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의 모 방과 공감 능력에 대한 연구 방법은 매우 다양한데, 심리・행 동적 연구방법뿐만 아니라 유전학적, 뇌영상학적, 신경생리 학적 연구 등 모든 생물학적 연구의 최신 방법론이 적용되고 있다. 특히 1980-1990년대 초반에 발견된 영장류 뇌의 ‘거울 뉴런계(mirror neuron system, MNS)’가 인간에서도 모방 행 동, 공감 능력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 면서, 모방 및 공감의 부재가 핵심 문제인 ASD의 거울 뉴런 계 문제 여부도 관련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거울 뉴런계와 관련된 여러 논문들이 발표되었 으며1-3) 특히 신경재활의학 분야에서는 거울 뉴런계에 대한 이론을 재활 치료에 실질적으로 적용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4,5) 또한 ASD와 거울 뉴런계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ASD 의 사회성에 관한 Kim과 Moon6)의 종설에서 다루어진 바 있 다. ASD의 행동 문제 중재 및 사회성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 도 여러 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거울 뉴런계 문제에 보다 집중하게 되는 맞춤형 프로그램이 곧 출현될 것 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과연 거울 뉴런계 문제가 ASD의 모방과 공감 능 력 부재 혹은 약화를 일으키는 핵심 문제인가? ASD의 거울 뉴런계 문제에 대한 비유적 표현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는 ‘깨 진 거울 뉴런(broken mirror neuron)’이란 어구는 적합한 표 현인가? 해외 학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최근의 논쟁을 보게 되면 거울 뉴런계 문제가 ASD의 핵심 문제라는 주장 에 대해 보다 신중한 태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원 고에서는 우선 거울 뉴런계에 대한 주요 내용을 개괄하고, ASD의 거울 뉴런계 문제에 대한 두 가지 대립되는 관점의 연
깨진 거울인가 깨지지 않은 거울인가? ;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거울 뉴런 문제에 관한 고찰
손 정 우
1)
・김 혜 리2)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1) 충북대학교 심리학과2)
Broken Mirror or Unbroken Mirror? ; An Investigation for Mirror Neuron Dysfunction of the Autism Spectrum Disorder
Jung-Woo Son, M.D., Ph.D.
1)and Hei-Rhee Ghim, Ph.D.
2)1)
Department of Psychiatry, Chungbuk National University Hospital, Cheongju, Korea
2)
Department of Psychology, Chungbuk National University, Cheongju, Korea
The discovery of the mirror neuron system (MNS) is one of the most important neuroscientific achievements in the 20th cen- tury. Some researchers had reported that MNS dysfunction was discovered in autism spectrum disorders (ASD). Finally, the
‘broken mirror’ theory of ASD was announced in the mid 2000’s. According to this theory, ASD cannot simulate the mind and behavior of others due to MNS dysfunction; therefore, they cannot imitate the behaviors and empathized with the mind of others.
However, ASD does not always show imitation problems. The researchers who have criticized the ‘broken mirror’ theory pro- posed the ‘social top-down response modulation (STORM)’ theory. On STORM theory, the medial prefrontal cortex or temporo- parietal junction, brain areas related with mentalising, might modulate MNS according to social context. We compared the strengths and weaknesses of each theory.
KEY WORDS :Mirror NeuronㆍAutism Spectrum DisorderㆍBroken Mirror TheoryㆍSocial Top-Down Response Modulation.
접수완료:2013년 8월 25일 / 수정완료:2013년 8월 25일 심사완료:2013년 9월 8일
Address for correspondence:Jung-Woo Son, M.D., Ph.D., Department of Psychi- atry, Chungbuk National University Hospital, 776 1Sunhwan-ro, Heungdeok-gu, Cheongju 361-711, Korea
Tel : +82.43-269-6187, Fax : +82.43-267-7951 E-mail : [email protected]
구 성과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거울 뉴런계에 대한 개괄
1980-1990년대 초반에 걸쳐 이탈리아 Parma 대학의 Gia- como Rizzolatti, Vittorio Gallese, Luciano Fadiga, Leon- ardo Fogassi는 짧은꼬리원숭이(Macaca nemestrina) 뇌의 F5 영역의 자발적 운동 명령 조절 기능에 대해 연구하고 있 었다. F5 영역은 인간의 전운동피질(premotor cortex)에 해 당된다. 연구진들의 실험 목적은 원숭이가 자발적 운동을 실 시할 때 F5 영역의 신경적 활성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알 아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연히 다음의 사실을 발견하게 되 었다. F5 영역에 전극이 꽂혀 있던 실험 대상 원숭이의 건너 편 우리에 있던 다른 원숭이가 우리 창살 밖에 있는 땅콩으로 팔을 뻗쳐 집으려 할 때, 이를 바라보던 실험 대상 원숭이의 F5 영역에서 전기적 활성이 급격히 증가되었던 것이다.7,8) 심지 어는 연구자가 땅콩을 집어드는 것으로도 원숭이의 F5 영역 은 발화하였다고 한다. 한 개체가 어떤 행동을 하는 대신 타 개체의 행동을 보기만 하여도 운동과 관련되는 부위에서 뉴 런 발화가 나타났다는 것은 지각(perception)과 행위(action) 가 뇌 안에서 뚜렷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로 획기적인 발견이었다. 여러 후속 연구에서는 원 숭이의 F5 영역뿐만 아니라 두정하부 영역인 PF/PFG 영역 과 상측두구(superior temporal sulcus, STS)의 피질 역시 타 개체의 행동을 관찰할 때 활성화되었다. 타 개체의 행동이 마 치 거울에 비치듯이 이 영역들에 반영될 수 있다 하여, 연구진 은 이러한 특성을 띤 뉴런들을 거울 뉴런이라고 명명하였다.
한편 인간에서는 전기 전극을 직접 뇌에 삽입할 수 없기 때 문에 거울뉴런 신경세포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능적 뇌자기공명영상(func- 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 기법을 이용한 Marco Iacoboni 등의 노력으로 인간에서도 원숭이의 거울 뉴런계에 해당되는 뇌 영역이 존재함을 간접적으로 확인하 게 되었다.9,10) 원숭이의 F5 영역은 인간에서의 하전두회(in- ferior frontal gyrus) 영역이며 특히 좌뇌의 이 영역은 언어 발화를 관장하는 브로카 영역에 해당된다. 또한 원숭이의 PF/PFG 영역은 인간에서의 하측 두정소엽(inferior parietal lobule)에 해당되며, STS 역시 인간의 후측 상측두구(poste- rior superior temporal sulcus)에 해당된다. 다만 후측 상측두 구는 복합적 시각자극을 처리하는 상위 시각계 특성을 지니 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운동 자체를 반영하는 거울 특성을 갖고 있지 않아 엄격히 분류한다면 거울 뉴런계에 포함되지 않는다.11) 따라서 좁은 의미의 거울 뉴런계는 결국 하전두회
와 하측 두정소엽으로 구성되는 전두-두정 거울 뉴런계라고 할 수 있으며, 넓은 의미의 거울 뉴런계에는 여기에 후측 상측 두구, 하전두회에 인접한 운동 피질 영역(motor cortex area) 등이 포함된다. 다른 개체의 움직임에 대한 복합적인 시각 자 극 정보가 초기 시각 처리 시스템을 거쳐 후측 상측두구에 도 달하면, 이 정보들은 하측 두정소엽으로 보내져 그 움직임의 운동적 특성이 추출되고, 최종적으로 하전두회에 전달된다 (Fig. 1).
그렇다면 거울 뉴런계는 정확히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가?
우선 한 가지 운동을 하고 있는 개체를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이 운동은 1) 운동의 목표(goal) [‘무엇’(what)에 해당됨], 2) 운동을 하고자 하는 의도(intention) [‘왜(why)’에 해당됨], 3) 운동을 실행하는 방식(action planning) [‘어떻게(how)’에 해 당됨], 4) 운동 행위 자체 등 상당히 복잡한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12) Jang2)에 의하면 원숭이의 경우 타 개체의 움직 임에서 ‘무엇을’에 대해서는 거울 뉴런에서의 정교한 부호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무엇을’에 대한 관찰이 상당히 어려운 경우 (예 ; 어떤 물건을 가지고 직접적인 행위를 행하는 대신 물건 없이 판토마임 같은 행위를 취할 때)에는 원숭이의 거울 뉴 런 활성화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원숭이의 거울 뉴런이 운 동의 실행 방식, 즉 ‘어떻게’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편 운동의 의도, 즉 ‘왜’에 대해서는 생존에 필수적인 행위일 때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그렇지만 인간의 거울 뉴런계는 타 개체의 목표, 의도, 실행 방식 모두를 쉽게 부호화할 수 있다 는 것이다.12,13) 이 때문에 결국 모방적 학습이 가능하게 되며 또한 지식과 기술이 축적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인간은 진정 한 모방 능력을 보유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2)
인간의 거울 뉴런계는 모방 기능을 넘어 사회적 행동에서 필수적인 적절한 공감 체험을 가능케 하는 핵심 영역이라는
Fig. 1. The schematic view of the mirror neuron system. MNS :
mirror neuron system, STS : superior temporal sulcus (STS is not al- ways regarded as “core mirror neuron system”)Parietal MNS
Frontal
STS MNS
것도 밝혀지고 있다. Iacoboni 연구팀은 모방 기능의 핵심인 거울 뉴런계와 공감의 핵심 요소인 감정 중추, 즉 변연계가 어떻게 동시에 활성화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였다. 이들은 뇌 섬엽(insula)이 인간의 거울 뉴런계와 변연계에 해부학적으 로 동시에 연결되어 있음에 착안하였다. 6가지 기본 정서(두려 움, 기쁨, 분노, 슬픔, 놀람, 혐오)를 표현하고 있는 얼굴 사진 을 피험자들에게 제시하면서 1) 사진을 관찰만 하는 경우(일 종의 공감 조건), 2) 사진의 표정을 잘 따라하게 한 경우(모방 조건) 등에 대하여 fMRI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공감 조건 및 모방 조건 모두에서 하전두회, 뇌섬엽, 변연계의 편도(am- ygdala)의 활성화가 관찰되었다. 즉, 우리가 어떤 감정을 표현 하고 있는 다른 사람을 볼 때는 우리의 거울 뉴런계가 마치 우리 자신이 그 표정을 짓는 것처럼 모사한다. 이 신호는 뇌섬 엽을 거쳐 변연계로 전달되어 결국 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 을 우리가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기 위 해서는 거울 뉴런계에 의한 타인 행동의 모사 과정이 필수적 인 것이다.14)
또한 인간의 거울 뉴런계는 자아 시스템의 중요 요소에 해 당된다. Iacoboni의 제자인 Uddin에 의하면 우뇌의 거울 뉴 런계는 다중 체화적 자기(multimodal embodied self) 시스템 으로 간주되며 반면 내측 전전두엽(medial prefrontal cor- tex), 전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전설소엽(precu- neus)으로 이루어지는 중앙 피질 구조(cortical midline st- ructure)는 나와 타인에 대한 보다 추상적, 평가적 측면을 처 리하는 시스템이라고 정리하였다.15)
그렇다면 모방 행동, 공감 능력에서 일반인과 뚜렷한 차이 를 보이는 ASD에서는 과연 거울 뉴런계와 관련하여 어떤 연 구들이 진행되었는가?
ASD와 ‘깨진 거울 이론’
1. 깨진 거울 이론에 대한 초기 연구들
ASD의 거울 뉴런계 문제가 논문을 통하여 처음 제기된 것은 2001년 Williams 등16)에 의해서였다. 이들은 ASD에서 의 거울 뉴런계 문제가 모방 기술 부재의 원인이라고 주장하 였다. 그러나 논문이 아닌 학술 발표로는 Vilayanur S. Ra- machandran의 연구팀이 2000년 11월 세계 신경과학회 총회 에서 발표한 예비 연구가 처음이었다. 이 연구는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의 후속 연구를 거쳐 2005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논문으로 발표되었다.17)
이 선구적 연구에서 선택한 방법은 뇌파(electroencepha- lography, EEG) 측정이었다. 10명의 고기능 ASD 환자, IQ와 연령 등을 짝맞춤한 대조군에서 EEG상의 ‘Mu파 억제 현상’
이 비교되었다. Mu파는 8-13 Hz의 진동수를 가지는 뇌파의 일종으로 주로 감각운동피질에서 측정된다. 휴식기에는 감각 운동뉴런 간의 동기화가 잘 유지되어 매우 높은 진폭의 Mu 파가 나타나지만, 어떤 자발적 행동을 실시하게 되면 즉시 전 운동피질에서 억제 신호가 발화되어 감각운동뉴런 간의 비동 기화가 나타나 Mu파의 진폭이 현저히 감소한다. 이를 Mu파 억제 현상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현상이 자신의 자 발적 행동뿐만 아니라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거나 자신의 자 발적 행동을 상상할 때도 나타나기 때문에18-20) 연구진은 이 현상이 전운동피질의 거울 뉴런 특성을 반영하는 지표라고 판단하였다. 실험 결과, ASD 환자들에서는 자발적 행동을 할 때 Mu파 억제 현상이 나타났지만 타인의 행동을 관찰할 때 는 이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즉 거울 뉴런 특성이 나타나 지 않았다는 것이다.
fMRI를 이용한 연구는 2006년 Iacoboni 연구팀에서 처음 으로 발표되었다.21) 고기능 ASD 아동과 일반 아동들에게 얼 굴 정서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사진의 표정을 모방하게 하거 나 혹은 관찰만 하게 하면서 fMRI로 뇌 스캔을 실시하였다.
이때 모방 조건, 관찰 조건 모두 ASD 아동들에서 하전두회의 일부인 판개부(pars opercularis)의 뇌 활성화가 현저히 떨어 졌다. 이 논문의 강점은 ASD 아동에서 Autism Diagnostic Ob- servation Schedule(ADOS) 및 Adult Diagnostic Interview- Revised의 총점과 판개부 활성화 정도 간에 뚜렷한 음의 상 관관계가 존재함을 보여주어, 자폐 상태가 심각할수록 거울 뉴런계 활성화가 떨어짐을 입증하였다는 점이다.
Theoret 등22)은 경두개자극(transcranial magnetic stimul- ation, TMS)을 이용하였다. TMS로 1차 운동피질을 자극할 때 손가락에 있는 근육들에서 운동 유발 전위(motor evok- ed potential, MEP)가 나타나게 된다. 그런데 특정 손가락의 움직임을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TMS를 실시하면 해당 되는 특정 손가락의 MEP가 증가한다. 이를 MEP 항진(MEP facilitation)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을 보여주면 피험자의 엄지손가락의 MEP 항진이 나타나는 반 면, 다른 손가락은 이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연구진은 ASD 아동 및 대조군들에게 손가락 움직임 동영상을 보게 하면서 TMS를 실시하여 MEP 항진 현상에서 두 군 간에 어떤 차이 가 있는지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ASD 아동에서는 MEP 항 진률이 대조군에 비해 낮게 나타났으며 심지어는 항진률이 음 의 값을 보일 때도 있었다. 이 사실도 역시 ASD 아동에서의 거울 뉴런 관련 운동 피질의 이상 흥분성에 의한 것으로 해 석되었다.
서로 다른 방법론을 적용하였지만 상기한 3가지 연구 결과 가 모두 ASD에서의 거울 뉴런의 문제를 보여주었다는 것에
이 연구를 일찍 시작해 온 Ramachandrann은 상당히 고무되 어 공동 연구자인 Lindsay M. Oberman과 함께 2006년 Sci- entific American에 “Broken Mirrors ; A Theory of Auti- sm”이란 제목의 글을 발표하였다.23) 이 글은 매스컴의 지대한 관심을 받게 되었고 이를 통해 ‘깨진 거울 뉴런’이 ASD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로 부상하게 되었다.
Ramachandran과 Oberman은 이 글에서 하전두회뿐만 아니라 각이랑(angular gyrus)의 특성에도 주목하였다. 각이 랑은 하측 두정소엽의 뒤쪽 부위로 거울 뉴런계에 포함되며 또한 시각, 청각, 촉각 자극의 주요 연합 영역으로 알려져 있 다. Ramachandran은 공감각(synesthesia) 연구에서 “bouba/
kiki 검사”를 고안한 바 있는데,24) 날카로운 톱니바퀴 모양의 그림 혹은 둥근 곡선으로 이루어진 그림 등을 보여주면서 그 그림이 ‘bouba’와 ‘kiki’ 소리 중 어느 것에 더 잘 어울리는지 를 선택하는 테스트이다. 약 98%의 사람들이 ‘bouba’ 소리는 둥근 곡선 모양에 어울리고 ‘kiki’ 소리는 날카로운 톱니바퀴 모양에 더 어울린다고 선택하였다. 이처럼 지각되는 형태와 소리로부터 어떤 공통적인 추상적 속성을 추출하는 능력에 관계되는 뇌 영역이 각이랑이다.
ASD 아동에서 bouba/kiki 검사를 실시하였을 때 적절한 형태와 적절한 소리를 연합시키는 능력이 떨어진 점, 각이랑 에 손상을 입은 신경과 환자에서 bouba/kiki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의 형태-소리 연합 능력이 심각하게 떨어졌다는 점 은 ASD 아동에서 각이랑의 구조 혹은 기능적 손상을 시사하 는 소견이며 거울 뉴런 특성의 손상과도 관계되는 것으로 Ramachandran과 Oberman은 주장하였다. 이처럼 서로 다 른 감각 형태 간의 연합 기능은 ‘은유(metaphor)’ 능력의 획득 에 필수적인데, ASD 아이들이 은유적 표현을 이해하기 어려 워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25)도 생각해볼 문제이다.
2. 돌출 풍경 맵 이론(Salience landscape map theory) 깨진 거울 이론으로 ASD의 모방, 공감 문제 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던 Ramachandran과 그의 동료들은 한 가지 문 제에 직면하게 된다. ASD에서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행동, 특 정 감각 단서에 대한 혐오, 혹은 특정 감각에 대한 과민성, 눈 맞춤의 회피 등이 쉽게 관찰되는데, 전술하였던 깨진 거울 이 론만으로 이러한 행동 특성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Ra- machandran은 이러한 행동들을 자폐증의 핵심 증상이 아 닌 2차 증상(secondary symptom)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깨 진 거울 이론과 논리적으로 모순되지 않으면서 상기 증상들 을 설명할 수 있는 또다른 이론이 필요하게 되었다.
Ramachandran과 Oberman23)에 의하면, 우리는 세계 속 에서 시각, 청각, 후각 등의 엄청난 양의 감각 정보에 직면해
있다. 수많은 감각 정보들이 뇌의 감각 영역으로 입력되면 이 정보들 중 일부는 반드시 ‘편도’로 전달된다. 편도는 정서 조 절용 변연계이며 감각 처리의 중요 허브 중 하나이다. 편도에 서는 자신의 과거 혹은 현재의 정서적 기억, 지식 등이 참조되 면서(self-referential function) 입력된 감각들에 대하여 어 떤 정서적 반응을 보일 것인지를 결정한 뒤에 자율신경계를 자극한다. 자율신경계는 입력된 정보만큼 반응을 한다. 이처 럼 편도는 매 순간마다 개개인이 직면하는 환경 자극의 정서 적 중요도를 파악하고 새롭게 조정하여 일종의 “돌출 풍경 맵(salience landscape map)”을 매 순간 작성한다.
ASD에서는 매 순간의 돌출 풍경 맵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전두엽과 편도, 혹은 변연계 전체와 전두엽의 연결 이상으로 편도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일반인에게는 미미하게 느껴질 환경 자극이 자폐증 환자에서는 훨씬 강렬하게 받아들여져 결국 “자율신경계 폭풍(autonomic storm)”이 일어난다고 한 다. 미세한 변화에 대해서도 그 변화의 정서적 중요성이 매우 과장되어 평가되면서, 일반인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자 극들(예 ; 기차 출발 스케쥴, 전화번호부 기재 내용 등)도 이들 에게는 정말 중요한 일상이 되는 것이다(Fig. 2).
Ramachandran과 Oberman은 높은 발열 상태와 정서적 과반응 상태를 자율신경계가 같이 조절하기 때문에 감기 등 으로 고열이 나타날 때 ASD의 과민 행동이 줄어들 수 있는 것도 설명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ASD에서 반복 행동, 머리 박기 등의 자기 자극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런 행동을 통해 ASD의 자율신경계 폭풍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37명의 ASD 아동을 대상으로 어떤 상황을 연출하면서 이들 의 피부 전도도를 측정하였을 때 ASD 아동들은 매우 하찮 은 일이나 사건에 피부 전도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였지만, 자기-자극을 일으킨 상황에서는 상당수에서 피부 전도도가 유의하게 감소하였다.26)
그렇다면 왜 ASD에서 돌출 풍경 맵 문제가 나타나는 것 인가?
첫째, 후측 상측두구가 원인 영역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후측 상측두구는 넓은 의미의 거울 뉴런계에 포함 되는 영역이다. 시각 경로가 편도로 투사되는 과정에서 후측 상측두구를 거치게 된다. 따라서 어떤 원인이든 후측 상측두 구의 손상 혹은 기능 이상을 일으키게 하는 것은 돌출 풍경 맵을 왜곡시킬 수 있다.
둘째, 미세하게 반복되는 측두엽 간질이 뇌의 시각 영역과 편도 간의 연결에 심각한 손상을 미칠 수 있다. ASD의 1/3에 서 어릴 때 측두엽 간질의 병력을 보이며, 특히 준임상적 측 두엽 간질까지 포함한다면 측두엽 간질 문제는 ASD에서 상 당히 높은 빈도로 나타날 것으로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셋째, ASD의 후각신경구(olfactory bulb)와 관련된 가설이 다. 최근 Brang과 Ramachandran27)은 후각신경구의 퇴행 상 태가 발견된 ASD 증례를 통해 과거부터 ASD의 주요 병태생 리로 거론되어 온 과세로토닌혈증(hyperserotonemia)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였다. 영유아기에 과세로토닌혈증이 지속 적으로 유지된다면 후각신경구에 상당량 분포되어 있는 옥 시토신 및 바소프레신 수용체가 탈감작된다. 이는 후각신경 구에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뇌 변연계 구조와 기능에도 변화를 일으켜 최종적으로 ‘자율신경계 폭풍’을 일 으킨다.
3. 깨진 거울 이론이 갖는 의의 및 최근의 경향
Oberman과 Ramachandran은 한걸음 더 나아가 자폐 아 동의 거울 뉴런계 이상은 결국 ‘시뮬레이션 기제(simulation mechanism)’에 전반적인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하였다.28) 이들은 Barsalou29)의 다중 시뮬레이터 이론을 받아들였다.
이들에 의하면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거나 파악할 때 는 마치 우리가 그 사람이 된 것처럼 타인의 움직임과 생각을
‘시연’ 해보아야 제대로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이때 매우 다 양한 뇌 영역이 시연을 위한 시뮬레이터로 작용한다. 타인의 움직임 및 신체 상태에 대한 시뮬레이션에는 소뇌, 후측 상 측두구, 하측 두정소엽과 전운동피질 영역이 관계되고, 타인 의 생각, 믿음, 정서 등의 내적 상태에 대한 시뮬레이션과는 편도, 내측 전전두엽, 뇌섬엽, 전대상회가 관계된다고 하였다.
이들이 언급한 시뮬레이터 영역은 사실 ASD의 뇌 연구에서 주로 보고되는 영역들이기도 하다. 결국 다층의 시뮬레이션 문제가 ASD의 감각 인지, 운동 모방, 마음이론, 공감, 화용적
언어능력 전반의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Ramachandran과 Oberman의 연구들은 주로 2000년대 중반부터 발표되었다. 최근까지도 또다른 연구진들에 의해 깨진 거울 이론에 부합하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Marti- neau 등30)은 5-8세 사이의 ASD 아동에게 타인의 움직임 동 영상을 보게 하면서 EEG로 뇌 반응을 조사하였는데 전두엽 의 운동 영역과 측두엽 영역 간에 정상적으로 일어나야 할 뇌 파 비동기화가 나타나지 않아, 학령전기 및 초기 학년기에 해 당하는 ASD에서도 거울 뉴런 반응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 확 인되었다. 뇌자도기(magnetoencephalogram, MEG)를 이용 한 Nishitani 등31)의 연구에서는 성인 Asperger 증후군 환자 와 일반 대조군에게 입술 움직임에 관한 비디오를 보여주면 서 이를 모방하게 하였는데, Asperger 증후군 환자의 하전두 회의 뇌 활성화가 지연되었고 활성화의 정도도 대조군보다 미약하였다. fMRI 연구로는 Martineau 등32)의 연구를 들 수 있는데, 손 동작을 관찰하게 할 때 정상 대조군에 비해 ASD 환자에서 양측 하전두회의 비전형적인 뇌 활성화가 나타났 다. TMS33) 및 EMG34)를 이용한 연구도 거울 뉴런 시스템 문 제를 반복해서 보고하고 있다.
현재까지 제기된 깨진 거울 이론들은 다음과 같이 분류될 수 있다.35)
첫째, 모방 버전(imitation version)이다. ASD 환자는 약한 모방 능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36)와 모방 행위에서 거울 뉴 런계의 궁극적 역할37)을 결합한 형태이다. 이 버전에서는 Ro- gers와 Pennington38)의 주장-ASD에서의 핵심 문제는 나와 타인 간의 맞추기(self-other matching)의 문제라는 것-을 포함한다. 즉, 거울 뉴런계의 문제가 나-타인 간의 행동 맞추
1. Altered connection between visual cortex and amygdala distorts child's response Visual cortex
Amygdala
Typical child Child with autism
1. Sensory information is relayed to amygdala 2. Child exhibits
appropriate
emotional response 2. Amygdala triggers
autonomous nervous system, raising heart rate
3. Child looks away to redue distress Heart pumping
normally Fig. 2. The schematic view of “sali-
ence landscape theory” (by Rama- chandran and Oberman23)). Left fig- ure is in case of a typical child. Right figure is in case of a child with au- tism
기의 어려움을 야기하여 모방 및 기타 사회적 인지를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둘째, 시뮬레이션 버전(simulation version)이다. 앞서 Ob- erman과 Ramachandran28)의 주장에서도 설명하였던 것으 로, ASD에서 행동 모방뿐만 아니라 타인의 감정, 심적 상태 의 이해 문제에도 거울 뉴런계 문제가 관계된다는 것으로, 보 다 넓은 개념으로 거울 뉴런 시스템을 이해한다.
셋째, 행위 사슬 버전(action chain version)이다. 이는 거울 뉴런계의 일부만이 연속된 행위 사슬 및 이 행위들의 결과와 관계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컵을 쥐고 들어올리는 상황을 바라볼 때 ‘먹기 위해 컵을 쥐는’ 행위 사슬에서는 발 화하는데 ‘탁자에 놓기 위해 컵을 쥐는’ 행위 사슬에서는 발 화하지 않는 일련의 거울 뉴런망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바꾸 어 말하면 그 행위를 일으키는 행위자의 의도별로 거울 뉴런 망이 각각 존재한다는 것이다. Rizzolatti와 Fabbri-Destro39) 는 ASD에서 손상을 입은 거울 뉴런계는 행위 사슬 거울 뉴 런계만이라고 주장한다. 이 이론은 ASD에서 언어, 정서 이 해, 공감의 문제는 거울 뉴런계와 큰 관련이 없다고 본다.
‘깨지지 않은 거울 이론’의 등장
거울 뉴런계의 드라마틱한 발견, ASD의 핵심 문제가 깨진 거울 뉴런과 관련된다는 사실 등은 학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매스미디어와 일반 대중들에게도 지대한 관심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깨진 거울 이론이 ASD의 여러 양상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 메커니즘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 는 몇몇 연구자들이 의문을 제기해왔다. 예를 들어 Mu파 억 제 현상에 대해서도 이것이 거울 뉴런계의 문제가 아닌 초기 시각 처리 시스템의 문제 때문이라는 주장,40) 사회적 단서(so- cial cue)에 대한 일반적 주의력의 감소41) 문제에 의한 것이라 는 주장 등이 있었다.
2008년에 Victoria Southgate와 Antonia F. de C. Hamil- ton이 “Unbroken mirrors : Challenging a theory of autism”
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42) ASD의 거울 뉴런계 문제 에 대한 비판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실제로 ASD 연구에
서 거울 뉴런계 문제가 유의하게 나타난 연구 보고가 점차 줄 어들게 되었다. Hamilton의 메타 분석35)에 의하면, 키워드를 autism(혹은 autism spectrum)과 MNS(혹은 mirror system) 로 설정하여 Pubmed와 GoogleScholar를 검색하였을 때 2012년까지 발표된 논문들 중 ASD의 거울 뉴런계 문제가 통 계적으로 유의하게 입증된 논문은 EEG 연구 8개 중 1개, MEG 연구 3개 중 2개였으며 특히 fMRI 연구에서도 7개 연 구 중 2개에 불과하였다. TMS 연구는 총 2개 실시되었으며 두 연구 다 1차 운동 피질 흥분성의 이상 소견을 보여주었지 만 이 영역은 전술한 바와 같이 넓은 의미의 거울 뉴런계로 만 간주된다.
‘깨지지 않은 거울’이라는 용어까지 제시하면서 ASD의 거 울 뉴런계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논의를 활성화시킨 Hamil- ton과 동료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살펴보고자 한다.
자동 모방과 에뮬레이션의 구별
우선 ASD의 모방 문제에 대한 정확한 검토가 필요하다.
ASD의 모방 문제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고 보고된 경우 도 많으나,21,43-45) 이와 반대로 ASD 아동46-48)이든 어른49)이든 대조군에 비해 모방 능력이 떨어지지 않으며 행위의 목표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 보고도 적지 않다.
Hamilton50)은 ASD 관련 연구들을 모방 과제를 잘 수행한 경우와 잘 수행하지 못한 경우로 분류하였을 때 과제를 잘 수행한 경우는 모방 행위의 목표가 있을 때, 즉 무의식적 자 동 모방(spontaneous mimicry)이 아닌 수의 모방(voluntary mimicry)을 행할 때임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수의 모방을 Hamilton은 “에뮬레이션(emulation)”이라고 명명하였다 (Table 1). 타인의 행위를 에뮬레이션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행위가 어떤 목표를 갖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 서 에뮬레이션은 목표 지향적 모방(goal-directed imitation) 이다.51) 이와 반대로 의미 없는 손 제스쳐 혹은 표정 변화에 순 간적으로 반응하여 나타나는 자동 모방도 존재한다. 이에 대 한 혼동이 ASD 환자의 모방 연구 결과를 해석하기 어렵게 하 였다는 것이다. ASD 환자와 일반인에서 얼굴 표정에 대한 자
Table 1. Comparisons between emulation and mimicry (by Hamilton
50))Emulation Mimicry
Requires goal oriented action representations Uses low level representations of kinematic features Occurs in two stages : the E (emulation) route involves
understanding of the action goal while the P (planning) route involves planning a new action to achieve the goal.
Occurs in a single stage, in the M (mimicry) route which directly links visual and motor representations of kinematic features.
Relies particularly on inferior parietal lobule/anterior intraparietal sulcus
Relies on middle temporal gyrus/lateral occipital cortex and inferior frontal gyrus
Often explicit and controlled Normally implicit and automatic
동 모방(얼굴 표정을 가만히 보고 있게 함)과 수의 모방(얼굴 표정을 따라하게 함)을 동시에 비교한 McIntosh 등의 얼굴 근전도 연구52)는 자동 모방과 에뮬레이션의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이러한 개념적 구분을 이용하여 Hamilton은 하전두회, 하 측 두정소엽, 중간 측두회(후측 상측두구 영역과 인접한 곳) 간의 연결 경로를 ‘Emulation/Planning-Mimicry(EP-M)’
경로로 세분하였다(Fig. 3).
간접 경로에 해당하는 EP 경로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진 다. 관찰된 행동에 대한 시각적 표상들이 후두엽의 1차 시각 계를 거쳐 중간 측두회에서 최종적으로 처리되고 나면, 처리 된 정보들은 하측 두정소엽으로 전달되고 여기에서 행동의 목표 혹은 의미 표상을 획득한다. 이를 E 경로라고 하며 결과 적으로 에뮬레이션 경로에 해당된다. 목표 표상이 획득되면 P 경로를 통해 정보가 하전두회로 전달되어 행동 목표에 의 한 행동 계획이 표상화된다(이 행동이 반드시 관찰된 행동과 유사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서로 같이 놀이를 즐기고 있 는 아버지와 아들을 생각해보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장난감 망치로 장난감 못을 박는 것을 보여주면, 아들은 망치질의 목 표가 못을 박는 것임을 이해하고(E 경로), 장난감 망치로 아버 지가 했던 것과 비슷하게 장난감 못을 박기 시작한다(P 경로).
직접 경로에 해당하는 M 경로는 자동 모방 경로이며, 하전 두회-중간 측두회 간의 직접 연결로 구성된다. 모방이 반드시 그 행위의 목표를 이해한 뒤 이루어져야만 생존에 유리한 것 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행위를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빠른 행동 수행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53)
EP-M 경로 개념을 ASD에 적용하면 EP 경로에 의한 목표
지향적 에뮬레이션은 ASD에서도 일반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다만 자동 모방과 관련되는 M 경로의 기능에서 일반 인과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Hamilton은 ASD에서의 M 경로 문제에 대해 2가지 원인 을 가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첫째, M 경로가 발달 지연 상태 에 있거나 손상을 입은 경우이다. 이 경우 모방 능력은 떨어질 것이고 타인과의 공감적 교류 능력도 떨어지게 될 것이다. 따 라서 이 경우는 깨진 거울 이론과 부분적으로 양립 가능하다.
둘째, ASD에서 모방 능력의 저하만이 관찰되는 것은 아니 다. 많은 ASD 환자들은 지연 반향어를 반복하고 상황과 맞 지 않게 행동을 과하게 모방하기도 한다(이는 비단 ASD만의 문제는 아니다. 동료의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지나치게 모방 하는 사람은 결국 그 동료에게 불쾌감을 일으키며, 반대로 동 료의 표정이나 행동에 무관심하고 자연스런 모방을 보이지 못 하더라도 역시 그 동료와 멀어질 수 있다). 이런 경우는 M 경 로는 큰 문제가 없지만 특정 상황에 따라 M 경로를 조정하 는 기능을 맡고 있는 또다른 뇌 영역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이 다. 이것은 결국 특정 전두엽의 하향 조정(top-down modula- tion)의 성격을 띨 것이다.
Hamilton은 M 경로에 대한 두 번째 관점-M 경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M 경로를 조정하는 하향 조정 시스템의 문제- 을 보다 발전시켜 깨진 거울 이론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 대안은 social top-down response modulation(STORM) 이론이다.54)
Social Top-Down Response Modulation 이론의 등장
1. 우리는 왜 모방하는가?
STORM 이론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모방은 사회적 맥락 (social context)에 따라 미묘하게 변화되며, 뇌의 하향 조정 을 통한 모방 조절은 자신에 대한 사회적 지위를 증진시키기 위한 일종의 마키아벨리적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은 왜 모방을 자주 하는지, 왜 다른 사람을 쉽게 흉내내는지에 대해 Wang과 Hamilton54) 이 제시한 3가지 해답 모두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시뮬레이션 이론이다. 모방은 시뮬레이션의 한 형태로 두 개체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목 적을 지닌다. 예를 들어 만약 영희가 철수를 모방할 경우, 모 방은 영희로 하여금 철수의 기분을 잘 이해하고 철수의 욕구 와 의도를 더 잘 파악하게 하므로 영희의 공감 능력을 촉진 시킨다.
두 번째는 ‘연합 계열 학습’(associative sequence learning)
IFG : motor features
MTG : visual features
Motor output
Visual input M
E P
Fig. 3. The EP-M model (by Hamilton
50)). This model distinguishes three node for social-motor information processing within the mirror neuron system. MTG : middle temporal gyrus, IPL : inferior parietal lobule, IFG : inferior frontal gyrus, E : emulation, P : plan- ning, M : mimicryIPL:
Goal
이론이다. 이는 Heyes55)가 주장하였다. 모방은 기존의 연합 학습에 의거한 부수현상(epiphenomenon)과 같은 것이며 특 별한 사회적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즉 모방이라고 해서 다 른 비사회적 학습 기제와 특별히 다른 적응기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학습 이론에서 자주 언급하는 주의, 조건화, 탈억제 기전 등의 단순한 일반적 과정인 것이다.56) 모방 학습이 일반 주의 효과(general attention effect)에 영향을 받으며57) 고전 적 조건화 이론으로도 설명된다는 것이 이러한 주장의 근거 이다.
세 번째는 STORM 이론이다. 모방이란 자신의 지위나 평판 을 증진시켜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구성을 변화시키기 위한 일종의 ‘사회적 전략’이다. 시뮬레이션 이론에서 언급한 영희 와 철수의 예를 들어보자. 만약 영희가 철수를 모방한다면, 철수는 은연 중에 영희가 자신의 행동을 모방하는 것을 지각 하고 영희에 대한 태도를 보다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 다. 따라서 영희는 모방을 통해 철수가 영희 자신에게 관심을 갖거나 좋아하게 만들어서 영희 자신의 사회적 이익을 획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방의 사회적 이득에 대해서는 많은 연 구가 있으며58,59) 사회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도움을 준다. 손 님이 주문한 식사 메뉴를 잘 따라 읽는 모방 전략을 쓰게 한 종업원과 손님의 식사 주문 뒤에 친절하게 예, 혹은 알겠습니 다 등의 대답만 하고 모방은 하지 않은 종업원의 팁 획득을 서로 비교하였을 때, 메뉴 따라 읽기를 쓴 종업원이 팁을 훨 씬 더 많이 받았다.60)
이 3가지 이론 중 어느 하나만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 을 것이다. 또한 깨진 거울 이론 및 시뮬레이션 이론이 가장 과학적인 이론이라고 결론짓기는 어렵다. Wang과 Hamilton 에 의하면 시뮬레이션 이론은 타인에 대해 상당히 빠르면서 도 자세한 모방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타인의 감정, 생각, 욕 구 등을 빨리,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그 이상의 중요한 사회적 단서(예 ; 상대방이 눈길을 보내는 방 향, 어떤 집단 속에 있는 대상을 모방하게 되는 상황, 또는 모 방하려는 대상이 처해 있는 환경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Bourgeois와 Hess61)는 정치적 성향이 다 른 두 집단에게 그들이 지지하는 정치가와 지지하지 않는 정 치가의 비디오 영상을 보여줄 때 나타나는 무의식적 얼굴 모 방을 EMG로 측정하였는데, 미소 등의 긍정적 정서표현에서 는 두 집단의 표정 모방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분노 등의 부정적 정서표현에서는 지지하는 정치가보다 지지 하지 않는 정치가에 대한 무의식적 모방이 유의하게 높았다.
이러한 차이를 시뮬레이션 이론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Wang과 Hamilton은 STORM 이론의 설명력이 가장 높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신호의 일종인 시선(eye gaze)이 약간 달라지기만 하여도 동작을 모방하는 정도에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
Wang 등62)의 연구에서는 피험자에게 비디오 클립을 보여주 면서 비디오에서 나오게 되는 배우의 손동작을 모방하게 하 였다. 이 연구에서는 2가지의 시선 조건이 주어졌는데 한 조 건은 비디오에 나오는 배우가 정면을 주시하여 피험자와 시선 이 계속 마주치게 되는 조건(정면 주시, direct gaze)이었고 다 른 조건은 배우가 고개를 돌려 측면을 주시하여 시선이 마주 치지 않는 조건(측면 주시, averted gaze)이었다. 또한, 2가지 의 동작 모방 조건도 같이 주어졌는데 한 조건은 배우의 손 동작이 시작될 때마다 피험자의 동작이 배우의 손동작(손바 닥을 펴거나 주먹을 쥠)을 그대로 따라하는 조건이었고 다른 하나는 배우의 손동작을 반대로 따라하는(예 ; 배우가 손바 닥을 펴면 피험자는 주먹을 쥠) 조건이었다(Fig. 4). 그 결과 손동작을 반대로 따라하는 조건에서는 피험자의 동작 속도 는 정면 주시조건이든 측면 주시조건이든 간에 유의한 차이 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손동작을 그대로 따라하게 하는 조건에서의 피험자의 동작 속도는 정면 주시 조건에서 측면 주시 조건에서보다 유의하게 빨랐다.
이처럼 사회적 단서의 미묘한 변화가 여러 가지 모방 상태 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며, STORM 이론은 이에 대한 설명력 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STORM 이론과 관련되는 뇌 상관물은 어떻게 되는가?
Response (hand open)
Gaze
Congruent
Averted
Incongruent
Direct
Fig. 4. The experimental design of the control of mimicry by eye
gaze (by Wang et al.62)). Participants were shown a series of vid- eo clips. Only the last frame of each video clip is illustrated. Par- ticipants were required to make the same pre-specified re- sponse (e.g., Hand Opening) in every stimulus trial in a block, as quickly as possible after the actress’ hand in video clips began to move, which could be either a hand opening (congruent tri- als) or hand closing (incongruent trials)2. STORM 이론의 신경 상관물
STORM 이론과 관련되는 신경 상관물에는 기존 거울 뉴 런계의 주요 영역들-하전두회, 하측 두정소엽, 후측 상측두 구-이 포함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호를 처리하고 이를 통 해 하향 조정 신호를 보내는데 관여하는 영역까지 포함된다.
새롭게 포함되는 영역은 내측 전전두엽과 측두-두정 접합부 (temporo-parietal junction)인데, 이 두 영역은 정신화(men- talising) 기제의 핵심 영역이기도 하다(Fig. 5).63) 정신화라는 것은 “정신 상태에 관하여 추론하는 과정”64)이라고 정의되며 마음 이론과 비슷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Ban65)에 의 해 정신화와 애착 이론과의 관련에 대해서도 논의된 바 있다.
모방과 관련하여 Brass 등66)은 ‘모방 억제(imitation inhibi- tion)’ 기능과 관련되는 핵심적인뇌 영역이 정신화 기제 관련 영역이라고 주장하였다. 우선 몇몇 행동 연구가 이를 뒷받침 한다. Spengler 등67)은 피험자의 모방 억제 능력과 정신화 능 력 간에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보여주었으며, 특 히 전전두엽, 측두-두정 연접부 영역의 손상을 입은 환자의 모방 억제 능력이 일반인과 비교할 때 유의하게 낮았고 정신 화 능력도 현저히 떨어졌다고 보고하였다. Brass 등66)에 의하 면 이런 결과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모방 억제 능력과 정신화 능력 둘 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구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비디오 모니터에 나타나는 타인의 동작에 대한 모방 억제 과 제를 실시하면서 피험자 앞에 거울을 두어 피험자가 스스로 를 볼 수 있게 할 경우, 피험자의 모방 억제력이 훨씬 높아졌 다고 한다.68)
특히 한 fMRI 연구69)는 내측 전전두엽과 거울 뉴런계의 상 호작용에 의해 모방이 조절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연구 에서는 전술하였던 Wang 등62)의 행동 연구에서 이용한 비디 오 클립(Fig. 4)을 이용하여 모방 및 모방 억제 과제를 수행 하게 하면서 fMRI를 촬영하였다. 이후 얻어진 뇌 영상 데이터 에 dynamic causal modeling 기법을 적용하여 하전두회, 후 측 상측두구, 내측 전전두엽 간의 유효 연결성(effective con- nectivity)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내측 전전두엽-하전두회 간, 내측 전전두엽-후측 상측두구 간의 유효 연결성이 상당히 높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시-모방 상호작용(gaze-imita- tion interaction) 효과에서 내측 전전두엽→후측 상측두구 방향의 유효 연결성이 유의하게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결국 내측 전전두엽이 주시-모방 상호작용의 시작점(originator)으 로 기능하며 내측 전전두엽이 후측 상측두구로 들어오는 감 각 정보를 직접 조절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Fig. 5에 깨진 거울 이론과 STORM 이론에 대한 뇌 내의 정보 흐름도를 제시하였다.54) 전통적인 시뮬레이션 이론은 결국 화살표 A의 정보 흐름 패턴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러나 STORM 이론은 첫 감각 입력 정보가 정신화 관련 영역에 도 달한 뒤 화살표 B의 흐름처럼 거울 뉴런 시스템을 조정하는 것을 필요로 한다. 특히 그 감각 입력 정보가 사회적 정보를 얼 마나, 무엇을 담고 있느냐에 따라 조정의 폭이 달라질 것이다.
3. ASD의 모방과 공감 문제에 대한 STORM 이론의 적용 일반인의 모방 행동에 대해서는 STORM 이론이 상당한 설득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ASD의 모방 문제에 대해서 는 어떠한가? 최근 들어 발표되고 있는 몇 가지 연구 결과들 을 검토하고자 한다.
행동 연구부터 살펴보도록 한다. 만 5세 이하의 ASD 아동 들과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나무 장난감 등을 이용한 모방 테스트를 실시하였을 때 두 그룹 간의 모방 행위에서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70) 또한, 명확한 지시를 준 행위에 대 해서는 ASD와 일반 대조군 간에 모방 정도에서 유의한 차이 를 보이지 않은 반면, 자동적 모방 행위에서는 ASD 그룹의 모방 정도가 유의하게 낮았다.71)
Cook and Bird72)는 성인 ASD 군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모 방에 대한 점화(priming) 효과를 조사하였다. 비디오 화면으 로 손가락 들기 등의 모방 과제를 제시하였으며, 모방 과제 수 행 전에 사회성을 유발하는 단어(예 ; 친구, 협조적인, 공유하 는, …) 혹은 비사회성을 유발하는 단어(예 ; 자기 자신, 혼자 인, 독립적인, …)로 점화 효과를 유발하였다. 그 결과 일반인 에서는 비사회성 유발 점화 조건보다 사회성 유발 점화 조건 에서 모방 행동이 유의하게 상승된 반면, ASD군에서는 두
Motor output Visual
input MTG/
STS ASL IFG
IPL
A B
Mirror neuron system Mentalising
system mPFC/TPJ
Person evaluation, priming, context, ...
Fig. 5. Three brain models for information processing during
mimicry (by Wang and Hamilton54)). Mimicry is implemented in mirror neuron system and developed by associative sequence learning (ASL), but it is not clear how this system interact with mentalising system. When mimicry information feeds up to aid social evaluation (arrow A), this enhances simulation of the oth- er person (“the simulation model”). Social top-down response modulation (STORM) model is illustrated by arrow B, showing how social information can guide and monitor mimicry re- sponse. When there is no interaction between mirror neuron sys- tem and mentalising system, the control of mimicry could be mediated by other domain-general processes (“the domain- general process”)점화 조건에 따른 모방 행동 간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 았다. 또다른 연구에서는 정서적 단서(emotional cue)를 제시 한 뒤의 모방 행동 촉진 효과를 조사하였는데 역시 일반인에 서는 촉진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으나 ASD 군에서는 촉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73)
뇌영상 연구도 조금씩 보고되고 있다. Spengler 등74)은 ASD 환자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마음 이론 과제를 수행하게 하면 서 fMRI를 실시하였고, ADOS로 자폐 정도를 평가하였으며 행동 실험으로 모방 관련 과제를 실시하였다(이 모방 관련 과 제에서는 모방을 요구할 때도 있었고 모방의 억제를 요구할 때도 있었다). 그 결과 ASD 환자에서는 마음 이론 수행 점수 와 성공적 모방 억제율 간에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 고, ADOS 총점과 성공적 모방 억제율 간에 유의한 음의 상 관관계가 나타났다. 또한 마음 이론 과제 수행시의 내측 전전 두엽, 측두-두정 연접부의 활성화와 모방 과제에서의 성공적 모방 억제율 간에도 유의한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ASD 환자의 내측 전전두엽의 낮은 활성화는 모방 조절 문제 및 과도 모방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됨이 확인되었다.
Marsh와 Hamilton75)은 어떤 운동을 관찰할 때 뇌의 거울 뉴런 영역과 정신화 관련 영역 간의 상호작용이 일반인과 ASD 환자에서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보았다. 피험자에게 물 리적으로 가능한 손 동작(예 ; 장벽이 있을 때 장벽을 옆으로 피해 물건을 집어 옴) 혹은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손 동 작(예 ; 장벽이 있지만 장벽을 관통하여 물건을 집어 옴)이 나타나는 비디오클립을 관찰하게 하면서 fMRI 촬영을 실시 하였다. 우선 두 그룹은 두 가지 손 동작 모두에서 두정엽 거 울 뉴런계 활성화가 나타났으며 두 그룹 간에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대조군에서는 물리적으로 가능한 손 동작에서보다 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손 동작에서는 내측 전전두엽 활성화가 유의하게 저하되었는데, ASD 환자 에서는 두 가지 손 동작에 따른 내측 전전두엽 활성화 간에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운동 관찰 과제에서 일반인에게서 나타나는 거 울 뉴런계-정신화 영역 간의 상호 연결이 ASD에서는 해리되 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ASD에서의 모방 및 공감 능력의 문 제에 대한 STORM 이론을 지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깨지지 않은 거울 뉴런 문제가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 본 격적으로 제기되었고 STORM 이론 자체는 2012년에 발표되 었으므로 아직 발표된 연구 결과는 부족한 편이다. 향후 발표 될 연구 보고들을 검토해보아야 할 것이다.
Hamilton35)은 깨진 거울 뉴런 이론의 증거로 거론되는 선 행 연구들도 STORM 모델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역설하였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하였던 Dappreto 등21)의 fMRI 연구 결 과는 거울 뉴런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정서적 단서가 거울 뉴런계를 조정하는 단계의 문제일 수 있으며, Oberman 등17)의 선구적인 EEG 연구 결과도 실험 전, 실험 동안의 사 회적 단서에 대한 민감도가 ASD군과 일반인들 간에 유의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Ob- erman 등76)의 또다른 EEG 연구에서는 친숙한 사람을 볼 때 의 Mu 파 억제 정도는 ASD에서도 일반인에 거의 근접한 수 준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
1. 자율신경계 반응
깨진 거울 이론과 STORM 이론 중 어느 것이 더 ASD의 문 제를 합리적으로 다루고 있는가?
우선 깨진 거울 이론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STORM 이론 을 주장하는 쪽에 대한 학술적 반론을 크게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돌출 풍경 맵 이론의 도입을 통해 거울 뉴런계 문제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ASD 환자 들의 과다 반복행동, 특정 감각 혐오 혹은 과민 등의 현상을 설명하고 깨진 거울 이론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ASD의 거울 뉴런계 문제가 편도 등의 변연계 문제를 거쳐 자율신경계 이상 흥분까지 일으킬 수 있 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모방 관련 연구 중에서 ASD 환 자들의 모방 문제가 유의하지 않았다는 여러 연구들이 보고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도 아직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다.
한편 STORM 이론에서는 과각성, 과잉 모방, 회피 등을 설 명하는 다른 이론이 필요하지 않다. 사회적 하향 조정이라는 기본적 가정만으로도 ASD의 과잉 모방, 회피 상태 등을 설 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Pellicano와 Burr77)는 ASD 환자에서의 하향 조정 능력의 부족이 이들의 감각 경험 에 차이를 일으켜 세계를 지나치게 사실적으로(too real) 지 각하게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STORM 이론에 근거하여 발표된 ASD 관련 연구 중 자율신경계 반응을 직접 연구한 것은 없다. 이는 STORM 이론 연구진이 향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2. ‘일반적 하향 조정’ 와 STORM 이론의 ‘사회적 하향 조정’ 간 에는 차이가 있는가?
STORM 모델에서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하향 조정이 사실 은 반응 억제(response inhibition) 등의 전전두엽 관련 일반 적 하향 조정 기능과 다를 바가 없지 않느냐는 비판이 제기
될 수 있다. 만약 사회적 하향 조정 기능이 일반적 사회 조정 기능과 유사하며 관련되는 뇌 영역 역시 유사하다면 모방 행 위와 관련하여 굳이 STORM 모델을 가정할 필요가 없다. 앞 서 언급하였던 시뮬레이션 이론 및 연합 계열 학습 만으로 모 든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Brass 등78)의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fMRI를 이용하여 뇌의 일반적 하향 조절 기능을 반 영하는 검사 중의 하나인 스트룹 검사 및 사회적 하향 조절 기능을 반영하는 모방 억제 검사를 수행할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에서 어떤 공통점 혹은 차이점이 나타나는지를 알아 보았다. 그 결과 스트룹 검사에서는 보조 운동 영역, 후측 하 전두회, 방추상회(fusiform gyrus) 등이 활성화된 반면, 모방 억제 검사에서는 내측 전전두엽, 전측 하전두회, 후측 상측 두구, 측두-두정 연접부, 후대상회 등 거울 뉴런, 관점 획득 (perspective taking), 자기-행위자(self-agency) 등과 관련 되는 영역이 활성화되었다. 이 결과에 의거하여 Brass 등은 사회적 하향 조정은 일반적 하향 조정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주요 뇌 기능의 하나이며 관련되는 뇌 영역 역시 뚜렷한 차이 를 보인다고 주장하였다.
깨진 거울 이론 쪽의 연구에서는 이 주제와 관련된 연구가 있는가? Vogt 등79)의 일반인 대상 연구에서는 피험자 자신이 전혀 연습하지 않았던 코드로 작곡된 기타 연주곡을 다른 기타 연주자가 연주하는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피험자에게 모 방 학습을 시켰다. 그 결과 거울 뉴런 영역뿐만 아니라 좌측 배외측전전두엽(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까지 활성화 되었다. 저자들은 좌측 배외측전전두엽은 새로운 동작 레퍼 토리를 익숙한 미세 동작 단위로 세분한 뒤 재연결하는 기능 과 관련되는 영역이며, 이를 통해 모방 학습이 훨씬 더 정확 해진다고 주장하였다.
이 연구는 평소 익숙하지 않았던 새로운 동작을 모방 학 습할 때 전전두엽의 거울 뉴런계 조정이 필요함을 보여준 중 요한 연구이나,2) 실험 조건상 사회적 단서/맥락이 모방에 어 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려 한 연구는 아닌 점에서 앞 서 언급한 Brass 등78)의 STORM 이론 관련 연구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Vogt 등79)의 연구처럼, 깨진 거울 이론을 지지하 는 연구자 중에서도 전전두엽의 거울 뉴런계 조정 기능에 관 심을 갖는 연구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3.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과 정서적 공감(emotional empathy)
공감에 관한 다차원적 측면이라는 관점에 의하여 깨진 거 울 이론과 STORM 이론을 새롭게 조명해볼 수 있다. 공감에 대한 최근의 견해는 공감 현상을 단일 차원의 현상으로 보는
대신 다차원적 측면으로 구성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다. 특히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과 정서적 공감(emo- tional empathy)으로 구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가 받아 들여지고 있다.80,81)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의 정의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 한 일치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의되 고 있다. 정서적 공감이라는 것은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자 신도 느끼는 것으로, 예를 들어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처 럼 느끼는 것이다.82) 이에 비해 인지적 공감이라는 것은 타인 의 관점을 취할 수 있고 타인의 마음 상태를 인지적으로 파 악할 수 있는 능력에 해당된다. 즉, 인지적 공감은 기본적으 로 정신화 등의 마음 이론적 요소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 러한 구분은 심리학 등 여러 분야에서 상당히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뇌영상 연구를 이용하여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 감에 관여하는 뇌 부위의 차이를 살펴본 연구들도 보고되고
있다.83-85) 국내에서도 인지적 공감 과제 측정, 정서적 공감 과
제 측정, 얼굴 근육 반응 측정 등의 방법을 이용하여 다차원 적 공감에 관한 생리적, 심리적 반응을 알아보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82,86)
이러한 다차원적 공감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각각의 공감 능력이 독립적일 수 있다는점이다. 특히 일부 정신과적 질환 에서는 인지적, 공감적 능력 간에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예 를 들어 경계선 성격장애(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에 서는 인지적 공감 과제 수행의 저하 소견을 보인 반면 정서적 공감 수행은 일반인보다 유의하게 높았으며87) 뇌영상 연구에 서도 인지적 공감 과제에서 후측 상측두구 활성화는 대조군 에 비해 유의하게 저하된 반면 정서적 공감 과제에서 우측 뇌 섬엽 활성화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84) 한편 자기애적 성 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에서는 정서적 공 감 능력은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인 반면 인지적 공감 능력은 유의한 결함을 보이지 않았다.88)
그렇다면 ASD에서의 인지적 공감 능력과 정서적 공감 능 력에 관한 연구 결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가? 설문지89) 혹 은 컴퓨터 프로그램90)을 이용한 아스퍼거 증후군의 공감 연 구에서는 정서적 공감 능력에서 유의한 결함이 나타나지 않 았으나 인지적 공감 능력에서는 유의한 결함을 보였다. Bl- air91)도 ASD의 경우 인지적 공감 능력의 문제가 우선된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Smith92)는 ASD에 대한 ‘공감 불균형 가설 (empathy imbalance hypothesis)’을 주장하였다. Smith에 의하면 ASD는 인지적 공감의 결핍을 보이는 반면 정서적 공 감은 과다, 과각성 상태를 보인다. 또한 정서적 공감 문제로 인한 과각성 상태를 스스로 감소시키려는 전략이 오히려 ASD 환자들의 회피 현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ASD 연구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