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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의 경계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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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c ye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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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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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

독자 여러분, 이 글은‘영화(theater movie)’가 아닌 미국 드라마 한 편과 다큐멘터리 한 편을 같이 엮어 쓴 것입니다. ‘ The Bridge’는 미국 FX Networks의 2013년도 방영작(시즌 1, 13편)으로, 올해 시즌 2가 방영 중입니 다.‘Narco Cultura(2013)’는 샤울 쉬와 즈(Shaul Schwarz) 감독의 작품으로 여 러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받은, 눈여겨 볼 만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영 화 와 도 시 9

다리(Bridge),

천국과 지옥의 경계가 되다

- The Bridge & Narco Cultura

문정호 | 국토연구원 글로벌개발협력센터 소장

출처: http://blog.naver.com/bookpark 출처: http://movie.naver.com/movie/bi/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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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다리, 2008년 통행횟수 2,300만 번, 2010년 살인사건 수 5 대 3,622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El Paso)와 멕시코 치와와 주 시우다드후아레스(Ciudad Juárez)는 리오그란 데강을 끼고 마주보고 있는 접경도시들이다. 이 두 도시는 4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고, 2008년에만 연 간 2,300만 회에 달하는 통행량을 기록했다. 1990 년대 초반 NAFTA1) 체결 이후 미국-멕시코 간 경 제·산업협력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들 중 하나다. 엘패소는 인구 67만 명(2011), 후아레스는 130만 명(2010) 규모이며, 둘 다 제조 업과 물류산업이 발달한 이른바 지역 성장거점 도 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과 멕시코 간에는 큰

경제적 격차가 있으니 아무래도 후아레스 쪽이 좀 더 살기 어려울 것으로 짐작할 수 있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엘패소에서는 5건의 살인사건이 있었던 2010년, 후아레스에서는 3,622건이 발생했다고 한 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엘패소와 후아레스의 살인사건 수 비교 출처: http://www.youtube.com/watch?v=UaJ_hru9Qk4(화면 캡처)

1)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미국, 캐나다, 멕시코 간 무역의 장해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자유무역협정을 말한다.

1992년 12월 조인되었으며, 이후 캐나다-미국-멕시코 간 역내교역이 증가하는 무역창출과 무역전환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경제학사전, 2011.3.9, 경연사).

접경지역에 위치한 엘패소와 후아레스 출처: http://en.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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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마약전쟁

The Bridge와 Narco Cultura의 배경은 이른바

멕시코 마약전쟁(Guerra contra el narcotráfico en México)2)이다. 이것은 세력 다툼을 벌이는 라이벌 마약 카르텔들과 그들을 제압하려는 멕시코 정부 군과 시민 자경단 간의 무장충돌을 일컫는다. 2006 년 멕시코 정부는 강력한 마약 카르텔들을 와해하 는 작전에 돌입했다. 멕시코 마약 조직들은 미국으

로 반입되는 코카인의 90%를 공급했을 정도니, 엄 밀히 말해 마약 밀매를 방지하는 것은 미국 정부 의 과제였다. 어쨌든 멕시코 정부의 마약 카르텔 공격은 오히려 더 심각한 폭력사태들을 초래하였 고, 미국으로의 밀매 경로를 차지하고자 하는 카르 텔들의 경쟁은 더 심해졌다. 펠리페 칼데론(Felipe Calderon) 대통령의 임기 동안(2006~2012) 멕시 코 마약전쟁으로 인한 공식적인 사망자 수는 최소 한 6만여 명으로 추산되었다. 그러나 수많은 실종 자들의 수를 감안할 때 최소 10만여 명이 살해되었 다는 주장도 있다.

후아레스 카르텔은 멕시코로부터 미국에 유입 되는 양이 연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중요한 불법 마약 유통로를 장악하고 있었다. 2007년 이래로 후 아레스 카르텔은 이 도시에서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다른 패거리와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치러 왔 고, 그 정점은 2010년이었다. 2011년 이후 사태는 상당히 진정되어 마약전쟁을 피해 피난 갔던 시민 들이 꾸준히 귀환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아무도 진정으로 안심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한다.

The Bridge & Narco Cultura

이렇듯 The Bridge와 Narco Cultura는 아직도 가 시지 않은 범죄와 폭력에 대한 공포, 파괴된 지역사 회, 왜곡되어 가는 도시문화와 시민의식 같은 음울 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스포일러인지도 모르 겠지만 이들의 줄거리를 대략이나마 소개하고 넘 영 화 와 도 시 9

더 브릿지(THE BRIDGE) 시즌 1 출처: The Bridge Season 1. Episode 1.(화면 캡처)

2) http://en.wikipedia.org/wiki/Ciudad_Juarez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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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상반신은 미국인 판사, 하반신은 신원 미상의 멕시코 여성으로 서로 다른 두 여자의 시신을 이어 붙인 것이다. 이에 따라 엘패소 강력반의 여형사 소 냐 크로스와 멕시코의 마르코 루이즈 형사가 공조 수사를 시작한다. Episode 3. 소냐와 마르코는 불 법으로 국경을 넘었다가 연쇄살인범에게 당한 9명 외에 소녀 한 명이 더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범인에게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녀를 찾아 나 선다. Episode 4. 조각 살인마라는 별명이 붙은 연 쇄살인범은 사막 어딘가에 마리아를 묶어 놓고 인 터넷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생중계한다(이후 줄거 리는 직접 찾아보시길 권한다).

다음은 Narco Cultura. 이 필름은 2006년부터 의 멕시코 마약전쟁이 후아레스를 무간지옥으로 만들었던 것에 대한 보다 사실적인 보고서다. 다른 한편 이 필름은 마약 카르텔과 갱스터 집단, 그리 고 그들에 대한 선망과 동경이 하나의 문화적 현상 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쉬와즈 감독은 한편으로는 후아레스 CSI 리치 소 토의 일상을 추적하며 이 도시에서의 일상화된 폭 력과 공포를 조명한다. 이와 교차하여 이 필름은 미 국에 이민와서 나름대로 성공한 가수 에드가 퀸테 로의 삶과 그의 Narco Cultura 랩 음악, 그리고 그 런 갱스터 힙합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현상을 추 적하고 있다.

드라마는 역시 드라마, 허구의 이야기이므로 The Bridge의 소냐와 마르코 이야기는 묻어두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에 서는 매우 강렬한 현실감이 느껴진다. 후아레스라 는 도시가 마약전쟁의 무고한 희생양이 되었다는 사실, 야만성과 폭력, 그 밑에 도사린 절망이 다리 하나,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극과 극으로 존재하 는 현상 등이 그러하다. 물론 Narco Cultura는 더 욱 절박한 느낌을 준다. 특히, 죽음을 일상으로 마 주해야 하는 사람들의 공포와 범죄와 폭력이 사회 문화에 음악을 매개로 파고드는 현상을 보면 소름 마저 끼친다.

후아레스의 비극, 신자유주의적 풍선효과?

엘패소와 후아레스, 이제 영화와 도시 관점에서 보다 충실하게 지역·도시 또는 장소에 관한 이야

나코 쿨투라(Narco Cultura)

출처: Narco Cultura(화면 캡처), http://movie.naver.com/movie/bi/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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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를 풀어가보자. 아시다시피 미국에서는 멕시코 등 중남미로부터의 밀입국이 큰 사회문제인지라 캐나다 국경과 멕시코 국경의 담장 높이에 큰 차 이가 있다. 1990년대 이후 전개된 세계화 양상에 도 불구하고, 또 NAFTA 체결에도 불구하고 멕시 코에게 미국은 그야말로 가깝고도 먼 나라인 셈이 다. 이러한 미국-멕시코 간 높은 국경 장벽은 후아 레스의 범죄와 폭력이 엘패소로 전이되는 것을 철 저히 막았을 것이다. 물론 양국의 치안능력 격차 등 다른 요소들도 작동했을 것이지만….

아무리 지리적으로 가깝더라도 이웃 도시의 범 죄를 분담할 필요는 물론 없다. 또 후아레스의 비 극에 대해 엘패소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도 아 니다. 다만, 후아레스의 비극은 후아레스 자체의 문 제가 아니라 세계화, 신지역주의, 치안·안전에 관 한 정부의 실패, 마약전쟁으로 비롯한 부수적 피해 (collateral damage) 등의 여러 요소들이 매우 복 잡하게 얽혀 있는 현상이라는 관점은 제기해야 하 겠다. 즉, 후아레스와 그 시민은 미국 시민을 포함 한 마약 중독자와 마약범죄집단, 그리고 그것들을 통제해야 할 의무가 있는 미국 및 멕시코 정부당국 의 방관 또는 무능이 빚은 국제적 사회문제의 희 생양이었다.

2004년 대한민국, 성매매금지 법안이 시행되고 난 후 다양한 방식의 유사 범죄 또는 탈법행위가 상업지역으로, 주거지역으로 파고들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있었다. 우범지역 골목에 CCTV를 설치 하면 범죄는 카메라 앵글을 벗어난 인근 다른 곳 에서 발생한다. 후아레스의 비극은 어떻게 보면 이 런 풍선효과 때문이기도 하다. 1990년대 이후 미

국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전개하고, 마약 생산 및 공급국으로 유명한 다른 중남미 국가의 마약 카 르텔을 공격하는 과정에서의 마약 카르텔 구조 변 화가 공간적으로 수용된 것이 다시 멕시코 마약전 쟁으로, 나아가 후아레스의 대량 살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세계화 진전은 지리적으로 이어 진 동질적인 공간·지역의 연계성이 강화되는 현 상과 그로 인한 지역화가 구체화되는 과정을 동 반해왔다.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제 원리에 보편적 으로 작동하면서 국경의 정체성이 완화되고, 글로 영 화 와 도 시 9

마약과의 전쟁이 선포된 후아레스

출처: https://www.google.co.kr/search?q=juarez+mexico 출처: https://www.google.co.kr/search?q=juarez+mexico

후아레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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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피와 눈물이 있다. 적어도 필자와 같이 계획가 (Planner)라고 자임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기억해 야 하지 않을까.

시민은, 도시는, 국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 시 10개를 꼽았을 때, 후아레스는 4위에 등극했 다.3) 2012년이기에 망정이지 2010년의 관점이었 으면 1위에 올랐을 가능성도 높았을 것이다. 어쨌 든 위험에 맞닥뜨려졌을 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일단 도망치고 볼 일이다. 2009년부터 2011년 사 이 약 30만 명이 미국 엘패소나 인근 멕시코 도시 로 피난을 떠났다고 하고, 같은 기간 50%의 음식점 과 18%의 술집(bar)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4) 떠나 지 못한 사람들은, 계속 문을 열고 있었던 가게들 은 어떻게 버티고 있었을까? 떠나기 싫어서가 아니 라 떠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던 사람들, 시민 안전 을 위한 공적 체계가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보호받 을 수 없던 사람들….

2014년의 후아레스는 많이 안정되어 살인건 수도 2007년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상공회의소 관계자에 의하면 30만 명 피난민 중

90%는 돌아왔다고 한다. 이제 도시는 정상화된 것 일까? 아직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안정화가 어쩌면

폭풍 전의 고요가 아닐까 우려하고 있고, 마약 카 르텔도 궤멸된 것이 아니라 미국 카르텔처럼 잠잠 히 엎드려 있는 상황이 아닐까 불안해하고 있다.5) 이럴 때 후아레스 시당국이나 멕시코 정부는 무엇 을 하고 있고, 무엇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매우 궁금하다.

안전은 말할 필요도 없이 시민의 삶에서 가장 중 요한 요소 중 하나이고, 안전을 보장하는 일은 공적 부문이 맡아야 할 최우선 책무의 하나다. 비록 멕시 코 마약전쟁이 매우 우발적이었고, 너무나도 폭발 적이었기 때문에 멕시코의 공적 부문이 이 사태를

3) 2012년에 포스팅된 것이고, 엄정한 기준도 없어 보이므로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가는 기사라고 생각함(http://

gettoptens.com/top-10-most-dangerous-cities-in-the-world/).

4) If Ciudad Juarez Is‘Back,’ Why Haven’t the Killings Stopped? By Luís Chaparro June 25, 2014, https://news.vice.com/article/

5) If Ciudad Juarez Is‘Back,’Why Haven’t the Killings Stopped? By Luís Chaparro June 25, 2014, https://news.vice.com/article/

후아레스를 떠났던 피난민의 90%는 되돌아와 도시를 재건 중이다 출처: https://www.google.co.kr/search?q=juarez+mex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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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하기 어려웠다 하더라도 인구 130만 명, 주변 도시권까지 포함하면 250만 명 규모의 도시를 이 토록 처참한 상태로 방기했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 하기 어렵다. 여기에서야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니 까 무턱대고 비난만 할 수는 없지만, 후아레스의 희 생자들과 그 가족, 피난갈 형편이 되지 않아 공포에 떨며 어렵게 삶을 이어갔던 그 시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게다가 마약과 폭력의 일상화가 멕 시코나 미국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거부되지 않고 일종의 문화현상으로 나타난다니 이 일을 어찌할 까 싶어 한숨이 나온다.

국토정책, 지역개발, 도시계획을 공부하는 사람 으로서 후아레스와 같은 사례를 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위험한 도시는 왜 위험해졌을까? 왜 국가는, 도시정부는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걸 까? 위험에 노출된 시민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 는 걸까? 왜 이어져 있는 공간들이 단절되어 있으 며, 어떻게 연계해야 하는 것인지? 등등. 이 글이 정 책연구 보고서가 아닌 것이 필자로서는 다행이다.

맞는 답을 내기에는 참으로 먼 길을 가야할 테니.

글을 마치며

독자 여러분, 우울하게 만들어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비극이 참으로 많은데, 영화 나 드라마 같은 데서도 그 편린이 보이니 저도 모르게 그만 대책 없는 글을 썼습니다. 다만 한 가지 밝은 생 각은 그 엄청난 질곡을 견뎌내고 후아레스를 새로 만 들기 위한 희망을 엮어가고 있는 수많은 후아레스 시 민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후아레스의 새로운

탄생에 대한 한 편의 서사적(epic) 드라마를 통해 소식 을 전할 기회가 있기를 소망합니다.

영 화 와 도 시 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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