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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한 행위의 핵심구성요소 - 사전소득은닉행위

가. 사전소득은닉행위의 개념

판례에서 말하는 ‘조세의 부과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 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는 흔히 ‘사전소득은닉행위’

라고 일컬어진다. 위 제1항에서 직접 인용한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대 법원은 사전소득은닉행위와 과소신고 내지 무신고가 결합하여 전체적으 로 부정한 행위를 구성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오고 있다(이른바 ‘포괄 설’, 통설도 같다).51) 제1절에서 열거한 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6항 각 호 의 내용도 전부 사전소득은닉행위의 예시에 해당한다.

나. 사전소득은닉행위의 연혁

대법원이 최초로 사전소득은닉행위에 관하여 언급한 것은 1977. 5.

50) 소순무‧윤지현, 조세소송, ㈜영화조세통람, 2016년, 901면, 한편 중가산세에서의 부정행위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라는 글구는 빼고 조세범처벌법상 각 호의 행위유형만을 뜻하는 것으로 읽어야 한다고 하여 양자를 구분 하는 견해가 있다(양인준, 가산세에 있어서 부정행위의 의미와 판단기준, 조세법연구 21권 3 호, 2015년, 44면)

51) 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1항, 제6항에서는 독일과 달리 과소신고, 무신고행위에 관하여 직접 조 세포탈죄의 구성요건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고, 같은 조 제6항이 예시하고 있는 각 호의 내용 도 전부 사전소득은닉행위의 예시일 뿐이다. 그러나 조세포탈죄의 본질상 과세대상이 되는 소 득이나 그 밖의 담세력을 숨기는 행위에 더하여 과소신고 내지 무신고행위가 수반되어야 조 세포탈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설명이 일반적이다.

피고인은 재봉틀 소매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1974년 7월부터 1976년 4월까지 사이에 재봉틀 3,875대 합계 157,067,150원 치를 판매 하였음에도 소정기간 내에 정부에 개인영업세에 대한 과세표준신고 및 사업소득세에 대한 과세표준확정신고를 하지 않아 1974년도 및 1975년도 개인영업세 3,046,034원과 1973년 및 1974년도 사업소득세 1,791,010원을 면하였다.

10. 선고된 76도4078 판결이다.52) 위 판결의 사실관계를 요약하면 아래 와 같다.

이 사안에서 검찰은 주위적 공소사실로 구 조세범처벌법(1976. 12. 22.

법률 제29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 조세포탈죄를 적용하였 고, 예비적 공소사실로 같은 법 제13조 제2호를 적용하였다. 구 조세범처 벌법 제13조 제2호는 ‘법에 의한 신고 또는 고지에 있어서 고의로 이를 태만하거나 허위의 신고 또는 고지를 한 자에게 50만 원 이하의 벌금 또 는 과료에 처한다.’는 조항으로 현재는 삭제되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조세범처벌법 제9조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한 자를 그 소정 각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하고 또 그 제13조 제2호에서는 법에 의한 신고 또는 고지에 있어서 고의로 이를 태만하거나 허위의 신 고 또는 고지를 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9조에서 말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고 함은 조세의 포탈을 가능케 하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다시 말하여 조

52) 대법원 종합법률정보를 검색했을 때 최초로 사전소득은닉행위를 판시한 사안이다. 이 판결은

‘무신고’와 관련하여 판시하였고, 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도532 판결에서 ‘과소신고’ 관 련 판시를 추가하였다.

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하게 곤란케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 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어떤 다른 행위의 수반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아니한 것은 부정행위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 (생략) 이 러한 견해에서 세법상의 과세표준신고를 하지 아니한 공소사실에 대하여 조세범처벌법 13조 2호에 문죄하고 이를 같은 법 9조 소정의 조세포탈범 으로 보지 아니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이와 견해를 달리한 소론의 논지 이유 없다.”

고 판시하였다.

특이한 점은 이 사건의 쟁점이 단순무신고만으로 조세포탈죄가 성립하 는지 여부이고,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쟁점이 아 니었다는 점이다. 대법원도 구 조세범처벌법 제13조 제2호와의 관계상 단순무신고만으로 조세포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짧게 판시하 였고, 검사의 상고이유53)에 관하여는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이 사안에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의미, 특히

‘사전소득은닉행위’의 필요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시하였는데, 이는 일본최고재판소의 조세포탈죄상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에 관한 해석, 즉 ‘사위 기타 부정한 행위의 의미는 포탈의 의도를 가지고 그 수단으로 써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그 밖의 공작을 행 하는 것이다{最(大)判 昭和 42년(1967년) 11월 8일}’라는 문구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뒤로도 대법원은 부과과세방식54)이나 신고납세방식55)을 불문하고

53) 이 사건에서 검사는 단순무신고행위도 조세포탈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① 관세법의 경우 단순무신고의 경우도 관세포탈죄로 의율하는 점, ② 조세포탈죄의 기수시기 를 ‘신고기간 경과 시’로 규정하고 있고, 인지를 첨부하지 않은 행위도 조세포탈죄로 의율하 는 점, ③ 국세체납죄와의 법정형의 균형을 들었다.

54) 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도532 판결은 양도소득세가 부과과세방식일 때 선고된 판결인

‘어떤 다른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한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 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판시하여, ‘단순히 세액을 신고하지 않거나 과소신고하 는 것’만으로는 조세포탈죄가 성립하지 않고, 그와 더불어 소득이나 그 밖의 담세력을 숨기기 위한 사전소득은닉행위가 수반되어야 조세포탈범 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해석해왔다. 대법원의 위와 같은 태도는, 국가는 납세자가 신고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 납세의무의 존부와 크 기를 조사하여 적정한 세금을 부과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단순 히 신고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늘 형사처벌하는 것은 현실적 으로 어렵고 이론적으로도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는 관점으로 이해된 다.56)

다. 사전소득은닉행위의 개념 표지

대법원에서 사전소득은닉행위에 대하여 추상적인 내용을 설시하고 있기는 하나, 사전소득은닉행위의 개념에 관하여 확립된 정의가 있는 것 은 아니다. 다만 대법원은 다른 행위의 수반됨이 없는 단순과소신고, 단 순무신고에 대하여는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판시하

데, 위 판결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고 함은 조세의 포탈을 가능케 하는 행위로서 사회통 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다시 말하여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어떤 다른 행위의 수반됨 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 또는 고지를 하는 것은 부정행위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할 것이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대법원 1999. 4. 9. 선고 98도667 판결은 과세권자가 조세채권을 확정하는 부과납부방 식의 소득세와 증여세에 있어서 납세의무자가 조세포탈의 수단으로서 미신고·과소신고의 전 (후)단계로서 '적극적인 소득 은닉행위'를 하는 경우에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여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에서 소득은닉행위의 발생 시기는 신고 전후를 불문한다고 판 시하였다.

55)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도13345 판결, 대번원 1999. 4. 9. 선고 98도667 판결 56) 윤지현, 명의신탁 또는 차명거래와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 세무사 35권 1호, 한국세무

사회, 2017, 12-13면

고 있으므로57), 사전소득은닉행위가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하는 행위와는 별개의 행위이어야 함은 분명하다. 소득은 닉행위의 시기는 과소신고 내지 무신고의 전후를 불문한다.58)59)

나아가 사전소득은닉행위에 관한 축적된 판례를 반영하여 입법한 조 세범처벌법 제3조 제6항 제1호 내지 제6호를 보면, 위 각 호에서 열거된 예시들은 공통적으로 사실관계의 가장 또는 은닉행위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60) 따라서 사전소득은닉행위는 과세권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 관계를 조작하거나 은닉하는 행위로 보는 것이 옳다.61) 다만 조세범처벌 법 제3조 제6항 제4호에 규정된 ‘재산의 은닉, 소득 행위 거래의 조작 또 는 은폐’의 경우 그 포섭범위가 분명하지 않은데, 다른 사유들과의 균형 상 제4호의 ‘은닉’, ‘조작’, ‘은폐’도 사실관계 차원에서 가장의 외관을 창 출하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보면,62) 그 의미가 조금은 더 뚜렷해질 수 있 을 것이다. 이 논문의 기본적인 논지가 그러하듯이, ‘사기 그 밖의 부정 한 행위’ 또는 ‘(사전)소득은닉행위’ 개념이 현재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이 그 외연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볼 때, 이와 같은 해석론은 나름대 로 장점이 있다.

57) 대법원 2003. 2. 14. 선고 2001도3797 판결, 대법원 2000. 4. 21. 선고 99도5355 판결, 대 법원 2005. 3. 25. 선고 2005도370 판결 등 다수

58) 대법원 1999. 4. 9. 선고 98도667 판결

59) 부과과세방식의 조세에서 과소신고의 경우 과소신고 후에 소득은닉행위가 행해질 수 있고, 이 러한 경우 ‘사전’소득은닉행위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사전소득은닉행위’

라는 표현이 통용되고 있는 이상 이 논문에서도 ‘사전소득은닉행위’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60) 윤지현, 앞의 글, 8면

61) 대법원도 사전소득은닉행위를 과세대상이 되는 당해 소득(과세표준) 자체를 은닉하는 행위라 고 보았다(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5도9546 전원합의체 판결 소수의견). 다만 과세표 준 등 과세요건은 규범적 개념이므로, 실천적 의미의 사전소득은닉행위는 결국 과세요건에 영 향을 미치는 사실관계를 은닉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62) 윤지현, 앞의 글, 8면. 한편 제4호에서 ‘재산의 은닉’이 일반재산의 은닉의 경우를 포함하는지 가 문제되는데, ‘재산의 은닉’과 병렬적으로 기재된 ‘소득·수익·행위·거래의 조작 또는 은폐’와 의 관계를 고려하면, 이 부분 ‘재산의 은닉’은 과세대상으로서의 ‘재산’을 은닉하는 행위를 지 칭한다고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