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사실관계200)
1) 피고인은 회장실 재무팀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영국령 버진 제도 (BVI, British Virgin Islands, 이하 ‘버진 제도’라고 한다) 등 조세피난처 에 이른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도록 하였다.
2) 피고인과 직원들은 위 페이퍼컴퍼니의 명의로 갑 주식회사의 신 주인수권(이후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주식 취득)과 주식을 취득하여 그 명의 차명 증권계좌로 관리하다가 그 중 일부를 매도하여 양도차익 및 배당소득을 얻었다. 이러한 ‘페이퍼 컴퍼니’는 피고인 등을 대신하여 주 식을 취득하도록 할 특정한 목적 하에 만들어진 것이므로 흔히 ‘특수목 적법인(SPC, Special Purpose Company, 이하 ’SPC‘라고 한다)’이라 불린 다.
3) 피고인은 2007. 5. 31.까지 관할 세무서에 양도소득, 종합소득 과 세표준을 전혀 신고하지 않았다.
나. 판결의 요지
이 사건에서는 조세포탈범의 성립 여부가 직접 다투어졌다. 쟁점이 된 부분은 피고인이 조세피난처인 버진 제도에 설립된 위 특수목적법인
200)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관련 부분을 발췌하였다.
을 이용하여 주식을 취득․매각하여 양도차익을 남기거나 배당을 받고도 과세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행위를 부정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 다.
이에 대하여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2014. 9. 12. 선고 2014노668 판 결)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
오늘날 조 세피난처에 설립된 SPC를 이용하는 행위 자체를 금하는 법규는 존재하 지 아니하고, 이 사건과 같이 BVI에 설립된 이 사건 각 SPC를 이용하 여 주식을 보유하는 등의 투자행위는 합법적인 행위인 점,㉡
동일한 목 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선택 가능한 행동대안 중 조세를 절감하는 방 안을 선택하는 것도 개인에게 주어진 헌법상 보장된 자유인 점,㉢
국내 에서 임직원들의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는 금융실명 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서 금융거래를 실명에 의하도록 하고 이 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으로 정하는 등 원칙적으로 금지된 위 법행위인데 반해, 해외 SPC를 이용하여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는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차명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행 위와 해외 SPC를 이용하여 주식을 보유하는 경우를 같이 평가할 수 없 고, ‘부정행위’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점,㉣
해외 법인이 국내 상장주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증권거 래를 대행하여 줄 금융기관과 계약을 체결하고(이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 는 금융기관을 Global Custodian이라 한다) 위 해외 금융기관이 국내 금 융기관에 국내 상장주식의 거래를 위임하게 되는바(국내 금융기관을 Local Custodian이라 한다), 이 사건 각 SPC를 이용한 국내 주식의 취득 이 금융기관 명의로 이루어진 것은 위와 같은 거래 방식에 따른 것이고,이는 피고인 1이 소득을 은닉하기 위하여 계획하거나 창출해낸 것이 아 닌 점,
㉤
이 사건 각 SPC 보유 계좌의 실질적 수익자(Beneficial Owner)는 피고인 1으로서, 해외 금융계좌 개설시 피고인 1의 인적사항 이 제출되었던 것으로 보이고, 달리 귀속주체를 은닉하기 위하여 출자 구조를 다단계화 하는 방법, 귀속주체의 국적을 변경하는 방법 등의 적 극적인 행위는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이 이 사건 각 SPC를 이용하여 주식을 양도하거나 배당을 받은 행위에 조세회피 목적을 넘어서는 불법적인 ‘적극적 소득은닉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조세포탈죄에서 정한 부정행위 가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 서 이 부분 공소사실은 조세회피 행위로 평가될 수 있으나, 조세회피 행 위를 넘어선 조세포탈에까지 이르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도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 다.
다. 평석
이 사건에서 주목할 부분은 원심과 대법원에서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을 이용하여 주식을 보유하는 등의 투자행위를 조세포탈죄 에서 말하는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핵심적인 근거로 그와 같은 행위 자체를 금하는 법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는 점이다. 원심에서 나열한 사정들 중
㉠, ㉡, ㉢은 모두 그와 같은 행위가
합법적인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과 관련된다. 나아가 원심과 대법원은 피고인 1, 피고인 2, 피고인 3에게 조세회피의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도, ‘불법적인’ 적극적 소득은닉행위가 없기 때문에 부정한 행위에 해당 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조세포탈죄에서 말하는 부정한 행위의 필수구성요건요소인 사전소득은닉행위는 조세회피의 목적을 넘어서 그 자체로 실정법에 의하여 금지된 불법적인 행위이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 히 한 것이고, 이와 같은 태도는 위에서 제시한 개선방안과 궤를 같이 한다고 할 것이다.
7. 장부의 비치․기록의무 위반(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