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속에서 공간정보는?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 (bnchoe55@naver.com)
2025년 2월 어느 날의 시작
2025년 2월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었는데 머리가 좀 찌뿌둥하다. 스마트 홈에 물으니, 혈압이 높아졌다고 한다. 최근 이틀에 한번 꼴로 술을 마셔 간 기능이 떨어졌고, 당뇨수치도 조금 높아졌다고 한다. 로봇이 혈압에 우엉차 가 좋다고 한잔 준다. 술을 줄이고 하루 만 보 이상 걸으라는 잔소리도 듣는 다. 드론이 아침에 배달한 싱싱한 표고와 천마로 로봇이 만든 아침을 먹고, 현관에서 차에 몸을 싣는다. 좌석이 알아서 뒤로 젖혀지고 조용한 음악이 흐 르면서 차가 출발한다. 사무실로 가는 길에 오늘 일정을 듣고, 오후에 있을 사내 스크린 테니스 경기 참가를 신청한다.
기술 변화의 방향성: 초연결과 초현실 그리고 초지능
이것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간 삶의 방식이 혁명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예상 을 기반으로 한 상상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 같은 새로운 기술에 의해 사람과 사물 그리고 공간이 서로 연결되어 정보와 지식 을 공유하고 상호 작용하여 일어난다(김대호 2016). 기기들의 상호 작용으 로 빅데이터가 생산되고, 인공지능이 알아서 의사결정을 한다. 일례로 제품 과 매장에 설치된 센서, 카메라가 제품과 쇼핑객의 이동을 감지하여 결제까 지 자동처리하는 무인판매 매장이 있다(한국경제 2018). 탑승자가 아닌 인공 지능이 대신하는 자율주행자동차가 2025년까지 미국에서 전체 자동차 수의 10%가 넘을 것이라는 예상이다(클라우드 슈밥 2016).
이와 같은 새로운 기술 변화의 방향성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
2 국토 제436호(2018. 2) 국토시론
과 사물의 연결(초연결), 현실공간과 사이버공간이 연결된 융합공간(초현실), 초연결과 초현실 환경에 서 의사결정(초지능) 관점으로 갈래를 잡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공간정보는 이 세 개의 방향성에서 도대 체 무슨 의미를 가지며,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
초연결-공간정보: 삼라만상의 위치기반 소통망
초연결은 사물인터넷 등을 기반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 어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와 같은 초연결은 고속도로 하이패스처럼 이미 진행 중이다. 향후 전 세계적으로 2025년까지 1조 개 이상의 센서가 인터넷과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World Economic Forum 2015).
그런데 스스로 알아서 주행하는 자동차나 원거리에 물건을 배달하는 드론은 주변 어디에 무엇이 있 는지를 알아야 운영할 수 있다. 이는 사물이든 사람이든 동물이든 삼라만상이 위치를 기반으로 연결되 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것이 지상, 지하, 실내 어디에 있든 연결되어야 하며, 움직이는 것 이든 아니든 그것의 위치는 언제나 실시간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라만상을 언제 어디 서나 끊김 없이 연결시키는 고정밀 위치소통망을 구축해야 한다.
초현실-공간정보: 다양한 콘텐츠를 담는 플랫폼
초현실은 사물인터넷, 사이버물리시스템 등을 기반으로 현실공간과 사이버공간이 연결되고 융합되 어 만들어지는 또 다른 공간을 말한다. 현실국토에 대한 사이버국토1)(공간정보)가 이미 활용되고 있 다. 예로 2천만 대가 넘는 자동차, 우리나라 인구의 90% 이상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서 사이버국토 활용이 일상화되었다. 또한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활동이 현실국토와 연결되는데, 예로 O2O(Online to Offline)가 대표적이다.
현실국토와 사이버국토 사이의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연결은 물리적 객체들의 위치를 나타내는 공 간정보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공간정보가 현실국토 위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콘텐츠를 담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공간정보가 콘텐츠 플랫폼 역할을 하려면 현실국토의 객체와 이를 표현한 사 이버국토의 공간객체 사이에 일치성이 있어야 한다. 현실국토에 대한 추상화 수준이 낮은 사이버국토, 현실객체와 공간객체의 위치 차이가 최소화된 사이버국토가 구축되어야 한다. 또한 현실국토의 변화가 사이버국토에 반영되는 기간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실국토와 사이버국토가 융합된 사이버 물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1) 여기서 사이버국토는 현실국토를 추상화한 전자공간을 의미하며, 사이버공간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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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지능-공간정보: 공간 의사결정 인공지능
초지능은 인간이 아닌 완전히 다른 이질의 존재가 인간 수준에 근접하는 지능을 갖게 되는 상황을 말한 다. 사물인터넷이나 자율주행자동차, 로봇들이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실시 간으로 쏟아낸다. 빅데이터를 사람이나 보통의 컴퓨터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자율주행자 동차나 드론이 의도한 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사람을 대신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래서 인공지능 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은 자료를 이용해 컴퓨터를 학습시켜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초연결과 초현실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시시각각 발생할 것이다. 이를 공간정보 관점에서 보면, 초연결 및 초현실 환경에서 공간적 인지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인공지능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사람은 현실공간을 시각으로 받아들여 의사결정을 한다. 이를 초연결 및 초현실 환경에서 대신하는 공간 인공지능을 개발해야 한다.
새 술을 담을 새 부대를 준비해야
우리나라는 1960년대 다른 나라의 도움으로 지도를 처음 제작하였다. 그리고 선진국보다 늦은 1990년 대 지도 디지털화를 시작하였다. 그 과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역사였다. 그 속에서 측량과 지도, 공간 정보와 관련한 정책 및 전략, 기술 및 방법, 제도 및 조직 등이 나름 체계화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찾아 보기 힘든 성공사례이었고, 많은 개발도상국이 배워가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결과물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속에서 필요한 새로운 모습의 공간정보를 창출하는 기 반이 될 수 있을까? 단언컨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지난 과거의 산업혁명과 앞으로 4차 산 업혁명의 속성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4차 산업혁명 속에서 필요한 새로운 모습의 공간정보 등 장을 규제하고 저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의 산업화, 정보화는 관이 주도하는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추진되었고, 성공적인 성과와 효 과를 얻었다. 그러나 이 전략이 4차 산업혁명에도 적합한 방식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4차 산 업혁명을 위한 근본적인 환경이 무엇인지,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를 차근차근 조성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우선 새 부대를 준비해야 하고, 새 부대를 잘 만들고 못 만들고는 우리 생각과 행동에 달려 있다.
참고문헌
김대호. 2016. 4차 산업혁명.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클라우스 슈밥. 2016. 클라우스 슈밥의 4차 산업혁명. 송경진 역. 서울: 새로운 현재.
한국경제. 2018. 실생활에 들어온 ‘무인 마트’… 물건 집어들면 AI가 자동 계산. 1월 22일. A6.
World Economic Forum. 2015. Deep Shift: Technology Tipping Points and Societal Impact. https://www.weforum.org/reports/deep- shift-technology-tipping-points-and-societal-impact.
4 국토 제436호(2018. 2) 국토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