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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탈원전 정책 결정은 해당 국가를 탈원전 국가인가 아닌가를 구분짓는 지표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부의 탈원전 정책결정은 정권이 바뀜에 따라 그 결정의 내용이 번복되는 경우가 많아 지속가능성이 비 교적 낮다는 특징이 있다.

본 절에서는 독일, 대만, 이탈리아의 탈원전 관련 정부정책에 대해 서 술하였으며, 스위스의 경우는 정책결정이 정부와 의회 간 긴밀한 관계 속에 진행되기 때문에 정부와 의회의 정책결정과정을 분리하지 않고 본 절에서 일괄적으로 기술하였다.

가. 독일

독일에는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기독교민주연합, CDU, 이하 기민 당)과 진보 성향의 사회민주당(SPD, 이하 사민당)이 주요 정당으로 활 동하고 있으며, 정당별로 원전 정책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사민당은

1979년까지 원전을 지지하였으나, 체르노빌 사고 이후인 1986년 8월에

는 10년 내에 독일 내 원전을 모두 폐쇄하겠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기민당은 원전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1998년 10월 총선 이후 사민당(득표율 40.9%)과 녹색당(득표율 6.7%)은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탈원전 정책(원자력의 단계적 폐지)을 추 진하였다. 2000년 6월 사민·녹색당 연정은 2021년까지 원전을 단계적으 로 폐지하기로 전력회사들과 합의(소위 원자력합의(nuclear consensus)) 하였다. 원자력합의는 원자로의 수명을 32년으로 제한하고 각 원전에 잔여 전력 생산허용량을 할당하고, 할당량이 소진되면 원전을 폐쇄하는 한편 신규 원전건설은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56). 2001년 정부와 4개 전력회사는 당시 19기 원전 중 가장 노후화된 Stade원전과 Obrigheim 원전을 각각 2003년, 2005년에 가동 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 2002년에 는 원자력법이 개정되면서 탈원전 추진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게 되었 는데, 원자력법 개정으로 신규 원전건설이 금지되고, 원전의 수명이 40 년으로 제한되어 2021년까지 단계적이 원전폐쇄가 추진되었다. 이러한 법안 개정에 대해 당시 야당인 기민당의 대표였던 메르켈은 원자력합 의에 반대하며 기민당이 정권교체에 성공할 경우 탈원전 정책을 철회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 선거에서 기민·기사당(기독교사회연합,

CSU) 연합이 승리하여 메르켈 정부가 출범하였으나, 당시 사민당과의

대연정이라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기존의 원전 폐지정책을 유지 하였다.

2009년 총선 이후 구성된 기민·기사당-자유민주당 연합정부는 2022 년까지 17개의 원자로의 가동을 모두 중단한다는 기존 사민당·녹색당 연정의 정책을 폐기하기로 합의하였다57). 2010년 10월, 메르켈 정부는

56) 당시 독일 내 19기 원자로의 발전량을 2,623TWh(평균 수명 32년에 해당)로 제 한하였다.

57) 사민당과의 연정 없이도 과반 구성이 가능했기 때문에 탈원전 정책의 폐기가 가능하였다.

1980년 이전에 건설된 원자로 7기는 2022년에서 8년 더 연장하며, 그 이후 건설된 10기는 가동기간을 2036년까지 14년 더 연장한다고 발표 하였다. 이러한 정책변경의 근거로 원전 폐지 정책에 따라 온실가스 배 출 목표 달성 실패, 전기요금 상승, 전력공급 불안정, 러시아 가스 의존 도 심화 등의 문제가 거론되었다.

그러나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원전 추 진 정책을 폐기하고 다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독일 정부는 즉각적으로 노후 원자로 8기의 운전을 정지시켰고, 5월에 는 2022년까지 모든 원자로를 폐쇄하기로 결정하였다. 이후 독일 정부 는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하는 내 용의 에너지전환(Energiwende)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나. 스위스58)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연방각의(Federal Council)59)는 3월 23일 DETEC(Federal Department of the Environment, Transport, Energy and

Communications, 환경교통에너지통신부)에 현재의 에너지전략60)을 검

58) SFOE(스위스에너지국, 2018.1.18), “Energy Strategy 2050: Chronology”를 바탕 으로 서술하였다.

59) 연방의회에서 4년 임기로 선출된 7명의 각료로 연방각의(행정부에 해당)를 구성 하며, 연방각의는 중요정책을 입안하고 의회에 제안한다. 대통령은 의회에서 7 명의 연방각료 중에서 1명을 연방각료 입각 순서에 따라 매년 윤번제로 선출한 다. 대통력의 직위는 다른 연방장관과 동일하며,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적 지위에 불과하다(주스위스 대한민국 대사관 홈페이지, http://overseas.mo fa.go.kr/ch-ko/brd/m_8041/view.do?seq=637661&srchFr=&srchTo=&srchWord=&

srchTp=&multi_itm_seq=0&itm_seq_1=0&itm_seq_2=0&company_cd=&company _nm=&page=2; 검색일 : 2018.5.25).

60) 1970년대부터 정기적으로 개정되어온 국가 에너지계획을 말한다.

토하고 Energy Outlook 2035를 업데이트 할 것을 지시하였다. 2011년

5월 25일 연방각의는 기존 원자로의 단계적 폐쇄와 신규원전으로의 대

체 금지를 결정하였다. 이에 따르면 가장 노후된 원전은 2019년에 폐쇄 되고, 최신 원전은 2034년에 폐쇄된다. 그러나 기존의 원전을 조급히 폐쇄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하원은 6월에, 상원은 9월에 원전 폐쇄계획을 승인하였다.

의회는 2011년 겨울회기에 원자로의 점진적 폐쇄를 지지하며, 연방 각의에 원자력과 해외 에너지원으로부터 독립된 전력 공급을 보장하는 내용의 포괄적인 에너지전략을 개발할 것을 촉구하는 3가지 발의안을 제출하였다. 2012년 4월 18일 연방각의는 원자로의 단계적 폐쇄가 기 술적으로, 경제적으로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DETEC은 제1차 정 책패키지(the first set of measures)에 대한 법안의 초안을 작성할 것을 지시받았다. 2012년 9월 28일 연방의회는 제1차 정책 패키지에 대한 협 의 과정을 시작하였으며, 이는 2013년 1월 31일까지 계속되었고 이 과 정에서 총 459개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한편, 2012년 11월 16일 녹색당은 ‘원자력 프로그램의 질서있는 퇴 진’이라는 주제로 국민투표를 제안하였으며, 주요 내용은 원전의 가동 기간을 45년으로 제한하여 2029년까지 탈원전을 완료하는 것이다.

연방각의는 2013년 9월 4일 Energy Strategy 2015를 수행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제1차 정책패키지를 채택하고 해당 내용이 담긴 에너 지법 개정안 초안을 제출하였다. 연방의회는 이 초안을 조속한 원전 폐 지를 제안한 국민투표에 대한 간접적인 반대의견으로 평가하였다.

상원 소속 환경·국토·에너지위원회(The National Council’s Environment, Spatial Planning and Energy Committee, ESPEC-N)는 2013년 10월부터 11

월까지 에너지법 개정안 초안에 대한 공청회(comprehensive hearings) 을 개최하였고, 11월 5일 에너지법 개정안을 가결(agreeing)하였다(찬성 17, 반대7). 또한 동 위원회는 2014년 1월부터 10월까지 에너지법 개정 에 대한 상세한 논의를 주도하였고, 10월 28일 위원회는 입법 패키지를 승인(accepts)하였다(찬성 14, 반대 9, 기권 2).

2014년 겨울회기에 상원(The National Council)은 제1차 정책패키지 에 대해 논의하였고, 이를 토대로 연방각의의 초안과 대체로 부합하는 초안을 작성하였다. 또한, 상원은 ‘원자력 프로그램의 질서있는 퇴진’

국민투표의 부결을 권고하였다.

2015년 1월에서 8월까지 하원 소속 환경·국토·에너지위원회(The

Council of States’ Environment, Spatial Planning and Energy Committee, ESPEC-S)가 상기 정책패키지를 검토(address)하였다. 2015년 가을회기 에 하원(The Council of States)은 제1차 정책패키지에 대해 논의하였으 며, 연방각의에서 제안한 내용을 대체적으로 지지하였다.

2015년 10월에서 2016년 1월까지 상원 소속 환경·국토·에너지위원회

(ESPEC-N)는 하원에서 제안한 제1차 정책패키지를 검토하였다.

2016년 봄 회기에 상원은 정책패키지에 대한 두 번째 토론회를 주최 하였고, 이를 통해 많은 쟁점들이 해소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대형수력 발전소 보조금, 건물의 에너지절약 개·보수 관련 세제 혜택 등에 대해서 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또한 상원은 ‘원자력 프로그램의 질서있는 퇴 진’ 국민투표의 부결에 대한 권고안을 공식화하였다.

2016년 여름회기에 하원은 정책패키지에 대한 두 번째 토론회를 주 최하였다. 2016년 가을회기에 상원과 하원은 정책 패키지에 대한 세 번 째 토론회를 개최하였고, 의회는 2016년 9월 30일 제1차 정책패키지를 최종 승인하였다.

다. 대만

대만의 주요 정당인 국민당과 민진당의 원전에 대한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4년마다 있는 총통 선거 이후 어느 당이 집권하느냐 에 따라 대만의 원전정책이 달라진다. 보수적인 국민당은 원전을 지지 하는 입장이고, 진보적인 민진당은 원전 폐지 및 건설 중단을 주장하는 입장이다.

대만에서 1949년 이후 2000년까지 집권해온 국민당은 원자력발전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원전 건설을 추진해왔다. 전체 에너지의 99%를 수입하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대만의 경제 구조 상, 저렴한 비용으로 대 량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1949년부터 1987년까지 계엄령이 선포되어, 유일한 합법정당인 국민당을 제외하고는 일체의 정당 설립 및 활동이 금지되었다. 이 기간 국민당은 ‘경제건설계획’을 추진하며 경제발전과 산업효율성을 내세워 원전 건설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1985년까지 3개의 원전에서 6기의 원자로가 건설되고 제4기 원전건설을 추진하였다.

민진당은 2000년 총통 선거를 계기로 집권에 성공하였으며, 원전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1986년 9월 재야 정치인들을 중심 으로 민진당이 설립되었고61) 같은 해 12월 선거를 통해 의회에 진출하 는 원내정당이 되었으며, 점차 세를 확대해 국민당과 더불어 대만 내 주 요 양당이 되었다. 민진당은 친중국적인 국민당에 비해 대만의 자주권 을 주장하고 있으며 원전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00년 총통 선거에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민진당이 집권하면서,

61) 당시 계엄령 하에서 창당 행위는 불법이었으나, 당시 장징궈 총리가 사실상 민 진당의 존재를 묵인하면서 대만 최초의 야당이 탄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