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접속 부사의 의미 기능
3.2.1. 시간적 관계: 그리코
후기 중세 한국어 시기에 시간적 관계를 나타내는 접속 부사는 ‘그리코’
시간적 관계 (temporal relation)
계기/선후 관계(sequential) 동시 관계(simultaneous) 逆계기 관계(counter-sequential) 인과 관계
(causal relation)
원인(cause) 이유(reason) 목적(purpose)
논리적 관계 (logical relation)
연접(conjunction) 이접(disjunction) 대조(contrast) 조건(condition) 양보(concession)
양보적 조건(concessive conditional)
만이 확인된다. ‘그리고’에 대해 <표준>에서는 “단어, 구, 절, 문장 따위를 병렬적으로 연결할 때 쓰는 접속 부사”라고 뜻풀이하고 있다. ‘그리코’는
‘그리-’에 연결어미 ‘-고’를 결합하여 축약된 형태며 연결어미 ‘-고’는 고대 한국어에서부터 ‘’, ‘遣’, ‘古’ 등의 형태로 생산적으로 사용되었으나 이와 비슷한 통사적 기능을 가진 접속 부사 ‘그리고’ 어형은 19세기경에 이르러서야 그 모습을 소수의 용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2) 우리는 후기 중 세 한국어 시기에 접속 부사로 파악된 ‘그리코’가 문장에서 어떠한 의미 기능을 나타내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코’는 아래 (1)에서와 같이 접속 부사의 쓰임을 확인할 수 있다.3)
(1) ㄱ. 宣和 己亥예 처믜 辱이 더러이 아니 너겨 나 命야 校 2) 이금영(2016: 223)에서는 접속사 ‘그리고’가 19세기경에 나타난다는 견해
(김미선 1998, 안주호 2000, 2002)에 대해 아래의 예시를 들면서 접속 부 사로서의 ‘그리고’는 18세기에서부터 사용되었음을 주장한 바 있다.
ㄱ. 온낭 각기 티 그리고 금낭티 초라 미로다 <빙빙전 1:133>
이금영(2016: 218~219)에서는 위의 (ㄱ)의 문장을 “달같이 그리고 금낭같 이”로 해석하여 ‘그리고’가 문장이 아닌 구를 접속하고 있는 접속 부사로 파 악하였다. 그러나 본고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재고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근대 말기부터 개화기까지 ‘그리고’류의 용례들을 살펴보면 이처럼 구와 구를 연결하는 기능을 하는 용례가 매우 드물다. 아울러 이 문장의 바로 앞부분을 조금 더 살펴보면 “빙빙이 금낭과 요션툐와 월긔탄을 보내여 님별의 은근
믈 브치니 븡이 바다 손의 쥐고 아연 탄식 왈”을 통해 빙빙이 이별한 상황을 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해당 용례는 “달 같이 그리고 금낭 같이 갖춰 라”의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따라서 본고는 이 용례에서의
‘그리고’는 ‘그리다(畵)’의 활용형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한편, 아래(ㄴ)과 같이 16세기에 ‘그리고셔’의 용례도 보이긴 하나, 같은 시기에 ‘그리고’가 독립적으로 쓰인 용례를 확인할 수 없는 점과 17~18세기 에 ‘그리고’의 자료 공백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본고에서는 ‘그리고’의 출현 시기에 대해 19세기로 보고자 한다.
ㄴ. 이날사 인 계오 리니 보내다 여 그제사 울며셔 저 나
와 보려니와 병 든 시기 제 오라비 보내고 더 용심 거시니 죽거든 알외고라 도더라 그리고셔 네 아바님려셔 자내 나 살아 내고라
여 그 녀 내여 보내도더라 <순천 115:4>
3) (1ㄴ, ㄴ′)은 이금영(2016: 219)에서 제시한 예문을 인용한 것이다.
正야 證라 코 그리코 너비 宗匠애 마와 부텻 매 마조 힘 丙午애 날와 南山애 모다 疏 講論며 經을 推尋야 (宣和己亥 初辱不鄙命予校證 旣又遍質宗匠務契佛心 越丙午 復會予南山討疏尋經) <법화 서:21b>
ㄴ. 어마님이 니샤 너 머교려 니라 그리코 뉘으처 니
샤 나 드로니 녜 여셔도 쵸미 잇거 (母曰 欲啖 汝 旣而悔曰 吾聞古有胎敎) <내훈 3:13a>
ㄴ′. 어마님이 오 너를 먹이고져 니라 이윽고 뉘우처 오
나 들오니 녜 여셔 침이 잇다 호니 <소언 4:4b>
(1)에서는 ‘그리코’가 앞 내용과 뒤 내용을 순차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으로 연결해 주는 기능을 하며 이는 해당 한문 원문에서 ‘旣’나 ‘旣而’에 대응하 는 양상을 보인다.4) (1ㄱ)은 “… 나에게 명하여 교정하여 입증하라 하고, 그렇게 하고 또 널리 종장에게 질정하여 …”의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나
‘그리코’가 한문 원문에서 “곧, 즉시, 이윽고”의 의미를 나타내는 부사 ‘旣’
와 대응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 나에게 명하여 교정하여 입증하라 하고, 그리고 또 널리 종장에게 질정하여 …”의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문맥상 더 자연스럽다. 따라서 (1ㄱ)의 ‘그리코’는 [계기/선후 관계]의 의미 기능을 나타내는 접속 부사로 파악된다. (1ㄴ, ㄴ′)은 동일한 한문 원문에 대응하 는 다른 언해문에서 ‘旣而’가 각각 ‘그리코’, ‘이윽고’로 번역되는 용례인데,
‘그리코’가 해당 문장에서 [계기/선후 관계]를 표현하는 ‘이윽고’로 대체할 수 있기에 부사어의 성질이 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1ㄴ) 도 [계기/선후 관계] 의미를 나타내는 접속 부사로 파악된다.
따라서 후기 중세 한국어 시기에 ‘그리코’가 극소수의 언해 자료에서
4) ‘旣’와 ‘旣而’는 고대 중국어로부터 “즉시, 곧”의 의미를 나타내는 부사로 사 용되어 왔다. 아래의 용례를 통해 해당 한자어가 연결사로서의 쓰임을 확인 할 수 있다.
ㄱ. 楚成王以商臣为太子,既欲置公子职。 『韩非子·内储说下』
ㄴ. 昔李斯与包丘子俱事荀卿,既而李斯入秦。 『盐铁论·毁学』
[계기/선후 관계]만의 의미 기능을 하는 접속 부사의 쓰임을 확인할 수 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