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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 생산

(1) 제작주체

일본 영화산업에서 극영화의 제작과 관련해서 우선 명확히 해야 할 것 은 제작의 주체의 문제이다. 그런데 그것은 좀더 일반적이고도 중요한 과 제, 즉 일본에서 문화산업과 관련된 독특한 용어법과 분류법에 관한 적절 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다시 말하면 특정한 용어나 분류를 주어진 편의 상의 개념 정도로 기계적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낳은 역사 적 맥락이나 문화적 특징과 함께 이해하는 방식이다. 일본 영화산업에서 제작에 관여하는 특정한 “주체”들을 구성하고 분류해 내는 구조를 파악하 려는 접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 영화회사 = 영화배급회사

우선 영화의 제작주체의 문제를 음악산업의 그것과 비교함으로써 그 특징을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제3장에서 자세히 검토하겠지 만, 음반제작의 경우 그것은 기본적으로 음반회사라는 기업체가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음반회사가 형태나 성격에 있어 상당히 다양해졌을 뿐만 아니라 음악출판사나 매니지먼트 오피스 등 원래 제작 을 주된 업무로 하지 않은 기업체도 이익률이 높은 저작권비즈니스를 위 해 활발히 음반제작을 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음반제작의 주체는 다양해 지고 분화되는 반면, 한 장의 음반을 놓고 보게 되면 그 제작주체는 거꾸 로 복합적으로 뒤섞이는 현상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 고 중요한 것은 일본에서 “음반회사”라는 용어가 어디까지나 제작활동을 핵심으로 삼는 제작집단으로 연상된다는 것, 즉 “음반회사=음반제작회사”

라는 점이다.

한편, 영화의 경우 1960년대까지만 해도 영화회사는 곧 영화제작회사

로서 제작의 실제 주체였지만, 최근에 와서는 자사제작은 1년에 수 편이 고 나머지 대부분은 전문적인 제작회사인 프로덕션에 외주(outsourcing)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영화회사란 사실상 영화 판매회․배급회사가 된 셈이다.68 여기서 “영화회사” 개념을 외주를 맡아 하는 프로덕션까지를 포함한 넓은 의미로의 제작주체로 파악한다면, 음악 산업과 마찬가지로 제작주체의 분산화와 다양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음악산업의 경우와 확연히 다른 것은 기존의 메이 저급 영화회사가 제작능력을 잃어버린 정도가 심하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급과 상영의 영역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음반회사의 경우 예전에는 상당한 영 향력을 행사하던 유통이나 소매의 영역에서는 물러나는 추세이지만, 제작 영역에는 여전히 중요한 주체로 남아 있다. 이런 문제는 “음반회사”나

“영화회사”라는 용어의 단순한 정의나 범위설정의 문제임을 넘어서, 현재

일본에서 각 문화산업 분야의 특징을 읽게 해주는 한 가지 지표이다. 즉, 음반산업에서는 생산이, 영화산업에서는 유통(배급과 상영)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따라서 음반회사는 음반제작회사를, 영화회사는 영화배급회사를 좀더 쉽게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 시점에서 각 문화산업 분야의 국내제작물이 시장점유율에서 나타내는 차 이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나) “대수(大手)”(메이저) 대 “독립계”

현재 일본 영화산업에서 제작영역을 구성하는 주체들을 “대수 영화회

사”(메이저급 영화회사)와 “독립계 프로덕션”(독립프로덕션, 줄여서 독립

프로)이라는 용어로 이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자로는 흔히 3대회 사(대수3사)라고 불리는 東寶(toho), 松竹(shochiku), 東映(toei)가 오 래도록 군림해 왔고, 여기에 1970년 후반 영화업계에 튀어든 角川

68梅田勝司, 映像業界ビジネス (도쿄: こう書房, 2000), p. 17.

(kadokawa)와 1912년에 설립되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日活(nikkatsu) 을 포함하면 5대회사가 된다. 이런 주요 회사들이 촬영소와 전속 배우를 갖추고 자체적으로 영화를 제작할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배급망을 가지 고 흥행까지의 모든 과정을 통괄한 것이 전통적인 일본 영화산업체제로 서 흔히 “촬영소 시스템”으로 일으켜진다. 특히 제작과 배급뿐만 아니라 흥행, 즉 극장상영까지도 통제한 것은 일본 영화업계의 한 가지 큰 특징 이었다. 그런데 그런 시스템은 1960년대 이후 칼라 TV의 등장, 양화의 우세, 제작비의 상승 등의 이유로 점차 쇠퇴하게 되었다.

이런 촬영소 시스템에서 벗어난 형태로 등장한 제작주체가 소위 “독립 계 프로덕션”이다. 그 효시로 간주되는 것은 1950년에 실시된 일본 영화 산업 내의 레드파지로 인해 영화회사에서 추방된 감독들과 전진좌(前進

座)의 배우들이 조직한 프로덕션들이다.69 그리고 독립프로덕션의 역사에

서 1962년에 결성된 ATG(Art Theatre Guild)는 특히 중요하다. 그것은 당시 주요 영화회사의 제작비의 5분의 1에 해당되는 1,000만엔을 가지고 기존체제 바깥에서 비용조달이 어려운 감독과 프로덕션에 지원하고 제작 을 의뢰하는 동시에, 대도시 중심으로 예술영화 전문상영관(아트계 등으 로 불리는 영화관)을 건설하여 독자적인 배급망까지 구축해 나감으로써 감독 중심의 프로덕션을 제작주체로 부각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하였다.

현재까지 사용되는 “독립계”라는 용어는 이런 시대의 역사적 산물이다.

이렇게 괄목할 만한 변화에도 불구 주요 영화회사로 구성된 촬영소 시 스템이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의 일이다. 그렇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고착화된 제작체제 자체의 내적인 요인이 컸다. 그리고 그 해체 과정에서 생긴 틈새를 겨냥하듯 영화와 관계가 없었던 대자본의 기업들이 영화업계에 튀어들어 왔다. 그 대표적인 예가 현재 주요 영화회 사의 하나가 된 출판사 角川이며, 이외에도 영상관련 기업이나 상사, 유 통기업 등이 영화제작을 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1980년대의 커다란 변화 는 이렇게 제작 면에서만 진행이 된 것은 아니다. 나중에 유통의 항목에

69四方田犬彦, 日本映画史100年 (도쿄: 集英社新書, 2000) p. 143.

서 논하겠지만 이 시기 새로운 흥행시스템으로 등장한 시네마 콤플렉스 (cinema complex)와 미니씨어터(mini theater)의 확장으로 인한 흥행변 혁도 기존의 시스템을 크게 흔들었다. 그런데 그 쇠퇴과정은 무엇보다 제 작 면에서 극적으로 드러났다. 공식 통계를 바탕으로 수적으로 보면 1961 년에는 6개의 주요 영화회사만으로 520편의 영화를 가히 제작케 하였던 이 시스템이 1980년대에는 20여 편밖에 낳을 수 없을 정도로 목락하였다.

현재 “독립프로덕션”으로 분류되는 회사로는 약 90개가 있다. “독립계”

라는 용어는 원래 기존체제에서의 자율성을 함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현재까지도 얼마나, 어떤 의미로, 무엇으로 부터 “독립적”인지에 대해서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지금은 독립 프로덕션 중에서도 규모나 영향력, 제작능력 등으로 봐서 영세한 소규모 프로덕션으로 보기가 어려운 회사들이 존재한다. 지향하는 이념적인 성격 에 있어서는 더욱더 그렇다. 사실 1990년대 이후 영화의 제작영역 구성은 더욱더 분산화가 진행이 되어서 소수의 대규모 영화회사 대 독립프로덕 션이라는 단순화된 도식으로는 더 이상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일본에서 영화산업을 논할 때는 지금도 “대수”와 “독립계”의 분류 가 상투화되어 있다.

나아가 이런 인식상의 분류는 두 개의 실제적인 통합조직을 작동케 하 고 있다. 즉, 하나는 東寶, 松竹, 東映, 角川의 4회사가 조직하는 사단법 인 일본영화제작자연맹이고 또 하나는 독립프로덕션들이 결성한 협동조 합 일본영화제작자협회이다. 후자는 일본에서 영화 및 비디오의 제작을 맡아하는 종업원 100명 이하 또는 자본금 5000만엔 이하의 기업으로 구 성된 협동조합으로 1995년 3월에 설립되었고, “조합 상호부조의 정신” 아 래 공동사업을 한다고 강령에 나와 있다(일본영화제작자협회의 HP에서).

이 협회에는 2004년 현재 56회사가 가입해 있다.

그런데 후자에 속하지 않은 소규모 프로덕션들도 존재하고, 나아가 자 주제작과 자주상영의 문화실천을 통해서 활동하려는 더 규모가 작은 영 상제작 프로덕션(개인도 포함)도 존재한다. 일본에서 “자주제작”이라는

말은 세미프로나 아마추어적 제작시스템을 의미하는 인디즈(indies)와 이 념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런 제작의 영역은 영화산업의 주변부 또는 외 곽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최근의 인디즈의 부흥에서 극히 중요한 역할을 지니고 있다.

1980년대까지의 일본 영화사는 주요한 몇 가지 대수영화회사들, 그

리고 대수 대 독립프로덕션이라는 제작의 주축으로 기술될 수 있지 만,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의 상황은 더 이상 이런 틀로는 재현하기 어 렵게 되었다.

(다) 제작자(製作者)와 제작자(制作者) - 제작영역의 역학관계

이와 같은 제작의 주체에 대한 검토는 그것들간의 관계에 대한 검토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한 한 가지 실마리는 제작기제의 분산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상영된 영화의 정보를 보면 메이저급 영화회사가 “제작

자”로 기록되거나 사회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그 이

유는 제작비를 지불해서 영화의 판권을 사서 자회사의 유통망을 통해 개 봉했기 때문이다. 한편, 실제로 영화제작의 창조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프 로덕션은 “제작협력” 등으로 기록되었다. 이에 일본 영화업계에서는 제작 비를 부담해서 판권을 가진 측을 “제작자(製作者)”로, 실제로 전문적인 제작을 담당한 측을 “제작자(制作者)”로 한자를 구별해서 표기하는 경우 가 많다. 다시 말해 제작자(製作者)는 출자 측이고 제작자(制作者)는 현 장 측이다. 주요 영화회사들은 제작자(制作者)로서의 위치에서는 물러났 지만 여전히 제작자(製作者)로 남은 셈이다. 그리고 흥행성을 엄두에 두 는 출자자로서 실제 제작과정에도 여러 가지 간섭하게 된다. 이렇게 제작

자(制作者)의 제작자(製作者)로의 종속적 관계는 일본 영화산업의 한 가

지 특징이다. 일본에서는 프로덕션이 제작자금을 이끌어 오는 데에 취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극히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결국 대자본의 영화 회사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렇게 “하청”이라 불리는 외주구 조는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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