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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시회 (詩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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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읽는 고전작품

<한국의 고전작가와 작품세계 10>

조선후기 시회(詩會) 담당교수 : 하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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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시회 (詩會)

 서로 뜻이 맞는 시인들끼리 모여 동인을 구성하고 문학 활동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한국현대문학사에서는 1920년대의 <창조>, <폐허>를 시작으로 그 후 <청 록파>등에 이르기까지 머릿속을 맴도는 동인지만도 여 러 개가 떠오른다. 한국한문학사에서도 동인지 활동이 있었는데,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시대에 이미 동암 이진이 중심이 되어 작시활동을 한 ‘기로회(耆老會)’가 있었고, 또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이인로, 임춘, 오세 재 등이 주축이 된 <죽림고회>의 활동도 있었다. 이같 은 시인들의 동인 활동은 조선후기로 가면 가히 절정에 이르렀다고 해도 좋을 만큼 양적·질적으로 비약적인 발 전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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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시회 (詩會)

 특히 조선후기의 시회가 전시대의 동인 활동과 다른 가장 특이한 점은 양반 사대부가 아닌 중인층 출신 의 문인들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는 것이다 . 조선후기 중인들의 시작 활동은 그들만의 시선집의 간행으로 전개된다 . 1737년(영조 13) 고 시언 (高時彦), 채팽윤(蔡彭胤) 등이 여항시인(閭巷 詩人 )들의 시를 모아 9권 2책의 시선집 《소대풍요 (昭代風謠)》를 간행하였는데, 여항시인이란 일명

‘위항시인 (委巷詩人)’이라고도 하며 양반사대부가

아닌 중인이나 평민 신분으로 한시를 짓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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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시회 (詩會)

 이들은 임진·병자 양난을 거치면서 조선후기에 접어들 면서 숫적으로 아주 많이 늘어났으며, 자기들만의 작시 모임을 만들어 꾸준히 한시를 창작하여 질적으로도 기 존 양반 시인들 못지않은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특히 여항시인들 중에서 매우 뛰어난 시적 자질을 지닌 시인 들도 나타났는데, 이들의 시는 기존 주류 문학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정신을 보여 주는 작품들도 있어 문학사적 의의가 높다고 하겠다. 《소대풍요》간행 이후 정확히 60년 만인 1797년에는 다시 여항시인들의 시선집 《풍 요속선(風謠續選)》이 간행되었고 다시 60년 후인

1857년에는 《풍요삼선(風謠三選)》이 나와서 여항시 인들의 활발했던 문학활동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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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시회 (詩會)

여항시인들은 ‘시사(詩社)’를 조직하여 활동했는데 시사란 일 종의 시회(詩會)로 그 역사는 17세기말 숙종 때의 임준원(林 俊元)이 중심이 되어 조직한 낙사시사(洛社詩社)로 거슬러 올라간다. 낙사시사가 만들어진 백여 년 후인 1786년에는 여항시인들의 시사 활동에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시사가 조직 되는데, 그것이 유명한 ‘송석원시사(松石園詩社)’다. 송석원 시사는 일명 ‘옥계시사(玉溪詩社)’로도 불려졌는데 옥계는 이 들이 주로 모였던 서울 인왕산 기슭의 시냇물을 지칭한다. 송 석원시사의 주요 구성원은 천수경(千壽慶), 장혼(張混), 김낙 (金洛瑞), 왕태(王太), 이경연(李景淵), 박윤묵(朴允默), 임득명(林得明), 노윤적(盧允迪), 조수삼(趙秀三), 차좌일(車 佐一) 등이다. ‘송석원’이란 명칭은 이 시회의 좌장 격인 천수 경의 인왕산 기슭에 있던 집의 별호에서 따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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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시회 (詩會)

특히 이들은 ‘백전(白戰)’이라 불린 대규모의 시회를 개최하 여 중인문학의 독자성과 우수성을 내외에 과시하였으니, 당 대 사대부문단에 자기들의 존재성을 알리고 여항시인들에게 는 송석원시사가 중인문학의 대표적인 단체임을 각인시켰던 것이다. ‘백전’은 매년 봄·가을로 두 차례씩 열었는데 참석한 사람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 들었고, 여기에서 장원한 사람 은 그 시재(詩才)를 인정받았던 당대 문단의 가장 큰 행사이 기도 하였다. 요즈음으로 치면 전국적인 백일장 대회라고 보 아도 좋다. 시회 활동으로만 보면 송석원시사의 활동과 영향 력이 양반 사대부들의 시모임을 능가하는 것처럼 여겨질 정 도였다. 이제 살펴볼 시는 차좌일이 송석원시사의 좌장이었 던 천수경의 시에 차운하여 준 것으로 이들의 시정신과 시사 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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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시회 (詩會)

 봄바람 부는 오늘 함께 산에 오르니

 송석원이 깊고도 그윽하구나

 좌중에 속객이 없음이 너무나 기쁘구나

 경외에 시단이 있는 줄 그 누가 알랴

 풍성한 술자리의 정취는 사랑할만하고

 질탕히 스스로 산수의 소리를 이루었네

 재물을 논하는 대화는 잊은 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 어찌 털끝만큼인들 내 마음을 움직일 수 있으리요

 春風此日共登臨松石名園箇裏深

 已喜坐中無俗客誰知境外有詞林

 淋漓可愛杯樽趣跌宕自成山水音

 物話年來忘亦久秋毫何足動吾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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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시회 (詩會)

 인용시는 차좌일 ( 車佐一)의 「次君善韻」이라는 시다.

이 시를 쓴 차좌일은 선조 ·광해군 때 문명을 떨쳤던

차천로 (車天輅)의 6대손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봄

바람 불어대는 봄날 시회를 위하여 모인 무리들이

산에 오른다 . 시의 본문에는 밝혀져 있지 않지만,

아마도 인왕산이었을 것이다 . 인왕산 계곡에는 천수

경의 집인 ‘송석원’이 자리하고 있다 . 그 집은 깊은

산중에 있어서 시인은 “깊고도 그윽하다”라고 표현

하였다 . 깊고 그윽한 것은 단순히 집의 위치만을 말

하는 것은 아니다 . 대개가 중인 신분인 이날 모인

무리들의 세상과의 거리감 ·단절감을 상징하는 것이

라 보아도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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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시회 (詩會)

 이러한 의식은 제 3·4구를 통해서 더욱 잘 드러난다.

“좌중에 속객이 없음이 너무나 기쁘구나/경외에 시

단이 있는 줄 그 누가 알랴” 여기 ‘속객’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 일차적으로는 이 세상의 권

력 ·재물 등에 집착하는 세속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지만 , 그 이면에는 양반과 평민 사이의

신분으로 태어나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 , 가치관, 지

향점 등 모든 분야에서 양반사대부와 같아지거나 비

슷해지려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 세속의 중인들을 꼬

집는 말이기도 하다 . 송석원시사의 모임에는 그러한

속물적 근성을 가진 중인층 인사는 없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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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시회 (詩會)

 4구의 “경외”는 조선의 주류사회인 양반사대부 계층 이 외의 다른 부류를 지칭한다. 양반들은 정치·경제뿐만 아 니라 문학의 영역에서도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 하고 있었다. 그간 조선 사회에서 문학의 담당층은 양반 사대부들이었다. 그러나 양반 이외에도 시를 쓰는 시인 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선언하고 있는 것이 다. 사실 조선 전기에도 양반이 아닌 시인은 개별적으로 존재해 왔지만, 이처럼 집단을 이루어 모임을 갖고 문학 활동을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이들은 자기들의 모임을 또 다른 별개의 “시단(詩壇)”이라고 밝히고 있다.

조선후기 문학사에서 중인층 문학이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해 볼 때, 이들의 이같은 선언은 결코 과장되거나 잘못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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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독자적 시단 구축에 대한 선언은 자기들만의

자의식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 더 이상 양반문

학의 아류가 아닌 개성있는 중인들만의 시세계를 보

여주겠다는 것이다 . 이는 6구의 “스스로 산수의 소

리를 이루었네”라는 대목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 마지막 7-8구는 세속의 물욕(物慾)에서 초탈

하려는 스스로의 다짐이다 . 재물과 권력을 좇다보면

중인이라는 신분적 한계상 양반들에게 순응하는 삶

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시인은 잘 알고 있었

던 것이다 . 실제로 차좌일은 평생 벼슬을 단념하고

양반사대부들 또는 신분적 한계가 확연한 조선의 사

회 제도에 비판의식을 지닌 채 살아갔다 .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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