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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3주차: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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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주차: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1. 스마트 폰 보급현황과 이용행태 2 멀티미디어로서의 모바일 미디어

3. 모바일 미디어의 특징

2007년 애플사의 아이폰 출시 이후 불어 닥친 스마트폰 열풍은 과거 유선에 묶여 있던 인터넷 환경을 모바일 미디어 환경으로 확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유선에서나 가능했던 웹 검색이나 게임,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모바일 미디어에서 가능해졌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을 통해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보급이 폭발적 으로 확대되면서 교통, 금융, 교육,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형태의 모바일 미 디어 어플리케이션들이 확산되고 있으며 모바일 미디어를 통한 웹 정보검색 또는 웹서핑 활용도 보편화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이동통신 도구나 단순 웹 검 색기기를 넘어서 생활전반에 없어서는 안 될 도구로 자리 잡은 것이다.

모바일 미디어는 기존의 매스 미디어와 인터넷이 통합되고 거기에 이동성, 개인성, 효용성 그리고 무선에 의한 연결성이 강조된 미디어이다. 사람들은 언 제나 어디서나 모바일 미디어를 가지고 있으며 사소한 일이라도 모바일 미디 어를 통해 해결하려한다. 기존의 휴대전화가 작은 액정화면과 인터넷접속시의 비싼 요금 때문에 통화와 텍스트 서비스에 기능이 몰려 있었다면, 모바일 미디 어는 무선으로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 인해 휴대 전화의 기능을 뛰어 넘어 개인의 욕구와 필요를 충족하는 정보와 오락 그리고 사회적 관계의 수립과 유지 및 강화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 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기존 미디어와 스마트 폰과 같은 모바일 미디어의 가 장 큰 차이점은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사용자 자신의 필요를 충족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뿐만 아 니라 개인마다의 필요성에 따라 특정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세 상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다

가. 개인성

모바일 미디어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이동성(mobility)을 바 탕으로 정보획득이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편재성(ubiquity)과 오락성 (entertainingness), 개인화된 타겟팅으로 인하여 자신의 전용 단말기를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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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는 개인성(personal identity), 사용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위치 확인성(localization)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나. 휴대가능성

다. 관계형성의 확장자

유선 인터넷 기반의 대인매체와 비교했을 때 원하는 때에 언제 어디서나 원 하는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휴대 전화는 면대면 채널과 가 장 유사한 사회관계망을 매개하고, 특히 문자메시지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사회 관계망은 면대면 사회관계망에 비해 더 선별적이고 친밀하다. 휴대전화의 음성 통화나 문자메시지는 이메일이나 메신저에 비해 자기노출과 일상적인 수다나 잡담 형식의 대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대인 결속감을 강화시키는 데 유리 하다. 또한, 휴대 전화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과의 강한 유대(strong tie)를 더욱 돈독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같은 현상을 일컬어 휴대 전화를 통 한 ‘가상의 보호막(tele-cocoon)’ 또는 ‘가상의 공존감(virtual co-presence)’

이 형성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휴대전화는 청소년·대학생의 교우관계 ,어머 니와 자녀 관계, 연인관계, 부부관계 , 유학생 공동체 등 각각의 관계 유형에 서 사회적 메시지의 교환을 보다 원활하게 한다.

라. 유용성

4. 모바일 미디어와 중독

중독 현상과 DETOXICATION을 위한 기사모음

토요판 커버스토리]디지털 음악인의 디지털 디톡스 서울 도전기

동아일보---기사입력 2013-08-03 03:00:00 기사수정 2013-08-03 09:10:59 스마트폰을 껐다… 2년 사귄 여친 번호가 안 떠오른다

디지털 음악인 왕두호 씨(27)가 ‘디지털 없이 살아 보기’에 도전했다. 왕 씨는 하루에 15시간씩 컴퓨터를 활용해 음악을 만들고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친구들 과 소통해 왔다. 3주간의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한 그는 “우리 세대에게 스마 트폰과 컴퓨터는 물이나 공기만큼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1986년에 태어난 필자는 디지털에 길들여진 음악인이다. 컴퓨터로 음악을 작곡하고 녹음해 돈을 벌고 있으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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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음악가’라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른다.

나의 일상은 또래들과 엇비슷하다. 아침 8시, 스마트폰 알람이 울리면 누운 채 로 e메일을 확인한다. 혹시 누가 내 페이스북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지 않았 는지, 오늘의 날씨와 주요 일정도 챙긴다. 씻고 나서 바지에 다리를 꿰고 엘리 베이터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도 스마트폰은 항상 곁에 있다. 오늘 뉴스는 무 엇일까? 누리꾼 사이의 화제는? 어제 스포츠 경기 결과도…. 차에 오르면 내 비게이션 안내와 함께 오늘 나온 신곡을 음악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으로 들으며 스튜디오로 출근한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 컴퓨터, SNS…

컴퓨터와 각종 음악 장비의 전원을 올리면 업무 시작이다. 음악 관련 장비는 이제 디지털이 대세다. 여전히 음질 때문에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전문가도 일 부 있다. 하지만 품질, 관리 비용, 편리성 모든 면에서 디지털의 완승이다.

작곡도 이제는 컴퓨터의 몫이다. 60만 원대 작곡 전용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면 더는 악보를 그리거나 복잡한 녹음기계를 다룰 필요가 없다. 하루에 15시간 이상 들여다봐야 할 정도로 믿고 의지하는 든든한 ‘동반자’다. 두세 시간 집중 하면 노래의 윤곽이 잡힌다. 중간 결과물을 mp3로 바꾸고 e메일에 실어 고객 에게 보낸다. “데모 확인하세요!”라는 카카오톡 메시지와 함께.

이런 와중에도 스마트폰은 쉴 새 없이 울리고 징징댄다, 대화를 나누는 도중 스마트폰의 달력을 꺼내 방금 나눈 내용을 그대로 입력한다. 그러면 당분간 상 대방의 이름이나 용건 혹은 약속 시간을 따로 기억할 필요가 없다. 따지고 보 면 스마트폰은 나의 ‘수첩’을 넘어 ‘두뇌’의 일부다.

사람과의 만남도 줄었다. 새롭게 누군가를 만나는 것 자체가 귀찮고 낭비적인 일이었다. 작업 도중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토스트 가게 아줌마와 중국집 배달원이 전부다. 좁은 공간에 하루 종일 틀어박혀 컴퓨터만 들여다보 고 있어도 결코 외롭지 않다.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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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이탈은 불안 그 자체

변화의 계기는 우연히 찾아왔다. 지난달 초. 비가 세차게 내리던 새벽. 작업을 거의 마치고 결과물을 보내려는 찰나 갑자기 인터넷 연결이 끊겼다. 순간 아무 일도 진척시킬 수 없었다. 잠시 일을 미루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SNS에 연결된 이들을 찾았다. 무언가 불안했던 탓이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었다.

스마트폰으로 SNS 친구들에게 댓글을 남기고 채팅창의 지인을 호출했지만 답 이 없었다. 막막하고 고립된 기분은 꽤 오래 지속됐다.

이런 경험이 영향을 끼쳤는지 ‘디지털 디톡스’에 호기심이 쏠렸다. 과연 나도 디지털과 단절돼 잠시라도 살 수 있을까. SNS 친구가 아닌 진짜 친구들은 잘 들 살고 있을까?

소극적인 ‘디지털 디톡스’에 도전하기로 했다. 우선 다음과 같은 5가지 원칙부 터 실천하기로 했다. 일주일간 적응 기간을 가진 뒤 스마트폰을 끄고 구식 휴 대전화를 사용하기로 맘먹었다.

<적응 기간에 지킬 원칙>

1. 하루에 컴퓨터를 만지는 시간은 4시간만.

2. 모든 일정 관리는 종이 다이어리로, 가능하면 암기.

3. 스마트폰을 꺼내기 전엔 반드시 목적 말하기.

4.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하루 3회만 확인.

5. 지인이라면 SNS 댓글이 아닌 전화로 안부 묻기.

일주일 만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컴퓨터를 하루에 4시간만 쓴다는 원칙이 종종 깨졌다. SNS는 순전히 습관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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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본격적인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첫 주가 시작됐다. 4년 전에 쓰던 피 처폰을 꺼내 이동통신 대리점을 찾았다.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LTE 사용자는 구형 방식의 기기로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하단다. 고심 끝에 지인의 ‘011’ 번 호를 잠시 빌렸다.

이후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전화를 걸어 온 상대방이 누군지 알 수 없었다.

습관처럼 무서운 게 또 있을까. 전화는 물론 문자메시지(SMS)를 주고받을 때 도 상대방이 누군지 미리 알고 의사소통했던 것이다. 가장 크게 난감했던 것은 함께 일하는 이들의 번호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심지어 적어두지도 않았다 는 점이다. 2년을 만난 여자 친구의 번호도 떠오르지 않았다. 기억 속에 남은 번호란 집 전화와 나의 휴대전화뿐이었다.

이틀째가 되자 목소리로 상대를 유추하고 답하는 요령이 생겼다. “누구시죠”라 는 질문도 당당하게 건넬 수 있었다. 정작 문제는 자판이었다. 우리 손은 이미 스마트폰의 큼지막한 자판에 익숙해져 있었다. 결국 문자 대신 통화로 모든 의 사소통을 해결했다.

4일째. 스마트폰을 잠시 켰다. 지인의 전화번호가 반드시 필요했다. 오랜만에 접한 스마트폰 액정은 마치 노트북만큼 커 보였다. 순간 스마트폰의 진동이 수 십 차례 반복해 울렸다. 밀린 카카오톡 메시지다. 이를 애써 외면하고 전화번 호부를 열어 필요한 전화번호들을 노트 위에 적어 내려갔다. 냉장고 안의 치즈 케이크를 보고도 눈을 질끈 감는 것 같은 상황이랄까.

5일째. 지갑에 넣어 둔 자그마한 종이 전화번호부를 꺼내 번호를 일일이 누르 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특별히 불편하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자주 전화를 거는 몇몇 번호, 특히 가족과 여자 친구 번호는 자기 전에 암기한 덕분인지 기 억이 났다. 나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하루하루 날이 흐를수록 피처폰엔 적응이 돼 갔지만 다른 근심이 쌓여 갔다.

바로 스마트폰에 중요한 메시지가 쌓여 있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바로 그 것이다. 특히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만 확인할까 하는 욕구가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확인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스마트폰을 쓰지 않은 채로 6일 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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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째 되던 날,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됐다. ‘잠깐만 확인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켰다. 수많은 작업 상담 의뢰 문자가 쏟아져 나왔다. 일 주일간 수많은 고객을 놓친 것이다. 이후 나는 스마트폰을 끌 수 없었다. 그렇 게 나의 첫 디톡싱 시도는 일주일 만에 실패로 돌아갔다.

디지털 기기 없이 노래를 만들 수 있을까?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흐른 7월 중순 약간의 오기가 생겼다.

‘이번에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동료 음악인들은 “말도 안 된다”고 코웃음 쳤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음악 작 업은 녹음은 물론 편집과 편곡까지 모두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지한다. 우리가 듣고 있는 음악은 모두가 디지털의 산물인 셈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작곡, 편곡 등 음악의 모든 과정은 물론 작사까지도 워 드프로그램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컴퓨터가 없던 시절에도 비틀스는 명반을 만들었고 김광석의 앨범은 지금 들어도 가슴 절절하다.

우선 장비부터 도전했다. 컴퓨터 없이 녹음할 수 있는 구형 장비가 필요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음향장비 업체를 찾았다. “PC 없이 녹음해 보고 싶다”

는 요청에 업체 사장님이 먼저 말렸다. 순간 20년 전쯤 아버지가 큰맘 먹고 구입했던 오디오 세트에 들어있는 테이프 녹음기가 생각났다. 직접 믹서에 연 결하고 녹음해 봤다. 성공이었다.

후배 여가수를 설득해 녹음에 나섰다. 테이프 녹음 방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쉬 지 않고 한번에 마쳐야 한다. 다행히 녹음에는 성공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나 쁜 음질은 뒤로 하더라도 편집 자체가 불가능했다. 테이프를 잘라서 붙이는 방 법이 있다지만 이제껏 한 번도 가위질 편집은 해본 적이 없었다. 불가능한 미 션이었다.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악보 그리기였다. 소설가가 노트북이 아니라 원 고지에 작품을 쓰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도전이었다. 악보는 일견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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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럴까?

요즘은 연주만 하면 컴퓨터가 악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형식에 맞게 그려 주는 시대다. 마지막으로 펜을 꺼내서 악보를 그려 본 시점이 떠오르지도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오선지에 멋들어지게 제목을 쓰고, 음표를 그리는데 묶는 방법 과 방향이 잘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심지어 쉼표 모양조차 헷갈렸다. 교과서 를 참고해 어렵사리 악보를 그리고 난 뒤 심각한 회의감이 밀려왔다. 내가 누 리고 있는 것들, 내가 만들어 내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과연 나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가 500년 전의 사회로 시간여행을 한다면, 그 원시 사회에 현대 인 류의 위대한 발명품과 지식을 얼마만큼 전수해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 이 들었다.

1996년 아버지가 적금을 깨서 사 오셨던 PC는 하나의 가전제품이었다. 그러 나 이제 컴퓨터는 신체의 일부다. 나 혼자서는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 한 존재라는 것. 그리고 의존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는 만만치 않았다. 그것이 바로 내가 체험한 디지털 디톡스의 의미였다.

왕두호 디지털 음악인·기타리스트 fourplay@gmail.com

[토요판 커버스토리]디지털 새장 밖으로

동아일보--기사입력 2013-08-03 03:00:00 기사수정 2013-08-03 04:12:37 “전원 꺼! 전자毒 빼자” 美 디지털 디톡스 캠프 체험기

7월 26일 오후 6시경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연방정부청사 맞은 편. 경찰과 행인들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이곳 미션 스트리트에 200m가 넘는 긴 줄이 섰다. 20대는 물론이고 중장년층까지 다소 쌀쌀한 날씨 에 옹기종기 붙어 입장을 기다렸다. 오후 7시부터 시작되는 이날 행사는 성인 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도심 여름캠프. ‘독을 뺀다’

는 뜻의 디톡스가 미용과 건강을 넘어 디지털 세상까지 확산되고 있는 현장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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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입구에는 ‘여러분은 이제 디지털 기기가 없는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팻말 이 보였다. 행사를 기획한 비영리 법인인 ‘디지털 디톡스 (www.thedigitaldetox.org)’는 공지를 통해 하룻밤 동안 이어질 연락 두절에 대해 가족, 직장 동료, 지인들에게 미리 알려 놓을 것을 당부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디지털카메라 등 디지털 기기의 반입이 일절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는 유비쿼터스와 인연을 끊는 순간이었다. 3층 건물과 야외 마당이 있는 커뮤니티센터인 ‘프리스페이스’의 수용 공간을 고려 해 주최 측은 500명 정도로 신청을 제한했지만 소용없었다. 1500명이 넘는 인 원이 참가 신청을 해 결국 먼저 오는 순서대로 입장시키기로 했다. 절반 가까 이가 되돌아가야 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닉네임을 정하도록 되어 있다.

실명 나이 직함을 밝히지 않는 것이 이곳의 불문율. 자칫 캠프가 다른 모임처 럼 비즈니스 인맥을 쌓는 장소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오직 닉네 임으로만 서로에게 불릴 뿐이다.

▼ 폰-디카 맡기고 본명-직함 비공개… '참나'만 입장 ▼

다음은 디지털 기기를 맡기는 장소. 업무상 손에서 스마트폰을 떼기가 쉽지 않 은 기자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맡기라고 하자 갑자기 불안해졌다. 취재차 왔 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예외 인정을 요구했지만 답은 ‘노(No)’였다. 실랑이 끝 에 겨우 디지털카메라만은 허용됐다. 디지털과 온라인 세상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캠프를 찾은 사람들이었지만 막상 관문 앞에서는 누구나 두려움과 망설 임 증세가 나타났다.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주부 로라 릴리스 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휴대 전화와 아이패드를 맡기고 들어가기가 겁난다. 아이들과도 항상 연락해야 하고 이것으로 무언가 계속 사람들과 끈을 맺고 있다는 안도감을 유지했다”고 말했 다. 디지털 기기를 맡기길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행사 진행요원들은 미소를 지 으며 벽에 걸린 문구를 가리켰다.

‘다시 이어지기 위해 단절한다(Disconnect to reconnect).’ 트위터로 누군가 를 팔로하고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며 이어져 왔던 인간관계를 잠시 멈 추는 대신 다른 차원에서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세계, 그것이 슬로건이 었다. 수긍한 듯 하나둘씩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았다. 모두 600여 명이 들어가 는 데 2시간이 족히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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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라도 멀어질 수 있다면”

닉네임 ‘탱고’는 처음 만난 사람들과 1층에 만들어진 텐트 안에서 느긋이 기대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실명을 알려 달라고 했더니 “규칙이 아니다”라며 웃으 며 사양했다. 명함을 건네는 것도 “여기서만은 그러고 싶지 않다”며 거부했다.

다만 ‘30대로 컨설팅 회사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는 정도만 공개했 다.

‘디지털의 메카’로 불리는 실리콘밸리에서 자란 그는 한순간도 인터넷이나 모 바일로 접속돼 있지 않으면 일상을 유지할 수 없는 디지털 폐인이었다. 연신 울려대는 스마트폰, e메일을 한시라도 체크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중압감, 습관적으로 들어가 보는 페이스북에 지쳐 가는 자신을 봤다. 그는 “매일 끝도 없이 이어지는 비즈니스 관계에서 잠시 떠나고 싶어서 참가했다”고 말했다. 그 는 디톡스 캠프에서 학교 시절 추억,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 가정의 일상사 등 을 화제 삼아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옆에 있던 한 중 년 여성이 “이건 디지털카메라인데…”라며 장난스레 손으로 렌즈를 가렸다. 이 날 이런 기기를 소유한 사람은 기자가 유일한 듯했다. 일부는 농담으로, 또 다 른 사람들은 심각하게 “뭐 하는 사람이냐”고 추궁해 댔다.

텐트 옆 탁자에는 타자기가 여러 대 놓여 있었다. 크리스티안 씨(닉네임 펠리 컨 브리프)는 느릿느릿 자판을 눌러 대면서 마치 장난감을 다루듯 흥미로워했 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 리면서 일하는 ‘디지털 헤비 유저(Digital Heavy User)’라고 스스로를 소개했 다. 그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만 타자기 자판의 아날로그적 느낌이 낯설면 서도 새롭다”고 말했다. 이어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없이 몇 시간 동안 지내본 적이 없는데 오늘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옆에서는 한 연인이 타자기로 상대방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번갈아 가며 써내 려 가고 있었다. 뒤에서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시간을 잊은 것처럼 다른 세계에 빨려 들어갔다.

3개 층에 걸쳐 마련된 실내 캠프에는 곳곳에 미끄럼, 보드 게임, 매듭 매기 등 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보이스카웃과 걸스카웃의 캠프를 연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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켰다. 참가자들은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워했다. 그러나 일부는 혼자 동 떨어져 이런 분위기를 어색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번이 두 번째 참가라고 밝힌 트래비스 시글러 씨(닉네임 토플리스)는 “충분히 그럴 만하다”며 처음 캠 프를 찾았을 때의 경험담을 얘기했다.

“사람과 얼굴을 맞대고 있으니 처음에는 상대편 눈을 제대로 쳐다보기도 어려 웠어요. 무슨 얘기를 꺼내야 할지도 모르겠고…. 자연히 눈은 아래로 내려갔지 만 불행히도 손 안에 스마트폰이 없으니까 불안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눈을 맞추고 생각을 나눠 가면서 디지털 후유증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성인들의 모임이지만 이곳에선 알코올을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갖가지 향의 차들과 유기농 음식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 속에서 일부는 명상에 잠기기 도 하고 요가에 몰두하기도 했다. 포토부스 앞에도 긴 줄이 생겼다. 디지털 디 톡스에 나서는 자신들의 이유를 담은 팻말을 들고 즉석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 는 공간이었다. ‘자유로워지기 위해’ ‘눈에 휴식을 주기 위해’ ‘하이킹하려고’

‘경청하기 위해’ ‘섞이기(Mix) 위해’ ‘진짜로 수다를 떨기 위해’…. 갖가지 팻말 을 들고 그들은 잠시나마 디지털 세상과 멀어지길 바랐다.

몇 시간의 놀라운 체험

이번 여름 캠프 참가자들은 디지털 기기를 맡긴 뒤 모닥불 옆에서 담소를 나 누거나 타자기를 두드리며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되살렸다. 리부트·디지털 디톡 스 제공자정이 가까워지면서 사람들은 하나둘씩 야외 마당으로 나갔다. 운동장 만큼이나 넓은 이곳에선 모닥불이 곳곳에서 피워지고 있었다. 영어교사로 일하 는 30대 초반의 여성 엘런 헤드릭 씨(닉네임 가브로슈·영화 ‘레미제라블’에 등 장하는 소년 혁명가 이름). 그녀는 이 모닥불 앞에서 6월 14일부터 3박 4일 동안 야외 캠프에서 타올랐던 모닥불을 떠올렸다.

▼ 보드게임-모닥불… 어, 모르는 사람들이 확 다가온다 ▼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북쪽으로 두 시간 반가량 걸리는 너바로의 캠프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행복함을 느꼈다고 했다. 집에 휴대전화를 두 면서 ‘96시간 동안 별일이 없을까’라는 걱정이 컸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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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인사’를 한 250여 명의 참가자들은 당시 우스꽝스럽고도 멍청해 보일 정도로 자신을 열어놓았다.

“오늘 캠프처럼 어떤 디지털 기기도 갖고 들어갈 수 없었을뿐더러 당시엔 시 계도 갖고 갈 수 없었어요. 시간이 사라진 공간에서 적응이 쉬웠다면 거짓말이 겠죠. 집으로 돌아올 때 난 스마트폰이 아니라 해와 별과 달을 보면서 세상의 시간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어요.”

헤드릭 씨는 그날 경험으로 이날 캠프의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비슷한 이유로 봉사에 나선 사람만 30여 명에 달했다.

모닥불 옆에 마련된 테이블에는 많은 꽃이 놓여 있었다. 참석자들은 서로 머리 에 꽃을 꽂아 띠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스콧 매켄지가 부른 유명곡 ‘샌프란시 스코’의 가사처럼…. 1960년대 후반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존 체제와 문화에 반 발해 일어나 미 전역으로 퍼졌던 ‘히피 문화’가 문득 겹쳐졌다. 당시 반전운동 과 맞물려 기존 사회통념과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성의 회복, 자연으로의 복 귀를 강조했던 히피 문화의 21세기판을 보는 듯했다. 그런데 현대사회를 지배 하는 디지털 문화를 거역하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일까.

새벽이 다가오면서 참가자들은 캠프를 하나둘 떠났다. 캠프를 나서던 데이비드 그린 씨(커뮤니티센터 프로그램 매니저)는 “나는 ‘디지털 중독’을 넘어 스마트 폰은 나의 외부 두뇌이고 스스로 사이보그처럼 느꼈다. 몇 시간 동안이라도 이 를 떨쳐낼 수 있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 놀라웠다. 오늘 사람들과 모두 터놓고 얘기할 수 있어서 행복한 에너지를 채우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미국에 번져가는 디톡스 운동

‘디지털 기기 안 쓰는 날’에 참가한 이유를 적은 팻말을 들고 있는 3월 참가자 들. 7월 2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디지털 디톡스 여름 캠프에서도 같은 이벤트가 열렸다.미국에 일고 있는 ‘디톡스 운동’은 이 단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뉴욕 맨해튼에 헤드쿼터를 둔 비영리 시민단체인 리부트 (Reboot·다시 부팅하기)도 2010년부터 매년 하루를 정해 24시간 동안 ‘디지털 기기 안 쓰는 날(NDU·National Day of Unplugging)’ 행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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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북의 아성에 도전하는 기업인 ‘레코드 세터’의 최고경영자(CEO) 댄 롤 먼 씨와 MTV네트워크의 그레그 클레이먼 수석 부사장 등 미디어 업계의 내로 라하는 인물들이 힘을 모아 이 단체를 만들었다. 유타 주의 한 산에 오른 롤먼 씨는 금요일 밤 일몰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순간을 사람들과 공유하겠다는 생 각에서 이 단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에서 떠나 있었던 그 감동 을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 3월 1일 열린 NDU 행사(nationaldayofunplugging.com)에는 50개 주와 111개국에서 모두 2만8000여 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이 지인을 통해 행사 내용을 알린 사람은 전 세계 1850만 명에 이른다. 이곳은 유대인 시민단 체인 ‘안식일 성명(Sabbath Manifesto)’과도 공동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주 일에 하루는 모든 일상에서 떠나 자신을 돌아보자는 취지의 운동을 펼쳐 온

‘안식일 성명’은 그 하루를 ‘디지털 없는 세상’으로 정해 리부트와 함께 ‘NDU 행사’를 펼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앞으로 디지털에서 떠나 있는 동안 무슨 일 을 했는지 사례를 모아 전파하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기술에 중독된 10, 20대의 젊은이를 위한 여름 캠프도 급속하게 퍼지 고 있다. 리스타트(www.netaddictionrecovery.com)는 중독에 빠진 청소년과 젊은이들을 이끌고 45일간 진행되는 캠프를 떠난다. 워싱턴 주 폴시티에서 이 런 캠프를 차린 전직 심리치료사 힐러리 캐시 씨(60)는 “우리가 하는 일은 결 국 그들의 부모를 위한 일이다. 캠프에 들어오는 젊은이들의 부모들이 너무 많 은 시간을 온라인에서 허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계들도 현대인이 디지털에 과도하게 빠져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온라인스쿨 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미국인들이 온라인에 파묻혀 있는 시간이 5년 전에 비해 117% 증가했다고 전했다. 지금은 훨씬 심각할 것 으로 추정되지만 2009년 기준으로 미국인들이 평균 주당 32.7시간(하루 약 5 시간)을 온라인에 빠져 지낸다는 통계다. 영국 BBC는 올 1월 “디지털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클리닉과 캠프 등이 올해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 다”고 전했다. 미국 호텔과 리조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쓰지 않으면 숙 박료 등을 할인해 주는 ‘디지털 티톡스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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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집으로 돌아와 기자도 작은 변화에 도전했다. 잠자는 머리맡에 항상 두 었던 스마트폰을 치우고 집 전화기와 알람시계를 갖다 놓았다. 연락은 집 전화 로 받고 깨는 시간은 알람시계에 맡기기로 했다. 스마트폰은 회사의 연락을 받 기 위해, 또 알람기능 때문에 침대 옆에 둔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는 딴판이었 다. 잠자기 전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 포털사이트를 한 번씩 둘러보지 않고는 잠들지 못하고, 시간이 길어지면 가끔은 불면의 새벽을 보내곤 했다. 물론 나 와 연결된 다른 사람들은 꿈쩍도 않는데 나 혼자만의 변화로 디지털의 구속력 을 떨쳐 버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가족들과 마주하는 식탁에 스마트 폰을 올려놓는 습관 같은 건 버릴 자신이 생겼다.

샌프란시스코=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토요판 커버스토리]나는 왜 디지털 디톡스 운동에 뛰어들었나 기사입력 2013-08-03 03:00:00 기사수정 2013-08-03 07:39:01

디지털 과로로 쓰러져 사표 내고 여행… 전기 없는 섬에서 ‘진짜 인간관계’

배워

‘디지털 디톡스’법인 설립 펠릭스씨

그와 연락이 닿기는 쉽지 않았다. 휴대전화 통화는 자동응답으로 넘어갔으며 남겨 둔 메시지에도 답이 없었다. 수차례 e메일을 보낸 끝에 짧은 답신이 왔 다. 2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캠프에서 보자고 했다.

‘e메일이나 전화보다는 얼굴을 보고 나누는 대화가 편하다’는 추신과 함께.

지난해 ‘디지털 디톡스’라는 비영리법인을 만든 레비 펠릭스 씨(28·사진)는 요 즘 미국에서 뜨거운 인물. 뉴욕타임스(NYT) 뉴요커 폭스뉴스 NPR 등 미 주류 언론이 그의 활동에 주목한다. 미국에서 ‘현대인들이 중독된 디지털의 독(毒)을 빼자’는 새로운 운동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에 망가진 인생”

7월 26일 오후 7시부터 열린 캠프에서 그를 만났다. 펠릭스 씨는 손님들을 맞 을 준비가 마무리되자 뜻을 같이하는 자원 봉사자 30여 명과 함께 손을 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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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의식을 치렀다. 캠프의 모토인 ‘누가 신나는가(Who's excited)’를 모 두들 외쳐 대면서 한 명씩 나와 즐거운 이유와 감사하는 대상을 밝혔다. 마지 막 차례가 돌아오자 그는 “이 자리에 내가 있다는 것이 고맙고, 세상의 빛을 보게 해 준 부모님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그의 생일이었 다.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에서 심리학과 민속음악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벤처 기업인 코즈캐스트의 부사장으로 2009년까지 일했다. 지금도 잘나가는 기업인 이곳에서 그는 한순간도 디지털 기기에서 눈과 손을 뗄 수 없었다고 한다. 기 업의 자선 및 기부 활동을 위한 디지털 전략과 광고 캠페인 전략의 자문에 응 하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 는 것이 그의 주 업무였다. 그는 “잠든 시간을 제외하고는 아이폰 통화와 e메 일과 SNS 체크 등 온라인 세상에 묶여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과로로 쓰러졌다. 사무실에서 3일 동안 목에서 피를 토하는 바람에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병원에 있으면서 그는 ‘인생의 우선순위가 뭔가’ 하는 회의에 빠졌다고 밝혔다. 퇴원 후 그는 회사를 무작정 그만두고 여자친구인 브룩 딘과 2년여간 세계 여행을 떠났다.

그렇지만 디지털은 중동과 같은 사막지역이나 태국 미얀마와 같은 밀림에서도 그의 꽁무니를 쫓아왔다. 그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이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는 주제로 동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사회 변화와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커뮤니티 리더들을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이 작업은 캄 보디아의 외딴 섬에 들어가면서 끝을 보게 된다. 그의 동영상 올리기도 이날로 막을 내렸다.

섬 주민은 9명에 불과하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식수는 빗물로 해결하는 곳 이었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죠. 인터넷과 문명의 이기를 전혀 누릴 수 없었으니까 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행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인 6개월을 이 섬에 머물렀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진정으로 깨달았 습니다.”

그는 왜 디지털 디톡스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짧게 “그 섬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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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살았던 세상에 가져오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 “엄만 나보다 스마트폰이 더 중요해?” 네 살 아들 항변에 정신 번쩍 들었 죠 ▼

시민단체 ‘리부트’ 매니저 셰비츠씨

막연하게 그려 온 구상을 좀 더 구체화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2년여 만에 돌 아온 ‘속세’의 달라진 모습이었다.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 친구들이나 옛 동료와 식사 자리를 가질 때 상당히 충격을 받았어요. 같은 공간에 머물면서 모두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고개 를 숙이고 있었어요. 그저 같이 있는 것일 뿐, 관심은 온라인 세상에 가 있고 현재 있는 곳에서의 대화는 겉돌았죠. 심지어 야외 캠핑을 가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질 못하더군요.”

디지털에 갇혀 있으면 인생이 피폐해질 뿐 아니라 끝장이 날 수 있다는 절박 한 생각이 들자 그는 곧바로 ‘디톡스’를 위한 회사를 설립하고 다양한 이벤트 를 기획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캠프 그라운디드(Camp Grounded)’는 며칠 동안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독을 뺄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한 번 참가한 사람들은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거나 다음 번 캠프에 다시 참가하곤 한 다. 펠릭스는 “플러그를 뽑아 디지털 세계에서 절연할 기회가 있다면 심리적 중독이나 육체적 습관에서 벗어나 진정한 연결의 세계를 열수 있다”고 말했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뉴욕에 거점을 둔 비영리 시민단체인 리부트(Reboot)의 전국 커뮤니케이션 매 니저를 맡고 있는 타냐 셰비츠 씨(42·사진). 리부트가 3월 1일 주최한 ‘디지털 기기 안 쓰는 날’ 행사 때 그가 내건 슬로건은 ‘아들과 기차놀이를 하기 위해 서’였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등에서 16년 동안 신문기자로 일해 온 그녀는 올해 초 이곳에 합류했다. 한시라도 온라인 정보에서 눈을 뗄 수 없고 바깥세 상에 귀를 열어 둬야 하는 기자였던 그가 디지털 기기와 멀어지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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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만난 그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생활의 일부분이 돼 버린 스마트폰 인터넷 등과 결별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한 뒤 “살이 찌면 다이어트를 하고, 음주가 과하다 싶으면 절주를 하듯이 균형을 잡는 작업의 일 환일 뿐”이라고 답했다.

네 살, 열 살짜리 아들을 둔 엄마로서 그가 ‘디지털 디톡스’ 운동에 뛰어든 계 기는 역시 자녀 때문이었다.

“한번은 네 살 된 아들이 무슨 말을 하려고 옆에서 절 붙잡고 계속 부르는 거 예요. 그때 스마트폰에 문자가 도착했다는 알람이 연달아 울려서 만지작거리며 보고 있는데 아들이 한마디 외치면서 울음을 쏟아 내더군요. ‘엄마는 나보다 스마트폰이 더 중요해’라고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마침 절친한 지인이 함 께 디지털문화의 폐해를 바로잡는 활동을 해보자고 제안해 리부트에 발을 들 여놓게 됐다.

그는 “디지털 기술이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임계점) 를 넘었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나도 그랬지만 모든 신호음에 곧바로 대응해 야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덕분에 셰비츠 씨는 요즘 네 살 아들이 좋아하는 기차놀이를 자주 한다. 식 탁에 절대 스마트폰을 올려놓지 않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시간 등 아이들과 있을 때는 스마트폰의 사용을 자제한다는 원칙을 꾸준히 지 키고 있다. 이후로 아이들이 달라졌느냐고 물었다. “열 살 아들이 마인크래프 트(인터넷 게임)에 흠뻑 빠져 있었는데, 요즘은 많이 줄었어요. 결국 자녀들은 부모를 보고 배우잖아요.”

[분수대] 우리는 왜 SNS에 중독되는가? 아마도 온라인 인정투쟁 중 [중앙일보] 입력 2013.08.17 00:51 / 수정 2013.08.17 00:51

맹렬히 페이스북을 하면서도 찜찜한 기분이 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뉴스피드를 도배하는 광고들, 맞춤형이라며 제공되는 ‘알만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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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할만한 페이지’ 추천 등이 거슬린다. 평소 무심코 올린 나의 게시물, ‘좋 아요’ 반응, 친구관계 등을 분석한 결과다. 상대에게 간파당하는 불쾌한 느낌.

곧 페이스북을 성토하는 게시물을 올린다. 그리고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좋아 하는지 지켜본다.

 최근 SNS에서 인기를 끈 ‘벨기에 초능력자’ 몰래카메라 영상이 있다. 독심술 로 오토바이 색깔, 이성관계, 허리 뒤 나비 문신, 지난달 지출내역과 계좌번호 까지 줄줄이 맞혔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지만, 정작 비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있었다. 온라인 보안을 강조한, 벨기에 금융연맹의 공익광고다. ‘SNS는 인생의 독’이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디지털 시대 권력변동에 주목하는 미래학자 니코 멜레는 『거대 권력의 종말』

에서 ‘디지털 농노주의’를 우려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의 프로덕트 매니저인 앤서디 드로시가 처음 쓴 말이다. “아마추어 창작자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같은 사이트에 현혹되어 자신보다는 미디어 플랫폼에 이득을 가져다주 는 흥미로운 콘텐트를 만들기 위해 돈과 시간,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중세 시 대의 농노처럼 창작자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땅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그 땅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텀블러(사진공유SNS) 등 다른 누군가가 소유하고 있다.”

 SNS에 만연한 편가르기식 설전에 지쳐 활동을 접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떠 날 때도 조용히 사라지기보다는 ‘퇴장의 변’을 밝힌다. 막상 완전히 떠나는 건 쉽지 않다. 대부분 금세 돌아온다. 이런 ‘중독자’들 덕에 페이스북 사용자만 이 미 전 세계 11억 명이 넘는다.

 인기 끈 SNS 게시물 하나만 더. ‘SNS 백태’다. “미니홈피-내가 이렇게 감수 성이 많다. 페이스북-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 블로그-내가 이렇게 전문적이 다. 인스타그램(사진공유SNS)-내가 이렇게 잘 먹고 다닌다. 카카오스토리-내 자랑+애자랑+개자랑. 텀블러-내가 이렇게 덕후(오타쿠)다” 등.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은 ‘내 자랑’ ‘내 과시’다. SNS가 바로 ‘온라인 인 정투쟁’의 장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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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고 싶다. 그러려면 청중이, 관객이 필요하 다. SNS는 많은 사람들에게 서로가 인생의 주인공임을 말하고, 서로의 청중이 되어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누구도 진짜 주인공이 아니고, 누구도 진짜 청중이 아닌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 이 공간이 서글프다.” 영화평론가 최 광희의 글이다. 물론 이 글도 SNS에서 퍼왔다.

양성희 문화스포츠 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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