 부산을 알렸다는 생각에 흐뭇한 감정을 숨길 수 없다. 그러나 좀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많이 남는 봉사였다. 같이 봉사한 젊은 통역원 들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그들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자원봉사자 활동기

이 수(부산박물관 전시실 자원봉사자)

안골 마을의 당산 할배가 맞이한 부산 신항만|

봉수대

욕망산에서 바라본 부산 신항만 건설현장

참조

관련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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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