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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테르가 인식하는 인간 및 인간이 사는 지구의 실체는 비참하리만큼 초라할 뿐 아니라, 우주 전체에서 보면 인간은 감지조차 되지 않는 아주 미미한 동물일 따름이다. 광막한 우주 공간에 비교하면 먼지 알갱이처럼 지구에 기생하는 벌레 같이 보잘것없는 존재이면서도, 자신의 이런 모습과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이 대단한 존재인 양 자기도취에 빠져 환상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무한히 거만하면서도 자기에만 유독 영혼이 있다는 것을 무슨 특권처럼 자랑스러워한다. 『체스터필드 백작의 귀』에 서, 유독 인간만이 왜 영혼을 갖겠다고 하는지 궁금하다는 사이드락의 질 문에 대한 구드맨 사제의 대답에서 나타나듯이343), 볼테르는 영혼이 있다 고 자부하는 인간이 유별나게 영혼을 갖겠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인간이 타고난 탐욕과 허영심 때문일 것이라고 간주한다.

이와 같이, 볼테르는 신은 인간에게 감정과 사념을 주기에 충분한 권능 을 갖고 있기에, 영혼이라는 굳이 보이지도 않는 낯선 원자가 구태여 인간 에게 필요치 않음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기독교 사제와 교회는 영혼의 존재 를 부각시켜 영혼의 구원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죽은 자의 영혼을 더 좋은 곳으로 보낸다는 빌미로 죽은 자의 가족으로부터 막대한 부를 긁어내는 극심한 타락상을 보여준다. 특히, 기독교에 있어 영혼과 관련 된 문제는 기독교 교리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주제이므로, 볼테르는 영혼 에 대한 일련의 의문을 통해 영혼의 존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기독교의 뿌리를 흔들려 한다.

또한 볼테르는 인간의 운명과 관련하여, 인간의 운명이 직접적으로 연관 이 없어 보이는 사건이나 현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미친다고 여길 뿐 아니라, 인간이 운명을 따르는 것이지 인간이 운명을 좌우하지 않 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인간의 행복과 불행이 정해진 운명이나 예기치

343) Les Oreilles du compte de Chesterfield in Romans et Contes, tomeⅠ, op.cit.,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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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은 우연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보는 그에게는, 인간이란 시시각각 변화하 는 운명에 따라 예정된 삶이 뒤바뀔 뿐더러, 운명에 좌우되어 일어나는 온 갖 시련을 겪으며 운명에 휘둘리고 휩쓸려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인간이 그렇게 나약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인간사에 있어 결정 요인이 인간을 초월한 운명에 있지도 않고, ‘초월적인 존재’ 곧 ‘절대자’에 의해 모든 것이 좌 우되고 이루어진다고도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기독교 사제와 교회는 신이 세 상의 일이나 인간사에 일일이 개입하고 신의 섭리에 따라 모든 일이 결정되고 이루어진다는 이른바 ‘섭리주의’를 교묘히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면서 광신과 독선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볼테르는 우주가 존재하는 이상 우주의 창조자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물주’로서의 신이 존재해야만 한다고 믿는 것이 옳다고 여기는 그가 ‘자연 법’의 입법자로서의 신을 인정하는 이유는, 사회생활에 있어 도덕의 토대가 필 요할 뿐 아니라 신은 그 토대 역할을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기 독교 역시 완벽하게 된 ‘자연법’일 따름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초 자연적인 존재를 인정하는 동시에 인간사나 세상의 일을 모두 신의 섭리로 돌 리는 경향이 있는 기독교로부터 종교적 맹신과 광신이 어쩔 수 없이 생겨난다 는 점이 볼테르에게는 문제가 된다.344) 따라서 그는 종교적 맹신과 광신으로 야기된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면서, 사랑과 평등을 내세우는 기독교 사제가 엄 격한 계급제도를 만들고 종교의식에 집착하며 불의와 쾌락에 빠져 사회의 부 패 및 병리적 상황을 조성한다고 지적한다. 그리하여 그는 절대적 권력을 지 닌 세속의 군주로서 지상의 신으로 군림하던 교황 및 엄청난 특권을 누린 고위 사제들, 이익과 욕망의 노예가 되어 필요에 따라 존재하는 사제들의 종교적 전횡과 폐단, 형식적인 종교의식과 계율에 대한 집착, 신의 뜻과 이름을 빙자한 성전聖戰에 대한 몰입을 부추기고 세뇌하는 풍조, 사소한 교리를 둘러싼 논쟁에서 비롯된 종파간의 대립, 신의 존재에 대한 그릇된

344) 볼테르에 의하면, 종교적 맹신에 의해 야기된 죄악이나 해악이 종교적 광신에 의한 것보다는 역사 속에서 덜 두드러지더라도, 종교적 맹신에 의해서도 일상적이고 소소한 수많은 온갖 죄악이 초래된다. 예를 들어 친구를 헤어지게 한다거나, 친척을 갈라놓는다 거나, 광기어린 손으로 선행을 행하는 현자를 박해한다거나 하는 등이다. Le Fanatisme ou Mahomet le prophète, Mille et une nuits, 2006, p. 17.

인식과 해석에서 기인하는 종파간의 알력과 다툼, 수많은 무고한 사람의 피를 흘리게 한 종교재판의 실상과 논리, 다른 종교나 다른 종파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 종교적 불관용으로 이어지는 맹목적인 종교적 광신을 신랄 하게 비판한다.

볼테르의 이와 같은 기독교 비판 중에 신의 이름을 빙자하여 저질러지는 교황과 사제들의 군림과 특권 남용 및 교회의 악습에 대한 비판, 그리고 신의 뜻을 빌미로 삼는 신탁과 성전의 논리에 대한 비판은, 그가 추구하는

‘절대자’로서의 신의 개념이 생겨나게 하는 주요인이 된다. 또한 사제들의 전횡과 폐단에 대한 비판 및 종교의식에 대한 그의 비판은 사제도, 교회 제도도, 종교의식도 필요로 하지 않는 ‘절대자의 종교’의 기본 틀을 이룬 다. 그리고 교리에 대한 사소한 견해 차이와 논쟁에서 비롯된 참화와 잔학 행위에 그의 비판은, 기독교를 대체하기 위해 그가 열망하는 ‘절대자의 종 교’의 토대인 이신론을 구상한 주된 요인 중 하나이다. 더 나아가, 그는 종 파나 혹은 종교 간의 알력과 다툼에 대한 비판을 통해 ‘절대자의 종교’를 제시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이신론을 정당화한다. 특히, 그는 종교재판과 화 형으로 대표되는 기독교의 잔혹 행위와 종교적 광신에 비판을 통해, 독단 적인 종교인 기독교에 대한 대안으로서 이신론을 내세우면서 이신론을 세 상에 실현하기를 열망한다. 결국, 그는 종교적 광신과 불관용에 의해 야기 된 파괴와 살육에 비판을 통해, 종교적 광신과 불관용과 맹신에 사로잡힌 기독교를 대체할 이신론이 사회에 받아들여지도록 치열한 투쟁과 활동을 전개한다.

Ⅲ.1. 인간의 존재와 운명

Ⅲ.1.1. 인간의 연약함과 환상

『미크로메가스』에 나오는, “시리우스라는 별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 중 하나에 매우 총명한 젊은이가 있었는데, 그가 우리의 작은 개미집을 마 지막 여행지로 들렀을 때 나는 그를 아는 영광을 누렸다. 그의 이름은 미 크로메가스였는데, 그것은 모든 거인들에 아주 합당한 이름이다.”345)라는 설명에는, 무한한 우주에서는 크기라는 것이 모두가 서로 상대적이라고 보 는 볼테르의 특유한 개념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 토성의 아카데미 서기관은 키가 육천 ‘피에 le pied’(옛날 길이의 단위. 약 0.3248 m)나 되는 거인이지만, 미크로메가스가 보기에는 난쟁이일 따름이 다. 그러므로 지구상에 아무리 높은 산도 지구의 크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듯이, 우주 전체에서 보면 인간은 감지조차 되지 않을 수 있는 아주 미미한 동물일 따름이다. 이처럼 인간은 개미집 같은 지구에서 개미처럼 바글대고 있는 왜소하고 연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이면서도, 자기 모습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자기도취에 빠져 살아가고 있다. 바테를로Ghislain Waterlot는 『미크로메가스』에 나오는 이 내용과 관련하여 볼테르가 드러 내려는 것을 이렇게 지적한다.

볼테르는 인간의 힘을 상대화하기를 좋아한다. (…) 볼테르는 18세기 전반에 로 크가 그 대표 인물인 경험주의적 전통에 충실하여, 감각에 대한 인식과 일반적 으로 감지될 수 있는 경험에 대한 인식의 토대를 놓는다. 이것은 우리 인간의 지각 능력과 관련된 인식이고, 좁게 한정된 인식이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토성 인의 판단으로는 토성인들이 자신들의 62개의 감각과 토성을 둘러싼 환과 5개 의 달과 더불어 너무도 제한된 인식을 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토성인은 인간 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346)

345) Micromégas in Romans et Contes, tomeⅠ, op.cit., p. 19. “Dans une de ces planètes qui tournent autour de l'étoile nommé Sirius, il y avait un jeune homme de beaucoup d'esprit, que j'ai eu l'honneur de connaître dans le dernier voyage qu'il fit sur notre petite fourmière; il s'appelait Micormégas, nom qui convient fort à tous les grands.”

바테를로의 지적처럼, 위에 인용된 『미크로메가스』에서의 설명을 통해 볼테르가 의도하는 바는, 인간의 힘을 상대화함으로써 광대한 우주 전체에 서 볼 때 너무도 작은 곳에 불과한 지구 위에 미물처럼 살아가는 인간이 한낱 미미하고 연약한 존재임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즉, 인간보다 엄청나 게 더 많은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들이 너무도 제한된 인식을 한 다고 여기는 토성 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감각과 지각 능력이야말 로 정말 보잘것없는 것일 따름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이러한 사실과 자신 이 처한 상황을 깨닫지 못한 채, 미물에 불과한 자신이 마치 우주에서 대 단한 존재인 양 착각하며 살아간다. 따라서 볼테르의 시각에서는, 인간이 이런 착각과 자기도취에서 벗어나 자신의 실상과 자신이 놓인 상황을 자각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굴모Jean Goulemot에 따르면, 이 작품에서 볼테르는 만물에 있어 상대 주의를 부각시키면서, 무한한 우주에서 크기라는 것이 모두가 상대적이라 는 자신의 특유한 개념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키 작은 사람들에게 있어 키 큰 사람도 가장 큰 사람들 사이에서는 작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또 한 무지하게 보이는 사람도 현명한 사람으로 드러날 수 있으므로, 무지는 지혜로 바뀔 수 있고, 소위 지혜는 무지로 바뀔 수 있다. 그리고 지구상에 아무리 높은 산도 지구의 크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듯이, 우주 전체에 서 보면 인간은 감지조차 되지 않을 수 있는 아주 미미한 동물일 따름이 다. 결국, 이 작품에서 볼테르가 의도하는 바는, 인간의 힘을 상대화함으로 써 광대한 우주 전체에서 볼 때 너무도 작은 곳에 불과한 지구 위에 미물 처럼 살아가는 인간이 한낱 미미하고 연약한 존재임을 상기시키는 것이

346) Ghislain Waterlot, Voltaire le procureur des Lumières, Michalon, 1996, pp.

77-78. “Voltaire se plaît à relativiser la puissance des hommes. (…) Fidèle à la tradition empiriste dont Locke est le grand représentant dans la première moitié du 18e siècle, Voltaire fonde la connaissance sur les sens et l'expérience sensible en général. C'est une connaissance relative à nos facultés perceptives, une connaissance étroitement limitée. Quand on songe que le Saturien du conte estime qu'avec leurs soixante-douze sens, leur anneau, leur cinq lunes, les Saturiens bénéficient d'une connaissance hélas trop bornée, que faut-il penser de la situation des hom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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